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athlons

2011년 아산 그레이트맨

객꾼 2012. 2. 20. 15:09

0 경기일 : 2011년 7월 10일 일요일

0 장   소 : 충남 아산시 일원

0 경기종목 : 수영 3.8km, 싸이클 180.2km, 런 42.195km

 

 

나는 그래도 한달이나(?) 훈련했다

민가는 경기 3주전 수영 3km, 런 15km, 싸이클 110km를 이틀에 걸쳐 한 게 전부다

그래도 자신 있는지 장성한 아들딸까지 데리고 왔다

내가 그 아들딸 보고, '너거 아부지가 이번에 완주를 해 내면 그건 한국 철인계의 미스테리가 될 것이다' 하였다

 

선수 등록 후 점검 받은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한 민가의 자전거를 좀 봐 주라 하다

타이어가 다 닳아 아예 납작하더라

그래도 잘 나간단다 

 

 

 

 

 

 

 

늦게 도착한 진주철인클럽 회원들과 조우하야 숙소에 짐을 들이고 한잔 맥주로 반주하며 맛난 저녁을 묵다

민가의 대머리가 내일 피니쉬 지점에서도 스포트 라이트를 받아 번쩍거려야 될 터인데... 

 


 

 

 

 

나는 한달간 그래도 수영 20km는 했다

민가보다야 살아나올 확률이 높다

참가 선수중에 슈트 꺼꾸로 입고 있는 놈은 나 밖에 없을 것이고, 귓구녕에 물들어 가지 말라고 물차단봉 꽂고 있는 놈은 민가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역전의 용사들이니 긴장도 없다 

 

 

 

 

 

 

우리는 입수도 못했는데 30초 전입니다 카드만, 무슨 30초를 그렇게 총알처럼 빨리 세나~

뒤도 안돌아보고 입수를 서둘러 퍼뜩 라인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중에 민가도 라인 오른쪽으로 자리 잡았다가 쫒겨 놨단다

나는 왼호흡이라 봐 준 모양이다

 

수영이 예상도 안했는데 너무 편하데

이거 오늘 일 저지르겠다 싶을 정도로 편해요

수영하면서 사색에 잠겨 본 것도 처음이네

자꾸만 가을에 등반할 남알프스의 준봉들이 뇌리에 떠 오르는 거라

 

한바퀴 돌고 시간 너무 걸렸을까봐 겁이나서 시계를 못 보겠데

두바퀴도 편안히 돌고,

갑판에 올라 섰는데 뒤에 몇명이나 남았다 돌아 볼 용기도 안나데

 

1시간 42분쯤 이란다

그 시간에 수영 끝내놓고 속으로 쾌재를 부른 선수도 몇 없었을 거라 

 

 

 

 

 

 


근전환도 빨리되고 일단 느낌은 좋았어

이거 오늘 12시간 안에 끝내는 거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들데^^ 

 

 

 

  


 

이 친구도 안 빠져 죽고 나왔구나

1시간 52분 걸렸단다

저나 나나 더 무슨 욕심을 부리겠나 

 

 

 

  

 

하지만...

느낌만 좋으면 뭘해~ 훈련이 뒷받침 되야지

꼴랑 훈련 너댓번에 500km나 했던가

정말 힘들어 돌아 가시겠더만

나중에는 입 벌리고 있을 힘도 없데

 

1번, 2번 보급소 통과 할 때 마다 싸이클을 멈춰 이것저것 먹었네 그랴

2번 보급소 자봉 할머니는 아예 나를 외우고 있다가 입에다 호도과자를 넣어 주데

 

 

 

 

 

 

민가는 내보다 한수 위데

교통정리하는 경찰옆에 멈춰 담배 하나 얻어 피고, 스페셜 푸드 먹고 있는데 KBS 촬영팀이라며 인터뷰를 요청 하더래

제 표현대로 하자면 말이 억수로 술술 나오더라나

그래 놓고 그 기자보고, 혹시 담배 피우면 한가치 얻자니 그 기자가 또 순진해요

담배 안 피운다면서도 억수로 잽싸게 다른 곳으로 뛰어가더만 한대 얻어다 주더란다 

 

내는 하도 눈에 안 뛰길레 수영에서 컷오프 당한 줄 알고 얼마나 신경이 쓰였던지

결과적으로 싸이클 10시간 50분 만에 들어와 20분 시간초과로 컷오프 당한 건 사필귀정이다

이 친구가 정상적으로 완주를 해 내었다면 건 한국 철인계의 혼란꺼리가 되고도 남았을 게다

 

사족으로,

막판에 타이어 펑크가 놨고 그 때문으로 컷오프 당하였다고 본인은 말하지만,

틀림없이 일부러 못으로 타이어를 찔렀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강호에 소요하더라

시간안에 들어 왔어도 런에서 컷오프 당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니 미리 머리를 썼다는 이야기다  

 

 

 

 

 

싸이클을 6시간 47분이나 탔더만

느긋이 런복장으로 갈아 입고 주로에 올랐겠다

처음엔 별로 힘이 안들기에 이거 또 재수 좋으면 4시간 반만에 끝내는 거 아냐 싶었지

 

뛰다가 보니 배가 얼마나 고픈지 보급소에 설때마다 꼭 피난민 처럼 먹었네

유니폼을 보고 자봉하는 어떤 아지매는 자기 친정도 진주라면서 지날때마다 오이 먹고 가라고 불러도 주고,

학교 홍보도 할 겸 저 유니폼을 두벌 얻어서 민가 보고도 한벌 주며 입고 뛰자니, 배가 출렁거려 자기는 저런거 못 입는다네

 

확실한 사항 하나는 하수들이 거진 두어배 고생이야

이번에도 빨리 끝낸 사람은 비도 얼마 안 맞았을 거라

이노머 비는 쏟아지지, 힘은 없지, 춥기도 하지, 잠도 오지

몇번이나 보급소 벤치에 드러 누웠는지 몰라   

 

 

 

 

 

훈련의 목적은 꼭 기록을 단축 시키자는데 있는 게 아니다

얼마나 즐거운 마음으로, 얼마나 편안하게 경기를 끝마칠 수 있는가 이것 때문이다

그래도 즐거운 경험이었어

피니쉬 라인에서 판이 건네준 한잔 맥주맛도 꿀맛이었고......

 

<전체순위 93, 수영 1:42:47 바꿈터 06:57, 싸이클 6:47:17 바꿈터 07:29, 런 5:25:44, 기록 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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