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출근하기 좋은 계절이다
기계나 사람이나 자주 손질을 해 주어야 탈이 없단다
한판 뛰면 딱 좋은데 심심해서 말이지
작년에 싸돌이~
꼴랑 다섯달쯤 살고 어떤놈의 차량에 치어 죽고 말았다
건데 그 놈 강아지 치고 정말 잘 달렸어
나의 완벽한 런메이트 였는데 쩝~
올해 훈련시즌에 맞춰 런메이트 하나 구해야 한다
좀 미심쩍은 면이 있긴 하지만 뒤따라 가는 저놈, 지난 2월에 거금을 들여 영입했다
개나 사람이나 제 싫은 짓 안한다
특히 앞서가는 구월이 저놈은 이제 반 여우 수준이라 내가 뛸 폼이면 절대 안 따라 붙는다
옷도 평상복으로 입고 뒷짐을 지고 오슬렁거리며 걸어 나가니 앞서간다
이름이 이월이가 된 놈은 영문도 모르고 따라 나선다
나 참~
개 비위 맞추기 힘들다
여친 똥눌 때 화장실 앞에 핸드백 대신 들고 기다리는 형국이다
여하튼 이월이 한테 길부터 가르쳐 줘야 따라 뛰든가 말든가 하겠지
개들은, 특히 강아지들은 자기가 모르는 길은 웬만해서는 안갈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문으로 나갔다 좌회전 두번하면 이 지점이다
이 지점을 외워두어야 한다
나중에 이월이가 죽을 뻔한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눈치 못채게 살짝 뛰어도 보았다
제법 뛰는 폼은 나온다
지구력이 문제겠지만,
이 길은 끝까지 가면 낙동강 자전거길과 만난다
가끔씩 그쪽 방향에서 진양호까지 자전거로 저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진주 사람들도 이 길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게다
2년전쯤에 새롭게 조성했다
짬을 보아 이 길로 해서 부산까지 엠티비로 가 보아야 겠다
아침엔 이 길이 그늘이라 런 연습하기엔 안성마춤이다
그 참, 진주시장 내는 자기 안찍어 줬는데 꼭 이런식으로 성의를 보이네^^
이번에도 내는 다른사람 찍을터이니 혹시 알더라도 섭섭해 하지는 마소
여기까지가 4km쯤 된다
더 진행하면 제법 정겨운 숲길이 있고, 반환하면 10km쯤 되는 셈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잠시 벤치에 앉아 쉬다가 되돌아 갔다
오다가 오줌을 싸고 온 구월이는 휑하니 내뺀다
그 뒤를 이월이 멋도 모르고 촐레촐레 따라간다
나도 뒤따라 오다가 지름길로 농로를 돌아 농장으로 들어갔다
구월이가 보이길레 이월이도 당연히 어딘가 있겠거니 하였다
한시간 가량 이것저것 정비하다가 이월이를 찾아 보았다
아무리 휘파람을 불어도 기척이 없다
들판에 쟁기질 하던 이반장이 강아지가 강둑에 있다 한다
얼마나 간절하게 깽깽거렸으면 트랙터 소음사이로 들렸겠나
농장과 강둑 사이엔 2,5미터쯤의 수로가 있다
수로둑 높이는 1미터 가량이다
구월이 되돌아 오다가 뺑 둘러오기 귀찮으니 수로를 뛰어넘어 버린 모양이다
수로 맞은편에 서서 이월이를 불러보니 처음엔 기척이 없더만 꼬리를 있는대로 흔들며 저쪽 풀숲에서 나타난다
눈빛이 그렇게 간절 할수가 있나
수로에 물이 차 있어 나도 건너지는 못하겠고 맞은편에 앉아 연방 뛰어내리기를 재촉했다
강아지가 뛰어 내려지나
할 수 없이 저쪽으로 400미터를 돌아 맞은편으로 갔다
그때까지 구월이는 이월이가 걱정이 되는냥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건데 맞은편에 이월이가 없다
이 놈이 어디갔나 하며 한참이나 찾으니 저쪽에서 깅낑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어따 그놈,
내 돌아오려 가는거 보고 제 버리고 가는 줄 알고 물속으로 뛰어내린 모양이다
그래 내 간쪽으로 헤엄을 쳐서 찾아간 중이었던 게다
개는 날적부터 수영이 가능하기 망정이지~
저 겁에 질린 눈망울 봐라
한시간 넘게 맞은편에서 방황하다, 난데없이 백미터쯤을 찬물에서 수영했으니 세상에 이게 무슨일이고 싶었을 게다
진짜 철인들도 이 계절엔 수영 안하는데 말여
사진이 그렇게 찍혔나
아니면 개가 공포에 질리고 탈진이 오면 어떤 파란색 효소가 분비 되는기가
몸을 수그려 잡아 올리다
구월이 걱정이 되었던지 금새 맞은편으로 달려왔다
좀 걷게하면 추위가 가시려나 싶어 땅에 놓았더만 사지가 굳어 비틀거리기만 한다
저체온증의 심각한 단계다
달달 떠는 놈 급히 농장으로 옮겨와 물기를 닦고 옷을 입혀 제집에 넣어 두었다
그래도 너무 떨어 백촉짜리 백열전구를 켜 집안에 달아 주었다
출근하자마자 이월이부터 챙겼다
나는 어제 그 눈빛이라면 나한테 데여 옆에도 안 올줄 알았다
개는 개다
싹 다 잊은 모양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씩씩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