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지리산 백운계곡

객꾼 2013. 11. 1. 13:35

19년전 10월 마지막날 만나서는 68일 후에 결혼을 했는데,,,

결혼식장 마당 벤치에 장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 있길레 인사를 했더만 내가 누군지 모르데

사실 나도 장인이 키가 187cm의 장신이 아니었으면 못알아 봤을거라 

내가 초스피드로 결혼을 해봐서 하는 말인데, 다른일도 그렇겠지만 특히 결혼은 그리 빨리하모 안되겠더만

 

결혼하고 하도 부부싸움이 심하니 어무이가 굿을 했다는데, 그때 돈으로 200만원이라

우리 염감이 인생에 두번 신기한 일이 있었는데 그 한번이 굿을 하고 난께나 둘이서 아기낳고 잘 살더라네 

"얌마~ 지리산에 가서 한밤 자고오자~"

"머한다꼬?"

"니캉내캉 10월 마지막날 만났다 아니가~, 긍께로 기념삼아 한번 가자~"

"옴마야~ 그날을 우찌 기억하고 있노~ 내는 벌시로 잊아삤는데...."

 

그런데 정작 산에서는 내가 여기 뭐하러 왔는지 생각이 하나도 안나요

하산하고 마눌 운전하는 차에 타고 오는데 친구놈이 '잊혀진 계절' 노래를 카톡으로 보냈데

그거보니 아차 싶더만 

 

 

 

 

 

 

혹시라도 누가 플라밍선솃 텐트 사겠다는 사람 있으모 적극 말리겠다

텐트치기가 너무 불편해요

마누라는 내가 저런거 치는데는 도사인줄 아는데 하도 쪼물락 거리니깐 부라쟈 벗어 나무에 걸어놓고 어디로 갔어요

 

 

 

 

웬일로 책을 읽는가 싶었더니 폰 가지고 놀데

그런데 이런 낭패같은 일도 있어요

야무치게 각오하고 찬물에 목욕재계하고 아주 은근한 눈으로 마누라 쳐다보았더니,

하필 공산당이 쳐내려 왔데요

어따 결과론이지만 긴긴밤 할일이 없어서 잠만 14시간을 잤네 그랴 

 

 

 

 

 

뭐 피티기는 밤 될일도 없겠다

술이나 묵자

마누라캉 한번씩 이러는 것도...재미 별로 없고, 다음에는 친구부부를 꼬드겨서 같이 오자고 합의함

 

 

 

 

 

 

 

가만히 앉아 책이나 좀 읽으면 되겠더마 어띠키나 좀 걸어갔다 오자고 하는지~

할 수 없이 좀 더 위쪽을 살피러 갔다

 

 

 

 

 

 

 

예상한 대로 단풍이 딱 좋은 계절이더만

 

 

 

 

 

 

 

백운계곡은 정말 이런 용도로 찾기엔 딱이라

이 가을이 다 가기전에 두어번 더 가야지

 

 

 

 

아침부터 일어나서 또 위쪽으로 갔다 오자고 을매나 설쳐 대는지~

고마 못 들은체 하고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드니 자기 혼자 올라갔다 온다며 출발한다

한 십분이나 지났나

무서워서 못 가겠다고 도로 돌아 내려왔어요

 

뽓대성님이 아침에 온다더만 그 영감은 왜이리 동작이 늦을까

마누라 구시랑 거리든말든 독서를 고수하고 있으니 10시쯤 오셨데

셋이서 위쪽으로 사라지고 나니 참으로 조용하고 좋데

 

행님이 아주 맛난 고기를 가져 오셔서 정말 맛나게 묵었다

아래 두분은 좀 신기한 케이스다

보통 옆집 아저씨가 따라 붙을낀데 아지매가 한번씩 따라 붙는단다

 

 

 

 

 

 

단풍과 보조를 맞춰 사람 얼굴에도 홍조가 필 무렵 짐을 정리하다 

 

 

 

 

 

 

기사가 있으니 한잔 더하지 않을 수 있나

인근 횟집에 들러 붉은고기 한마리 잡아 소주 서너병 비우다

 

 

 

 

돌아오니 택배가 와 있다

누가 하도 북극 최고봉 맥켄리에 가자고 권하기로 에라 모르겠다

공식적으로 출장을 한달이나 내어 주겠다는데 마다할 거 있나

마음에 각오나 다지자 싶어 장군봉님께 부탁하니 장비를 보내 오셨다

후내년에 간다는데 동계훈련을 2년은 해야 된단다

그때가서 너무 잘하모 에베레스트 계획도 있던데 그곳에도 같이 가자는 거 아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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