0 경기일시 : 2013년 7월 14일 07:00~24:00
0 경기장소 : 수영- 화순금모래해수욕장 3.2km, 싸이클 - 남제주군 일원 180.2km, 런 - 중문경기장 일원 42.195km
0 참가인원 : 803명
0소요시간 : 15시간 52분 몇초
2013년 7월 12일 금요일 오후는 제주도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한 날이다
인근에 팬션 짓는다고 분주한 동만성 무인카페 2층에서 하릴없이 낮잠을 때리다가 문득 수영이 하고 싶어졌다
슈트를 입고 제대로 연습을 못해 경기 당일날 호흡이 안터지면 어쩌랴 싶은 기우도 작용했다
공사에 바쁜 그들은 내가 홀로 슈트를 들고 바닷가로 나가는 걸 보지 못했다
파도가 넘실거린다
다섯번도 넘게 본 빠삐용 영화가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파도에 휩쓸려 가지 않을 높은 바위에 슬리퍼를 벗어두고, 주인공 빠삐용이이 그랬듯이 파도를 지켜 보았다
영화가 맞구나
밀려오는 파도마다 그 강도가 다르다
그 중 제일 쎈 파도에 몸을 실어 한바다로 나가다
한바다에서는 수면만 넘실거릴뿐 별다른 위험요소는 없다
태평양을 접한 남제주군 바다위에서 한없이 동쪽으로 저어가다가 다시 서쪽으로 되돌아 왔다
오호~
그러한 행운을 만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수백만마리의 자리돔의 향연, 그들은 분명히 나의 존재를 알고 주변에서 같이 놀아 주었다
그리고 더 아래로는 역시나 수천만마리의 멸치떼들이 지나 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름모를 작은 무리의 고기들도 지나 다닌다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제주시에선 왜 이런걸 관광자원으로 이용하지 않을까 안타까운 심정마져 일었다
한참이나 그들과 놀다가 땅으로 올라 수영을 마치고자 하였다
허나 영화 빠삐용에서는 나가는 장면만 있지 파도치는 바다에서 육지로 들어오는 장면은 없다
만만한 바위 하나를 골라 겨우 올라타 일어서는데까지 성공했으나 건 오히려 공포심을 배가시켜 준 경위에 불과했다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는 물살에 잠수된채 몇번이나 바위를 붙잡고 버티다가 이러다 물살에 휩쓸려 크게 낭패를 보겠다 싶어 다시 한바다로 탈출했다
섬에서 태어나 지금도 반 섬놈으로 사는 나에게 바다란 내 삶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남해 창선 바다와 남제주도 태평양을 접한 바다는 완전히 틀렸다
우리 섬에는 해류가 별로 없는데 여기는 그냥 중국쪽으로 밀어 붙인다
내가 시체가 되면 중국바다 한켠에서 떠올라 쓸려다니다 썩어지고 말겠다는 생각마져 일었다
아까 천당을 보았고,
그 이후 40여분은 지옥에서 헤메이다 나왔다
사람이 공포에 빠져들면 먼저 탈진현상이 온다는 걸 처음 알았다
넘실대는 수면에 떠 파도 뒤집히는 해안을 바라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심경을 반이나 이해할련가
나는 죽음의 순간에 가족들이 생각나는 줄 알았다
남들은 그럴지 몰라도 오로지 살아야 되겠다는 오직 그 한생각 밖에 없더라
사람에겐 종교가 필요하다
공포심에 쌓여 부처님을 마음속으로 찾아 보았다
일년가야 한두번이나 가는 절간이지만, 그래도 맨날 절반지라도 끼고 다니니 내 대장은 부처가 맞다
해변은 안되겠고 이전부터 알고있던 절벽으로 눈이 향한다
지금도 신기하다
그때 한바다로 200미터즘 떠내려와 있었던긴데 그 절벽의 어느 한 바위만 눈에 보인다
죽자살자 그리로 저었다
한번씩 내가 한바다에서 조난을 당하면 자유행을 택할까 개구리헤엄을 택할까 궁금했는데, 나도 모르게 어릴때부터 해 온 개구리 헤엄으로 나아가고 있다
절벽에서도 파도는 넘실대고 있다
5m쯤의 거리를 두고 5분쯤 붙었다 떠밀렸다 하다가 어느 순간 그 바위를 꽉 움켜 잡을 수 있었다
이거 놓으면 나는 정말로 죽는다 싶었다
나중에 땅으로 올라 정신이 들고보니 손톱이 두개나 짜그러져 있더라
살아나고 나서 하는 이야기라 내가 그때 느꼈던 공포와 탈진에 달리 표현이 어렵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바다에서나 사회생활에서나 어디로 가면 간다는 말이나 하고 다니자
이제부터는 무서워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도 한 경험이었다
금요일 저녁엔 정신도 없이 마셔 버렸네
금요일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토요일엔 남은 기력이 하나도 없데
자전거 검차도 진주철인클럽에 부탁해 대신하게 부탁하고, 선수 등록도 마찬가지고 면목이 없다
경기 당일날 아침.
전신이 퉁퉁 부었고 기운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경기는 나름 훈련을 많이 했는데 막판 마인드컨터롤에서 실패다
내심으로는 수영이 취소되어 버리길 진심으로 바랬다
수영에 변동사항이 있다기로 혹시나 하며 무리에 섞여 들었다
하지만 파도가 특히 심한 곳을 빼고 600m 거리를 줄인 3.2km로 경기를 진행한단다
어쨌거나 뛰어 들었다
오른쪽 호흡인 호박성님은 왼쪽 호흡인 내가 오른쪽에서 자기를 보며 경기를 하잔다
일응 말이되는 소리다 싶어 그렇게 했는데, 딱 3m쯤 진행했는데 행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어따~
최악의 수영이었다
하지만 그 전전날 이미 공포의 극한을 체험한 고로 단지 힘만 들었을 뿐이다
물안경에 물이 자꾸만 스며들어 열스나무번도 더 정지하여 고쳐 메었을거라
그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 참 많이도 파도에 떠밀려 다니더만
아빠를 바다에 보낸 아이들은 참으로 한가한 모습이다
한바퀴를 간신히 돌고, 두바퀴째는 물안경 끈을 억지로 휘둘러 메었다
앞으로 물안경은 1년에 한번씩 체인지 해야겠다
그 스며드는 물과 파도에 뒤섞인 흑탕물로 가려진 시계와 요동치는 파도속으로 어떻게 라인을 잃지않고 잘 따라 돌았는지 모를일이다
수영 동영상 장면
http://tvpot.daum.net/v/vc165OAtoOAvOttYA0OOv7O
정코스대로 3.8km를 수영해도 1시간 40분인데, 600m를 줄인 3.2km를 마쳤어도 소요시간은 똑 같다
내 뒤로 한 50명이나 남았던가
어따~ 내가 선수도 아니고 할일은 다 하면서 아주 느긋히 싸이클 준비를 하고 출동이다
출발점에 물이 남아 있는 사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40km 지점까지는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콜라를 마시고 싶은 욕구와의 싸움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펼쳐지는 해안가 라이딩 길은 또한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환상이다
헌데 70km 지점에서 시작된 맞바람, 내 차라리 밤머리재를 두번쯤 치고 올라가는 경우를 택하리라
겨우 90km 스페셜 푸드 지점에 당도하여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깐포도 통조림을 선채로 비우다
그리고 올해는 특별하게 제공되는 전복죽 한 사발을 억지로 밀어 넣었다
콜라 두어잔 연속으로 들이키고, 낭중에 차 있는 민원을 해결하고 신속히 출발하니 그예 3,400백명은 추월한 듯 하다
점심 먹고 15km 쯤 진행하니 돈네코 언덕이다
많은 이들이 싸이클에서 내려 끌고 걸어 오른다
하지만 저 짓도 해보니 힘들기는 마찬가지더라
끝까지 저어 올랐다
125km와 135km 구간에서의 환상적인 라이딩, 정말 이 맛이야 싶을 지경이었고 그 전에 닥친 모든 힘겨움들이 일시에 해소되고도 남을 스릴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다시 찾아든 맞바람, 많은 이들이 이번에 그 바람에 져서 경기를 포기했거나 시간초과 당했을 터이다
여차저차하여 싸이클을 마치니 디엔에프까지 불과 40여분 밖에 안 남았더라
나도 나이 더 들면 시간초과 당할수도 있겠구나 여겨지던 순간이었다
싸이클복으로 그대로 뛸까 하다가 아예 홀라당 벗고 깔끔하게 런복으로 갈아입고 주로로 나서다
좋아하는 토마토가 보급소에 천지로 있으니 일단 기분이 좋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물을 전신으로 뒤집어 쓰고 뛰기로 한다
에피소드,
1회전때 마주친 호박성님이 '얌마~ 너 눈돌아 갔다~' 하길레,
좀 뛰다가 만난 경찰아저씨 코앞에 서서 물었다
'아저씨~ 저 눈돌아 갔습니꺼~'
아저씨 아주 진지하게 살펴 보시더만, '아니~ 아직 안 돌아 갔습니다~'
한바퀴 14km를 돌아,
진주철인클럽 자체 보급소에 이르니 남은 힘이 하나도 없다
금요일 수영탈진과 몸무게를 6kg이나 뺀 여파와 경기날 악조건의 수영상황과 싸이클 맞바람이 합쳐져 나의 다리를 잡아끈다
여기서 포기 할란다 하니 진표성님이 자기가 무슨말을 못해 주겠다 한다
일단 맥주 한캔을 달라니, 그래 이거나 마셔보고 우짤란지 생각해 보자 한다
맥주 한캔을 단숨에 마시고 아스팔트에 큰대자로 누웠다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순간,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의 돌아가는 입꼬리가 연상된다
아무말없이 일어나 아무말없이 주로로 나가 그대로 뛰었다
헐~
의지로 되는 건 한계가 있다
요는 힘이다
술꾼이 맥주를 한잔 마시니 어데서 그런힘이 나는지 어따 빨리도 달렸네
두바퀴째는 내도록 그 생각만 했다
'가자마자 맥주 두캔 마시고 3회전 뛰어야지~'
그런데 2회전 들어가니 진표행님이 안보인다
어따 클났다 싶은데 어디선가 부동만 성님이 뿅하고 나타나시더만 안부를 묻는다
안부고 뭐고 맥주부터 청하니 냉큼 반환점 돌고오는 동안 사 놓겠단다
맥주를 사 일부러 저쪽으로 마중오신 동만성님이랑 정답게 주로에 앉아 맥주를 들이키다
허지만 아까까지는 속으로 들어가던 맥주마져 안 들어간다
뛸라모 묵어야제
억지로 한캔을 마시고 다시 3회전으로 접어들다
겨우 피니쉬 라인을 밟았다
이번만큼 눈돌아간 경기는 여태 없었다
마지막 관리가 참 중요하다
두서너달 열심히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일주일 금주가 못지않게 중요할 수도 있다
다음 경기는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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