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날짜 : 2011. 9. 17~18
0 동행 : 산거북이, 뚜버기, 슬이(철화, 산장, 경란 상봉에서 만나 비박)
음력 8월 19일, 그런 날이 있는 모양이다
서울에서 뚜버기 내려온다 하여 기다리고 있는데 강동우와 정상규가 술한잔 하자고 불러 낸다
셋이서 마시고 있는데 민가가 고성에서 출발한다는 통보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는다
서울 친구와 남해 친구와 산청 친구 5명이 약속도 없이 그렇게 만나 찐하게 빨았다
남강
그 전날 저녁에 보니 부표가 떠 있었다
하룻밤 보내기에는 그럭저럭 하겠기로 올라 텐트를 치다
일본국 남알프스로 가는김에 미리 적응훈련(?)차 아사히 캔비루 하나씩 마시다
다음날,
깨어나 보니 동네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지나간다
이쪽으로 뛰어 넘어 나는 일행이 아닌체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다 치고 저기 맨바닦에 자고 있는 사람은 누군고?
뚜버기 삼촌이가~
중앙시장 제일식당에 아침 먹으러 들리니 정동섭이 자기 처와 밥 먹고 있다
다행이다
우리가 먼저 먹고 있었다면 그 놈 밥값까지 내가 내야 했는데 우리 밥값까지 동섭이가 계산했으니 말이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슬이를 태우고, 서진주 주차장에서 산거북이 행님을 태워 중산리로 스며드니 아홉시가 못되었다
막걸리 한잔 마시고 오르고 싶은 마음을 누지르고 순두류로 이동하다
오르는 중,
마흔이 훌쩍 넘도록 장가도 안가고 전국 산하로 쳐돌아 댕기는 정대장을 오랫만에 만나다
어느 돌아가신 지인이,
74년경 천왕샘골로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다
사태나기 전의 중봉골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엔 산죽밭을 헤멜거라고 짐작하고 올랐다
내 예상과는 너무 판이한 천왕샘골이었다
그래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폭포라 하기에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에도 그런 장면들이 이어진다
자칭 앉으나 서나 똑 같은 사람과 슬이
천왕샘골은 아주 예전부터 형성되어 있었기로 이번 여름의 그 큰 비를 감당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마지막 9부 능선에서는 의미가 없어져 동릉으로 붙어 천왕샘으로 빠져 나왔다
참으로 오지랍도 넓은 친구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천왕봉에서 기다리고 있다
어지간히 기다린 모양, 제수씨 입술이 파랗다 못해 말도 잘 못하더라
막걸리 두병 전하고 그들은 다시 익산으로 간다
경란과 산장이 잠시후 나타나고, 조금 있다가 철화행님도 당도한다
모처럼 텅빈 천왕봉에서 국태민안 했다
마악 텐트를 치려니 비가 억수같이 쏟아진다
그냥 맞으며 텐트를 치고, 그대로 더 맞다가 홀라당 벗고 텐트안으로 스며들어 닦고 옷 입으니 공짜 샤워더라
그날밤도 비릉 밑에 타프를 치고 둘러 앉았다
비가 100mm도 넘게 내린 듯 하다는데 나는 술 마시느라 비를 의식할 틈이 없었다
비옷을 입고 비야 내리든 말든 마시는 술맛도 과시 한 맛이었다
<일요일 아침의 난장>
일요일 신새벽,
텐트를 열고 천왕봉을 올려다 보니 온통 안개속이다
이런 재수가 있나
예전부터 저 자리에서 한밤 지내고 싶었는데 비와 안개 덕분으로 늦잠까지 잘 수 있었다
비와 안개에 감사할 일이 야영 중에 있다니~
밥 먹으로 갔다가 아무래도 안개가 걷혀 텐트가 드러 나겠기로 걷어 놓고 먹자며 와 보니,
호오~
제법 멋진 장면을 보여 주신다
상봉 전경
구름 넘어오다
동영상으로 보다
밥을 먹고 짐을 챙겨 상봉으로 올라보니 구름도 많고,
사람도 많다
털보는 이번에 청소년문학상에 소설이 당첨되어 2천만원쯤 상금을 받는단다
그런데 그 상금 수령이 내년 1월이라 큰일났다
동네방네 소문이 다 나서, 서울가서 그 돈 받으면 얼마나 남을란지 모르겠다
이에 멈추지 말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 많이 쓰 내기 바란다
쩝~
그냥 좋은길로 내려가자 캐도 꼭 샛길로 빠지잔다
세존봉 우측골짜기라 해서 이십여년전에 한번 가 보았음직하고, 기억하기로 별로 험한 길도 아녔기로 순순히 동의했다
산거북이와 경란은 술이 덜 깨어 순두류로 바로 빠지리라 한다
결과적으로 두번쯤 그들의 판단을 부러워 해야 했다
세존봉 우측골은 내가 기억하는 그 길이 아니었다
지리산길 중 험하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게다
그리고 아주 위험한 곳도 몇군데 있다
이곳까지야 길 참 좋제
이 두 친구 정말 시컵 했을기구마는
산장의 말을 빌리자면, 잘 가다가 움푹 빠진 곳에서 기다리기로 뒷사람들 기다려 같이 가려고 그러는 갑다 싶었단다
우리가 따라 붙으니 난데없이 길도 아닌 곳으로 내려 가기로 왜 저리로 가나 싶더란다
나중에 뒤따르며 들으니 뚜버기 자기도 모르게 육두문자를 내 볕더란다
여하튼 털보도 충격이 심했는 모양이라
대충 설명이라도 해 주고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이 곳에 멈춰 주변을 둘러보니 꼭 예전에 한번 와 본 듯하다
혼자 그런 느낌을 중얼거리고 있으니 털보가 작가답게 '그런 기지감이 든단 말이지?' 하고 자기도 혼자소리를 한다
나중에 술 마시며 그 이야기를 꺼내 물으니 그 중얼거림을 들었냐고 깜짝 놀란다
내 전생은 월남에 파병가서 싸우다 죽은 느낌이던데, 그 전에 빨치산도 했나?
* 기지감 : 실제로는 체험한 일이 없는 현재의 상황을 전에 체험한 것처럼 똑똑히 느끼는 현상
이후 하산하여, 비를 맞으며 알탕하고 천왕사 가는 길목에 있는 정자에서 남은 먹거리들을 깨끗이 정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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