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國旅行, 山行

[스크랩] 2018 TMB 트레킹 후기 5편

객꾼 2018. 7. 27. 16:36

◎ 6월 19(화) - 6일차

▷ 베제르슈페아산 야영지 ~ 쁠링베니(TMB 아님)  ~ 메종 산장 ~ 꾸르마이어 마을 ~ 베르토네 산장 ~ 쌍쌔스 능선 야영 


- 05:00  출발

- 08:10  쁠링베니 마을(길 잘못 들었음)

- 11:40  메종 산장

- 15:10  꾸르마이어 마을

- 17:20  꾸르마이어 출발

- 19:30  베르토네 산장

- 20:30  쌍쌔스 능선 야영


이날은 알바 제대로 했다

다들 눈 아래 보이는 계곡가에 있는 집을 자연스레 메종 산장으로 여겼다

지도 들여다 볼 생각도 없이 건 확신이었다

그리하여 우측에 너무나 선명하게 있는 TMB 길을 놓치고 좌측 계곡을 향하는 임도길로 가다가 그냥 스키장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여하튼 시컵하고, 간김에 아침밥은 먹고 그 힘든 오르막을 도로 올라오고 보니 5시간 30분을 빠졌다 온 셈이었다

메종 산장에서 점심 먹고, 꾸르마이어 마을로 가 배낭을 빵빵히 채우고, 베레토네 산장에서 식수를 채워 샤핀 고개로 향하는 썅쌔스 언덕을 아주 힘들게들 쳐 올랐다

능선에 집 지어놓고 그날 산행시간을 계산해 보니 14시간 30분 이었다



TMB 트레킹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일몰과 일출이 그저 그렇다는 점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능선을 따르는 트레킹이 아니라 주변 산들의 6부 능선을 걸으니 자연스레 조망이 가려지는 걸까

그러니까 산 꼭대기에서 볼 일이 없으니 그렇다는 말이다

첩첩산중 산골집에 9시쯤 떠오르는 해가 무슨 일출의 의미가 있겠는가





1차 목표로 하는 메종 산장은 한시간 조금 더 걸리면 도착하리라




이런 곳은 정말 위험하다

미끄러지지 않으려 예사로 신경쓰서는 안된다

고개 돌려 바라보면 정말 미끄러진다면 도대체 멈출 지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네발 아이젠이라도 준비물 중에 하나 겠더라





이곳이 몽블랑과 가장 가까운 곳이지 싶다

앉아서 가만 보고 있으면 아이젠만 주면 금방 갔다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눈이 녹으면서 토사를 쓸고 내려간 흔적이란다 

어데 하루이틀의 흔적이겠나





저 산 너머 멀리서 해가 떠오르고 있는갑다

이쯤에서 조금 더 가면 왼쪽 계곡에 메종 산장으로 딱 오해하기 좋은 건물이 하나 보인다

오른쪽으로도 보면서 지나갔으면 그 고생을 안했을 것인데 자연스레 발길은 왼쪽으로 향한다





알바 시작했다

지도라도 꺼내 보았으면 좋았을걸로~





잘 가고 있습니다

급경사 내리막을 브레이크 잡으며 겨우 내려왔습니다



계곡까지 댕겨왔다

정말 막막하더만

한참이나 헤메이다가 아까 한시간 전에 지나친 식당으로 일단 들어 앉았다

그 집 주인 할매가 지도 볼 줄을 알더만

TMB에서는 한창 벗어난 마을이라 그 개념도 모르고, 일단 오늘의 여정이 꾸르마에르 마을이니 나는 그 마을로 바로 가자 했지

뚜버기는 놓친 길로 빠꾸 하잔다

난 그 스키장 내리막을 올라갈 엄두가 안난다

결국 투표에 져서 올라가긴 했다만, 난 지금 생각해도 메종산장으로 다시 가는것은 별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길따라 꾸르마에르 마을로 가서 그곳에서 연결해도 아무 상관이 없지 않냐는 말이다


현지말이 안되니 주문이 되나

하도 못 알아 듣기로 우리 아버지가 예전 벳시보고 하시던 대로, 손으로 숟가락 흉내를 내면서 '후루룩 짭짭 오케이~' 하니 알았다는 표시를 하곤 빵을 내다 준다

예의 와인은 줄기차게 마시고 있다 

이 집은 공짜로 샤워가 된다

호박씨랑 건우는 하고 왔다





열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알바시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방 알바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현재 우리가 헤메고 있는 곳이 어디냐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사실 힘이야 내가 제일 안들지

다들 욕 꽤나 봤을거야





내려 갈 때도 왼쪽으로 계속 몽블랑 산군이 보이니 잘 따라돌고 있는 모양이다 생각할 수 밖에~





이렇게 잘 보이는 것을 왜 아무도 못 봤을꼬

호박씨는 제가 봤다고 했다더만, 그때 누구도 호박씨 말에는 콧방귀도 안 뀌었지





저 사람들이 우리 여기 지날 때 좀 같이 가지



원래 일이란 결과를 알고나서 과정을 보면 항상 어이없는 일이다

그걸 뒷북 친다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무리가 언론이다

대안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세상 전문가가 따로 없다

그기에 부화뇌동하는 무리가 또한 의외로 많다





우리 야영한 곳에서 여기까지 한시간 조금 지나면 올 수 있을 것을 6시간 40분 걸렸다

그야말로 5시간 30분 짜리 대형알바를 한 셈이다





바람이 우리 반대로 불어 주었기에 망정이지 공사먼지 윽수로 흩날리더만

여긴 겨울 스키시즌에 장사가 더 잘될거 같더라




어김없이 스테이크에 와인이다

내가 사실 뚜버기한테 그 전날 이집 스테이크가 크고 맛있더라고 산행기에 많이 적혀져 있더라고 말했거던

아마 뚜버기가 도로 빠구하자고 강력히 주장한 것도 스테이크 욕심이 일부 작용했지 싶어

이번 산행 중 가장 큰 스트레스가 와인에 스테이크다

바보처럼 왜 구역꾸역 따라 했는지 산행기 쓰다가 보니 자꾸 화가 날 지경이다





일단 배는 부르니 기분좋게 출발~

갑자기 생맥주가 생각나는군





이 지역은 겨울이면 전체가 스키 코스가 되는 모양인데 왼쪽은 고급자 코스, 이쪽은 중급자 코스쯤 되려나

스키 별로 잘타지는 못하지만, 여유가 되면 겨울에 스키타러 한번 와보고 싶은 마음은 TMB 곳곳 지날 적 마다 들더만




내가 도로 돌아온 게 지금도 싫은 점이 바로 이 하산길이야

얼마나 후덥지근 한지 딱 싸우기 좋더만

화장실에 간 호박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다렸다가,

그 친구는 우리 잃어버린 줄 알고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며  거진 울상이 되었는 모양이라

우리도 하도 기다려도 안오기에 마악 찾으려 가보려는 차제에 왔데

아따 길 값 했네~




뚜버기가 TMB 길은 이리로 저리로 갈 거 같지 않냐며 손가락질을 하며 열심히 설명한다

가로등 전봇대 우측으로 보이는 계곡을 따라 왼쪽 능선을 쳐서 그 안부는 베르토네 산장이고, 우측 급경사 쌍쌔스 능선을 쳐 올라야 한다

아래 마을이 우리가 3일만에 만나는 마을, 꾸르마에르이다





동네길 찾기가 좀 애매하지만 TMB 이정표 잘보며, 혹은 물으며 나아가면 된다




제일 쉬운 것은 버스터미널 물으며 가면 된다

지나는 길에 있는데 터미널 앞 자그마한 잔디밭에서 휴식하거나, 그곳에 배낭을 두고 근방에 있는 슈퍼에 가서 장보기 하면 된다

페레마을까지 2박 3일간은 마을이나 가게가 없으니 알아서 식료품이나 연료를 구해야 된다

그쪽나라 특징이 가스 만큼은 우리처럼 슈퍼따위에서 팔지 않고, 등산점이나 낚시점 같은데만 판다




배낭을 꽉 채우고 출발함에 17시가 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산장까지만 가면 그 근방에서 잘 수 있을 줄 알았다

두어시간 빡시게 올려치면 베르토네 산장이다

사진의 이런 곳은 참 인상적이다





자그마한 사방댐이 연이어 지어져 있다

일부 구간에서의 이 탁한 물의 근원이 참 궁금하다





의논해본 결과 묘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건데 묘지라면 왜 다른 곳에서는 보이지 않았을까




나는 이 침엽수림 지나는 길이 너무 좋던데 호박씨 거진 죽는다

5일째 걷고 있으니 힘들었을 것이고, 아직 열흘도 더 남았다는 사실이 죽을 맛일 것이다

넌지시~ '어이 짐 좀 빼주가?' 하니 냅다 제일 무거운거 두어개 빼어주데





구상나무랑 낙엽수랑 그런 나무들 같다

완전 길이 지그재그다





이거 북알에도 있던데~





꾸르마에르 마을






솜다리의 일종 같은데 꽃이 어지간히 크구마




드디어 베르토네 산장이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 근방 안보이는 곳에 집 지으면 되겠지 싶었다

오기전에 이탈리아 지역에서는 텐트 금지라는 말을 들었다

건데 건 다른나라도 원칙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방향을 종 잡을 수가 없네




뒤에 도착한 뚜버기 이 산장에서 샤워가 가능한지 물어보러 가보자 한다

속으로 불가능하지 싶으면서도 하도 종잡을 수 없는 풍습들이 있으니 같이 가 보았다

한창 식사시간이라 산장안에는 사람들이 버글버글하다

아르바이트 여학생에게 대충 뭐라고 묻고 있는데, 저쪽 카운타 산장 주인으로 보이는 양반이 손짓으로 우리를 오라 한다

가서 물으니 샤워는 택도 없는 소리고, 자기가 딱 우리를 보아하니 천상 텐트 칠 사람으로 보인거라

낸 이상한 분위기를 낌새 채고 슬그머니 나와 버렸지

뚜버기 잡혀서리, 카달로그 비슷한 거 끄내더니 이 지역에서는 자연보호를 위해 2,500m 이하 지역에서는 야영금지라는 말을 경고 비슷하게 하더란다

참고로 베르토네 산장은 1,987m 이다  

그때 난 그 말이 이상하다 느낀게,  2,500m 이상에서 텐트치면 우리는 더 좋지 그게 규제라고 하나 싶더만


일단 여기서 물을 길러 올라가자 되었다

산장에 이렇게 물이 있다는 정보는 몰랐는데 돈 굳었다

대충 맹물에 머리까지 감고 각자 수통 가득채워 올랐다




이곳이 산행기에 자주 등장하는 갈림길이다

샤핀 고개를 넘는 험난한 길과 우회하는 비교적 쉬운길이다

한결같이 샤핀 고개 방향으로 가라고 했기에 우리도 기꺼이 그럴 생각이다

다만, 이 근방에 텐트 칠만한 곳이 있던데 그곳에 칠까 하니 단속나올 가능성도 있으므로 일단 올라 가잔다

위로 올라 갈수록 좋은 자리가 많다든데 그 말이 맞더라





그 능선 제법 재밌다

올라가는 중에 산장에서 식수로 사용하는 계곡에서는 물을 뜰수도 있다

그러니까 그곳에서 물을 보충해도 되겠더라 





사람들의 간격은 차츰 벌어지고 건우랑 앞서가며 집지을 곳 찾아 분주하다

다녀 오고서야 말이지만 정말 아무 걱정 없이 무조건 올라가면 된다

집 지을 곳 천지다





어제는 몽블랑 저쪽에 집을 지었는데 오늘은 반바퀴 돌아 반대편에 집 짓게 되었다




고도가 2,400쯤이라 야생화가 지천이다

딱 고산식물 자라기 좋은 식생이더라

여기 꽃밭에 집을 지을까 하였는데 마음이 좀 그렇더만

건우보고 기다리라 하고 홀로 올라가 보았다




뭐 대충 되었다

건우에게 고함을 쳐 위로 불러 올렸다

다 좋은데 바람이 좀 쎄더만

건우 이리저리 둘러 보더니 다른 곳은 소똥 때문에 안되겠단다

소도 바람 안부는 곳을 찾아 잠자는 것은 당연 한지라 그런곳엔 어김없이 소똥이 쌓여 있다

결과론이지만 10분쯤 갔으면 웅덩이도 있는 더 좋은 곳에 집 지을 수 있었겠다




난 나중에 저 물고인 곳에서 알탕도 했다

눈 녹은 물이라 너무 차고 깨끗하다

마셔도 되겠더라




먼저 올랐을 적에는 저쪽에 사슴도 다섯마리쯤 보이더라

사슴이 얼쑤 소만하다

몇년전에 친구가 키우던 사슴 챙기기 너무 귀찮아 하기로, 그럼 내가 잡아다가 어찌하까 하니 그러라고 하더만

별 생각도 없이 밧줄 하나 들고 털레털레 잡으러 갔지

꽃사슴이라길레 염소만한 줄 알았지

아따 소 보다는 작지만 거진 소 만하데





텐트 다치고 나니 거진 10시에 가깝다

낮에 빵은 많이 사 왔으니 저녁밥은 대충 버터 발라 때우기로 한다

사실 우리야 밥 보다는 술이 항시 중요하니깐 빵이건 밥이건 먹는것은 별 중요하지 않다





이날은 중간에 별로 땡땡이도 안치고 그 짐을 메고 급된비알을 14시간 30분 동안 두곳이나 쳐 올랐으니 대단하다 

서로 자화자찬하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다가 깜깜 해지고도 한참이나 더 있다가 잠들었다



     

쌍쌔스 능선에서 둘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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