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정다운 사람들끼리 일곱되의 막걸리를 비우다
아침이 되니 두 그녀들 더 나타나더라
당초는 큰세계골로 오르리라 한다
가을이 깊은 무렵이라면 좋을 길이지만 비오는 때 무슨 청승이랴
살째기, 그러나 톤은 강하게 물어 보았다
'그냥 착한 길로 가면 안되겠능교?'
유화누야 흔쾌히 그러자 한 후 한마디 덧붙인다
'오늘은 하자는 대로 다 하고 다음에 같이 안가면 되는거야'
아이구 무시라
다음부턴 산사태가 나든 벼락이 떨어지고 있건 가자는 대로 가야하나
학교 다닐적부터 나는 한신이 좋더라
그 이름도 좋고, 그 계곡에 깔린 기운도 좋고, 희인이 3살적인가 업고 오른 추억도 좋다
이번엔 말이 통하는 갑장을 한놈 만나 또 좋구나
생각도 없이 꽁무니에 붙어 가는데 유화누야 갑자기 내보고 뭐라한다
생각도 안해 보고 '예~'하니, 대표로 가내소 폭포로 내려가서 사진 찍고 오라는 말이었는 모양이다
다음부터 안 같이 다니면 우짜나
잽싸게 내려가 행여나 잘못 찍힐라 싶어 열번쯤 누질렀다
'쨔샤~ 세워서 찍은 건 왜 없어?' 할까봐 세워서도 찍었다
올라오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그 주위에 텐트 한동 세울 수 있겠더라
한신의 기운을 느끼며 주능에 올라 안개 자욱한 세석으로 스며 들다
압력밥솥 꺼내니 나보다 젊은 아가가 미소를 짓는구나
그 점심시간이 다들 즐거웠나 보다
나는 아니 즐거웠다는 소리가 아니란 걸 굳이 언급해야 알아 들을까
내 10대적에는 사람이 마흔이 넘으면 무슨낙으로 살까 싶었다
이번에 보니 사람이 육십이 가까워도 깔깔거리며 빗속을 지나 다니는 구나 알았다
하산길,
쉬고 있는 참에 젊은 처녀와 총각이 지나친다
그들의 사랑을 축원해 주다가 문득, 처녀와 총각으로 수없이 지리산 다닌 사랑했던 그녀는 지금 어데서 행복할까 싶은 마음이 일다
일요일 발맞추기로 한 남알프스 합동산행은 유화누야의 등산화가 찢어지는 바람에 무산시키기로 했다
산장과 경란에 일러 산청 민가네로 가 다음날 루어낚시나 하자 했다가 고사 당하다
죽비님집에서 헤어져 홀로 스며 들었다
민가는 막걸리 두되를 비우는 듯 했고, 나는 소주를 댓병으로 마셨난데 다음날 보니 거진 비었더라
이윽한 밤, 갑자기 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마당에다 주섬주섬 가방을 깔기 시작한다
저 미친놈이 뭐하노 싶어 가만 보고 있으려니 깨를 턴다
어찌나 하는 짓이 영감인지 보는 재미로 능히 안주가 되더라
일요일 아침이 되니 민가는 벌초 가고 진주에서 근우가 왔다
산거북이 행님 루어낚시 온다 하였으니 기다리다 보니 해가 중천에 올라 날 떠거워 강으로 나서기 어렵더라
일단 있는 고기로 안주삼아 순배하다
캬~
전어를 이렇게 맛나게 구울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을게다
참고로, 객꾼작품이다
우리 반술이 되니 중천에 있던 해도 반이나 넘었다
이제 강으로 나서 고기를 잡자
설화 형수께 루어낚시 집중 강습 중
수강료는 받아야지
늙은 거북이한테 안겨 살다가 젊은 객꾼한테 안기는게 수강료 주는긴지 복을 받는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예상보다는 어획고가 작았다
나는 잡는 족족 망태기속에 넣었는데 조금 있다가 보면 고기가 사라지곤 했다
아주 나중에 확인하니 망태기가 찢어져 있더라
일단 적으나따나 맛이나 봅세다
나는 열한시쯤 잤는데 아침 민가가 깨우는 전화소리에 눈을 뜨 보니,
민가는 그날밤 늦게 또 깨를 털다가 취중에 운전하여 부산으로 갔단다
빈집에서 홀로 우째그리 깊고 달게 잠잘 수 있을꼬~
<바다와 강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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