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가 자 : 객꾼, 산거북이, 진주, 한꿈, 캔디, 적석, 지필, 덕불고, 싱아
○ 산행기간 : 2014年 5月 1日(목) 00:00 ~ 5月 6日(화) 24:00, 5泊 6日
○ 회 비 : 85만원/1인
○ 산행구간 : 인천공항 - 나고야- 마츠모토 - 카미코지(上高地) 고나시다이라(小梨平) 텐트장(1박) - 묘진여관 - 도쿠사와 산장 - 요코오 산장 - 야리사와(槍沢) 산장 - 바바다이라 텐트장(2박) - 살생 산장 - 야리가다케(槍ケ岳) 야리산장(3박) - 오오바미다케(大喰岳) - (왕복) - 야리산장 - 같은 코스로 하산, 도쿠사와(德沢) 텐트장 (4박) - 카미코지 - 마츠모토 驛(5박) - 마츠모토 城 관광 - 나고야 - 인천공항
지난 어느 가을밤,
진주아재님, 유랑자님, 구절초랑 넷이서 돼지국밥 집에서 소주를 한잔 하고 있었겠다
무슨 이야기 중에 내년 5월 연휴가 4일이고, 노동절까지 합치면 하루만 휴가내면 6일이 된다고 누가 그런다(내가 그랬나?)
아재님이 난데없이 '그럼 북알이나 한번 가자' 하시기로, 나는 계획이 가을이라 1년에 두번 갈 돈은 없다 하였다
'그라모 니는 가이드만 해 주고 그냥 가자' 하시기로 콜~
(건데 시방에 와서 보니 그때 그 네사람 중 결국 갔다 온 사람은 나밖에 없네)
어따~
그날 적게 마신 술도 아닌데 집에 들어 갔으면 잠이나 자지
밤중으로 계획을 짜서 인원모집을 해 놓았데
그그참, 다음날 내가 읽어봐도 그 술김에 거진 완벽하게 올려 놓았더만
그래서 한번 놀라고,
사람들이 순식간에 신청을 해뿌는데 아마도 열다섯명쯤 되었제
이건 인제 빼도 박도 못하는 거라
그 열의(?)에 두번 놀란기라
착착 진행되던 중 아재님은 같은 기간에 일본 간다는 원장 걸빨에 져서 못가시게 되고,
이후 몇몇이 사정이 생겨 중도 포기하게 되고,
확정자가 딱 열명이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이제 밤차 탈일만 남았다
몇일 못 뛰겠다 싶어 저녁밥 먹기전에 진양호까지 한판 뛰었제
한참 뛰고 있는데 총무역을 맡은 산거북이 형 전화가 오는거라
'큰일이 생겼다'
"무슨?'
여차저차하여 유랑자님이 지급한 사정이 생겨 갑자기 못가시게 되었단다
내 이제와서 솔직히 심정을 밝히자면 내가 저지른 일이니 스스로 파토 낼 수는 없고, 누가 나서서 제발 판을 깨 버리면 좋겠다 싶데
공짜로 가는 것도 부담되고 이상하게 예감이 안 좋더라고,
출발 몇시간 전에 유랑자님도 빠져 버리니 예감이 더 안좋더만
나중에 하산하고 들은 이야긴데, 캔디님 아버님 돌아가시고 꿈에 처음 나타나셨더라 하고, 적석 형님 아버님은 두번이나 나타나셨더란다
아이고~ 그럼 두분 아버님이 이번 우리 무사산행을 도와주신 거로구나 그리 싶었다
◈ 5월 1일(木) - 1일째
인천공항 ~ 나고야 공항 ~ 나고야 역 ~(JR특급)~ 마츠모토역 ~(택시)~ 카미코지(上高地)
00:00 서울행 심야버스 탑승
03:30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08:40 인천공항 나고야행 비행기 출발
10:40 나고야 공항
13:00 제이알 특급 나고야역 마츠모토행 출발
15:00 마츠모토 도착
15:30 카미코지로 택시로 이동(총 3대)
16:30 카미코지 도착, 고나시다이라 텐트장 야영
<조식 : 개별식, 중식 : 개별식, 석식 : 삼겹살 및 밥>
나고야 공항에 도착해 이런저런 짐 꾸리다 보니 11가 넘는다
공항전철로 41분 실려가니 나고야역이다
제이알 매표소로 가서 13시발 마츠모토행 특급을 예약하니 출발까지 30여분쯤 남는다
각자 알아서 도시락을 사오라 하고 기차 자유석으로 찾아 들었다
이렇게 큰 배낭을 지고 다니는 경우라면 돈만 비싼 지정석 보다 자유석이 오히려 편하겠다
내 이번 산행에 표시 안나게 덕불고 캔 몇개 마시는지 가만히 세어 보았다
인구 23만의 소도시 마츠모토에 도착하여 미리 예약해둔 택시를 만났다
그 양반은 9년째 만난다
올해는 사진을 같이 안 찍었는데 지난 8년간 한 이야기보다 이번 만남때 한 이야기가 더 많았지 싶다
일본인들은 쉽게 그 속을 안내 놓는줄 알았더만 내가 이것저것 가정사까지 시시콜콜히 물으니 세세하게 이야기 해 준다
딱 열살 많고, 스무살에 장가가서 2남 1녀 결혼 다 시켰단다
형님이라고 부르니 윽수로 좋아하데
대정 4년 효산이 화산 분출 했을때 만들어진 연못이라고 대정연못이라 부른단다
이날은 조망이 트이지 않았다만 바라보이는 경관이 그야말로 스바라시하다
저쪽 나무들은 빙하시대부터 자라오던 게쇼우야나기란다
3대의 택시에 3명씩 나눠타고 카미코지에 도착하니 네시 반이나 되었다
관광 안내센트에 들러 가스를 구입하고 이런저런 민사를 해결하고 있으니 처량히 비가 내린다
안내센트 지붕이 밖으로 많이 나와 있어 비를 피하기는 안성마춤이라 그곳에서 좀 자면 안되냐 하니 안된단다
일동 비옷을 대충 입고 예전에 하루밤 보낸적 있는 방문센트 처마밑으로 찾아 들었다
대충 잘 만 하겠기로 민생고부터 해결하기로 한다
이번에 2개로 조를 나눠 갔던긴데 우리 1조는 한꿈이 삼겹살을 가져 왔기로 맛나게 묵었다
2조 이야기는 안 할란다(ㅋㅋ...덕불고가 참 머리가 좋단 말이야^^~)
여기서 이러고 있으니 누가 신고를 한 모양이다
관리인으로 추정되는 2인이 찾아와 사정을 묻기로,
비와 바람 때문에 밥만 여기서 좀 먹고 텐트장으로 가겠다 하니 먹던 밥은 먹고 꼭 텐트장으로 가시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나중에 텐트장으로 가 보니 넓디 넓은 훌륭한 취사장이 몇개나 있더마는 괜히 나라망신 시켰네
◈ 5월 2일(金) - 2일째
카미코지 ~ 묘진여관 ~ 도쿠사와 산장 ~ 요꼬오 산장 ~ 이찌노 오자와 ~ 야리사와 산장 텐트장
04:10 기상
06:50 식사 후 산행 시작
07:30 묘진 여관
08:10 도쿠사와 산장
09:00 요코오 산장
11:30 아즈사 강가 점심
13:30 야리사와 롯지(텐트접수)
14:00 바바다이라 텐트장, 야영
<조식 : 밥, 중식 : 라면, 석식 : 밥>
비는 텐트치기 이전부터 이미 멈춰 있었다
아즈사 강가 아늑한 곳에 우리끼리의 집을 지어 잘 잤다
당초는 4시 반에 기상하리라 하였는데 2시 반부터 깬 잠이 다시 오지 않는다
책장이나 뒤적거리고 있으려니 여명이 오나
4시쯤 나가 사람들을 어찌 깨울까 궁리해 본다
그래 뛰자~
이리저리 시끄럽게 뛰어 다니니 알아서 다들 깬다
아즈사 강을 바탕으로 아침 햇살을 받은 산봉우리가 멋지다
왼쪽부터 니시호다카다케, 아이노다케, 덴꾸의 안부, 잔다룸, 오쿠호다카다케가 보인다
아래 계곡은 2005년 겨울 폭설로 무너졌다 최근에야 다시 지은 다케자와 산장이 있는 곳이다
2007년 호연형이랑 홍도랑 멋도 모르고 저 능선을 탔다가 그야말로 시컵한 기억이 새롭다
그나마 그날 안개가 덮혀 있어 멀리로는 시야가 흐렸기 망정이지 이런날 였다면 고소공포증으로 누가 울어도 울었으리라
날씨도 받쳐주고,
컨디션도 받혀주고 일단 징조는 좋다
솔직히 한둘은 뒤로 쳐져 팀 진행에 지장을 줄줄 알았더만 결과적으로 아무도 안 퍼지고 느끈히 걸으셨다
출발전에 다들 체력훈련을 상당히 하신 모양이라
한삼십분 걸어 오르니 이내 묘진여관이다
뒤로 보이는 산은 높이 2,931m의 묘진다케로서, 소설 빙벽의 무대가 되는 산이다
묘진다케는 총 다섯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반적인 등산루트는 없는걸로 알고 있다
대체로 클라이밍으로 올라야 한다
일본 근대 클라이밍의 주무대가 된 곳으로 많은 클라이머들이 저곳을 그쳐 세계 여러산으로 도전하였다
일본에 곰은 3만 마리쯤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원숭이는 몇마리쯤일까
여튼 가는 산마다 보였으니 윽수로 많은 모양이라
도쿠사와에서는 전망 좋은 날은 풀밭에서 마에호다카다케가 전방된다
이곳도 일본 근대등반의 메카다
요즘은 우리나라에 쨉도 안되지만 일본 산악인들이 이루어 놓은 굽직한 건수는 많다
에베레스트 최초 여성 등반가도 그렇고, 남자도 몇위 안에 있지 아마
그리고 8,000m급 어느 산도 세계 초등 기록을 갖고 있다
이곳은 유일하게 마츠모토시에서 직영하는 곳으로 한겨울에도 당직자 한사람은 항상 머문단다
예전에는 말키우던 곳이라나
신무라교다
이곳으로 오르면 와사비 들판 지나서 병풍의 파노라마를 돌아 북알프스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카라사와에 이른다
그곳에서 야영하거나 하고 호다카 연봉으로 오르기도 하는 인기있는 코스중에 하나다
묘진다케 연봉들
최근 새로이 만들어진 등산로인 모양이다
예전에는 산기슭에 난 길로 다녔었다
한꿈이 뒤로 쳐지며 좀 힘든 기색을 보이기로 어차피 가지고 내려올 짐은 데포 해 두기로 한다
쌀 10인분과 4홉 소주 한병을 돌밑에 묻으니 2조도 따라서 눈밭에다가 뭘 묻는다
그런데 눈밭에 묻을라면 좀 깊이 묻어야지 나중에 내려와 보니 터억 그대로 보이데
마치 정차해 있는 트럭 뒤에서 똥 누고 있는데 차가 시동걸어 가버린 형국이라
요꼬오산장앞 요꼬오 다리다
이곳에서도 카라사와로 오를 수 있는 인기있는 등산로중의 하나다
다리 쇠줄에 깃발 비스무레하게 걸려 있는 것은 잉어의 형상으로 시방이 일본의 고이노보리(연어 축제)인 모양이다
일본엔 지방마다 축제가 참 많다
우리도 요즘은 많이 회복된 편인데, 일제강점기에 민족문화 말살의 일환으로 우리 고유 축제들을 많이 없애 버렸제
잠시 쉬는 틈을 타 말도없이 우루루 발 씻으러 간다
물이 참 시원하그마는~
사람은 다 똑같은 모양이다
예전 부산팀들과 같이 갔을 적에도 30초를 버티니 마니 내기를 해 삿터만 이번에도 그런다
떡본김에 굿한다고 마져 점심도 먹고 가기로 한다
이 구간은 출발점에서 이곳까지가 고도 1600에서 1660사이를 오르내리락 하면서 이어진다
이곳에서 부터 야리사와 산장까지 비로소 1,800에 이른다
제1 오자와와 제2 오자와의 다리 두개를 통과해 가면 야리사와 산장에 이른다
요꼬오에서 한시간 반이나 걸으면 된다
정경이 아름다운 제2의 오자와에서 휴식하고 지나가다
두시가 못되어 야리사와 산장에 도착했다
맥주와 콜라 따위를 마시며 푹 쉬었다
텐트장을 접수하고, 바바다이라에서는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수낭에 물을 채워 갈길을 재촉했다
일행들이 몇분쯤 가면 되냐기로 30분쯤 올라가면 된다 하였다
건데,
한 오십미터쯤 가니 텐트들이 설치되어 있다
어라 여기가 아닌데~
여기가 아니고 저 위쪽 아니냐고 어느 총각에게 물으니 여름에는 텐트장이 위 였다가 겨울에는 이곳이 맞단다
다음날 가 보니 위쪽에도 텐트 많이 쳐 놓았던데, 정경도 더 좋은데 좀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다
여하튼 오늘 일정이 끝났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있나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짓는다
냉장고를 판다 바쁘다
천연 냉장고
여흥이 깊어짐에 따라 황혼도 깊어 가더라
야리가다케 꼭대기가 오똑하다
◈ 5월 3일(土) - 3일째
야리사와 텐트장 ~ 바바다이라 텐트장 ~ 야리 설계 ~ 살생흇데 안부 ~ 야리가다케 야리산장
04:20 기상
06:40 식사 후 산행시작
07:10 바바다이라 텐트장
08:00 야리를 보는 계곡
11:30 살생 산장 안부, 점심
13:10 야리가다케 야리산장, 산장박
<조식 : 밥, 중식 : 라면, 석식 : 밥>
일본 산에서는 밤에 할일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 같으면 부어라 마셔라 하다보면 자정도 넘기기 일쑤인데 여기서는 그럴 수 없고, 그럴 술도 없고...
잘 자고 4시 지나서 텐트 밖으로 나왔다
별이 참 좋은 밤이었지 아마
눈뭉치를 하나씩 텐트별로 던지니 알아서들 일어난다
아침을 지어 먹고 민원을 해결하고 짐들을 꾸려 출발함에 일곱시도 한참 멀었다
꾸물거리는 한꿈 챙긴다고 일행을 먼저 보냈더니 약간 우왕좌왕이다
원래 등산로는 저곳이 맞다
헌데 산사태가 난 모양이다
왼쪽으로 우회로를 만들어 놓았다
하긴 눈쌓인 계곡에 정규 등산로가 무어 필요하나
일직선으로 목표지점을 향하여 나아가면 그만이지
바바다이라 평원으로 나아갈수록 비로소 시계가 터진다
바로 이 맛이야
이런거 보러 멀리로부터 일부러 오지 않았겠나
오른쪽 산은 특별한 이름이 없고 요꼬능선이라고 하던가?
바바다이라 텐트장에 설치된 화장실이다
정식 텐트장은 이곳이 맞다
어제 그 총각이 위쪽으로 가도 있다고 했으면 여기까지 올라왔을 터인데...
나중에 3명 정도 조를 짜서, 각기 내가 지정해 주는 삽하나씩 챙겨 설동을 파 가면서 북알프스 산행을 한번 해 봐야겠다
셋이서 한시간만 파면 거뜬하겠데
물값 안들제
야영장값 안들제
바바다이라 텐트장에서~
뒤쪽 능선은 야리가다케로 이어지는 히가시가마오네, 일명 야리의 동부능선이다
보자~
정확히 간격을 1m 20Cm로 유지하라 했는데,,,
야리미, 즉 야리를 보는 계곡을 향하여~
비로소 기나긴 까꼬망이 시작되는가 보다
그래도 이렇게 눈이 쌓여 있으니 데꼬보꼬 마사토 지역을 오르지 않아 한편 편하다
그 길 정말로 지루한데 말이여
지필 아우가 찍은 사진 중 제일 필이 꽂히는 거~
이때 시각이 8시쯤?
충분히 점심전에 야리로 오를 수 있겠다
의외로 스키 신고, 혹은 지고 오르는 사람들이 많더라
하긴 나도 스키만 있으면 충분히 타고 내려올 수 있겠데
자아~
또 출발입니다
쉬엄쉬엄~
앞쪽은 니시다케와 오른쪽으로 아카자와야마
니시다케 산장 주인놈 참 못됐거마는
아마 일본 우익 중 한놈 일거라
일본 우익치고 쌈 잘하게 생긴 놈 아무도 없더마는 까분단 말이야
아마도 100m 마다 한번씩 쉬었지 아마
어느때부터는 말도 안들어요
이놈은 세월 좋다
하긴 우리도 내려 올 때 보니 올라가는 사람들 참 안됐더라만
ㅋㅋ..
힘들제?
긍께 집에 가만있지 뭐하러 돈쓰고 고생이고~
내는 산행기 쓰기도 힘들어 죽겠다
말빨 다 떨어졌구만
진주 누야가 생각 이상으로 분투하시데
내 이번에 누야 특별히 챙겼는데 느낌 알았능교
뒤쪽 능선은 죠우넨다케와 쵸우가다케
생긴걸로 보면 저 위 저 지점이 정상부 인 거 같제
힘은 들제
빨리 끝났으면 좋겠제
지필이가 오른쪽 산이 야리가다케 라꼬 어띠키나 우기는지~
이 지점은 눈이 없이 맨땅이면 진짜 힘듬
줄줄 미끄러져요
비로소 저 멀리 야리 꼭대기가 보인다
이곳까지 오느라 무진장 힘들었는데 중간이 다 생략되었군
얼마나 힘들었으면 둘 다 사진을 한장도 안찍었네
인제 대장말도 안들어요
저거가 대장 다하데
저거 마음대로 앉아뿌고, 밥 먹을 장소도 저거 마음대로 정해뿌고~
하긴 이때의 상태로는 밥 안먹이면 마지막 오르막에서 거진 반은 뻗겠데
살생흇데가 눈속에 반쯤 파묻혀 있다
6월부터 영업시작 한단다
아따~
일단 욕 봤습니다
여기서 멈추고 라면이라도 한사발씩 묵고 갑시다
내 산행기니깐 내사진 올리는 것임
여러 사진이 있더만 적석 형님이 찍은 이 사진이 제일 그럴듯 하다
2조 짜데
저거끼리 맛난 거 사와서는 우리가 얻어 먹을까 싶어 소리도 안나게 밥 묵고 그러더만
그리고 이 자리에서 소주 한잔 주라니...
농담이 아니라 소주병에 물 넣어 두었다가 그거 한잔 따라주더만
내 여태껏 일본 다니면서 만난 가시나 중에 제일 이쁘더라
일없이 잡혀 와서는 소주도 한잔 마셔야 했고,
라면도 한사발 먹어야 했고,
내가 볼 때는 좀 괴로운 듯 하면서도 은근히 즐기데
밥 먹었으니 다시 출발입니다~
저 앞에 보이는 안부까지 한번에 갈상 싶으나 우리는 두번? 세번 쉬었나?
아따 까꼬망이더만
전형적인 북알프스의 날씨답게 정오를 넘기면서 하늘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번에 출발에 앞서 가장 강조한 사항이 비옷을 단단히 챙기라는 것이었다
4년전 8월에 일본 북해도 지방의 2천 미터급 어느 산에서(갑자기 산이름이 생각 안남) 9명이 저체온증으로 탈진해 죽은 일이 있는데,
그 사건을 자세히 분석해 놓은 책을 밤마다 읽었었다
그리고 작년에 중앙알프스에서 부산분들 사고도 그렇고
두 사고의 공통점은 악천후하에서 저체온증에 의한 사망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고산에서 비를 만날 확률은 월별로 다르지만 30~80%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니까 비옷이 얼마나 중요하냐는 것이다
비옷은 크게 세가지 형태가 있다
상체를 주로 가리는 판쵸타입, 전신을 감싸는 코트타입, 그리고 자켓과 바지로 구성된 상하분리타입이다
등산, 특히 북알프스엔 무조건 상하분리타입을 가져가야 한다
그것도 자기한테 맞지 않으면 비가 스며들어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실제로 북해도 사고때 어느 할머니는 영감 자켓이 크서 배낭째 깜쌀 수 있다고 가져 갔다가 공간으로 비가 쳐들어와 저체온증으로 죽었다
죽고나면 그날은 악천후 였니, 바람이 쎘니, 기온이 낮았니 해삿치만 일본 고산은 언제나 그런 경우를 만날 수 있다
난 빗소리로 귀가 아플때까지도 맞아 봤고, 바람이 너무 쎄 1/3쯤 바람부는 쪽으로 기울어서 진행한 적도 있다
고산에 갈때는 반드시 고어기능을 가진 상하분리타입의 비옷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 명심!!
안개속으로 걸어 갔어요~
드디어 정상부다
따뜻한 정종도, 톡 쏘는 콜라도, 시원한 비루도 한잔 마실 수 있다
계획으로는 텐트를 설치해 두고 야리 정상에 다녀오는 것인디....
일단 맥주부터~
나는 생각도 없이 진주 누야가 사주는 생커피 한잔 마셨다가 그날 잠이 안와 30분도 못잤네 그려
사람들이 왜저리 좋아할까
평소에 아사히 맥주 큰것이 750엔쯤 하는데 이날은 500엔이라
그 연유를 물어보니 마침 지금 행사 중이라 한다
언제까지냐 하니 준비된 거 다 떨어질때까지 란다
그렇게 일러주니 떨어지기 전에 후딱 사야된다고 많이도 사와서는 입이 째 지겠다
그러는 와중에 바깥에 나가보니 진눈깨비가 날리며 바람이 불어 제치는데 난리도 아니다
어따 텐트쳐야 는디~
일단 9명분 텐트장 계산해 놓고 기다려 보기로 한다
따뜻한 정종도 한잔 마셨나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이 쎄지고 진눈깨비는 아예 쌓인다
몇번이고 밖에 나가보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다
산거북형과 적석님 조용히 불러 대책을 상의하매 그냥 개인비용으로 산장박을 하자고 협의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옳은 판단이었다
다시 텐트박을 산장에서 잠만 자는 것으로(6,300엔) 바꾸어 우리만의 공간을 얻었다
건물내 취사장도 이용할 수 있고 참 좋았다
그런데 일몰쯤 하늘이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바람은 아직 태풍 수준이나 맑은 것만 해도 어딘가
바람속으로 달려나가 원껏 조망을 즐겼다
뒤로 죠우넨다케 웅장하고 동부능선이 힘차게 감아친다
내일 지나볼 오오바미다케다
그리고 호다카 연봉과 멀리로 노리쿠라다케가 선연하다
카사가다케와 스고로구다케, 그리고 미츠마따렌게다케가 석양속으로 웅장하다
그렇게 북알에서의 3일째 날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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