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인,희라

희인이랑 밷시랑 지리산 종주

객꾼 2013. 8. 26. 14:25

0 일짜 : 2013. 8. 24~25

0 동행 : 희인, 밷시 밀럴

 

 

요즘 안내산행 요청이 간간이 들어오는구만

다 거절 할수도 없는 사람들이라

지리산 종주를 하고 싶다는 미국 처자가 있으니 한번 데려가 달라는데 우쨔

일단 말이 통해야 말이지

나보다 훨씬 나을 거 같은 희인이를 꼬드겨 같이 가기로 하다 

 

금요일 저녁 벗 정교수를 대동하야 미팅을 했다

내일(토요일)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는데 코스를 좀 줄이면 어떻겠냐며, 당초 계획과 거림으로 올라 세석에서 숙박 후 일요일 천왕봉 찍고 내려오는 코스를 비교 설명했다

가만히 보고 있더니, 그럼 토요일 거림에서 올라 세석에서 자고 일요일 성삼재까지 가는거는 어떠나교 반문한다

딱 보니 그 생각을 알겠더라

그래서 '레인~, 노 프로블렘, 렛츠고~' 하니 고개를 끄떡이며 크게 웃는다

나는 말이 되나 안되나 외국인 공포증은 없다

 

토요일 04시,

이교수님의 차를 낯익은 학생이 몰고 집앞에 나타났다

간간히 비가 뿌리고 있다

남강가 호텔로 가 밷시를 담아 싣고 성삼재로 출발한 시각은 4시가 조금 지나서다

 

가다가 보니 비가 장난이 아니다

'임마~ 밷시야~, 우리 그냥 거림으로 가서 천왕봉으로 돌면 안되겠냐' 하고 묻고 싶었지만 말이 되어야 말이지

희인은 난생 처음 외국인과 독대한 바라 '안녕하세요~' 이후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그래 내가 '이놈의 가시나~ 돈 많이 들여 영어공부 시켜 놓았더니 입을 꼭 다물고 있냐~' 하니

밷시가 분명히 그 말을 알아 들었는 모양이라

죽는 듯이 웃는다

 

성삼재에 이르니 정말로 비가 장난이 아니다

헌데 허걱~,

내 분명히 어제밤 비옷에 대하여 신신당부를 하며 묻고 또 물어 다짐받아 놓았던긴데 입고온 비옷 꼬라지 보소

속옷 홀딱 벗겨서 그것만 입혀 한 일이분 비 맞혀 사진 찍으면 그것보다 야한 포르노 없을만치 한 옷이다

하늘이 도우신 겐지 성삼재 그 등산점에 문이 열려 있다

5천원짜리 마침 맞은 비옷이 있다

 

'밷시~, 유 (입고 있는 비옷을 만지며) 얼라이브' 하니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는 모양이다   

'니는 이것땜에 산 줄 알아라' 라는 뜻이다

혹시나 모르니(폭우로 산행통제 할까봐) 학생을 그 자리에 한시간쯤 대기하다 출발하게 하고 그럭저럭 산행 시작이다

 

<폭우로 인하여 영신봉에서 사진 처음 찍었다>

 

 

 

다행히 노고단에서는 아무런 제지가 없다

마음 변하기 전에 신속히 통과~

연하천으로 이어지는 길에 비가 장난이 아니다

등산로가 강이 될 지경이다

 

나랑 밷시랑 대화방식을 보자

나 : (눈을 크게 뜨며) 와우~(비 진짜 많이 온다 그쟈?)

밷시 : (내보다 눈을 더 크게 뜨며) 와~우(정말 비 많이 오네요~)

그래 놓고 둘이서 실컷 웃는다

 

연하천에 이르니 10시30분, 난장이 따로 없다

배고프다 노래를 부르던 희인은 그 상황에서 라면이 먹고 싶단다

할 수 있나

대피소에서 라면 2개 사서는 끊이고 먹는데 정말 욕 봤다

미국식 식사는 참 편하다

참치 통조림 하나, 맛동산 한봉지 뜯어 먹더만 끝이다

밥을 먹고 있으려니 기상청 호우경보 발령으로 인하야 08시부터 입산통제 되었으니 모든 등반객은 신속히 하산하라는 멘트다

 

대충 진행 하다가 음정으로 하산할 여정이었다만, 그 멀리서 지리산 종주할거라 온 벧시가 안됐다

일단 벽소령으로 직진~

13시 벽소령 도착, 예상대로 바리케이트 굳게 닫고 통제다

애원 해봤자 소용 없다는 거 안다

다른건 몰라도 소시적 희한하게 허들 뛰어넘기는 재밌데

희인과 밷시에게 눈짓 후 그들이 눈돌린 틈을 타 쏜살같이 달려 단숨에 게이트를 뛰어 넘다

밷시가 뒤따라 넘고, 마지막으로 희인이 따라 붙는다

안전지대로 접어든 후 밷시의 그 환한 표정을 보지 않고서 남들이 그 행위를 책망한들 어쩔 수 없다

 

세석산장,

미리 예약은 해 두었다만 호우경보와 동시에 모든 예약은 취소 된다는 걸 연하천에서 이미 들었다

셋이 직원앞에 섰다

'어느쪽에서 오셨습니까?'

'벽소령에서 왔습니다'

'(분명이 통제였을 텐데) 어떻게 왔죠?'

그후 13시 40분에 호우경보가 해제되었다는 말은 지나는 산객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다른 거짓말을 딸 앞에서 할 수 없었다

'죄송합니다. 반칙을 좀 썻습니다. 게이트를 뛰어 넘었습니다'

직원의 입이 살짝 돌아가려는 순간, '저~ 어쩌고 저쩌고~'

이제부터 국립공원 말 잘 듣고 사이좋게 지내야 겠다

세석소장님 너무너무 감사 드립니다

 

 

 

일본북알프스의 여운이 남아 있었던지 우리 일출도 당연히 05시 인 줄 알았다

준비시켜 04시 30분에 출발하여 촛대봉에 이르니 아직 여명도 없다

05시면 일출을 볼 수 있다고 전날 알린 바인데 잠시 뻘쭘하데

아빠가 일본하고 잠시 헷갈렸다 하니 우리 희인이는 어떻게 그리 빠른 속도로 혀를 찰 수 있는지 궁금하다 

 

한참이나 걸어 연하봉을 넘으니 여명이 있다 

구절초 사랑스러운 순간이다 

 

 

 

전날 하루종일 비가 왔기로 오늘 운해와 일출은 죽여 줄 것이라 생각했다

헌데 하늘위는 온통 먹구름이다

어쨌거나 저쪽에서 여명이 있다

일출봉 능선과 만나는 곳으로 급히 달렸다

 

 

 

 

 

해는 벌써 떠올라 구름과 뒤섞여 있더라

우리가 그 악조건에도 주능 종주를 할 인연은 있었어도 기억에 남을 일출장면을 볼 운은 없었던 모양이다

한참이나 이리저리 살피며 혹은 간식 따위를 먹으며 그 평원에서 소일하다

 

 

 

 

 

 

 

반야봉 방면

 

 

 

 

벧시는 화장실 갔나

외국인을 지리산에 데리고 올 때 가장 걸림돌이 화장실 청결 문제다

차에서 올때 희인이 보고 미리 그 이야기를 해 두라 하였다

 

어제 호우경보로 출입통제 였던바라 장터목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

세석산장에서도 그 넓은 2층에서 나 혼자 잤으니 말이다

이곳에서도 우리는 누룽지 끊여 먹었는데 밷시는 과자 몇조각, 내가 준 복숭아 하나 먹고 만다

 

 

 

 

비가 오지 않으니 카메라를 꺼내들고 뭐가 그리 찍을게 많은지 한참이나 뒤쳐져 찍어댄다

아마~

밷시는 미국 어느대학(대학명을 안 물어봤네)에서 곤충을 전공하는 연구교수란다

 

완전 백인은 아닌듯하여 그 계통을 물어보니,

독일계, 프랑스계 짬뽕에 체르니계가 조금 섞였단다

체르니는 인디언 계통 아니냐며 내가 아는체 하니 크게 끄떡이며 그렇단다

인디언은 우리하고도 약간 피가 섞인 걸 아느냐니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면 밷시하고 우리하고 같은 핏줄이가?

 

 

 

 

 

일본인하고 같이 있어보면 행동양식이 전혀 다른데 미국인하고 같이 있어보니 통하는 데가 많다

캔맥주를 다 마시고 난데없이 일어나더니만 땅에다 놓고 콱 밟아 버리는 거 하며,

산길 가다가 쉬야가 마려우면 주저없이 산속으로 들어가 처리하고 나오는 거 하며,

할말 있으면 뱅뱅 안돌리고 바로 해버리는 거 등등이 그렇다

 

 

 

 

밷시 너 가이드 제대로 만나 지리 종주 한 줄 알아라

나중에 끝나고 나보고 '고마워~' 라고 말하던데 그 말에 진심이 묻어 있는게 느껴지더라

공단에서야 뭐라캐도 욕 들을 생각이었고 이 처자에게 나는 꼭 지리산을 걷게 해 주고 싶었다

 

 

 

건데 확실히 우리때 하고는 영어공부가 좀 다른 모양이다

희인은 벧시가 하는 말 90% 이상은 첫말에 다 알아 듣는 듯 하고, 잘 못들었거나 모르는 건 다시 확인하여 의사소통엔 전혀 문제가 없다

생각보다 우리 희인이 영어 잘하더라(험~)

 

반면 나중에 집에 와서 제 엄마랑 이야기 하는 희인이 소리 들어보니,

아빠랑 벧시랑 무언가에 대하여 서로 열심히 토킹하고 있더란다

우리 아빠가 영어를 저렇게 잘하나 싶어 가만히 들어보면, 벧시는 어제 영신봉에서 들은 귀신 이야기 해 삿코,

아빠는 촛대봉을 가리키면서 비박이야기를 하고 있단다

그러면서 둘이서 웃고 손바닦 치고 난리도 아니란다

 

여하튼 희인이 데리고 가서 의사소통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분위기도 어색하지 않아 다 좋았다

 

 

 

 

 

주능

 

 

 

 

 

그러고 보니 두어달 만에 지리산 갔나

등로 주변으로 산오이풀이 많이 피어있고 보기에 참 좋데

많이 군락을 이루면 좋겠다

 

 

 

 

 

상봉에 사람 없어 좋다

줄을 지어 순서를 기다려 기념촬영 이랍시고 하지 않아도 좋으니 말이다

해가 오를수록 하늘은 완연히 벗겨져 간다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란다

시방 우리 나이로 서른 셋이라 하였고 2년후에는 결혼 할 예정이라 하였으니 그것도 잘 되고~

 

 

 

 

 

 

지리산 꼭대기에 핀 구절초와 쑥부쟁이

 

 

 

 

 

그렇게 30분 넘게 놀았다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란가 모르겠지만 벧시는 늘 그렇게 사람이 없고, 늘 그렇게 여유작작하며 소일할 수 있는곳이 지리산 피크인 줄 알고 살리라

 

 

 

 

 

 

 

 

예의상 중봉 방면도 한번 담다

 

 

 

 

 

 

하산하다

 

 

 

 

 

희인은 먼저 내려 가고 있겠다며 내쳐 나아가고 밷시랑 법계사에 들렸다

지리산 등반하면서 절간구경도 겻들여 주고 싶었다 할까

우리끼리 가면 어지간해서는 들리지 않는 곳이다만~

 

 

 

 

 

법계사는 한창 무언가 불사중이다

유래를 적은 안내판에 500년경에 연기조사가 세운 절이라 되어 있기로 내심 자랑스러웠다

철심을 진열한 곳에서 아주 모자라는 영어로 그 사연을 설명하려니 가만 듣고 있더만 손을 펼치며 뿌앙~하냐 한다

폭탄으로 아는게다

혼자소리로 누구 설명할 사람 없냐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는데, 예전에 민주당 정국구 국회의원도 하셨고 시방은 경기도 모 대학 교수라는 분이 마침 설명을 잘 해 주신다

요즘은 자주 일인들에 대하여 진저리 칠 일이 생긴다 

 

 

 

 

순두류에 이르니 10시 30분 버스가 1분의 차이를 두고 기다리고 있다

운 좋은 일인데도 내심 서운하더라

2,30분 후에 버스가 있었으면 저쪽으로 가 알탕 한판 때리고 올 것인데 말이다

 

탐방소에 이르니 이교수님 기다리고 계신다

덕산으로 돌아 기사식당서 한 끼 먹고 진주로 잘 내려왔다

미국 처자는 월요일 제주도로 가 자전거로 텐트 싣고 한바퀴 돌고, 다음주쯤 설악산에도 가 보고 싶단다

나보고 같이 가자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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