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상봉 비박

객꾼 2011. 9. 14. 11:05

0 날짜 : 2011. 9. 12  ~ 13

0 길    : 순두류 ~ 상봉(1박) ~ 중봉골

 

 

어느 아침에 제주도 홍도 전화를 받는다

'행님~ 추석날 산에 갑시다'

심문해 보니 술을 아니 마셨기로 선선히 동의하다

그러다가 정작 자기는 비행기 표를 못 구해 오지 못한다

 

말이 오가다 보니 슬이를 상봉에서 만나기로 하게 되고, 아재님과 절초가 진주에서 출발한다기로 얻혀 가게 되었다

추석 연휴에 술을 얼마나 마셨던지 산 오르다가 죄없는 나무둥치 잡고 토하기도 처음이다

겨우 천왕샘에 이르러 숨을 돌리고 있는데 슬이가 배낭을 메고 위에서 내려오길레 저놈은 오늘 내려 갈라나 싶었다

 

갸륵한지고~

우리들 수낭을 받아 제 배낭에 차곡차곡 넣어 앞서니, 아하 이럴려고 일부러 내려와 주었구나

사람들이 널리 배워야 할 일이다

슬이 덕분에 가볍게 가게 되었다고 다들 기뻐하다

 

상봉 비릉밑 아늑한 자리에 전을 펴 한때를 즐기다 잠든다

문득 시계를  보니 5시 25분이로구나

좌우를 깨워 텐트를 나서게 하고서도 정작 나는 한참이나 침낭속에서 미적거렸다

 

나보다 더 미적거리는 슬이를 한번 더 채근하고 나서보니 아직 해 오르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어느 비릉을 타고 올라보니 상봉에는 벌써부터 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 비릉에 앉아 있던 5분간이 참 좋았다

 

 

 

 

 

서쪽 하늘로 어젯밤 달님이 그대로고,

반야 궁댕이 밑으로 깔린 구름도 제법 보기에 좋았다

 

 

 

 

 

 

 

'동편 하늘로 운해가 깔려 있으니 오늘 해를 볼 수 있다면 그건 구름 우로 떠 오르는 해일 것이다'

진주 아재님이 그리 말하시는 걸 귓전으로 흘리며 슬이캉 절초캉 상봉으로 올랐다

 

 

 

 

 

상봉에 서니 마침 해가 터진다

슬이 꽁무니를 따라 상봉에서 일출이 제일 좋다는 포인트로 서둘러 스며 들다

진사 한님이 앞서 자리 잡고 계시더라 

 

 

 

 

 

 

 

그 기계가 아주 좋은 슬이 사진을 어여 보고 접구나

자꾸만 이르기로, 풍경 사진에는 꽃이나 나무를 넣어 함께 찍어줘야 폼이 난단다

 

 

 

 

 

 

 

그들이 그곳에서 너무 밍기적 거리기로 홀로 사람 많은 곳으로 돌아 와, 한 곳에 앉아 주능으로 구름 넘는 장면을 오랫 동안 지켜보다

 

 

 

 

다시 비릉밑으로 돌아오니 절초가 동행을 붙여 같이 왔었는데...

미안하다

그 분 이름을 잊었다

 

그리고 진주에서 초이가 제 말을 빌자면 배낭에다 40kg을 쑤셔 넣어 새벽부터 올라 박지로 찾아 왔다

벽소 명월이 우짜고, 영랑대가 우짜고 횡설수설이 이어진다

그냥 이 자리에서 하루를 유하며 조용히 생각해 보고 내일 움직이라 하다

 

 

 

 

 

 

초이의 새집 짓는 모습을 보기전에 우리들의 집을 거둬 헤어지다

 

 

 

 

 

 

이럴까 저럴까 하다가 그냥 중봉골로 스며 들었다

중봉 샘물 이리 맑은 것도 근간에 없었고나

 

 

 

 

 

 

 

급류가 쓸려간 자리,

지리산이 500미터만 높았어도 이는 적설이 쓸고 지나간 흔적이리다

 

 

 

 

 

 

 

여기까지는 대충 그대로인데...

 

 

 

 

 

 

정말로 중봉골이 좋아 졌더만

한번 더 큰비가 오면 제대로 멋져 지겠데

 

 

 

 

 

 

이 좋은 모습을 흙속에 감추고 말이야

 

 

 

 

 

 

좋아요

천왕봉골이 하나 더 만들어 지고 있네

 

 

 

 

 

아재님 고맙습니다

그저 젊은 것들이 같이 놀아 줘 고마워 가지고, 운전도 손수 하시고, 맛난 것도 많이 싸 오시고, 뒷풀이도 맛난 거 사 주시고....

자주 같이 가입시더

 

 

 

 

 

 

반야봉을 배경으로 주능으로 구름 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