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음양수 너륵바위서 두밤을 자다

객꾼 2015. 1. 13. 16:10

2014년 1월 9일 새해 지리산 첫 산행이다

음양수 바위로 올라 먼산을 바라보고픈 마음이 너무 강렬해 몇군데 후보지를 제치고 오르게 되었다

발 상태는 아직 아물지 않은 곳이 여러곳이다

목이 긴 등산화로 볼끈 조이고 오른다면 별탈 없을 줄 알았는데 저번 대관령 길과 마찬가지로 매우 씨리더라


더군다나 몇일 폭음을 하여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하로와 달래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이 하얗게 뜨더란다

그 상태로 산엔 뭐 묵을게 있다고 오를까


평소보다 두배나 시간이 걸려 음양수에 이르러 물을 길어 너륵바위에 올랐다

산의 이 내음새 때문이야

컨디션이 20% 쯤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집을 짓고는 저녁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텐트속에 누웠으려니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

사람이 이대로 숨이 막혀 죽어 버릴 수도 있겠단 느낌도 들었다

그러다가 잠들어선 아홉시간이나 내리 잤다





뇨의를 느껴 다섯시쯤 깨어나 밖으로 나가보매 사위는 아직 어둠이다

뒷날 그리도 찬란했던 별빛들이 그 순간 어땠는지 기억에 없다

다시 들어와 얼핏 잠들었다 싶은데 하로 일출의 시작을 알린다

나와보니 제놈은 텐트속에서 눈까리만 빼꼼이 내어 놓고 앉았다

컨디션이 80%는 회복 된 듯하다






고개들어 해 뜨는 반대편을 보니 반야봉 위로 달님이 선명하다

지리산에서 많이 익숙한 한 장면이다

나중에 노쇠하여 지리산 오를 힘이 없어진 후에, 반야봉 하늘위에 뜨 있던 달님들이 무척 그리울 게다





달래는 지난 일년간 제법 지리산을 다녔을터인데 아직 한번도 일출을 보지 못했다나 뭐라나

아직 젊다는 게다

그 나이에 잠의 유혹보다 강한게 몇개나 더 있던가






햇님은 그렇게 또 익숙한 장면으로 고개를 내밀어 빛을 쏜다

그 톡 쏘는 느낌도 먼 시간이 지난후에는 제법 그리울 게다






안아보고 싶다

지리산~






햇님 다 오르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햇빛은 정말 은혜롭다

어느 인연이 그렇게 따스하게 우리를 안아줄까






별 춥지도 않아 모닝커피 한잔으로 시작한 자리가 열한시 넘어까지 이어진다

챙겨온게 거지 재산이나 크게 다를게 없어 오늘 올라 온다는 산사를 목빠지게 기다리다가,

햇볕을 받은 텐트안이 너무 따뜻하가기로 들어가 누웠다 얼핏 선잠이 들었난데 그새 다 올라와 깨운다 





달래는 일요일 근무라 오늘 내려가야 한단다

산사가 더 부리나케 올라와야 했던 한 사연이기도 하다





많이도 지고 올라왔더라

산사의 산에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잘 먹자는 것도 있단다

그렇게 정다운 시간 이어지다가 달래 짐 챙겨 출발에 즈음하니 오후 두시가 넘었다






너륵바위서 삼거리까지 달래를 배웅해 주고 음양수로 돌아가기 귀찮아 산장 샘터에서 물을 길어 영신봉 능선을 치고 내려가자 싶었다

다행히도(?) 국립공파가 길목을 지키지 않아 능선으로 오를 수 있었다

중봉과 상봉 능선이 장엄하더라





촛대봉은 이 지점에서 바라 보는게 제일 멋지더라

아마도 이 자리서 50번도 넘게 바라 보거나 사진을 찍었을 거라

그리곤 능선을 따라 내려 왔는데, 아고야~ 참으로 등로 얄굿더라






다시 바위로 돌아 와서는 밖에 나앉은 김에 일몰까지 기다리자 한다

박무가 끼어 조망은 별로더만 능선은 유독 선명한 날이다






하루의 마지막 햇살을 받아 촛대봉 능선이 빛난다

그래서 참 좋더라






햇님은 또 그렇게 서쪽하늘로 내려 앉고 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번 산행은 술을 거진 마시자 않아 의외로 좋았다

이날 저녁도 남은 술이 빼갈 작은병 하나다

없으면 또 안 마셔지는게 술이다

제법 밤 늦도록 이런저런 사연 나누다 둘은 한집에 같이 자고 난 집으로 돌아와 누웠다 


1. 카메라 챙겨 다니자

2. D팩 가지고 댕기자

3. 정주산행이 좋다 당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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