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일짜 : 2013. 12. 21~22
0 동행 : 하로, 진달래
0 구간 : 거림 ~ 북해도 ~ 세석삼거리 ~ 음양수 ~ 창불대(1박) ~ 거림옛길
아따~
소주를 4차나 하고 아침 일찍 일어 나려니 힘들더만
자명종이 울리니 마누라가 알아서 깨워준다
서진주로 가니 하로와 달래는 벌써 도착해 있다
하로는 거림 옛길로 하여 오르자는데 그냥 쉽게 살고 싶다
대충 가다가 막걸리도 한사발 하면서 북해도를 지난다
건데 하로야~
여기를 왜 북해도라 한다냐 하니, 자기가 알만한 사람에게는 다 물어 봤는데 아는 사람이 없더란다
해방되고 나서 북해도 놈이 이 길에서 윽수로 얻어 터진 모양인가
하로가 저혈당 증세가 있다 했나
배가 고프니 환장을 한다
까딱하면 등산로에 자리 펼 뻔 했다
진달래는 예전 청풍호반 산행 때 한번 얼굴을 본적이 있는 처자다
진달래가 본명이라니 처음에는 의아하더만 여겨 볼수록 예쁜 이름이다
생전에 박산행 처음이란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100번을 넘어도 항상 겸손 하거라
좋아 죽더라
다리도 길고 힘이 쎄 보이길레 러쎌을 맡겼다
건데 그거 보통의 경우는 흉내만 내다 말자너
진짜로 힘이 좋아서 아주 잘하더만
갈림길 삼거리에서 처음엔 누가 러쎌을 해 놓았더만 조금 가다가 안되겠는지 중간에서 되돌아온 흔적이 있다
힘쎈 아이 앞세우고 우리는 참 쉽게 간다
음양수에서 물을 길어 오르다
물이 콸콸 넘쳐나더만
똥폼이나 잡고 선놈은 소위 독립군이가
낙남정맥길이 멋지다
또 아이 앞세우고 우리는 공짜로 먹는 중
쓸만한 러쎌꾼 하나 만났다
자기 장점중에 하나가 <힘이 쎄다> 라네
올 겨울에만 만나기로 했다
봄에는 시집 보내야제
이 가스나 은근히 걱정된다
보니 장비가 장난이 아니기로 돈 벌어서 장비 사는데 다쓰냐 하니 그렇단다
항차 그렇다면 시집가기 힘들겠다
주변에 꼴값 떨다가 차차로 늙어가는 처녀들이 얼마나 많냐 말이다
12월 지리산정에 눈이 이렇게 많기도 참 오랫만이다
쩝~
엿 됐다
며칠 있으면 고마 오십이다
닌장맞을꺼, 인자 박배낭 지고 마음대로 돌아 다니기도 10년이나 남았을란가
날이 차가우니 조망이 참 좋은 날이다
보니 세석산장도 훤하더라
이곳과 저곳 산장 중간쯤에도 멋드러진 박지가 한군데 있다는 듯도 하였는데...
주능도 멋지다
일단 집을 짓고 술맛부터 보자 한다
이번엔 일부러 술을 아주 적게 가져갔다
게다가 진달래가 술이라며 가져온 것이 무슨 엑기스다
할머니가 술이라고 주셨다면서 하도 우기길레 그래 술이다 하며 마시기는 다 마셨네
달래 본업이 정신병자들 관리인데,
오늘 대구 산꾼에게 물어보니 특히나 알콜중독자 전문이란다
그럼 제대로 만났네
앞으로 전화상담 자주하자
일몰이 시작되는 듯 하다며 나가잔다
나서보니 마침 맞다
더군다나 초까지 한잔 쳤으니 흥이 더 깊더라
우리 저거매가 이 사진을 보더만 무슨 겨울에 단풍이 있노 한다
말 나온김에 한마디 하자면 최근에 술을 마시고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한술이 되어 들어 오더니 '우리 더 늙어지기 전에 앞으로 하루에 한번씩 뽀뽀를 하며 살자' 그러더란다
그걸 다음날 출근길 현관에서 전하며 주둥아리를 쫑긋이 내미는데,
우리집 출입문 개폐기 밧데리가 좀 시원찮다
아무리 단추를 눌러도 문이 열리야 말이지
어따 진땀을 뺐네 그랴
어제밤에도 실수를 하나 했더라
술이 취해 들어 왔으면 고이 잠이나 잘 것이지
큰딸보고, '앞으로 아빠 술 끊을테니 너도 드라마 보지마라' 그랬단다
어따~
딱 한병만 마시고 표 안내고 산행기 쓴다고 욕 본다
빛을 갖고서 한참이나 이래저래 논다
햇님이 서산 아래로 들어 가고서도 한참이 지난후에야 텐트로 돌아갔다
남은 술이 적어 여덟시도 안돼 각자의 집으로 찾아 들다
하로가 해 뜬다고 전하길레 나서보니 이미 떳다
이곳에서도 빨치산 많이 죽었는 갑다
여간해서는 꿈을 잘 안꾸는데 누가 찾아와 텐트를 흔드는 통에 깨었다 잠들었다 반복했네
한참이나 음악을 듣다 선잠을 자다 짐챙겨 출발함에 11시다
이 날은 전날보다 조망이 더 맑다
날씨는 훨씬 따뜻하던데 춥다고 다 전망이 좋은 것도 아닌 모양이라
멀리로 와룡산과 고향 바다가 보인다
무등산도 보이더라
거림 옛길로 내려왔다
10여년 만이라 길이 낯설기까지 하더라
하산길도 러쎌꾼은 달래다
거림에 닿으니 누가 저쪽 가게에서 우릴 부른다
처음엔 호객인 줄 알았는데 다시보니 어젯밤 우리 보다 약간 늦게 올라와 이웃에 텐트친 젊은 연인들이다
그것도 인연이라고 우리를 기다렸다 막걸리 한사발 챙기는 식이다
하긴 화엄경에 일천겁 인연은 하루를 동행하고, 이천겁 인연은 하루를 동숙한다 했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터이다
건데 막걸리만 잘 얻어 마셨다
아직 식전인데 같이가서 점심이나 먹자는 소리 안한걸 나중에 밥자리에 앉아서야 깨달았다
지리산 부지런히 다니는 모양이던데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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