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 토요일 07시,
약속장소로 차를 몰아 가니 이미 다들 모여서 출발을 서두르고 있다
쿠사리 몇 방 묵고 자장구 싣고 출발~
육지에서 대회를 하니 편하긴 하군
숙소도 경기장 바로 인근에 잘 잡아 놓았다
수영경기장을 보니 이거 뭐 수영 되겠나 싶을 지경이라
아직 라인도 안 쳐 놓았고 주변에 배들도 많이 정박해 있다
일단 싸이클 검수 받고 경기용품 받아서 숙소에서 준비하다
술을 겨우 일주일이나 참았는데 그날밤 반주 제법 진하게 했네 그랴
혹시나 싶어 수면보조재 녹두알 만 한거 하나 묵고 누웠는데 근 1시간 가량 눈만 말똥말똥 하데
그래도 한 8시간쯤 푹 잤어
9월 5일 05시 기상이다
숙소에서 운영하는 식당으로 가 아침밥 꾸역꾸역 묵고 경기장비 챙겨 서둘러 갔는데도 경기시작 30분 전이다
항시 수영이 걱정이라 일단 시간이 촉박하지만 사전입수 300m쯤 하고 약속장소로 오니 다들 모여 있다
이번 경기는 나름 훈련을 열심히 했다
산을 두달이나 안가고 훈련을 하다니 헐~ 내가 생각해도 놀랄 일이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운영의 미숙이 보인다
경기시작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수영 출발선에 진입을 할 수 없다
소나무랑 겨우 밀고 들어가 물에 갓 입수했는데, 아직 내 뒤에는 입수도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 한데도 곧 바로 출발신호라
에라 모르겠다
내 코가 석자다
남들 가는대로 무조건 저었지
아주 느낌이 좋았단 말이야
턴 지점에서 제대로 턴도 했어
오늘 속도를 보니 이거는 필시 1시간 30분 타임이다 그런 확신이 생겼어
1회전 돌아오는 길, 가끔씩 머리를 들어 무리를 확인하니 아주 저만치서 멸치떼처럼 몰려 나아가더군
그리로 또 쎄빠지게 저어 붙고...
1회전 턴지점에서 기대를 가지고 살째기 시계를 봤어
헉~
57분, 나도 모르게 "미쳤어~" 소리가 나오데
제발 시계가 잘못 되었길 바라며 또 열심히 2회전을 돌았지
음...
그동안 경기 한두번 참가 한 것도 아닌데 수영하다 길 잃어 먹는 경우도 있더만
한참이나 가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텅빈 바다에 사람하나 없고 나혼자 떠 있데
이리저리 고개 돌려 찾아보니 허걱~
우측 2,300m에서 선수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파닥거리는 물결이 보인다
겨우 골인했네 그랴
나는 아마도 4.5km는 헤엄 쳤을거야
피니쉬 지점에서 사다리 잡고 오르며 시간을 보니 1시간 57분 50초~
내 뒤로 오는 50명쯤은 또 뭐하는 사람들이야
쩝~
의욕 안 나더만
싸이클 거치대가 텅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걸려 있데
토마토도 하나 먹어 가며 콜라도 마셔 가며 아주 세월아네월아 해요
바꿈터에서 근 10분을 서성거렸네 그랴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오니 웬일로 복부가 슈트를 벗으며 바꿈터로 걸어 오네
싸이클에 올랐는데 정말 근육에 힘 안 모이데
이러다 오늘 180km 가기는 가겠나 싶어
들판 사이를 가로 지르는 직선 구간 10여키로, 남들은 평속 30쯤으로 달렸다더만 나는 23으로 가기도 벅차데
싸이클 30km 지점 제 1보급소,
싸이클 세우고 느긋이 콜라도 마시고 쉬야도 한판하고 이러고 있는데 누가 "객꾼 선배~"하고 패악을 쳐
헉~
복부가시나가 나를 따라 잡았고나
내가 오늘 이리도 늦게 다니나 싶어
그 다음부터 분발하여, 아니 그때부터 근육에 힘이 모이데
부지런히 저어 갔지
아주 의외로 60km 제 2보급소에서 농부님도 만내고, 87km 지점 스페셜 보급소에서 퍼지고 앉아 옥수수 통조림이며 토마토며 죽을 아주 맛나게 먹고 있는데 농부형님 곁에 앉으셔~
형님은 아주 맛이 간 얼굴이데
식이요법에 실패 했단다
모든게 너무 맛있는 내가 좀 미안할 지경이라
내가 약간 먼저 출발 했는데 그 다음 보급소에서 농부 형님 따라 붙었더라
100km 지점에서 부터 형님 꽁무니에 붙어 드래프팅 20km쯤 하니 좋데
그때는 평속이 36에서 38을 왔다리 갔다리~
25시 편의점에서 조금 쉬고 오신다기로 120km쯤에서 홀로 저어갔다
135km 지점에 이르니 드디어 F1 경기장이다
그거 8바퀴 도는 게 뭐가 헷갈린다고 고무줄을 떼니 심판이 체크를 잘못하니 그런 말들을 할까
천천히 세어 가면서 알아서 돌면 되지
마지막 바퀴를 돌고 바꿈터로 들어가니 싸이클을 냉큼 받아서 저쪽에 주차시켜 준다
런 물품을 받아 탈의실을 물어보니 저쪽 화장실에서 대충 갈아 입으란다
바쁠 거 있나
콜라 느긋이 마셔가며 상,하의 다 갈아입고 주로에 나섰다
아주 조금 갔는데 벌써 1등 박병훈 프로는 피니쉬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다
화이팅 한번 해 주고~
런은 3회전이다
이미 많은 진철 회원들이 앞서 달리며 마주 지나친다
쿨맨은 출발때 분명 내 50m 앞에 있었는데 가다보니 옆길로 세었는지 안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쓰이는데 정동섭이 이 놈, 또 내 지나칠때 마다 혓바닦을 낼름 거리겠지
눈을 감고 지나칠 수도 없고, 내 오늘 환장 좀 하겠다 싶었지
별로 빠르지도 못하지만 요즘은 런이 힘이 안 들어
그렇게 막막하지도 않고
그냥 생각없이 뛰는데 마지막 3바퀴째 이상하게 힘이 나데
좀 특이한 자세로 뛰는 꿈지기도 뒤쳐지고, 또 한참을 달리다 보니 앞에 덩치가 억수로 큰 놈이 달리고 있는거라
가까이 다가가 설마하며 들여다 보니 정동섭이라
참 반갑데
"잡았다" 하니 "뭘 잡아~ 어나 진짜로 잡아라"하며 손목을 잡혀준다
내 반가운 김에,
"어이~ 우리 손 잡고 같이 골인하자" 하니 그놈은 더 의외의 제안을 한다
"형님~시방부터 빨리 뛰지 말고 페이스 조절해가 끝나고 나서 맥주 제대로 마십시더~"
그래 마지막 3km는 정답게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걸어 들어 올라 했는데,
눈치없는 꿈지기가 우리한테 인사도 안하고 휑하니 추월하네
할 수 없이 다시 뛰어 재 추월하고, 혹시 또 우리를 추월할까 싶어 작전과 달리 제법 내빼야 했다
피니쉬 지점이 어디인지 어두워 잘 모르겠데
잠시 헤메이다 겨우 찾아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골인~
총 13시간 25분 25초라나
175등으로 들어 왔다면 한 400명 추월했다는 거자너
완주하여 장하다
재밌었어
마치고 맥주 맛도 좋았고,
완주후에 술잔이 부담없이 기울여 진다는 건 경기 내도록 페이스 조절을 잘 했다는 뜻일게라
아고~
그런데 10여일이 지난 시방도 몸이 뻐근하냐
175등, 수영 1:57:50, 바꿈터 0:09:21, 싸이클 6:33:52, 바꿈터 0:07:20, 런 4:37:02, 기록 13: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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