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지리산 웅석봉

객꾼 2013. 11. 12. 11:25

0 날짜 : 2013. 11. 10 ~ 11

0 동행 : 산장(마윤제), 구절초, 달수니

0 간길 : 밤머리재 ~ 웅석봉(데크 1박) ~ 내리 ~ 선녀탕

 

 

 

구절초가 어데가서 야영이나 하고 오잔다

그려 좋제~

헌데 일요일 갔다가 월요일 와야 된단다

그려 좋제~

휴가도 많이 남았는데 하루 내면 되지 뭐

 

민가가 하우스도 정리하고 방아도 찧어야 한다면서 금요일 내려왔다

나도 덩달아 필봉 아래 민가네로 갔다

헌데 민가는 금요일 저녁 내내 술만 마시더니 토요일은 오후 두시까지 잠만 잔다

하우스 정리는 언제하고 방아는 언제 찧나하며 따라 잤다가 책을 펼쳤다가 하고 있으려니 목욕 가잔다

 

목욕 마치고 나니 조개골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는데 같이 가잔다

말아라 자네나 가라 하고 빈집에서 홀로 잤다

밤새도록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주인없는 집에서 객이 홀로 그 소리 듣고 있으려니 좀 외롭더만

이윽한 밤 23시에 서울에 있는 산장에게 전화를 넣어 아침까지 내려오라 하다

 

 

 

 

조개골로 갔던 민가는 아침부터 금서면사무소 앞에서 해장을 하고 있다

불려가 따라 앉았다가 소주 한병이나 비우고 있으려니 구절초와 달수니가 왔다

자리를 정리하고 산청터미널로 가 도착하는 산장을 태우고 밤머리재로 오르니 11시가 훌쩍 넘고 있다

점심이 어중간하니 예서 라면 한사발에 막걸리 한잔으로 밥을 대신하자며 버스마차에 올랐다 

막걸리 한사발씩 먹여 밤머리재 그 된비알을 쳐 오르게 하니 제법 헥헥 거리더만 

 

 

 

 

<검은 개들의 왕> 마윤제 작가는 연말까지 회심의 장편 하나를 낼 요량으로 요즘 분투 중인데 근간에 글이 잘 이어지지 않는단다

허면 머리를 식혀야지

몇번의 여행계획이 무산되다가 한밤중에 난데없이 불려 내려온 경우다 

 

달수니는 이름도 이쁘고 마음도 이쁘고 얼굴도 이쁘다

<달수니>는 산장이 그날밤 즉석에서 지어준 이름이다

산에서 잠 한번 자 보는게 오랜 소원이라 구절초를 졸랐고, 구절초에 의하여 내가 짐꾼으로 간택 되었고, 마작가는 내한테 끌려 내려온 택이니 이번 산행은 모두 달수니 덕이다 

 

 

 

 

둘이서 오랜 친구란다

구절초가 달수니 자랑을 하며 '젊었을 적에 참 잘 나갔다' 길레~

'와?  카바레서 한칼했나~ 춤 잘 추게 생겼네~' 하니 눈깔을 하얗게 만든다

 그래도 구절초와 달리 씩씩한 아들을 둘이나 낳아 잘 키우고 있으니 국가에 충성하고 있다

 

 

 

 

 

두어시간 걸으니 웅석봉이데

이 산길이 이래 가까웠나

샘에서 물을 10kg 쯤 길어 손에 들고 데크로 나아가다

 

 

 

 

 

 

날이 추웠기로 이날은 하늘이 맑아 산이 가까운 날이었다

그래서 많이 좋았다  

 

 

 

 

 

 

 

 지리 주능도 멋지더라 

 

 

 

 

차갑고 쎈 바람이 부는 웅석봉정이다

구절초가 맞바람 치는 쪽에다 텐트를 치자길레 '이 가시나가 돌았나~' 하며 바람 안부는 데크에다 잘 쳤다

아마도 구절초 치자는 곳에 쳤으면 밤새 텐트 날아갔을 터이다

 하긴 자기 텐트이니 날아가든 말든~

 

 

 

 

 

 

시간이 넉넉하기로 생오리 구워 소주 한잔 걸치고 나오니 경호강에 찬바람 이는 정경이 예까지 느껴진다
마작가는 요즘 바람에 관련된 구절을 쓰야하는 장면이 있는데 바람 제대로 느끼게 해 주어 이번 산행이 도움이 되었다며 혼잣소리 비슷하게 한다 

 

 

 

 

 

 

 

해가 넘어가고 있으려나 나왔더니 이미 서산으로 들어간 후다

 

 

 

상봉은 기이한 구름모자 하나 쓰고 있다

바람이 차거워 오래 감상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그렇게 둘러 앉아 저녁을 해 먹고 20시쯤 잤나

마작가는 무슨 여덟시에 잠을 자냐 하더만 머리 닿더니 코 곤다

나는 엎드려 책이나 좀 읽을 랬더니 자꾸만 절을 하고 있다

 

그렇게 셋은 곧 코를 고로롱 거리며 잘 자더란다

세시쯤 깨었나

그때까지 달수니는 텐트 날아갈까 걱정이 되어 한숨도 못 자고 있었단다

세시에 일어나 웃고 떠들기도 처음일세

달수니는 우리가 웃고 떠드는 소리에 안심이 되어 비로소 그때부터 조금 잤단다

 

 

 

 

 

 

두어시간 뒤적거리다 다시 잠들었나

바깥이 밝은 듯하여 나서보니 일출이 시작되려나  

 

 

 

 

 

아직 여명의 천왕봉은 하얗다

나는 서리가 내렸나 싶었다

그런데 첫눈이 왔더랜다

 

 

 

 

 

 

포인터를 찾아 이리저리 옮기고 있으려니 달수니도 올라왔다

곧 들어가려니 싶었는데 그 추운곳 정상석 옆에 앉아 끈기있게 햇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작은 감동이다

산에서 해 뜨는 장면 처음 본단다

 

 

 

 

 

 

 

이날 일출은 새색시 담장 기웃거리는 모양이다

빼꼼 내어다 보더니 부끄러운 듯 천천히 떠 오른다

 

 

 

 

 

 

햇님만 보고 있는 달수니 뒤돌아 보게 하다

나는 산의 저런 모습이 참 좋더라

 

 

 

 

 

다시 들어가 다시 잠을 잔다는 사실이 달수니는 참 신기한 모양이다

책을 읽으며 보니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사람들 자는 모습 구경이 반이다

누룽지 국에 미역국 겻들여 아침밥을 먹고도 한참이나 텐트안에서 미적거리다 짐 챙겨 나서보니 천왕봉이 더 맑다

 

 

 

 

같이 사진이라도 한장 찍을랬더니 너무 바람이 차다

더구나 밧데리도 얼었는지 작동이 시원찮다

서둘러 내리 방면으로 하산이다

일요일 아침에 영상 <산>에서 그쪽으로 오르는 팀들 방영하기로 우리는 그 길로 내려가 보기로 한 참이다 

 

 

 

 

 

황매산과 정수산과 둔철산을 가까이로 보면서 내려오는 산길은 온통 낙엽 구덩이다

사그락 거리는 소리는 정겨운데 난데없는 허방을 조심하며 내려와야 했다

 

 

 

 

내리 마을로 접어드는 임도를 따라 한시간이나 더 걸었나

선녀탕 돌아 마을 슈퍼에서 막걸리 두어병 마시며 택시를 부르니 금세 온다

금서면 사무소로 가 점심 나누고 면사무소에 세워둔 내 차로 밤머리재 이르러 뿔뿔이 헤어지다

건데 서울가는 차 태울라면 원지로 가는게 맞데

괜히 먼길로 산청읍으로 나왔다가 산장 서울 도착 시간만 늦어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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