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國旅行, 山行

2014년 10월 일본 북알프스 산행기(전편)

객꾼 2014. 11. 11. 10:08

산행일시 : 2014. 10. 3(금) 07:00 ~ 10. 12(일) 18:00, 9박 10일

□ 산행코스 : 馬場島 登山口(밤바지마 등산입구) ~  剱岳(츠루기다케) ~ 立山(다테야마) ~ 真砂岳(마사고다케) ~ 獅子岳(샤쿠시다케) ~ 藥師岳 (야쿠시다케) ~ 黑部五郞岳 (쿠로베 고로우다케) ~ 三俣蓮華岳(미츠마따 렌게다케) ~ 双六岳 (스고로꾸다케) ~ 引折岳(요미오리다케) ~ 笠ケ岳(카사가다케) ~  槍見溫泉 (야리미 온천) 하산 - 富山(도야마) 시내로 이동 

동      행 :  pk산장님, 프리덤님, 뚜버기님, 조건우님, 호박씨님, 객꾼, (장군봉님 중도 귀국)



2006년 어떤 계기로 일본 북알프스에 발을 들여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만난 북알프스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산이 있냐는 질문을 하며 의아해 하는 바와같이 그 이전까지의 내 생각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첫해에, 적어도 열번은 일본알프스에 발을 디뎌보리라 스스로 약조했다

올 5월 산행까지 치면 열번이지만 건 종주개념이 아니었으니 생략하고, 이번까지 아홉번을 걸었다

북알프스 주요 5개 능선과 남알프스, 중앙알프스, 후지산까지 걸어 보았다

이제 미답의 길은 없으나 북알프스를 한번에 종주해 보고 싶은 마지막 미련만 남아있다

내년엔 니시호다카 능선을 따라 호다카 연봉을 지나 시로우마다케 너머 바닷가까지의 190km 대종주를 해 보리라


이번 산행팀 구성에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제주도 홍도는 사업상의 형편으로 일찌감치 꽁무니를 빼는 눈치였고, 대구 호연 성님은 몸과 마음을 잘 갈고 닦고 있다가 난데없이 팔공산 내림길에서 바이크와 함께 장렬히 자빠링하여 몸 여러곳이 부러지고 망가져 눈물을 삼키며 포기하게 된 바이다

어느날 술자리에서 짐꾼 문제로 대걱정을 하고 있으니 뚜버기 넌지기 참여 의사를 밝히매 곧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여덟으로 팀이 구성되어 합동 연습산행까지 하며 착착 일이 진행되던 중에, 1주일을 남기고 경란이가 넘어질 때가 없어서 목욕탕에서 자빠져 인대를 크게 다치고 말았다 한다


또한 사람들이 이르기로, 일본에 화산이 터졌는데 건 상관없는 일이냐 한다

출발지와 하산지점 산장에 연락해 보니 전혀 상관없다는 말투다

일인들이 상관없다면 건 정말 상관없는 일이 맞다


출발을 이틀 앞두고는 우리가 가는 산으로 적지도 않은 태풍이 바로 관통을 한다는 예보다

일본 속담에도 나중에야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말이 있다

아직 오지도 않은 태풍은 만나서 해결하기로 하고, 7인은 기세좋게 도야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것이었다 


  

◎ 10월 3일(金) - 1일째(5:30)

▷ 인천공항 - 도야마 공항 - 택시로 馬場島 이동 - 마장도 산행시작 -  전망대 - 1920m 지점

- 07:00  인천공항 집결

- 09:22   인천공항 출발

- 11:12  도야마(富山) 공항 도착(* 택시로 등산입구로 이동) 

- 13:10  馬場島 登山口(밤바지마 등산입구),  점심

- 13:30  산행시작

- 15:50  展望台

- 19:00  고도1920 지점, 공터야영 



인천공항이 난리도 아니다

사전에 아시안게임 중이었기 때문에 대혼잡을 예상했어야 했다

배낭을 부치고 수속을 밟으려 줄을 서니 이건 뭐 30분에 10m 진행이다

십중팔구 비행기를 놓치리라 여겨져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공항직원이 맨 앞쪽으로 안내하기에 그리로 섰으나 그쪽도 혼잡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그날 승객들 비행기 많이 놓쳤으리라


신발까지 벗어가며 수속절파를 밟아 개찰구로 들어서니 어여 가란다

총알같이 달려 버스에 타니 일본인 두명이 있고 우리가 전부다

우리가 비행기에 오르자 마자 출발하는데 이미 12분이나 지연된 상황이다

우찌되었던 좌석에 앉고나니 다들 얼굴에 안도의 빛이 역력하다  


도야마 공항에 내려 미리 예약해둔 택시 두대를 만나 가는 도중에 가스도 8통 사고, 편의점에도 들러 도시락도 샀다

1시간 30분쯤 달려가니 밤바지마(馬場島)다

가랑비가 우중충하게 내리고 있다

등산입구 산행신고서 제출하는 곳에 내려준다

평소에 잘 안쓰는데 츠루기를 지나야 하니 혹시나 싶어 자세하게 적어 제출했다

 

 


이후 잘 설치되어 있는 취사장에서 사 가져간 도시락을 나눠먹고 출발이다

당초 저가 제주항공을 이용하여 나가노 공항에 도착, 대중교통으로 도야마로 와서 그곳서 다시 택시를 타고 밤바지마에 이르러 1박 야영 후 산행을 시작할 여산이었는데 제주항공 표가 매진되어 도야마로 온게 차라리 잘 되었다

첫날부터 산행을 시작할수 있으니 하루를 버는 셈이다

다만 하야츠키 산장(早月小屋) 도착이 늦었다고 구박이나 안 당할까 그것이 걱정이로다 


자~

즐겁게 시작해 봅시다요





이번 산행의 가장 난제는 츠루기다케를 지나는 것이다

이곳 밤바지마로 부터 고도 2,300을 쳐 올려야만 비로소 츠루기 정상이니 알프스 중에서는 최고로 쳐 올리는 구간이다

아따~

프리덤 누야가 앞서서 어띠키나 내 빼던지 말긴다고 욕 보았네






우리가 어릴 때 수구나무라 하던 그 나무, 스끼다

허뜩 잘못보면 다녀와서 주목이라고 우길만 할 만큼 좀 닮았다

이 정도 자랄라면 몇년이나 지내야 할꼬~

 

 


장군봉님이 최근에 담석 수술을 받으셨단다

뇨관 호스 뺀지가 3일 전인가 란다

항차 못 오실 형편이었는데 경란이 마져 저렇게 빠지고 나니 도저히 못 가겠다 말을 염치가 없어서 못 하시겠더란다

하여 차츰씩 뒤쳐지시더니 어쩔땐 제법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뚜버기가 반찬 따위를, 내가 쌀을 덜어 드리매 그 무게만도 제법 수키로는 넘겠더라

프리덤 누야는 소문대로 힘이 장사시니 앞에서 성큼성큼 내 빼신다

그러다,,

자연스레 대오는 뚜버기와 호박씨와 나,

그리고 pk성님과 프리덤님과 장군봉님, 건우로 나누어 진행 되어진다

건데 그 대오가 장차 4일이나 연장 될 줄이야 그때는 미처 짐작하지 못한바라


선두조로 우리가 앞서게 되었는데 진행하다 보니 힘이 딸린다

더군다나 가랑비 였기로 출발점에서는 우의를 입지 않았었는데 차츰씩 비도 강해지거니와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엄습해 오는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어느 지점에 셋이서 멈춰 우의로 갈아입고 서울서 남겨온 매운 닭발에 소주 서너잔씩 나누었다

 

나아가다 보니 이미 어둠이 찾아오기로 각자 렌튼을 착용코서 걸었다

어느 시점에 이르니 호박씨 힘들어 하는 기색이 보인다

산장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큰일이다

일곱시가 가까울 무렵 어느 지점에 이르니 넓은 공터가 있다

뚜버기 보고 물만 있으면 여기서 야영까지 가하리다 하며 그냥 지나쳐 나아갔다

이십여보나 나아갔을까한 시점에 뚜버기 물이 있다 한다 

급히 되돌아가 살피니 눈물샘이다

그나마 이리저리 파 놓고 보니 대충 물이 갇히는 형국이다


그래

오늘은 이 물이나마로 견디고 더 나아갈 상황이 아니다

일단 집부터 지었다

밥을 지으랴, 국을 따수랴 한참이나 분주한데도 후발팀이 도착을 아니한다

걱정이 나쁜 예감으로 이어질 무렵, 뚜버기 밥을 한그릇 퍼 주며 어여먹고 마중을 나가보라 한다

 

틀림없이 사고가 있으리라 여기며 먹는 둥 마는 둥 급히 먹고 길을 나서기 전에 고함부터 쳐 본다

다행히도 아래쪽에서 맞고함이 들려 온다

맞이하고보니 의외로 장군봉님과 건우다

프리덤님이 체력이 고갈됐단다

아까 우의를 입지않고 진행할때 말렸어야 는데, 저체온증의 초기증상이 오는 듯 입술이 파래 걷고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서둘러 내려가 보니 저 아래로 불빛이 깜빡여 온다

pk산장님은 내가 산장에서 부터 마중 나온 줄 아시고 감동을 많이 받았다 한다

그래도 200m 정도라도 대신 배낭을 받아메고 오르니 프리덤 누야도 좋아라 하신다

 

그렇게 첫날은 의외의 장소를 만나 집을 짓고 산행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제법 늦은밤까지 한잔 소주를 나누다가 다음날은 3시에 기상하여 출발하기로 한다

 

 

 

 

◎ 10월 4일(土) - 2일째(12:30)

▷ 1,920지점 - 早月小屋 -  剱岳 - 前剱 - 山莊 -  剱澤小屋

- 02:50  기상

- 04:10 산행시작

- 05:05  早月小屋(하야츠키 산장) 도착 

- 06:40  산장 출발

- 11:20   剱岳(츠루기다케)

- 12:50   前剱(마에츠루기)

- 15:50  剱山莊 (츠루기 산장)

- 16:40  剱澤小屋(츠루기자와 산장), 야영

 

 

 
우리가 야영한 지점이 지리산 피크보다 5m 높은 곳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나는 정말 푹 잤다

아무래도 꾸물거릴 선수가 있을상 싶어 약조한 시간보다 10분 일찍 기상나팔을 울렸다

예상한 바와 같이 장군봉님은 약조한 시각에 칼같이 맞춰 짐을 꾸려놓고 대기하신다

 

이후 주섬거리다 보니 출발시각이 조금씩 차이가 났다

뚜버기와 호박씨 더불어 어둠속으로 먼저 출발이다

산행 시작한지 한시간여 만에 하야츠키 산장에 도착했다

 

건우와 프리덤님이 이십여분 지나 도착하시고, 장군봉님이 우리 도착한지 한시간이 지나서야 산장님이랑 힘겹게 도착하신다

도저히 진행할 자신이 없으시다며 포기 의사를 비치신다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이 구간은 중간 탈출지가 거진 없다

왔던길로 되돌아 가거나 천상 츠루기다케를 넘거나 해야 한다

더군다나 안개비 심한 아침이라 암릉길 츠루기의 등로상태를 예상할 수 없고, 아직도 정상까지는 800 정도의 고도를 쳐 올려야 한다

 

먼저 도착한 우리는 이미 저체온증에 시달리고 있는지 오래다

추워서 준비해간 주먹밥은 언감생심 어여 움직이고만 싶다

그 차제에 pk산장님이 수프를 끊여 먹자며 장비를 펼쳐 놓는다

아따 솔직히 호박씨랑 뚜버기랑 내랑은 얼어 죽을뻔 했다

그 즈음 일본 북해도 토무라무시산에서 저체온증으로 8월에 10명이 얼어죽은 사고에 대한 보고서를 심도있게 읽는 중이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우리가 그 꼴 당할뻔 했다

호박씨는 아예 입술이 파래져 입이 돌아갈 지경이더라

 

 

 

 

그렇게 100분을 산장에서 대기아닌 대기를 하게 되었다

장군봉님은 정말 내려가셔야 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다같이 포기하고 내려갈 수도 없고, 공항까지 어떻게든 찾아갈 자신이 있으시다 한다

하긴 에베레스트도 오른분이니 우리나라 못 찾아가시랴

2만엔을 드리니 아주 호기롭게 주머니에 넣으시며 자기 걱정은 하지마라 큰소리를 치신다

 

그렇게 수프 한사발을 돌리고 나니 pk산장님이 아무래도 암벽이 미끄러울 이 날에 츠루기를 넘는것은 위험하지 않냐 한다

산장에 도착해서 주인장에게 아주 자세히 오늘의 일기상황을 물어 두었다

날이 맑아 진단다

태풍은 아직 3일 후에야 그 지역에 당도한다니 기어이 넘을라면 오늘 넘어야 한다

그리고 어여 빨리 몸을 움직여 추위로부터 벗어나고픈 마음뿐이다

걱정스레 장군봉님을 내려 보내고 출발에 즈음하니 이미 날도 밝아져 있다

 

 


 

이십여분이나 걸으니 비로소 호박씨 살아나 생리현상도 해결하고 그런다

날씨는 아직 안개속이다

허나 이 즈음엔 다른 걱정을 할 여유조차 없었다

다행히도 일본 산행객들도 많이 오르는 걸 보면 날씨가 좋아지긴 할 모양이다

 

같이 출발한다고 했는데 진행하다 보니 건우만 뒤에 간혹씩 보이고 프리덤님이랑 pk산장님은 꼬리가 확인 안된다

결과적으로 그날 츠루기 정상까지 우리 지난지 3시간이나 지나 도착했단다

그것도 2,300고지쯤에서 짐까지 버려가며 말이다

다들 너무 무겁게 짐을 싸 오셨다

하긴 뚜버기와 내 짐만도 35kg 쯤 되더라

내 짐은 호박씨 짐 대신 넣어주어 그렇고, 뚜버기는 그 배낭속을 보았어야 한다

온통 술이더만 

 

 

 


 

캬~

그 기쁨의 순간을 맛보았어야 한다

어느순간 안개가 사라지며 하늘이 열리는 거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제

 

 

 


 

 


구름바다에 산이 떠 있고 그 산에 우리가 있었다

허나 기온은 아주 오래토록 차더만







왼쪽은 赤谷山이라 하고, 오른쪽 먼산은 仙人山이라 한단다

높이가 모두 2,000m가 넘는다






이곳 하야츠키 능선은 츠루기를 오르는 주요 2개 등산로 중 한곳이다

12월부터 5월까지 이 능선을 오르고자 한다면 도야마현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드시 2인 이상에, 그 중 가이드 격인 사람은 츠루기 등반 경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단다

그 규정을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되게끔 도야마현 조례가 제정되어 있단다




 


 

고도 2,600 지점이다

산장에서 1.3km로 소요시간은 1시간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우린 1시간 반 남짓이나 걸렸다

일본지도에 표기된 시각이 대체적으로 나의 진행속도와 맞았는데 이  구간만큼은 훨씬 많이 소요된다

그 만큼 심하게 고도를 쳐 올린다는 것임이라





이제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1.6km다

2시간 소요된다 하였난데 3시간쯤 잡아 11시쯤이면 정상을 밟지 않겠다 예상한다

몇번이고 되돌아 보아도 후발팀은 보이지도 않는다

추위로 마냥 기다릴수도 없어 우린 그냥 우리속도로 나아가 정상에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곳에도 칭구루마는 흐드러지게 피는 모양이라

씨앗을 퍼뜨리려는지 꽃술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저쪽 츠루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小窓능선이라 한다

窓은 그 지역 사투리로 협곡이 만나 굽이치는 안부를 이름 한단다

지명도 小窓, 大窓, 三窓 이런식이다



 

 


 

아침밥을 수프 한사발 밖에 먹지않아 힘이 딸린다

호박씨랑 뚜버기는 오다가 중간쯤에서 어젯밤 준비해둔 주먹밥을 먹더라만 나는 입맛이 안돌아 안 먹었더라

대충 저 쯤에 퍼지르고 앉아 딱딱하게 굳은 주먹밥이나마 맛나게 먹었더니 새로운 힘이 생긴다 




 

 


저쪽 仙人山에서 이곳 츠루기까지의 능선으로도 등산로는 있더라만 일반적인 루트인지 클라이밍 루트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같은 사람이라도 진행해 올라면 욕 좀 보아야 할 길이지 싶다 

 

 

 


 

가기전에 이 구간에서 찍은 동영상들을 많이도 보고갔다

오르는 길도 제법 험난하리라 여겼는데 고도 쳐 올리기가 힘들어 그렇지 별스레 위험한 구간은 없다 
즉 클라이밍 기술은 필요없고 힘만 있으면 된다





 


그야말로 스바라시한 장면이다

 



 


 

호박씨야~

먼산 품다가 자빠져 구를라

발밑을 단디보며 걸어라

 

 

 

 

 

 

츠루기다케는 호다카연봉의 키타다케(北岳) 북벽과 함께 일본 암릉산행의 메카다

많은 클라이머들이 스쳐 지나간 곳이 저곳쯤이지 싶다

 

 

 


 


내는 이번에 장군봉님은 걱정 안하고 이 친구 걱정을 제일 많이 하고 갔었다

아직 검증이 안된 사람이니 산에 들어가 나 잡아 먹으소 카며 퍼져버리면 어쩌나 싶었다

더군다나 허리가 아프다면서 오전에는 정형외과에서, 오후에는 한방에서 침 맞는 일을 한달 가까이나 하고 있었제 아마
뭐 우쨌거나 끝까지 아프다 소리 안하고 잘 해냈어

 

 




 

드뎌 정상이 가까운 모양이다

저쪽산은 한국인들이 일본알프스 중에서 제일 많이 간다는 다테야마(立山)이다

그 뒤쪽으로 우리가 진행할 연봉들이 우뚝하다 

 

 




 

 

구름바다에 떠 있는 大日岳과 奧大日岳

奧大日岳은 일본 200대 명산으로 높이는 2605.9m이다

 

 

 

 

 

앞에 보이는 뾰족한 산들이 八峰으로, 위쪽에서 부터 8봉, 7봉 이런식으로 말봉까지 이어진단다

뒤쪽으로는 작년 우리가 진행했던 後立山 연봉이다

산은 그냥 보이는 거 보다 구름이 좀 받쳐줘야 훨씬 멋있다

왼쪽으로 白馬岳에서 카시마야리가다케까지 이어진다 

 

 

 

 

 

 

 

 하리노키다케 주변





 

 

다테야마 좌측,

멀리로 야리가다케가 보인다

다테야마란 산은 없고, 몇개의 산군을 모아 그렇게 부른다






츠루기다케의 높이가 2999m로 확정된 것은 5년전쯤이다

3003이었다가 3002도 되었고 그러다가 최근에야 정확한 GPS 측정으로 높이가 확정 되었단다

등산가에 의해서는 1907년도에, 영화로도 나온 일본 육군 육지측량부에 의해서는 1905년에 초등되었다

하지만 육지 측량부 등반 당시 정상에서 헤이안시대의 창날과 지팡이 석장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미 천여년전에 수도승들의 발길이 닿지 않았나 추정 된단다

 





구름바다 좋았다

산정에서 한참이나 머물며 이쪽저쪽을 즐기다가 하산을 준비하다

일본 알프스의 험산답게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다르다 




 

 

이제부터가 일이다

이번 산행은 이곳만 지나면 위험구간은 없다

다행히 날씨는 좋으나 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조심히 진행해야 할 일이다





이 지점이 제일 난코스다

호박씨 별 생각없이 앞세웠더니 제대로 헤멘 지점이다

도대체 길이 없단다

뒤에서 뚜버기마져 긴장한 목소리로 객꾼아 네가 앞서라를 연발한다

 

위치 바꾸어 보니 제법 스릴있는 구간이다

건데 발디딜 곳이 밑으로 있그마는, 자꾸 쇠줄이 쳐진 옆쪽으로 진행할려니 욕보지 않나 

호박씨 한테 끝까지 맡겨 두었으면 자칫 길 잘못들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뻔도 했겠다

인정하제^^~

 

 


 


나중에 프리덤 누야는 이 지점에서 자일 묶었단다
실제로 뚜버기 쫄고 있음.

뚜버기가 대체적으로 암릉에서 좀 헤메는 타입인데 그래도 이번엔 생각보다 잘 진행 하더만






 

이 지점만 지나면 그렇게 위험한 곳은 없다

그냥 잘 보고 조심스레 진행하면 다 그럭저럭한 곳이다

일본인들은 대체적으로 하니스로 자일 엮어서 진행하더만




 

건데 내가 밑에서 코스를 곰곰히 그려보니 애초 초등한 사람들 말이다

시방이야 쇠줄 치고 사다리 놓여 있으니 잘 잡고 그냥 내려 오거나 올라오면 되는데 장비도 시원찮았을 것인데 우째 올랐을꼬 싶더만
천년전에 그 수도승들은 정말 우째 올라갔을까 

아하~

저쪽 산장쪽에서 올랐으면 훨씬 쉽기는 하겠네

 

 

 



 

 

뭐 사진만 좀 그래 보이지 별 위험요소는 없는 곳이다





 

 

뚜버기 한번씩 발디딜 곳을 못찾아,

'어이~ 어디 디딜꼬~?' 하고 묻는 거 빼면 말이다

 





 

다테먀마로 구름 오르더라

이제 곧 우리도 구름 속으로 들어가겠구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다시 걷혀 주더만






 

 

내리고,






 

 

 

마에츠루기(前剱)로 오르다






 

 

마지막 암릉 내림길




 

요 앞산이 아마도 一服剱인 모양이다

잇뿌쿠츠루기는 한판 쉬고 가자 뭐 그런 뜻인 모양이다

아직 후발팀은 이 시간까지 정상에 오르지 못했으리라 여겼다

한편 구름이 덮여버려 조망을 즐기지 못할 그들이 안타가웠고, 잘 오고 있나 걱정도 되고, 사실 욕도 나오고 그렇더라 





 


 


一服剱에서 마에츠루기(前剱)와 츠루기다케(剱岳)를 되돌아 보다




 


 


저 구름속에 오늘 우리가 머물 츠루기자와 산장(小屋)이 있다

이미 오후 세시가 가까운데 아직도 저 능선이 남았단 말인가

여기서 보면 산장까지 갈려면 앞쪽 능선을 넘어 6부 능선쯤에 있는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지나온 一服剱,

사실 저 내림 비탈이 생각보다 힘들더만

건데 그 시각에 정상으로 향하는 산객들도 많던데 그들이 어둡기 전에 잘들 돌아 왔을까


 


 

햐~

이런 재수가 있나

애초 능선을 넘어야 할 줄 알았더만 길이 갑자기 샛길로 빠져주네

순간적으로 츠루기산장이 터억 나타나고, 저 저쪽에 오늘 우리가 머물 츠루기자와 산장마져 보인다

이 순간 정말로 기분 좋았어


 


 


이 순간을 자축하지 않을 수 있나

시간이 없나

술이 없나

사십분이나 푹 쉬며 맛나게 마셨단다




 

 

츠루기 산장을 지나다

그러니깐 저 능선을 지나야 될줄 알았던 길이 저렇게 밑으로 바로 빠져주니 얼마나 좋았겠나 말이다

하긴 후발팀들은 보이지도 않았으니 애초 그런 걱정도 필요 없었겠네 


 


 


츠루기 산장엔 텐트장을 운영하지 않으니 그예서 삼십분쯤 진행하면 있는 츠루기자와 산장까지 이동해야 한다
고산식물의 흔적들이 제법 남아있다

이곳은 때 맞춰 오면 천상의 화원 그 자체란다

온갖 야생화들이 지천일 그 모습이 다만 상상은 된다 

 

 

 

 

츠루기자와 산장에 이르니 텐트장은 무료로 운영 된단다

나중에 보니 산장에서 운영하지 않을뿐 도야마 경찰구조대로 추정되는 곳에서 요금은 받더라

물 정보도 없어 일단 2리터 4통을 한병에 900엔씩 주고 샀다

그리고 맥주도 몇통 사고 그랬다

그러다 혹시나 싶어 텐트장에 물이 없냐니 있긴 있는데 식수로는 권하지 못하겠다 한다

해발 2,500쯤에 있는 물을 못 믿으면 무얼 믿겠냐 싶은 마음이 들어 물은 도로 반납했다

결과적으로 4만원쯤 번 셈이다 





텐트를 쳐 놓고 일단 밥부터 하자 싶었다

우리도 많이 굶주렸지만 그들도 매한가지리라 싶었다

물은 너무도 깨끗했고 맛도 좋았다

이런물을 식수로 권하지 않는다니 별난 놈들이다

 

우리도 열두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지만 이미 어둑해지는 시각인데 그들의 도착이 너무 늦다

일단 한잔 간단히 걸치고 밥을 한그릇 먹고 홀로 마중을 나가보기로 한다 

츠루기 산장까지 나와보니 밤은 완전히 깊었다

고개를 내밀고 산길을 보아도 렌턴빛도 없다

 

혹시나 이곳에 자리를 잡았나 싶어 산장 안으로 들어가 방마다 뒤져 보았으니 없다

스슬 걱정이 되어 산장지기한테 혹시 오늘 츠루기다케에서 사고소식이 있었냐 물으니 없었다니 다행이긴 하다

그렇게 묻고 돌아 서는데 그들도 걱정이 되는지 자세히 물어온다

우리의 여정을 대략 설명하니 일단 사고소식은 없다며 몇번이나 반복한다





난감한 기분으로 그들이 올 산길을 바라보고 있으매 여전히 불빛은 없다

저 산으로 올라 마중을 가고 싶어도 나조차 힘이 딸린다

우짜나우짜나 안절부절 하는데 어따~

갑자기 불빛이 저쪽 산너머에서 나타난다

세어보니 정확히 세개다

산장에서 기다릴 수 없어 마주 올랐다

그러다 그들이 쉬는지 불빛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오는 기척이 한참이나 없다

나도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다가 그만 깜빡 잠이들고 말았다

 

츠루기 오르는 중에 반 탈진을 한 모양이다

50m에 한번꼴로 쉬며 올랐단다  

자칫 비박을 감행할 뻔도 했단다

 

그렇게 그들은 9시가 가까울 무렵에야 겨우 텐트를 쳤고 다음날은 푹 자고 아침밥 먹고 출발하리라 한다

산장에서 자세히 물어보니 내일은 오전에 맑다가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 하더라

우린 비 맞기 싫다며 일단 4시에는 무조건 출발하자 되었다

할 수 없다

속도와 스타일이 안 맞으면 조를 나누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결국 다시 만나는데 3일 걸렸던가

 

여하튼 후발팀은 우리는 보지못한 일몰을 그 능선에서 제대로 감상했다 한다

일몰 모습이 감동이었겠다








◎ 10월 5일(日) - 3일째(4:50)

▷ 剱澤小屋  - 別山 - 真砂岳 - 富士の折立 -  一の越山莊

- 03:00  기상

- 04:00  산행시작

- 04:40  別山 갈림길사거리

- 06:05  真砂岳(마사고다케), 아침

- 07:07  富士の折立 (후지의오리타테)

- 07:18  大汝山(오오난지)

- 07:40  雄山(오야마) 

- 08:50  一の越山莊 (한고개 산장), 산장박




어김없이 3시에 일어나 출발에 즈음하니 정확히 4시다

후발팀들은 어제의 장시간 산행으로 아직 깊이 잠들어 있다

그들은 아침까지 푹 자고 밥을 먹고 출발하리라 하였으니 우리가 먼저 오색평원 산장에서 기다리고자 하였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전은 구름 많고 오후부터 비 온다 하였으니 북알의 특성상 아마도 12시 무렵부터 비가 시작되리라 예상하였다

그러므로 오늘은 어차피 야영은 어렵겠다는 결론이었다






안내책자에서 읽은대로 40분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벳산 갈림길 사거리가 나온다

그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벳산 정상이다

우리는 마사고다케를 향하여 그대로 직진이다

오늘 내도록 이 길만 같아라 할만치 부드럽게 사면을 따라도는 길이다




그 길따라 한시간여 진행하니 마사고다케 약간 아래쪽에서 산정을 우회한다

사실 별스런 의미도 없는 밋밋한 봉우리다

일단 아침밥을 해결할 요량으로 배낭을 안부에 두고 홀로 마사고다케로 올라 보았다

바로 아래쪽으로 內藏助山莊이 보인다


후에 들으니 후발팀들은 텐트장에서 여덟시경 산행을 시작했단다

그때가 우리쪽에도 비바람이 시작된 시점이다

일단 비를 맞으며 벳산 갈림길 사거리까지 진행한 후에야 사태가 심각하다 느끼고 다시 텐트장으로 복귀했단다

그곳에 다시 텐트를 치려는데 누군가 그러지 말고 內藏助山莊까지 진행하여 그곳에 대피하라 한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그 산장이 너무 좋았단다

정다운 산객들도 만나고, 무엇보다 그 주인장이 이것저것 자세히 정보를 주며 참으로 친절하더란다


결과적으로 다행이다만,

내 추측에도 후발팀이 8시쯤에 산행을 시작하리라 예상 하였는데 아마도 진행 중 비를 만나 그 산장으로 대피했을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헌데 문제는 그 산장이 그날 폐점일이라고 길 양쪽에 팻말을 세워 두었더라는 것이다

내가 자꾸만 걱정을 하니 뚜버기 위로하길 pk산장님 내공이라면 처마밑이라도 잘 찾아 들었으리라 한다  

아마도 추측하건데 그 전날 투숙객들이 갑자기 나빠진 기상으로 미처 하산하지 못하여 폐점일을 하루이틀 연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안부로 돌아와 보니 뚜버기가 아주 바람 잠잠한 좋은 곳을 찾아 두었다

차고 딱딱한 주먹밥이나마 허기를 때우는 셈치고 꾸역구역 씹어 넣었다

나는 그 주먹밥이 북알프스에서 시간도 절약되고 딱이더만 후발팀들은 맛없다 한결같이 사래치며 백안시 하더라

우린 맛보다는 배 채우기라~






통상 다테야마 3산이라 하면,

淨土山2831m, 일등삼각점이 있는 雄山오야마2992m, 別山2874m를 말하지만, 이 능선에는 다테야마의 최고봉인 大汝山오오난지3015m,

富士の折立후지의오리다테2999m, 마사고다케2861m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 모두를 통틀어 다테야마라 하는 셈이다







일본 알프스의 심벌






이건 만년설인가

온통 먼지가 섞인 흙탕인줄 알았는데 냉커피를 끊여 먹어도 될 정도로 맑은 얼음 덩어리더라

대기의 미세먼지가 일정 높이 이상으로는 기압 때문에 못 올라 간단다




일본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山崎칼데라다

불교의 지옥설과 일본 전래의 산악신앙이 교묘히 접목되는 장소가 이곳이란다

불지옥, 유황천, 피빛 연못 이런 것들이 꽤 많다

사진으로만 본 지옥계곡에는 땅에서 솟구친 유황이 탑을 이루어 서 있는데 정말 지옥의 광경과 흡사하다

그리하여 오래전부터 다테야마는 일반 등산객들 뿐만 아니라 숭배등산이나 수행자들도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한다

시방은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몇군데서 화산연기가 품어져 나오고, 그 사이로 유황내음새가 떠돌아 다닌다면 제법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지도 않겠는가 





富士の折立,

후지의오리다테라 이름하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 형상이 무슨 물건을 닮았는 모양이다




大汝山은 높이가 3015임에도 별다른 고도감이 없이 밋밋하다

그래서 다테야마 3산에 들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지도에도 표시없는 산장은 이미 폐점 안내판을 걸고 있다

아마도 어떤 산악회에서 비영리로 운영하는 곳이지 싶다

대체적으로 북알프스 주능선에 위치한 산장들은 폐점일이 10월 15일이다

헌데 우리가 가는 이 능선은 약간 오지라 10월 5일을 기점으로 문을 닫는 곳도 많았다







지나온 산길들





구로베 호수가 약간만 조망된다

작년에 저쪽 하리노키다케에서 이쪽을 보며 생각하기로 이쪽도 그쪽과 마찬가지로 호수가 멋지게 조망되는 줄 알았다

대체적으로 이쪽에서는 구로베고로우다케를 제외하고는 구로베 호수가 조망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번에 구로베고로우 지날때는 온통 안개속이었다





雄山은 후지산, 하쿠산과 더불어 일본 3대 영산의 하나이다

우리말로 하면 기도빨이 잘 받는 곳이라 보면 된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의 산객들이 신사앞 약사불에 참배를 한다

오야마산 높이는 2992m인데 신사의 높이는 3003m 란다

그런것도 높이로 계산이 되나

 




나도 부처님이려니 여기며 선채로 합장 삼배를 올렸다

그런데 정작 다테야마가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제일 큰 이유는 쿠로베알펜루트의 개통 때문이란다

요즘 일부 시건없는 우리나라의 정치인들도 이것을 보고 따라 하는가 싶다만,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극히 소수의 산꾼들만이 맛 볼수 있었던 고산의 기분을 누구나가 쉽게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뭐 그런 연유란다

 

지리산 케이블카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이유중에 하나가 그것과 같다는 건 좀 아이러니다

일본엔 2,000m 이상의 산이 534개다

그 많은 산 중에 고작 몇군데에 이 산과 같이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면 그 이유는 설득력이 있다

우리나라 남쪽 육지에 제일 높은 봉우리가 지리산이다

그곳에 캐이블카를 설치하자는 변이 말이가 똥이가

 




 

 

산정에서 걸어온 산길을 굽어 보니 새삼 좋다

저 저쪽 츠루기다케도 한결 좋구나

츠루기다케는 벌써 내 인생의 추억 한장이 되었네




 


이 칼데라엔 자세히 보면 연못도 많지만,

그리 자세히 보지 않아도 곳곳에 산장이나 그 비스무레한 건물 따위가 많이 눈에 뜨인다

일본에서는 먼저 지으면 주인이가

분명히 사유지는 아닐터인데 말이다

하긴 일본 농지법에도 20년 이상 타인의 농지를 자경한 사실이 증명되면 건 그때부터 그 사람 땅이되는 조항이 있다고 들었다






오야마 산정에서 이리저리 굽어보며 망중한을 즐기는데 날씨가 심상찮게 변하더니 급기야 한두방울 빗방울을 뿌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산장으로 배낭을 옮겨 우의를 입는다

뚜버기 상의만 걸치면 무난하리라 하매 그렇게 하고 배낭 메고 나서자 마자 후두둑이다

도로 돌아와 폭우가 예상되니 단단히 챙겨 입으라 하고 나부터 서둘렀다

 

이곳 오야마 정상산장은 오늘이 폐점일인가 보다

주인과 일꾼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창문을 막으랴 문을 봉쇄하랴 집기들을 안으로 넣으랴 분주하더라

항차 그 인연이 되었다면 이런 조망좋은 곳에서 하루밤도 참 좋았으리라

 

 


 


8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새 바람을 동반한 폭풍우가 된다

그 지경에서도 많은 단체 등반객들이 정상을 향하여 오른다

요즘 악천후하에서의 저체온증에 관심이 많아 그들의 복장을 세세히 살폈다

참으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차림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구나

물론 나보다 더 단단히 준비한 사람들이 반 이상은 되었다

 


 

 

오십여분 내려치니 한고개산장이다

많은 산객들이 이 기상에서도 산을 오르려는지 밖에서 분주하다

뚜버기 이들을 보고 이르기로 일본인들이 아무래도 한국사람들 보다 강한듯 하다 한다

별로 걱정하는 느낌이 없다
시키면 개념없이 따라하는 습성이 있나, 아니면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보아 오히려 태연한 것인가

 


 

 

내려오는 중 호박씨 진짜 빠르더라

내가 아무리 따라 잡으려 해도 보조를 못 맞추겠데

멀리 뒤쳐져 겨우  내려오니 이미 산장안에 들어가 있다

따라 들어가 잠시 소요하고 있으려니 뚜버기 들어온다

 

아홉시가 채 아니된 시각인데 가벼운 탈진증상이 있다며 오늘 산행은 그냥 여기서 그만하자 한다

나도 그리 내키지는 않았기로 흔쾌히 동의하다

비 쳐맞고 바람속을 나아간다고 죽이 나오나 밥이 나오나

 

일단 우의를 벗고 달달 떨기 시작하는 호박씨 보고는 구석진 곳으로 가 옷부터 갈아입으라 했다

그리곤 접수인인 듯한 이에게 다가가 산장예약에 관해 문의하니 13시부터 접수가 시작 된단다

일본의 산장치고 약간 의외다 싶으면서도 별 말없이 돌아와 정종부터 한잔 마시자 했다

 

뚜버기 물어보라 한다

혹시 따뜻한 국물이나 데워 먹을곳 없냐고

일본의 산장엔 그런곳이 반드시 있더라

건데 취사장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난다

그냥 요리하는 곳으로 물어보라기에 그리 물으니 이 친구는 아까 그 놈과 다르게 아주 호의적이다

청소를 해야하니 잠시만 기다리란다 

 

 

 


30여분을 기다리니 방을 배정해 준다

4인실 우리만의 독방이라 아주 기분 좋았다

취사장을 두번이나 오르내리며 찾아 보아도 없기로 물으니 난로마져 켜져있는 식당으로 안내해 준다

정말 기분 짱이었어

 

이때가 오전 10시나 되었나

그날 술값 많이 날아갔다

가져간 양주 두병, 빼갈 한병, 소주 4홉 두서너병, 그리고 맥주와 정종을 스무병쯤 사 마셨나

뚜버기와 호박씨와 나는 전생부터 술을 마셔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때맞춰 술만 제대로 제공하면 남북통일도 이뤄낼 놈들이다






밖엔 빗소리 장하더라

송창식과 정태춘과 장사익 선생의 노래를 이국의 깊은밤 높은산에서 듣고 있으니 정말 좋더만

나는 열시쯤 곯아 떨어 졌는데 두 사람은 그러고도 두시간이나 더 마시다가 잠들었다 한다







◎ 10월 6일(月) - 4일째(2:55)

▷  一の越山莊 - 龍王岳 - 獅子岳 - ザラ峠 -  五色ケ原 山莊

- 10:30  산행시작

- 10:50  龍王岳

- 12:20  獅子岳(샤쿠시다케)

- 13:10  오색산장텐트장 분기점 삼거리

- 13:25 五色ケ原 山莊 (오색평원 산장), 산장박


 

밖엔 여전히 비바람이다

푹 잠자고 일어나 아침밥 먹으며 해장까지 겻들인다

두잔째 마시니 호연지기가 스슬 생기려 한다

다들 갈 마음 안 갈 마음이 반반인 게 느껴진다

다행히 일은 갈 마음 반으로 의기가 모아지고, 뚜버기 바같에 나갔다 오더니 렛츠고를 외친다

일사분란하게 짐을 챙겨 출발에 즈음하다




 

 

 

 

어젯밤 일기예보에 의하면 태풍은 이날 새벽중에 우리가 있는 지역을 통과하리라 하였다

바람도 그리 세지 않고 비도 심하지 않아 태풍이 지나간 듯 하여 내심 안심했다




 

 

출발한지 20여분에 龍王岳을 지난다

이 산장은 왜이리 을씨년스러운지 다른 기억은 없다

다만, 이곳도 폐점중이었다 





 

 

 

獅子岳로 나아가는 길은 가랑비와 더불어 오히려 정다운 면도 있었다






 

 

이러다 태풍 지나간 하늘과 같이 급화창의 순간도 기대되었다






헌데 열두시가 지날 무렵 獅子岳 내림길, 이놈의 태풍이 도로 되돌아온 모양이다
원래 되돌아온 태풍이 무섭다 하지 않는가

바람이 어찌나 쎈지 뚜버기  배낭카바는 몇번이나 쒸워줘도 금새 벗겨져 날린다

설상가상으로 바람이 점점 거세어진다




어느 순간 건 본능이었다

앞서서 걷다가 바람에 날리며 뒤돌아 보니 호박씨는 아예 날려 다니느라 정신을 못차린다

내 저 친구는 반드시 살려서 집에 보내줘야 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바위를 움켜잡고 뚜버기 앞세우고는 같이 섰으돼 내가 부는 바람을 우찌 할거라 
다행히 날리는 쪽은 눈잣나무 숲속이라 멀리 날려도 죽지는 않겠다 싶다

그나마 다행이다

날리는 쪽이 벼랑이었다면 반드시 멈춰서 같이 움크려 바람 지나기를 기다려야 했을터이니 저체온증으로도 죽었겠다

 

아마도 바람이 풍속 40km는 되었으리라

앞서가는 뚜버기 연방 살아있네를 외친다

그 마음이 무슨 마음인지 알겠다

같이 살아있네를 외치며 태연한척 했으나 내 사실 겁이 났다

난 여태껏 사람이 바람에 날려 다닌다는 말 진정으로는 믿지 않았다

 

뭐랄까

그 순간 뚜버기에게서 무한한 믿음이랄까

여하튼 그건 오랜 산친구가 아니면 느낄수 없었던 그런 느낌이었다다고만, 



 


 

어라?

지도에는 이 텐트장과 산장 분기점까지가 4시간으로 표기되어 있었는데 2시간 40분만이라니

바람에 날려오느라 더 빨라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살았다 싶으다

진정으로 만세 한판 부르다





 


 

다행히 돌풍도 지나갔다

이제 따뜻한 일만 남았으려니...






세시간 조금 못미쳐 오색평원 산장이다

五色이 고시키로 발음한다

그야말로 고시키고시키 외치며 걸어온 산길이었다

 

그런데 어랏!

산장이 폐점한 분위기다

온 창문들이 합판으로 덧데워져 못질되어 있는 형국이다

낭패한 기분으로 산장문을 우리가 열었나 주인이 열어 줬나

이 비바람에 어찌 왔냐며 걱정으로 맞이한다

 

긴장이 풀리니 온 몸에 오한이 온다

달달 떨며 접수도 못하니 대신 글을 쓰 주신다   
젓은 옷가지와 배낭을 건조실에 두고 방을 배정받아 대충 정신을 추스리고 취사장비를 챙겨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버너는 바깥 탁자에서 피우라 한다



 

 


버너를 왜 피우나

난로에 올려 놓으니 잘만 끓더만
이곳에서도 적지않은 니혼슈(정종)들이 손과 손 사이로 날아 다녔다

 

젊은 이 친구 주목해 둬야~




 


 


10월 7일(火) - 5일째(7:00)

▷ 五色ケ原 山莊 - 鳶山 - 越中沢岳 - スゴノ頭 - スゴ乗越小屋

- 07:10  산행시작

- 08:00  鳶山 

- 10:08  越中沢岳

- 12:30  スゴノ頭 (스고의 머리)

- 14:10  スゴ乗越小屋  (스고 능선산장) 텐트장

 


원래 태풍이 지나간 뒷날은 날씨가 얼마나 좋던가

우리나라에서 부터 태풍정보를 듣고부터 동지들에게 그랬다

다음주 수요일부터는 죽여주는 풍경일 것이라고
건데 태풍이 하루 전날 지나가 화요일부터 좋으려나

 

기상하여 취사장비를 챙겨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바깥으로 나가려 하니 주인장 이르기로,

밖에 눈이 내려 추울터이니 그냥 식당에서 밥 하란다

뭐 우리가 간밤에 정종을 많이 팔아주어 그런건 분명히 아닐터이다

어제밤 주인이 말하길 이 지역은 예년 같으면 지금쯤 온통 눈에 뒤덮혀 있는게 정상인데 올해가 유별나단다

그니깐 평년같으면 자기도 벌써 문 닫고 속세로 내려 갔었다는 말이다




 

밥해 먹고 출발하니 7시 10분쯤이다
날이 참 무쟈게 좋으네

내 이 지점에서 그랬다

'아차차~ 두사람 모르게 정종 세잔 받아 온다는걸 깜빡했다'

뚜버기 그렇다면 시방이라도 어여 가란다

 

내가 뻗대니 갑갑한 뚜버기가 간다

나는 그런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심부름은 네가 해야지

술값에 심부름값 200엔 얹어줬다






 


鷲山은 좌로 돌다



 


 


 


눈쌓인 하이마츠(눈잣나무) 뒤로 다테야마 연봉이 아련히 조망된다




 

오색평원은 북알프스 3대 평원 중 하나란다

나머지 두개도 우리가 진행하는 중에 다 보인다

다테야마 두번째 폭발시기에 형성된 것이라나

여름날에 오면 야생화 별천지란다




 


鷲山을 배경으로 올라오는 놈 이야기 하나 하자

오늘 아침 내가 식당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나

문을 열고 내 옆으로 은근히 다가 오더니 귓속말로 속삭이는거라

'야~ 네 카메라 가방에 아주 좋은 거 하나 넣어 뒀다'

내가 눈이 똥그래가 '뭐?~' 하니, '하얀 장갑인데 죽여 준다~'

(이 쇠대가리시키......) '얌마~, 이 산장에 글마캉 우리 뿐인데 당근 우리가 가져 갔다고 의심하지~,,언능 갔다 놔~'

(뒤늦게 알았다는 듯) '긍가~~~'

그러면서 헤네키 가더만 다시 원위치 시켜 놓고 온다




 

저 젊은 놈은 당초 우리가 오늘 나아갈 스고 능선산장까지 갈 계획이라더만 눈 때문에 포기 했단다

나아갈 산에 눈이 많으니 조심히 진행 하시라며 걱정을 해주며 지나친다

 

뚜버가 사진 누질라서 확대해서 잘 봐라

절마 손에 하얀장갑 들고 있제
네 정성이 고마워 내가 이때 그 장갑 끼고 있었다면 참 꼬라지 좋~았겠다

 

내가 장갑도 없이 손을 호호 불고 다니는게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네 마음은 충분히 받았다

나중에 이 이야기 호박씨한테 해 주었더니 죽는다고 웃는다

도둑질도 해 본 놈이 하는겨~






 


그나저나 풍경 참 좋~다





 

 


鷲山은 글자 그대로 하시바라고 읽나

하시바산과 다테야마 연봉 멋나네





 

 

 

鳶山산정,

뒤로 큼지막한 산은 약사악이다




 


 


뇌조들이 마치 시비라도 거는 형국으로 떼자구로 울어 제친다

이 자식들이 사람들이 좀 귀여워하니 버릇이 없구만

아마도 세끼들이 있는 모양이라





 

 


 

약사악과 멀리로 구름 위 하쿠바(白山)





 

 

 

오늘 우리가 진행하는 중 최고봉 越中沢岳

고시나카자와다케라 읽던가?





 

삼나무 싱그럽다

아침에 출발할때 사람 좋은 오색산장 주인이 스고산장은 폐점이라 물이 없다며 처음부터 물을 지고가라 신신당부를 하더니만,

이곳에도 참으로 맑디 맑은 도랑물이 넘치게 흐르더만

그 양반들은 산에 그냥 아무렇게나 흘러 다니는 수질검사를 받지 않은 물은 아예 식수로 취급을 안하는 모양이라






두어시간 걸었겠다

조망도 나오겠다

마침맞은 식탁도 있겠다

예서 아껴온 정종 한사발 하고 가자

모두들 입이 째지는구다




 

 

 

越中沢岳로 오르다






약사악은 그 큰 덩치로도 유명하다

북알프스에 있으되 남알프스처럼 깊고 촉촉한 맛이 있다

도야마평야에서 올려다 보이는 츠루기다케와 약사악 조망은 과시 현저하다 한다







지나온 길,

다테야마 연봉이 구름에 쌓여 있다







越中沢岳로 오르다

藥師岳(야쿠시다케)와 黑部五龍岳(쿠로베고로우다케)







越中沢岳에서 망중한






水晶岳(스이쇼우다케)와 燕岳(스바쿠로다케)와 槍岳(야리가다케)







약사악 크고 깊다






나나카마도,

우리말로 마가목이다

제철에 만나는 나나카마도 단풍은 제법 볼만하다





좀 이른 시각이지만 마침 좋은 장소를 만났다

한참이나 느긋하게 머무르며 밥과 한잔술 따위의 시간을 즐기다

너무 따뜻한 시간이었어






스가자쿠라





이름은 모르겠고,

이번에 뚜버기 어디서 배우고 왔는지는 모르겠는데 눈에 보이는 건 무조건 입으로 가져가데

그것도 맛만 보는게 아니라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옆에서 보면 평생 저런거 많이 묵고 자란 사람처럼 묵데

산행이 끝날 무렵의 자평,

'내 이번에 북알에 있는거는 하나도 빼 놓지 않고 다 먹어 봤다'






이 구간은 막판에 제법 지루하더만 

길도 헷갈리는 곳이 한군데쯤 있고~

스고의 대가리라 칭하는 곳에서는 정상으로 오르지 않고 중간에서 우틀한다






물 정보를 알 수 없으니 물 만난 곳에서는 일단 빈통을 채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몇날 비가 많이 내려 곳곳에 물은 자주 만나더라






14시 조금 지나 고대하던 스고 텐트장이다

배낭을 텐트장에 두고 일단 폐점의 정보가 있긴 하지만 산장으로 향해 보았다

산장으로 향하는 도중 곳곳의 지장(연못)을 만난다

이 물은 어지간한 가뭄때에도 차 있을 거 같은 느낌이다

끊인다면야 요리는 물론 식수로도 충분히 가능하겠다

우리는 나중에 이 물로 알탕까지 시원하게 하였다   






스고 능선산장은 굳게 닫혀있다

한잔 맥주가 아쉬운 순간이다만 어쩔 수 있나

평년 같으면 이 시기에 이미 이 산장 주변으로 적설이 가득하단다





텐트장으로 돌아와 한창 집을 짓고 있는데 서양인이 한명 들이 닥친다

능숙한 모국어로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쉴새없이 지줏는다

대충 들어보니 약사악으로 올랐다가 태풍을 제대로 만난 모양이다

밤새 불어제치는 바람에 텐트 날려갈까 노심초사 했다 한다

어느나라 사람이냐니 원래는 영국 사람인데 호주에서 살고 있다던가?

영국인 같은 호주인이라고 말하던가

여하튼 억수로 어렵게 제 사는 나라를 설명하더라

 

 



우리도 그렇게 집을 지어놓고 한잔 술부터 나누었다

후발팀들이 올 지경이면 반드시 오늘 올 것이고, 오늘에 이르러 와야만 일이 되는 것이라 그리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답까지 마시고야 앉았었다

이미 하늘은 검은 장막을 친지 오래고 우리도 스슬 파장을 맞고 있었다


어느 순간 아래쪽이 소요하다

가만 들어보니 인기척이 있고 익숙한 나랏말이 들려 온다

하이고~

4일만에 상봉이가

정말 그 순간 반가웠다

뜨거운 포옹 나누고 제각각 집을 짓고, 밤 이윽하도록 그간의 쌓인 이야기 나누다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다


사람 살기에 가장 좋은 고도가 2300이란다

그날 우리 머물렀던 자리가 그 높이였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참 잘 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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