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암벽 머리올린 날

객꾼 2013. 4. 12. 15:19

세근(細筋) 발달에 좋다기로 인공 암장에 등록을 했다

그냥 운동이나 하자는 심정으로 말이다

두달째 등록을 했는데 실제로 다닌적은 여나무번 남짓일 게다

 

2주째쯤 되니 필드로 한번 나가 보자고 툭툭 던진다

'에이~ 쪽발리거로 무슨' 카마 흘려 보냈다

그러다가 내가 언제 약속을 한 모양이다

학교 산악부 동아리방이 바로 우리 사무실 인근이다

그곳에 들러 장비를 다 챙겨와(이교수님은 산악부 지도교수다) 아예 사무실로 들어 오셨다

 

와룡산에 그런 암벽이 있는 줄 잘 몰랐다

내가 뭘 알아야 물어 볼거나 있지

주섬주섬 챙기고 자기 하는대로 나도 착용하라고 이르더만 먼저 오르신다

(아!!! 확보하는 방법은 아주아주 자세하게 신신당부를 하며 가르쳐 주신후에 말이다)

 

나도 태어나고 처음하는 게지만 저 양반도 대학 다닐때 해 보고 그러니깐 34년만에 한다나뭐라나

밑에서 가만 올려다 보고 있으려니 너무 헤멘다

나 같으면 2,3분이면 치고 올라가 버리겠구마 윽수로 낑낑대며 오르신다

 

어느 작은 소나무에 이르러 등을 기대며 '완료!!!' 한다

암벽 길이가 딱 25m 란다 

내는 요즘 나이가 들어 갈수록 고소공포증이 좀 심해지기는 하지만 '이쯤이야 뭐~' 하며 힘차게 '출발!!'을 외친다

 

하이고야~

딱 2미터쯤 오르니 디딜데도 잡을데도 없데

저 양반은 어디로 해서 올라갔나 싶어요

자세히 찾아보면 반드시 길은 있데요

 

대충 올랐제

우째우째 한 15m쯤에 이르렀어

어따 정말로~

내 인생에 그런 순간이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해봤제

 

그러니깐,

저멀리 고향바다가 보이는 비릉빡에 찰싹 붙어서,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할 상황에서,

앞으로 마누라말 잘 들어야 되겠다고 정말 깊고 깊은 결심을 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냐 말이다

 

바위는 보이는 것과 오르는 것은 애나로 180도 다르더라

 

 

 

 

 

내가 우째 여기까지 올라 갔는지 정말 기억이 없다

건데 올라가서 보니 손까락에 피 나데

그 양반 물어요

'피가 왜 나?'

'몰러~~~' (속으로는, 닌장 살아 날라보니 이것저것 피나는 것도 잡았겠지~)

 

 

 

그래가...

겨우 올라간 자리에서 정신이 들때쯤 물어 봤지

'내려 가는 건 우째 내려 갑니까?'

'가만~~~'

한참이나 생각을 하시더만 일단 자기가 먼저 내려가 보고 그대로 보고 따라 하래

 

참으로 내가 똑똑한(?) 사람에 속하니 이제껏 살아 남았지

그 양반 내려가고 나 혼자 산정에 남으면 어떡햐~

일단 고소증을 극복함시로 나부터 먼저 내려 오기로 하다 

 

 

 

 

 

 

연이서 그 양반도 내려 오고~

내는 일말의 미련도 없었어요

내는 '여~서~ 스톱' 할 거라고 분명히, 확실하게, 명확하게, 주저없이, 세번 이상 말했었어

 

 

 

 

어따 쓰벌~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코스 오르데

내한테 물어 보도 안해

평소 그 양반이 말 정말 점잖게 하고 내 의견 많이 존중 하거덩

원래 업그레이드 뜻은 '업그라~ 더러분 놈아' 카면서 자기 뜻데로 하는 거자너

그 일은 딱 그대로였어

 

 

 

 

내는 그렇거나 말거나 올라가는 당신 확보나 하고 말면 되지 뭐 싶었어

말없는 것은 그런 내 의견에 동조 한다는 거잖어

어따~

다 올라가서는 위에서 을매나 사람 자존심을  긁는지...

 

'마누라~ 당신의 뜻을 한번 더 거스릴 상황이 도래 하였소~' 카마

내 악으로,

'출발!!!!!!!'을 외치며 또 붙었지 뭐

 

 

 

 

 

 

참으로 어따~

바위는 아무나 타는 게 아닌 모양이라

듁어 듁어~

 

(음....전봇대 타는 아저씨란 말 또 듣객꾼)

 

 

 

 

 

 

 

우째꺼나 나의 선상님~

좋십니다

한번 해 보입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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