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國旅行, 山行

2012 중앙알프스 앤 후지산 산행기 4

객꾼 2012. 10. 10. 13:43

후지산 아래에는 다섯개의 호수가 있다

그 중 이 카와구치(河口) 호수가 제일 크다

카와구치 호수 주변에는 야영장이 없는데 다른 호수에는 유료 야영장이 꽤 있다

하루를 호수 주변에서 쉬며 조깅이나 한판 할려고 런닝화며 런닝복을 챙겨 갔던긴데 마음이 별로 안 내킨다

장군봉님도 같이 뛸 생각으로 신발이며 복장을 챙겨 오셨더라

 

 

 

 

세상 참 좋다

한국에 앉아서 생전 가 본적도 없는 곳을 위성으로 검색하여 공원을 알아내 찾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정자까지는 생각도 못했는데 호연성이 그 어두운 밤중에 찾아뿌데

 

일본라면으로 아침밥 묵다

어지간 하면 굶는 게 낫지 두번 다시 못 먹을 맛이더만

 

 

 

 

 

 

밤에는 몰랐는데 주변이 온통 허브밭이라

깨끗한 화장실도 있길레 샤워도 했지 아마

멀리서 몇 번 보아온 후지산이 바로 눈앞에 있으니 나름 신기한 점도 있더만

 

이때쯤 추가 회비를 걷었다

예년에는 60만원으로 가능하더니 이번은 왔다갔다 교통편 이용이 많아 할수없이 만엔씩 더 받았다

경란은 엔화가 없어 나중에 부산가서 자갈치에서 회나 사라고 했다

 

 

 

 

 

아침밥을 먹고 짐들을 말린다

이곳에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카와구치역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후지산 오합목으로 오를 여산이다

한가한 때를 이용하여 호수 주변을 산책하다가 아예 시내까지 걸어가 맥주를 사 오기로 한다

이때 역으로 가 버스표를 예매해 놓았어야 하는데 까딱했으면 이날도 후지산에 못가고 호수가에서 잘 뻔 했다

나중에 재수가 좋아 겨우 막차표는 살 수 있었다

 

 

 

 

 

캔맥주 사와 마시다가 문득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싶은 마음이 든다

호연성에게서 비누 받아 수영 하는 김에 샤워도 하자 싶었다

수온이 약 20도 가량으로 생각과는 달리 따뜻하데

내 수영겸 목욕하고 돌아오니 호연성과 경란도 뛰어들어 한판 휘젓고 온다

 

 

 

 

 

일본쌀로 점심을 해 먹고 짐을 챙겨 도보로 시내까지 이동이다

이때서야 비로소 버스표가 매진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미쳐 걸어가는 내내 불안하데

역에 닿으니 14시쯤, 16:50 행 막차표는 겨우 남았다

편도는 1,500엔, 왕복은 2,000엔이다

왕복표는 이틀간 유효하단다

 

 

 

 

 

 

시간이 많이 남아 주변을 온통 다 뒤졌다

채소를 몇일 못 먹으니 대원들이 온통 타령이길레 물어물어 채소가게를 찾아 듬뿍 샀다

후지산 가는 사람들에 외국인이 참 많더만

왼쪽에 몸이 반만 나온 아가씨는 인도 사람인데 차가 20분이나 연착이던데 잘 타고 갔는지 몰라 

 

 

 

 

 

 

 

 

 

 

 

 

후지산 고고메(五合目) 까지는 버스로 50분이 소요된다

후지산은 온통 시커먼 화산재로 이루어진 산이라 나무가 없으리라 여겼는데 저지대의 밀림은 제법 울창하다

 

 

 

 

 

 

 

후지산 오합목에 관한 정보는 거진 없었기에 어데 쉴만한 곳이나 있을까 불안하였는데 아주 좋은 곳이 있더라

사람들 마다 후지산은 일출을 봐야 한다길레 이곳에서 대충 쉬다가 밤 12시경 등산을 시작하자 한다

휴게소 건물이 있고, 아마도 영업이 끝난 듯 하고, 건물 중간에 화장실 통로가 있다

 

 

 

 

 

 

 

구석진 곳을 선점한 젊은 일본인을 무언의 압력으로 쫓아내고 자리 잡았다

사온 채소들을 펼쳐 놓으니 아주 진수성찬이다

대체적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는 일인들인지라 지나가면서 신기한지 구경이 반이다

 

 

 

 

 

20시경 대충 선잠이나마 자자 하였다

주변으로 역시나 야간산행을 하려 기다리는 일인들과 외국인들이 많다

학생이나 됨직한 젊은 놈이 근방에서 어찌나 큰소리로 떠드는지 잠이 들었다 깨었다 반복하다 보니 12시더라

그시키 일부러 그런걸까

 

자전거 타고 올랐다는 어느 일본인에게 오늘과 내일 날씨가 어떻다고 하더냐 물으니 아주 자세하게 안내해 준다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기상을 검색하며 오늘밤 중에 폭우가 있겠는데 다행히 자정쯤에 활짝 개인다는 정보다

예상대로 잠들 무렵 기습적인 폭우다

천둥번개를 동원한 장대같은 비라 이게 자정에 그치기는 할까 걱정될 정도였다

비는 22시경 멈추는 듯 했고 금새 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짐을 정리하여 건물 뒤쪽에 모아두고 간편한 차림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남의 땀내나는 장비들을 누가 훔쳐가겠나

가다가 길을 잘못들어 블도저 오르내리는 길로 산행을 하였난데 결과적으로 그 길이 아주 양호했어요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오르는지 정상부에서는 병목현상이 심하다

학생들도 단체로 오르고 직장인들도 단체로 오르고 우리같은 객꾼들도 떼지어 오르는 형국이라

듣고 가기로 후지산은 9월부터 등로를 폐쇄 한다는데 이번에는 그 다음주가 3일 연휴라 폐쇄기간이 연장 되었는지 여하튼 많이도 올라요

 

4시간 30분 가량 오르니 九合目이라

건물들이 제법 즐비한데 산장 같지는 않고 뭐하는 곳인지 몰라

호연성은 장군봉님이 옷이 든 배낭을 메고 정상부로 가 버려 추위에 한시간 가까이 달달 떨었다

내가 장군봉님 앞에 갔다고 우리도 정상부로 가 보자하니 자꾸만 뒤에 오신다며 9합목 건물 벼르빡에 붙어 달달 떨데

 

거진 한시간쯤 기다리니 경란이 도착한다

데리고 일출보러 정상부로 나아가니 그날 일출은 일출도 아니고 아닌것도 아니더라

해 뜨자마자 다시 하산하는 사람들 대부분이라

 

 

 

 

 

전날밤에 우박도 아니고 눈도 아닌 희한한 물건이 내렸어요

오합목에서 출발할 때 등산화를 신을까 런닝화를 신을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런닝화를 신고 올랐겠다

발시러워 돌아가시는 줄 알았네

세상에 후지산을 마라톤화 신고 오르는 사람이 어데 있냐며 장군봉님 혀를 끌끌 차신다

 

비교적 양지바르고 바람 잦은 곳을 찾아 미리 경란이가 밑에서 준비해온 주먹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그러다 나는 이 자리에서 깜빡 일이십분이나 잤나

 

 

 

 

 

 

 

그 사이 장군봉님은 이러고 놀았단다

 

 

 

 

 

요즘 일본 아이들은 보니 옷 벗고 노는 게 유행인 모양이라

여자애가 있든 없든 웃통 벗고 엉덩이 까고 히히덕 거리며 놀데

장군봉님 지론은 이렇다

산에서 얼어죽는 놈들은 게을러서 그렇단다

부지런히 납뛰다 보면 얼어죽을 틈이 없다나 뭐라나 

 

 

 

 

 

 

 

 

정상부에 있는 정체모를 구합목 건물들이다

해 뜨고나니 날이 너무 깨끗해진다

이번 산행은 날씨로 복 많이 받았다

 

 

 

 

 

 

 

후지산 분화구

그 깊이가 이백 몇십미터라던가

한라산 분화구 둘레보다 작은 듯 하다

 

 

 

 

 

 

나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장군봉님이 분화구 한바퀴 돌잔다

듣고보니 왜 생각이 그기에 미치지 못했을까 싶다

장군봉님은 우리가 후지산 산행을 못하게 될까봐 중앙알프스에서 부터 조마조마해 하시더란다

 

 

 

 

 

 

저쪽에 무인 천문대가 있다

2000년대 중반 무렵에 유인에서 무인으로 전환 되었다 한다

일본 산악소설계의 거물, 신타로우라는 양반이 젊은 시절 근무했던 곳으로 그의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곳이리라 짐작한다

 

 

 

 

 

 

 

후지산정에서는 태평양이 바로 보인다

이름을 머시기라 하더만

 

 

 

 

 

 

후지산은 나름대로 일본 역사에 영향을 많이 끼친 산이란다

우리 화랑들이 지리산에서 훈련 했듯이 헤이안시대에 무사들의 수련장으로 이용되었다 한다

의외로 초등은 12세기 중반경에 이뤄졌다 하고, 14세기에 서민들의 기원등반이 왕성하였고, 18~19세기 말엽에 걸쳐 어떤 종교인들의 집단숭배 등반이 유행이었다 한다

1800년대 말 여성들의 등반이 허용되었으며 현재는 연간 약 30만명 가량이 찾는다고 한다

 

 

 

 

 

 

 

 

메이지시대 후지산의 불교유적이 조직적으로 파괴 되었는데 모셔진 불상들은 모두 목이 잘려져 있다

대신 비슷한 돌덩이 하나씩 올려 놓았더라

장군봉님 이곳에서 고글도 하나 줏고 청동판에 새겨진 이상한 물건도 하나 주웠더라

 

 

 

 

 

 

 

 

분화구 안쪽

 

 

 

 

 

 

 

여기가 후지산 정상봉이다

겐가미네봉이라던가?

여하튼 후지산 올랐다는 많은 사람들이 미처 못 보고 내려간 곳이다

 

 

 

 

 

 

 

 

 

하늘과 산

 

 

 

 

 

 

 

 

 

저 봉우리들에 제각각 이름이 있더라

 

 

 

 

 

 

 

 

 

천문대를 배경으로

 

 

 

 

 

 

 

 

남알프스 원경

 

 

 

 

 

 

 

 

 

중앙알프스 원경

 

 

 

 

 

 

 

자동으로 맞춰 놓고 되돌아 뛰어가 찍었는데 아주 자연스럽군

언덕 아래에 꼭 제주도에 있는 무덤 형식의 무엇이 있었는데 일부러 내려갔다 오신 장군봉님 말씀이 무슨 추모비라던가?

 

 

 

 

 

 

 

 

구합목에 있는 이 건물의 정체는 뭘까

무슨 신사일까

궁(宮)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던데 궁금하군

 

 

 

 

 

 

 

 

 

오름길과 내림길을 달리해 하산한다

 

 

 

 

 

  

 

 

후지산에서 지팡이 하나 주웠다

나중에 아래 7합목 산장쯤에서 우리 일행들을 보고 '지팡이와 비루 한병 쌤쌤 오케?' 해볼까 물어 보는데 그 이야기를 마침 주인이 들었어요

눈을 반짝이며 바로 바꾸자 하데

 

 

 

 

 

 

 

 

 

간밤에 비가 그렇게 왔는데도 길이 전혀 질퍽 거리지 않아 나름 좋았다

 

 

 

 

 

 

 

 

 

사람과 산과 하늘

 

 

 

 

 

 

이건 무슨 거대한 성벽 같다

무너지는 산을 인간이 저렇게 해서 막을 수 있을까

중간중간 산장에 사는 사람들은 간이 커야 되겠더만

아닌 밤중에 커다란 돌덩이가 집을 통째로 내리 찍을 가능성이 아주 다분 하더만

 

 

 

 

 

 

 

 

 

 

후지산 사면 경사각

 

 

 

 

 

 

 

 

 

이런 돌길이 한시간 넘게 이어진다

애당초 이쪽으로 올랐다면 시간이 더 걸렸겠다

아래쪽에서 길 잘못 찾은게 오히려 득이 된 경우다

 

 

 

 

 

 

 

 

일본식 난방방식의 하나,

응용하면 나름 운치 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마침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이 꽃 이름이 뭡니까?' 하고 물어보는데 서양인이데

둘이 눈을 마주치며 싱겁게 웃고 말았다

 

 

 

 

 

 

 

 

 

곳곳에 이런 방벽들이다

정말 무너지는 산을 인간이 막을 수 있나 

 

 

 

 

 

 

 

나는 일행들이 내 뒤에 있는 줄 알고 한참이나 이곳에서 기다렸네

그들은 내가 어떤 중학교 선생과 후지산 아래 늪지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을 때 스쳐 지나 갔단다

말과 마부가 꽤 궁금했을꺼여

한참이나 곁에 앉아 갈 생각을 안하니 말여

 

 

 

 

 

오합목에서 짐을 챙겨 점심밥을 해 먹고는 주변 신사도 둘러보며 느긋이 쉬다가 오후 두시경 버스를 타고 가와구치역으로 내려 왔다

역 앞에 마침 공중목욕탕이 있어 한사람당 600엔 주고 깔끔이 씻었다

어제 오르기전 오오사카행 버스를 한사람당 8,500엔 주고 예매해 두었는데 출발 시간이 19시 55분이다

어따 시간 안 가데

그럴 줄 았았으면 목욕탕을 저녁시간에 가서 그 휴게실에서 텔레비젼이나 보며 기다렸을 텐데

술 많이 마시면 오줌 마려울 거 같아 술도 제대로 못 마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화장실도 있는 버스더라

나는 안들어 가 보았는데 억수로 깨끗하단다

 

버스가 몇번이나 쉬었다 출발했다 하는 듯 하다

오오사카에 이르니 아침 7시다

 

 

 

 

 

 

오오사카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신세카이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가다가 보니 호연성이 좋아하는 玉出이라는 음식파는 백화점이 있어 일단 아침부터 해결했다

그러다 판이 길어져 길거리에 앉아 아주 한참이나 술판을 벌였네 그려

어차피 지금 시간에 호텔에 가 보았자 방도 안 준다는 핑계를 대며 말이지

 

 

 

 

 

11시가 가까울 무렵 작년에 묵었던 호텔로 가 보니 방이 이미 다 나갔단다

그 옆집이 더 좋데

목욕탕도 특색있게 옥상에 있더라

 

이후,

경란과 장군봉님은 점심도 싫다며 잠으로 빠져들고 호연성과는 미리 보아둔 100엔 스시집을 찾았다

저 술 두병 공짜로 마셨잖어

벽면에 기계가 달려 있는데 그걸 꼭꼭 누질러 주문을 해야 하는데 잘 모르니 그냥 육성으로 시켰어요

이게 계산서에 누락된 거라

어따 공짜술 마시고 나오니 무지 기분 좋데

뒤따라와 술값 내라고 할까 싶어 골목길로 접어들어 버렸제

 

 

 

 

 

 

저녁밥은 작심하고 玉出에서 거하게 장을 보아 푸짐하게 먹었다

아마 장군봉님이 쏘셨제

한술 된 김에 다찌노미 한번 가 보자 이리되어 출동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 주변이 이렇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주 번화가가 되어 있다

중국아가씨들이 이렇게 차려 장사하는 게 유행인 모양이라

우리나라 노래도 없는게 없어요  

 

 

 

 

 

 

 

다음날 전철을 타고 코스모스퀘이어역으로 이동이다

후지산에서 주운 지팡이는 기념으로 가져 가기로 했다

 

 

 

 

 

 

 

남은 공금이 있어 또 미리 玉出에서 장을 보아왔다

맥주만 해도 큰 캔으로 스무병쯤에 작은걸로 열병쯤 샀지 아마

부산 오면서 배에서 먹는 다는게 아마도 이 두시간 동안 다 마셔 버렸지

 

 

 

 

 

 

이번에 친구덕에 남자들은 7인실을 하나로 쓰고, 경란이는 혼자서 그 넓은방을 이용했다

왼손에 들고 있는 거는 새로운 술통일까

배 안에서 기념사진 한장

 

 

 

 

 

 

 

 

부산항에 내리니 오늘도 비번이신 조은산님이 일부러 나와 기다리고 계시다

자갈치 그 집으로 가서 정다운 시간 보내다 뿔뿔이 헤어지다

같이 가신분들 사고없이 무사히 다녀와 기쁘고, 날씨가 도와줘 또한 좋았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열심히 사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