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도니 무슨 난리가 났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인데 그 중 한 아지매가 부실하게 얼은 눈을 밟고 지나가다가 그것이 아래로 함몰하여 다리 골절상을 입었다
중국어로 울며불며 난리고 가이드들은 진정 시키느라 정신이 없다
10분쯤 지나니 헬기가 와서 후송해 가더라만,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니 조심하자고 서로 당부했다
건데 그 아짐 돈 많이 깨진다네
의료보험도 안되지, 헬기값도 내야지
저런거 보면 어데 갈 때는 꼭 여행자 보험을 들어야 겠어
난 안들었음^^
이 너머에 협곡이 있다
어쩔때는 건너 갈 수 있는지 모르지만 그런 개념의 협곡이 아니더라
아래쪽으로 지그재그로 내려가는데 정말 정떨어지는 길이다
이곳에서 한참을 머물며 머리도 감고 간이알탕을 하기도 했다
그냥 보나티 산장에서 계곡으로 하산하여 강따라 올라오면 더 좋을 길이다
내가 가진 지도에는 그렇게 안내하더라
저 협곡이다
전 세계인이 TMB 트레킹을 오고 있을 것인데 그 출렁다리 뭐시라꼬 하나 안 놓아주나
협곡때문에 길을 뺑뺑 돌아 엘레나 산장에 이르니 19시가 넘었지 아마
건우랑 뚜버기는 막판에 힘이 딸려 쳐졌단다
호박씨랑 그들 도착할 때를 기다리며 캔맥 하나씩 맛나게 마시고 있자고 할때까지는 좋았다
정작 산장에 이르니 온 창문이고 출입문이고 합판으로 막혀 있다
눈도 별로 없더만 무슨 일이 있어 여태 개업을 안했을꼬
후발팀에게 슬픈 소식을 전하고 집이나 짓자 되었다
엘레나 산장 텐트장이 아주 넓던데 자세히 보니 모두 물고랑이 지나는 터다
대여섯동의 텐트가 지어져 있고, 비키니만 입은 젊은 처자들이 이리저리 활보하더라
산에 와서 웬 비키니 차림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대놓고 그러니 순진한 한국인들은 눈길 줄데가 없더만
그러다가 갑자기 하늘이 진동하고 번개가 치고 난리가 나더만
곧 폭우가 쏟아질 조짐인거는 확실한 순간이었어
우리야 타프 빵빵하게 쳐 놓았으니 별 걱정도 없더라만, 그 물길에 텐트친 대여섯동은 모두 산장쪽 높은곳으로 피난을 가데
결과적으로 요란만 떨다가 어쩐 일인지 비는 안오더만
뚜버기가 가진 한병의 양주를 정량 배급받아 아주 아껴가며 밤을 맞이하다
◎ 6월 21일(목) - 8일차
▷ 엘레나 산장 텐트장 ~ 페레 고개 ~ 페레 마을 텐트장
- 06:50 아침식사 후 출발
- 08:07 페레 고개
- 09:20 페레 고개 아래 레스토랑
- 14:00 페레마을
- 15:30 페레마을 텐트장
일찍부터 서둘러 페레 고개를 넘는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이른 아침이라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고개를 넘어 한시간쯤 내려가니 식당이 있어 한잔 와인의 즐거움을 누리고 간다
페레마을에 도착하니 14시쯤이다
일단 2층에 있는 식당으로 올라 점심을 해결하고 인근 텐트장으로 옮겨 집을 지었다
샤워 및 충전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다
하루에 8유로라는데 어쩐 일인지 그날은 돈 받으러 안오더라
라면에 누룽지를 넣고 끓여 대충 아침을 먹고 출발이다
이날은 페레 고개를 넘어 스위스로 넘어 간다
파이팅이나 한번 하고 가자
엘레나 산장 텐트장 참 넓다
하지만 비오면 쥐약이다
곳곳이 수로더라
하여 물은 아주 풍부한 곳이다
계곡 조망이 아주 좋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간혹씩 식당도 있고 술집도 있고 그렇더라
눈앞에 보이는 저 고개가 페레로 보이고, 저곳을 넘어야 할 모양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페레 고개는 조금 진행하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바꿔 나아간다
협곡을 등지고 올라오는 두사람이 아주 존재감 있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70여분 쳐 오르니 아주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다
고개가 끝까지 오르막이 아니라 이렇게 완만해져 주니 말이다
더군다나 눈앞에 야생 산양떼다
사람을 보면 당연히 도망을 갈 줄 알았는데 너무 태연하더라
뒤따라 온 두 사람은 고개를 쳐 박고 올라 오느라 미처 산양떼를 보지 못하더라
큰소리로 부르면 도망갈까 보아 속삮이는 목소리로 몇번을 불러 제치니 그때서야 발견한다
한국에서는 설악산에서 한번 본 산양을 이번에 참 많이도 보았는데 솔직히 첫 느낌은 그렇더라
'참말로 맛도 없게 생겼다~'
생각보다 엄청 빠르더만
사람 주변에서 얼쩡 거리다 뭐 얻어먹은 게 많은 모양인지 어떤 지역에서는 일부러 따라 붙더만
동영상으로 보시라
스위스로 넘어가는 페레 고개
건데 또 하는 이야기지만 TMB 구간 중 스위스 구간은 별로 볼 것이 없니, 그래서 점프를 하니 삿터만,
실제로 8박 정도의 일정으로 가는 가이드 산행에서는 스위스 구간은 아예 통째로 빼 먹더만
무슨 기준이지
산만 좋고 들만 좋더라
앞사람 흔적 따라가니 편하기는 하다
이 쯤에서 큰일 나는 줄 알았네
뒤로 그대로 미끄러 졌는데 왼발을 미쳐 못뺀거라
넘어지는 와중에, 오늘 왼쪽다리 부러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필름처럼 뇌리를 스쳐가데
다행히 배낭만 진흙 칠갑하고 끝났기에 망정이다
저런 집은 일반 가정집인가?
궁금한 건물과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길들이 많다
한시간 넘게 내려오니 별 기대도 안한 레스토랑이 있다
마악 영업을 준비하는 중이더라
출발한지 세시간 쯤이니 딱 술시다
몇병을 시켰는지 기억도 없구마
여하간 시간을 많이도 죽쳤더만
페레 고개만디까지는 엠티비로 오를수도 있겠더라
스위스로 접어드니 어디선가 보아 온 전형적인 스위스 풍경이 시작된다
종이 저렇게 큰 이유를 나중에 알겠더만
이런곳이야 보이는 벌판이니 그렇다 치고, 높은산 숲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소리없이는 찾아내기가 난감하겠더만
야영장에 같이 자면 종소리가 제법 시끄럽다
이곳이 라플리라는 마을인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이후 전형적인 스위스풍의 정경들이다
호박씨는 스위스 국기 달아 놓은 집 보고 저곳이 병원인 모양이다 한다
저게 병원 표시냐 하니 적십자 표시 아니냐 반문한다
그라모 그위스 국기는 어찌 생겼노 하니 눈알만 굴린다
참 한가한 정경이다
뭐 그럴일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지만 이런곳에다 텐트치면 아마 제재를 받지 싶으다
건데 기대한 만큼 양은 잘 안보이더만
기독교의 선입견으로 양을 순한 동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 이상으로 성질 더럽더라
14시쯤 페레 마을이다
바로 지척에 텐트장이 있다
저 건물 2층이 식당이더라
그들은 저곳에서도 예의 쇠고기 덩어리 안주 삼아 와인을 마신다
이곳 1층에 슈퍼마켓과 가스를 파는 등산용구점이 있던데, 오후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다
점심을 마친 후 일단 텐트장으로 가 집을 짓고 밧데리 따위를 충전해 두고 잘 구비된 시설에서 제대로 빨래하고 샤워했다
그리곤 시장을 봐 와 우리끼리 풍족하게 즐기고 있는데 이곳 주방장이 우리를 찾아왔다
우리가 그리 불쌍하게 먹고 있던 편도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음식이 충분하여 우리를 배려한 택이리라
한접시씩 받아서 우리 자리에서 먹을랬더마 그곳에서 먹고 가란다
뭐 풍속이 그런가 싶어 알딸딸한 정신에 맛나게 먹고 왔다
그리곤 또 밤이 늦도록 장꺼리를 비우다
아따 이날 정말 많이 마셨지 싶다
이번에 뚜버기와 나는 어머님이 만든 생된장을 한통씩 가져갔다
재료는 그곳에도 풍족하니 시장을 봐서는 때때로 된장국을 끓여 먹으니 그야말로 나라에서 끓인 것이나 차이 없더만
아주 제대로 된장국 즐겼네 그려
건데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인 것인지,
캠핑족들이 대체적으로 딸내미들이더만
그쪽 딸들이 기가 쎈지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활발하데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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