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날짜 : 2015. 5. 22 ~ 5. 25
0 동행 : 은지아빠님, 뚜버기, 솔향기
0 간길 : 버리미기재 주차장 정자(1박) - 장성봉 - 애기암봉 - 장성봉 - 애기암봉 가는길 무명봉(1박) - 완장리 - 이화령 - 은티마을 - 배너미평전(1박) - 봉암사 - 문경 - 서대구 - 마산 - 진주
다녀보니 진주에서 문경이 한강기맥이나 춘천지맥 하는 거 보다 교통이 불편하다
하여 이번에 차를 몰고 가려 작정했다
건데 곰곰히 여겨보니 올해 북알팀 합동산행을 굳이 나중에 할 일이 있나
솔향기한테 의사를 타진하니 오케이라
진주에서 경주까지는 버스가 있다니 좀 의외였다
경주에서 솔아우를 만나고 문경으로 가 뚜버기를 실었다
이후 문경 하나로마트에 들어가 3일간의 식량을 조달하다
주로 술과 그 안주가 대부분이다
금번 만남은 선약이 없었다
바다건너 라이딩 다녀오니 3일 연휴에 계획이 없는바라
뚜버기에게 일정을 물으니 필리핀에서 건너온 은지아빠님 대간 동행을 하신단다
그리하여 마침내 버리미기재에 모이게 된 경우다
건디 저 행님은 무슨 필리핀에서 왔다갔다 하면서 대간을 하신다노
이 아침에 나는 솔직히 정상이 아니었다
아마도 국공파 오기전에 서두르자 이리되어 7시 무렵 출발하는 거 같더라
등로를 치지 않고 저쪽으로 뺑 돌았다는데 그것도 기억에 없다
우리의 일정은,
오늘 장성봉과 희양산을 넘어 버리미기재에 집을 지어 하루를 보내고,
일요일은 이화령에 이르러 일단 형편을 살펴 야영을 결정하고,
월요일은 조령 3관문까지만 진행하기로 했다
전혀 무리하지 않는 약간 느슨하기까지 한 계획이다
참고로 나는 이 구간을 완벽하게 종주하는 건 네번째 이고,
잘라 먹은 거,
이화령 부근서 얼쩡거린거 까지 치면 열번도 넘는 산길이다
이화령은 자전거로도 두번이나 넘었다
자랑하는 거 아니다
나중에 다 읽어보면 얼마나 벅수같은 놈인가 알기 쉬우라고 하는 소리다
솔아우는 저번 시산제때 처음 만났고 이번이 두번째다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14박 15일의 북알프스 동지가 되기로 하였으니 어여 교감을 터야 할 일이다
음식솜씨가 발군이더만 올해 북알은 산장박으로 하며 음식을 그곳서 해결하자 하였으니 다만 아쉬움이다
필리핀서 오신 이 행님~
첫 모습도 범상치 않더라만, 왠지 그 인생이 궁금하데
몇일간 사살 물어보니 제법 정보를 주시는데, 물론 큰 알맹이는 빼시는 듯 하고~
다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니 소싯적에 벽차고 날아 다녔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으란다
연세가 예순넷이시더라
아마도 저 아래 마을이 구한말 의병대장 이강녕선생의 생가가 있는 가은읍 완장리쯤 되지 싶다
이 사진을 찍을때 이미 사단은 나 있었는지 모른다
장성봉에 한참 못미쳐 거름을 주러 갔었다
마치고 나오니 다들 앞서갔다
당연히 나도 익숙한 길이니 그들도 나도 쉬이 따라 잡을 수 있으리라 여겼겠다
결과적으로 이미 대간길을 벗어나 걷고 있는지 오래다
어여 꽁무니를 잡으려 내빼는데도 한시간이나 지나도 보이지 않길레 오늘 이 사람들 컨디션이 윽수로 좋은 모양이라고만 생각했다
내 진행하는 쪽으로도 희양산이 계속 보이니 알바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돌이켜 보니 장성봉으로 오르는 중 왼쪽으로 도는 길이 희미하게 있길레 내 딴엔 우회 한답시고 그리로 접어 들었다
가다가 보니 길은 없고 온통 사면이다
대충 돌아 대간길이다 싶은 곳으로 5분여나 쳐 올랐다
확실히 우회한 셈인데, 대간으로 생각하고 만난길은 정작 애기암봉으로 빠지는 길이었던 셈이다
아따 어디가 어딘지 종잡을 수가 없다
아무리 반술이 되었어도 네번째 걷는 길이라면 어디서 보았구나 하는 느낌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개인적으로 구왕봉 내림길이 희양산 오름길 보다 험하다 느껴 왔으니 희양산이 저쪽으로 보이는 걸 보니 곧 구왕봉 이겠구나 싶었다
그 전망 좋은 곳에서 둘러 앉아 즐거운 점심 한 때를 꿈꾸며 정말 쉬지도 않고 부지런히 걸었다
어따, 그들이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것을 그때는 미쳐 깨닫지 못했다
어라?
대간길에 애기암봉이 있었나
정작 전혀 생소한 이름은 아니니 맞는가도 싶었다
구왕봉 직전봉쯤 되려니 싶었던 것이다
그때서야 뚜버기 한테 연락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화는 아니되기로 문자로 애기암봉이 대간길이 맞냐하니 아니라며 빠꾸하란다
두시간 넘게 돌아가야 된다는 걸 애초 알았다면 아마 하산했을 것이다
아니 처음부터 완장리로 하산하여 다시 은티마을에서 올랐다면 고생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
그러면 배너미에서 계획대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이화령까지 지원할 수 있었을 게다
항차 그리되었다면 그날 그 꿈같은 자리에서의 비박은 내 인생에 인연이 없었을 것이고, 또한 봉암사에 한번 가 보고 싶다는 마음을 더 오래토록 간직하고만 살아갔을 터이다
점점 힘은 빠지고 정말 막막 하더만
희양산이 계속 코앞에 보이는데 저리로 이어갈 방법을 모르겠으니 나 자신에게 정말 짜증이 인다
시간은 이미 열두시에 이르렀다
배낭을 풀어보니 먹을 건 다 나에게 있다
그들을 만나야 할 제일 큰 이유다
아침에 한병 마셨고, 한병 남은 막걸리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이 알바중에서도 큰 위안과 즐거움이었다
보니 참외도 일곱개 있다
그 앉은 자리에서 닦지도 않고 껍질채 세갠가 네갠가 으깨 먹었다
전망이 툭 트이는 너무나 멋드러진 조망처다
보니 장성봉은 바로 뒷쪽같다
배낭을 부려놓고 아무리 연구를 해봐도 종잡을 수가 없다
정상으로 어슬렁 거리며 오르다 보니 두여인과 한 남정네가 점심을 먹고 있다
보아하니 대간꾼들은 아니다
그렇다면 동네 사람들인 모양인데 잘 되었다
이곳 장성봉에서 희양산 가는 길을 물으니 꿈길 같은 소리만 하고 있다
어째 동네 뒷산도 모르며 산을 다니고 있나 험험~
여기서 우짜라꼬
마침 정상석 옆에 지도가 잘 그려져 있다
건데 애초에 방향을 잘못 알고 있으니 더 헷갈린다
조은산님, 오투님 두 갑장 영감들은 뭐하시는지 전화도 안된다
겨우 뚜버기랑 연락이 된다
하아~(좆만시키) 더 헷갈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
다시 조망처로 내려왔다
그곳에서 길은 정반대로 왼쪽 오른쪽으로 나뉜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냐 오른쪽으로 가냐 하니 왼쪽으로 크게 도란다
그 길은 내가 방금 애기암봉에서 온 길이다 하니, 그놈도 횡설수설, 여하튼 오른쪽으로 가면 큰일 나니 왼쪽으로 돌으란다
에라 모르겠다~
여기 이 자리 조망도 좋으니 그냥 박이나 때리고 내일 생각하자
시각은 이미 두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짐들을 하나둘씩 꺼집어 내니 온통 먹거리다
햐아~
이거는 안된다
나 아니면 그들은 굶겠구나 싶어 다시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그런 마음으로 짐 챙긴지 두번이다
그들도 어느 바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한참이다
헤아려 보니 얼마 가지도 못했다
지름티재에 있을 터이니 밤 아홉시가 넘더라도 찾아 오란다
알았다고 해 놓고, 또 왼쪽으로 접어 들었다
뚜버기가 저리 강력하게 말하니, 아마도 가는 중에 내가 못본 왼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여겼다
건데 가다가 보니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싶다
내가 아무리 길치라도 있는 길을(명색이 대간길인데) 두번이나 그냥 지나치겠나
아침도 막걸리 한병, 점심도 막걸리 한병....
시간은 어언 다섯시가 되어간다
되돌아 보니 다시 올라갈 엄두가 안난다
그리고 약간의 탈진기미가 나타나려 한다
눈깔 돌기전에 비상식이라도 먹어야 겠다고 판단하며 털썩 주저 앉았다
예전부터 들어온 임시처방전, 소주에 다방커피를 타서 마시면 두시간은 비아그라 효과가 있단다
그대로 해보니 힘은 나는가 모르겠고 술맛은 좋다
밧데리는 여분도 있고 아직 빵빵하다
희한하게도 카톡이 너무 잘 터진다
아따~
우리 딸내미들이 아빠 길 잃었다니 난리가 났다
대학생 되고서 평소에 문자 잘 씹는 희인이 마져 실시간이다
하도 걱정으로 챙겨주니 산에 들어와 한번씩 길이나 잃을까도 싶다
희라가 나중에 혜지에게 뭐라고 했는지 뚜버기한테 전화를 넣어~
'아빠, 객꾼이 아저씨 길 잃어 죽는 다면서요~' 하더란다
일이야 어떻게 되었던 그들은 밤 늦도록 나를 목 놓아 기다릴터이니 찾아 가야지
딸내미들이랑 카톡이라도 하고 나니 힘이 난다
한 이십여분이나 진행했나
왼쪽으로 오르는 희미한 길이 하나 있다
통상 정상부를 우틀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낙오되어 탈진한 지경에서 그리로 뭐하러 올랐겠나
오르니 볼품없는 정상부이고 저쪽으로 바위 하나 우뚝하다
길도 없는 그 바위로 또 뭐하러 뚫고 가겠나
아따~
대한민국 만세다
무슨 이런 기막힌 자리가 이곳에 있나
즉시 주저앉아 '각자 알아서 생존하라~ 나는 여기서 스톱이다' 문자 날렸다
그리고 그 자리가 전화도 너무 잘 터지고 인터넷도 빵빵이라
조망도 과시 기가 막히다
이는 필시 내 전생에 사냥꾼 이었거나 약초꾼인 적이 있었난데, 그때 한밤 지새본 이 자리가 너무 좋아 오늘 일부러 나를 불렀구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늘의 일을 해석할 수가 없다
일단 허기를 면해야지
약 세시간전에 두번째 되돌아 오는 길에서 500ml 생수 한병을 벼랑 아래로 떨어 뜨리고 말았다
배너미 평전에 물은 풍부할 터이니 오늘 진행하면서 마실 그 물만 챙긴 참이었던 것이다
물이 없으니 식사를 어떻게 할까 궁리하다가, 640ml 소주 두병 중 한병을 따 밑바닦을 조금 남기고 냄비에 쏟아 부었다
아무리 천하의 술꾼 객꾼이라도 허기는 면하고 봐야지 않겠나
그곳에 아주 많이 준비해간 김치와~
지난주 곰돌네 집에서 잡은 산청 흑도야지를 썰어 넣기로 했다
그리하여 고기 덩어리를 들어 올리니 밑으로 뭔가 반짝거리는 하얀 물건 두개가 누워 있다
보니 그 전날 솔아우가 돼지고기 상하지 말라고 깔아둔 얼음생수 두 통이다
내가 깔지 않았으니 나는 몰랐고,
그 전날밤 그렇게 만들어 '객꾼성님이 지고 갈라요?' 물었을때, 생각도 없이 받아 넣었던 바가 오늘 나를 살리는 구나
애초 알았다면 이 깊은 산중에서 소주 한병 그대로 남는 것이었는데 흑흑^^~
우쨌거나 그곳에다 돼지고기 듬뿍 썰어넣고, 밥은 따로 할 수가 없으니 생쌀을 한웅큼 집어 넣었다
그리곤 푹 끓이기로 한다
김치국밥이 별거냐
이대로 쌀 익으면 되는게지
아주 안주도 되고, 밥도 되고 세상 부러울게 없더만
이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
세상 부러울게 없는 순간 이었다
이름없는 새들의 끝임없는 지저귐이란 싯구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 되었고,
산에서 산을 묻다 라는 약간 선적인 표현조차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더라
나무나 돌은 자신의 둥치 만큼만 땅을 원하며 욕심내지 않는 바와 같이,
이 자리는 내 매트한장 만큼의 자리만 나에게 주며 만족을 알라 이르는 듯 하다
그리곤 아주 약간의 취사장도 주며 덤으로 감사할 줄도 알란다
집에서는 전화가 걸려와 대걱정을 하더라만,
하늘이 점차 어두워져 가는 모습 바라보며 한잔 술을 즐기다가,
여덟시 지나는 듯한 시간에 잠들었는데, 꿈도 꾸지 않고 여덟시간이나 너무도 잘 잤다
누운채로 하늘에 해 뜨 오르길 기다린지 한시간도 훨 지나니 햇님 나타나시더라
그들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도 있어 뚜버기한테 전화를 하니 잠 들깬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린다
'칛을 갈아서.... 가루를 내어.... 국수를 만들어,,,,'
'야이 시키야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또 그대로 반복을 한다
'얌마, 땅속에서 캐는 칛 말이냐? 누가 그런 소리를 해?'
'행님이 그래~ 새키야,,,,아이고 배 고파라~'
나는 그래서 그들이 산에서 조난 당한채로 비박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나중에 보니 은티마을로 내려가 잘만 쳐 먹었더만^^
일출을 감상하다가 다시 일어나 어젯밤 남긴 술 한잔 따른다
내 그 자리에서 난생 처음으로, 이건 정말 숙쓰러운 일이다만, 마누라에게 잘 살아주어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 자리에 다시 한번 갈 수 있을까?
그리곤 두어시간 더 누웠다가 커피 한잔 마시고 짐을 챙긴다
생각해 보기로 그냥 애기암봉에서 하산하여 그들을 꺼꾸로 만나러 가자 싶었다
그들은 은티마을서 올라 다시 대간길을 이어 이화령으로 향한다 하였으니, 나는 이화령서 그들을 기다리거나 배웅을 가거나 하기로 여긴다
그러고는 길을 나섰는데, 속으로 궁꿍이가 있다
그러니깐 건 욕심이라는 거다
사기 당하는 사람들 안된 사람들도 많지만, 그 근본엔 결국 자기 욕심이 있었던 것이라 그리 여긴다
어제 멋도 모르고 가 본 애기암봉이 시야로는 저만치 한시간도 넘게 걸리겠다
어데 마을로 빠지는 길 없나 궁리하며 나아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빠지는 제법 뚜렷한 길이 있다
별 생각도 하지않고 그 길을 택했다
건데 그 길은 누가 거름주러 다니는 길이거나, 동네 염소들이 다니는 길이거나 한 모양이다
내리치다 보니 길이 점점 희미해 지더니 숱제 없어져 버린다
너무 급경사를 내리쳐 왔기에 다시 오르기엔 엄두가 안난다
건데 중요한 사항 하나, 그 길에서 내가 죽었다면 그 돌아가기 귀찮아 계속 내리친 사연이 가장 클 것이다
아따~
야매라도 암벽을 조금 배워 두었기에 망정이지 뭐 이런길이 있나
내 산 구력의 전 감각을 동원하야 거진 본능적으로 내리쳤다
어떤 곳에서는 좌우로 두리번 거려도 클라이밍으로 내려갈 길도 없다
거진 오버랩이다
이곳에서 자빠지면 119도 못 찾겠다 싶다
사람이 그냥 높이 떨어져 한방에 죽어 버리면 죽는 저야 편하지
제 죽는거 문자로 알리면서 천천히 죽어봐라 그 고통이 어데겠나
객꾼이 그렇게 신경쓰며 걸은 산길도 참 오랫만이다
헉~
어제부터 참고하다가 내 길 잃는데 도움을 준 그 표지기가 여기도 있다
그렇담 이 사람도 객꾼파가?
말이 산악회지 다니다가 보니 다 떨어져 어차피 만들어 놓은 표지기 혼자 달고 다니는 사람이지 싶다
이윽고 물 만나다
목이 말라 죽을 일은 없겠구나 싶다
떼죽나무 꽃잎이 슬픈 웅덩이다
한참이나 계곡을 따라 내려 오는데 머리위에서 난데없는 개떼들의 우짖음이다
햐~
거진 다 살아 내려 왔는데 제수없게 막판에 개들하고 육박전 하고 있는 거 아니가
우선 목줄이 있는가 부터 살폈다
하고 있는 개세끼가 한마리도 없다
급히 고글과 모자를 벗고 눈을 부릅뜨고 째려 보았다
눈물이 흐른다
눈물 닦으면 지는거다
개세끼들이 약간 주춤 하는 듯 하다
산중턱에서 부터 들고온 제법 묵직한 몽둥이를 움켜잡고 눈치를 살피며 자리를 피하다
떼죽나무 꽃잎이 참 이쁜 길이다
이제 곧 마을이 나타나고 버스가 다니고 상점도 있을 분위기다
나는 이 집의 정체가 아직도 궁금하다
이 집 날머리 찾는데 제법 애를 먹었다
그리곤 그 길도 곧 없어져 버린다
세상에 이번에 알바란 알바는 종류대로 해 보는 셈이다
하이고야
이번에야 세상 사람들이 세운 흔적을 만나는고나
이제 길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람들이 사는 세상과 이어지겠지
가끔씩 개들이 짓고,
사람 사는 집인지 별장인지 한눈에 퍼뜩 정체를 알기 어려운 건물들을 하나씩 지난다
알탕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살았나 싶으다
훌훌 벗고 뛰어 들어 퐁당탕 하는데 뭔가 발에 걸린다
헉~
누군가의 때묻은 하얀 런닝구다
아 쓰벌~
차라리 시체를 보는 게 낫지
비로소 사람이 사는 것으로 확실히 판단되는 집 한채 만난다
아주 공손한 태도로, '선생님~ 이 동네에 점빵이 어디 있습니까요~'
한국말을 못 알아 듣다니....
영어로 해도 대화가 되겠다
다행히도 대화가 이어져 점방의 위치를 파악하다
구한말 의병대장님 이강녕 선생님의 생가 바로 옆집이 점빵이다
동네 할매들 네분이 앉아 계신다
할매들에게 붕어빵 아이스께끼 하나씩 돌리니 황송해 마지 않는다
캔맥 하나와 막걸리 한병을 마시는 사이 그 동네 정보는 모조리 파악 되었다
그 할매들 아들 손자 며느리 직업까지도 모조리 알아 내었다
점심을 안 먹었다니 식은밥이나 따나 한상 채려 준다는 걸 억지로 말기고 있으니 달아네 아우 도착이다
아우의 택배를 받아 소주 댓병 하나와 캔 여섯개를 사 넣어 이화령으로 이동이다
이화령 휴게소는 참 재수가 좋은 집이다
대간 바람이 식어 손님이 한산해 곧 망하려니 하다가, 국토종주 자전거 바람이 불어 또다시 인산인해다
남들은 그 양반 욕 많이 하더라만 난 만날때 마다 정답다
아우와 수육정식 나란히 나누며 도착할 그들에게 연락하니 어따~
여차저차 내가 졌으면 할 말 다한거다
다시 은티마을로 이동이다
아우가 걱정이 되는지 내 모습 시야에서 사라질때 까지 눈배웅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쉬지않고 한달음에 그 가파른 꺼꼬망을 올라 배너미 평전에 다다르니 58분 소요 되었다
진심으로 포옹하고 악수하고 난리법석을 잠시 떨다
마침 웅덩이에 물이 고여 있어 목간도 한판 했다
이들은 은티재에서 하산하여 은티마을로 갔다가,
다음날 지름티재로 올라 비로소 이 곳 배너미 평전에 이르렀다 한다
계속된 산행으로 벽 차고 날아 다니던 행님이 제법 지쳐셨더란다
오죽하면 객꾼이 이리로 왔겠나
술과 음식이 제법 풍족한 밤이어서 좋은 한 때였다
계획이 하룻밤 하루 아침에 네댓번은 바뀐다
이화령으로 가지 않고 갑자기 봉암사에 들러 보기로 급 수정된다
길도 모른다
그냥 그 평전에서 물길이 아래로 흐르니 따라 내려가자 그리 되었다
나는 뚜버기는 그 곳에 길이 있음을 아는 줄 알았다
아가들과의 정다운 그 표지기 옆에 조은산님이 있는데, 아마도 내가 아는 그 조은산님과는 틀린 조은산 이리라
우리가 아는 조은산님께 뚜버기 전화해 보니 그냥 대충 치고 내려 오라 하시더란다
제법 알탕할 만한 곳이다
알탕의 하수들은 이곳에서 훌러덩 벗는다
나는 조금 더 내려가면 직이삐는 곳이 있을 줄 알기에 참았다
이곳에서는 산길이 고속도로가 되어있다
그러니까 배너미에서 봉암사로 이르는 뚜렷한 산길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갈림길에 이르니 비구, 비구니 스님 두분이 지키고 섰다
아니 계시면 훨씬 편할 길이 있는데 빙 돌아서 일주문으로 해서 오르시란다
오늘은 초파일이라 하루 개방되는 날이니 그렇다 치고, 평소에 이뤄질 그 자리에서의 난투극이 대략 짐작된다
봉암사~
지날때 마다 한번은 들려 보고 싶은 곳이었다
허나,
평소엔 개방을 안하니 가기 어렵고,
하루 개방하는 초파일엔 그 출입과 후퇴의 조건이 너무나 어렵다
우리 애초부터 그런 줄 알았으면 아마 아니 갔을 확률이 반은 넘었을 게다
절밥이나 한그릇 먹고 오자는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그 밥줄이 이백십오미터는 되겠기로 자연스레 포기 되었다
방송에서 볼 때는 태고의 신비가 숨쉬고 있는 곳이려니 하였는데,
줄서기와 줄서기의 놀라움 가득한 곳이었다
내 절간에서 순서 지키다 절도 못한 경우도 처음이다
자리는 참 좋더라
내가 중이면 하안거 동안거 몇년이고 해 보고 싶은 곳이리라
그리곤 또 다시 하염없이 걸었다
이십여분을 걸어 내려오니 정체모를 긴 줄이 오백팔십미터도 넘게 이어져 있다
뭔 줄인가?
셔틀버스 기다리는 줄이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얌전히 줄을 잘 서서 기다릴 줄 아는 민족이었다니 다시 한번 놀랬다
이후,
달아네 아우를 또다시 부르고 삼사심분을 더 걸어 내려 와서야 만나고,
문경 이미수네 집으로 옮겨 정다운 뒷풀이를 나누고,
서대구고속터미널에서 서부 정류장으로 택시로 이동, 진주표가 매진되어 마산으로 갔다가, 심야버스로 겨우겨우 진주에 이르러게 되었다
내가 딱 복권만 되었다면 대구에서 진주로 택시타고 날라삘 심정이었다
구왕봉아
희양산아
나는 그래도 님들을 아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