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중추절 지리산

객꾼 2012. 10. 2. 16:06

아재님이랑 구절초가 추석날 천왕봉 가잔다

나는 양가부모 네분이 다 생존해 계셔서 효도해야 하기 때문에 가기가 어렵다 고사했다

그라모 작년 추석에는 우째 갔냐 한다

작년 추석에 내가 두 사람과 천왕봉에 갔던가?

 

요즘은 최근의 일은 잘 생각이 안난다

아재님의 말을 빌리자면 술을 너무 마셔서 뇌구조가 아주 간단해진 단기성기억상실증이란다

더 심해지면 치매가 온단다

자꾸 언급하기에 술맛 떨어지니깐 다음부터 고만 하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집에서야 이틀밤을 잤으니 추석날 좀 빨리 나서도 덜 미안한데 처가집이 문제다

마누라가 어차피 마실 술 그냥 지리산 꼭대기에 가서 마시란다

처가집에 들러 10분만에 나설라니 좀 미안터라

뭐하러 이리 빨리 올라가는지 말 안해도 이미 다들 아시니 별다른 변명 안해도 좋긴하다

 

 

 

 

 

차량증체가 있어 약속한 시간보다 약간 늦게 당도하니 아재님이 집근처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얼매나 급하시면 대문앞에까지 차를 몰고 따라 오셨다

지나는 길에 대충 장을 보고 중산리로 가는 중에 절초를 태워 순두류에 이르니 아직 한시가 못 되었다

아재님은 무슨 재주로 매번 순두류까지 차를 올리실까

 

매표소앞에서 직원과 대화하고 차로 돌아 오시는 모습이 참 순진스럽다

꼭 무슨 자랑거리를 자랑못해 애타는 아이 표정이다

 

산길에서의 이런 문화는 참 좋은 현상이다

나도 재주가 있다면 곳곳에 이런 거 조각해 놓고 싶다

 

 

 

 

 

 

 

별 생각도 없이 올랐는데 지리산은 이미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재님 말을 빌리자면 이번주가 절정이리다 하신다

 

 

 

 

 

 

 

주능으로 구름 넘는다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운해가 흐트러지지 않았을 터인데 아쉽다 

 

 

 

 

 

 

 

 

 

 

 

 

 

천왕봉도 구름에 가렸다 모습 보였다 반복한다

 

 

 

 

 

 

 

내 구절초 사진중에 제일 잘 나온 사진이다 싶다

다리 길이는 한정되어 있는데 길게 보이거로 찍어주라니 내보고 우쩌란 말인고

 

 

 

 

천왕샘에 이르니 물이 너무 쫄쫄쫄 흐른다

절초보고 물 받고 있으라 하고 박지로 이르니 두 처자가 마주 내려온다

한사람은 만나기로 약조한 사람이라 하고, 다른 사람은 그이의 일행이다

시집도 안가고(못가고로 표현하고 싶지만) 명절이면 산으로 헤매는 소위 구절초파다

 

한사람은 쬬이라 하고 한사람은 자기 닉넴도 잘 모르길레 잠시 생각하다가 남릉이라 지어줬다

남릉...

그 닉넴이 생각할수록 멋지구먼

 

남릉과 쬬이와 구절초는 텐트로 스며들고 아재님과 시간을 더 쪼우다

염불에 봄날은 간다에  여하튼 눈까리 돌아가고 나서 달이 좋다며 텐트에도 안들어가고 앉은 자리에서 노숙을 했다

 

 

 

 

 

역시 노인네는 잠이 없다

(자기보고 노인네라 캤다고 좀 있다 전화올지 모른다)

어차피 일출도 없더만 조금 더 잤으면 좋겠는데 일어나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신다

그래 일없어 심심하면 밥이나 좀 하시라 하니 아주 순한 양처럼 아무말 없이 밥을 하시더라 

 

 

 

 

왼쪽이 진주에 사는 남릉이고, 중간에 구절초, 그 왼쪽이 대전에 사는 쬬이다

쬬이는 참 순진하다

내 짐 싸는 거 곁에서 물끄러미 보고 있더니 '검도 하세요?' 한다

웬 검도?

아하 후지산에서 주워온 지팡이를 목도로 알았는 갑다

아니 그럼 검도하는 사람들은 산 다닐때 목도 짚고 다니나?

 

 

 

 

 

 

 

 

상봉 인증샷

 

 

 

 

 

 

 

이후 구절초는 주능을 종주하리라며 세석 방면으로 나아가고, 두 처자는 중산리로 하산하고, 아재님과는 중봉 방면으로 나아가다

구절초는 4일까지 휴가라 산에 더 있을거라 하는데 '외로워서 힘들걸' 하였난데 역시나 그날 거림으로 내려 왔단다

그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그 미친것이 오늘 또 왜 마저 걸어야 겠다고 다시 갔을까? 

 

 

 

 

 

 

 

 

중봉에서 보니 천왕봉이 붉더라

 

 

 

 

 

 

 

 

 

 

 

 

 

 

황금능선과 왕산과 필봉까지

 

 

 

 

 

써레봉에서 상봉

'행님~ 써레봉이 왜 써레봉인지 압니꺼?'

'몰러~'

'산청에서 보면 산 능선이 농기구 써레처럼 오목조목 하다고 그래 이름 한답니더~'

맞는 이야깁니꺼?

 

 

 

 

 

황금능선으로 따라 내려 오는 길,

이번 태풍으로 여러 나무가 쓰러져 등로를 막아 불편한 곳이 몇군데 있다

그 나무 다 썩을때까지 그 길 어지간하면 안가야지

 

느진목재(난 또 늦은목재로 들었네)에서 학습원으로 빠지는 길은 처음 걸어 봤다

그 길도 어지간하면 안가야지 

 

거진 날머리에 이르니 산청군에서 조성한 제단이 있다

지리산신 제단으로 되어 있네

이것도 처음 알았군

 

 

 

 

앞서 걸어시는 정경이 좋아 한컷~

 

이후 순두류에서 남릉과 쬬이를 다시만나 용궁식당에 이르렀다

기종이가 헤벌레하고 추석 안부를 묻길레

'기종아~ 여기 다 아가씨다.. 하나 골라 장가가라~'

그놈 순진한거 알아야 재밌는 장면이 된다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내 다음주 장가 가는데 무슨소리 하십니꺼~' 그래요

'진짜가?' 했드만 청첩장을 하나 갔다 주데

 

이래저래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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