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삼형제가 길을 나섰다
영관은 이번에 덕산재에서 삼도봉을 넘어 우두령에 이를 차례라는데 건 네번이나 지난 코스다
내가 선뜻 내켜하지 않으니 자기 혼자서는 두구간으로 계획한 버리미기재~이화령을 당일치기 하자 한다
올커니~
오랫만에 구왕봉에서 희양산을 바라보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구왕봉에서 잠시 내려오면 있는 그 조망처를 너무 좋아한다
이런저런 계산을 하다가 전날 문경온천에서 자고 아침 일찌기 택시 따위를 이용하여 버리미기재에서 시작하자 하다
진주서 출발해 무주리조트에 들러 영관을 태워 문경으로 가고자 하였다
형이 운전대를 잡았기로 조금 불안해 하면서도 졸음을 견디지 못해 잠에 빠져 들었다
한참 잘 자고 있는데 뭐가 쿵하고 큰소리가 난다
눈을 떠 보니 졸음운전으로 앞차를 받았고 우리차는 거진 폐차 수준이다
요즘 우리나라 행정 시스템이 참 잘돼 있다
앞차 기사가 너무 놀라하기로 119 부르니 경찰은 부르지도 않았는데 두대나 먼저 출동이다
이어 보험사 직원 오고 렉카차 오고 마지막으로 무료라면서 정비소 렌터카도 온다
형은 생각도 없이 진주로 돌아가잔다
'뭐할라꼬~ 진주로 돌아가서 부서진 차 쓰다듬고 있을라꼬?'
렌터카 몰고 무주로 가서 영관에게 키를 넘기니, '그 정신에도 산에 오나?' 한다
문경에 이르니 선녀가 넓고 따뜻한 방을 미리 잡아 두었다
그리곤 추천하는 맛나다는 고기집에서 소주 일잔으로 가볍게 회포를 풀다가 일찌기 잠자리에 들다
04:05
모텔앞에서 선녀를 만나 버리미기재까지 택배를 받았다
선녀가 오빠왔다고 새벽부터 고생이다
고갯길이 험해 중간에 보리(버리)를 먹여야 말이 재를 넘는다고 버리미기재라 한단다
들머리를 못 찾아 잠시 주춤거리니 마침 손님과의 약조로 그곳에서 기다리던 택시기사분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
장성봉 오름길엔 숨통이 트이는 몇몇 조망소가 있잖은가
나는 별로 힘도 안들더만 뒤따라 온 두사람은 숨이 턱먹 막히더란다
여하튼 50분 만에 장성봉에 서서 도상거리 33km의 산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다
희양산 너머로 햇님이 떠 오르려나 보다
장성봉에서 조망에 빠져 있다가 진행로를 헷갈려 하니 동생이 핀잔을 준다
'아니~ 두번이나 지나 갔으면서도 길을 모르나~'
쩝...
나는 한번 가보고도 길 잘 찾아 다니는 사람들 참 신기하더라
이 구간의 특징은 온톤 그늘사초 평원이 많다는 게다
제대로의 지절에 지나가면 그 구경꺼리가 제법 되는데 이번엔 시기가 좀 빨랐다
딸내미들과 지나갈 때는 제대로 구경 삼았는데 말이다
다만 조망이 그리 나쁘지 않은 아침이니 그걸로나 족하자
정상부가 멋진 악희봉이다
언제 여가가 되면 저곳 정상에 집을 지어놓고 하룻밤 유하고 싶다
내도록 은티마을이 보이니 힘든 자 딱 그만하기 쉽다
배너미평전 쯤에서 형과 영관이도 그만 하자는 걸 겨우 꼬드겨 나아가야 했다
주흘산, 월악산 방면
지나온 장성봉 방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 방면,
그러고 보니 이 구간은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선이로구나
개인적으로 괴산은 산이 많아 좋다
3시간쯤에 구왕봉에 이르다
오늘 12시간을 계획 했는데 이때 페이스라면 무난하리라 하였다
헌데 형은 배타는 사람 이자너
일년 대부분을 바다위에 있다가 마지막에 좀 힘들어 했지만 끝가지 걸은거 보면 대단해
산은 타고 나거나, 어릴때 둘이 나무를 많이 다녀서거나 그럴거야
구왕봉 조망처,
평소 산 좀 탄다는 영관이 제일 헤멘다
퍼질러 앉아 족발 겻들여 막걸리 한사발 맛나게 하다
저 아래 스님들이 열심히 공부하시는 봉암사,
건데 은티재에서 봉암사로 내려가는 계곡이 정말 죽인단다
가다가 들키면 싹싹빌고 올라 오거나 우회하면 될 것이고 인연이 되면 한번......
지름티재엔 쉬이 영문을 알 수 없는 건물이 두채 있다
왼쪽은 산불 감시초소도 아닐 터이고, 행인들 감시초소인가
그리고 울타리안에 기도채도 아니고 감시자 숙소도 아니고 여하튼 없던 건물이 둘 있다
개인적으로 구왕봉 내림길이 더 힘들더라
나는 아침꺼리 더마는 대야산 구간도 딸들과 한 경험이 있는 형은 희양산 오름길을 꽤 쳐 준다
영관도 저 아래 어디에서 고드럼 하나 따 먹지 못했으면 못 올랐으리라 엄살 떤다
배너미평전 바로 옆 계곡엔 예상외로 너무나 차거운 물이 흐러더라
그 계곡에 물이 마르면 오른쪽으로 한이십분 내려가야 하는데 말이다
딸내미들과 그곳에서 야영하며 계곡까지 걸어 내려가 샤워하고 온 기억이 새록하더라
혼자 그 생각을 하며 두사람을 기다리니 십여분이나 지나서야 온다
둘이 지도를 꺼내 놓고 은티마을로 탈출할 모의를 했는 모양이라
못들은체 하며 내쳐 올랐다
건데 이름도 없는 봉우리가 뭣이 그리 가팔라
둘은 자꾸만 뒤쳐지길레 이만봉에서 먹을 계획이던 점심을 양지바른 아무곳이나 찾아 먹고 가기로 한다
형과 영관은 다시 돌아서 은티마을로 빠지잔다
'일단 밥 묵고~~~'
비상식으로 한병 남기고, 두병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살살 꼬드기니 내 말이 맞기는 맞거덩
이 자리에 서서 보면 이만봉에서 백화산을 휘감아 황학산으로 빠지는 대간 마루금의 기운이 너무 좋다
말 그대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저 저리로 가면 조망과 기운이 너무 좋은 바위가 있으니 그리로 가 남은 막걸리 한병 맛나게 나눠 마시고 가자 하다
이건 남부지방엔 잘 없는 현호색인가
꽃이 너무 풍성하다
어느 바위밑에 너무나 앙증맞게 뭉쳐 피어 있더라
올해 노루귀 처음 본다
그리고 이만봉 오름길엔 복수초 군락이 있다
여태 본 중에 제일 무리지어 있더라
당초 계획은 오늘 버리미기재~ 이화령 끝내고,
내일 여력이 되면 이화령~하늘재 마저 이어놓고 가자 하였다
오늘 해질때까지 이화령에만 가도 성공이겠다
백화산, 황학산, 조봉을 자동 모드로 돌아 힘겹게 이화령에 이르다
늘 그렇듯이 이화령 마지막 길은 너무 지루해
그늘사초라도 피어 있으면 제법 정겨운 길인데 말여
여하튼 그 걸음에 12시간 15분 만에 날머리에 닿았으니 잘한 편이다
이화령 고개마루에 작년인가 동물 이동통로 짓고 있었지
대간 한다고 열번 가까이, 자전거로 두번이나 넘었는데도 괴산과 문경의 방향을 못잡아 까딱했으면 연풍택시 부를 뻔 했다
선녀에게 전화로 작별을 고하고 김천으로 가 1박하고, 새벽길을 달려 무주로 진주로 남해로 헤어지다
다음번엔 지리산 한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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