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무렵 1주일 상간에 따낸 녹차잎을 가장 최상급으로 친다
아마 시중에서는 한통에 30만원 가량 할게고,
더군다나 그것이 무공해 제품이라는게 확실히 보장만 된다면 부르는게 값일 터이다
불현듯 돌아보니 녹차잎이 적당하다
지난 겨울이 얼마나 가물었으면 녹차나무가 많이 말라 죽었다
살아난 놈들도 이제서야 갓 새싹을 내기 시작한다
문득 날짜를 보니 곡우 지난지 아흐레다
녹차를 두고 말들도 많다
우전이니 작설이니 세작이니, 유기농 녹차라느니 말이다
학교적 아는 것도 없으면서 녹차잔 앞에 두고 똥폼 잡던 생각이 나 찻잎을 따다가 픽 웃었다
다만, 그 여린것들로만 골라 소일삼아 따 담았다
다시 잡티들을 선별한다
사실 더 골라 버릴것도 없는냥 한테 내 입으로 들어갈 물건이니 좋은게 좋지 않겠나
녹차를 덖는 방법 또한 농차의 종류만큼이나 말들이 많다
하동 섬진강변에 가 봐라
오로지 자기들이 대한민국 제일이다
그러면서도 정통의 방식대로 아홉번을 덖어 내는 집들은 없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일단 무쇠솥이 있으면 좋은데 이 몇홉 덖자고 솥을 살 수는 없는 법
적당히 가열시킨다
물방울이 또르르 굴러갈 정도면 된다는데 도저히 그 지경으로 못 만들겠다
그냥 약한불에 부지런히 저으면서 천천히 덖었다
덖다가 쪼그라져 그 양이 1/3쯤 줄어들면 중지한다
타거나 그 색깔이 회색인가 뭔가로 변해서는 아니 된단다
보드라운 천 위에다 올려두고 빨래 하드키 문지른단다
흉내를 내어보니 밑이 베나 면이 아닌 나일론이라 따로 논다
손안에 두고 양손으로비볐다
충분히 식힌 다음에 다시 덖으라 하나 (양이 적어) 식힐 필요도 없이 그냥 손 안에서 다 식는다
다시 그 양이 1/3쯤 줄어들 때 까지 덖는다
뭐 한번 해보니 대충 통밥이 온다
적당히 불조절도 해 가며 내음세도 맡아 가며 다만 타지않게 부지런히 저으면 된다
말로야 표현 못하겠지만 내음세가 약간씩 달라진다
그리고 그 건조해져 가는 모양세가 확연히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
다시 부지런히 비벼준다
다시 그 양의 1/3쯤이 줄어들 때 까지 부지런히 저어주며 덖는다
다시 부지런히 비벼준다
통상 3번을 덖는다 하는데 그 느낌이 아직 풋설은 듯 하다
한번 더 덖어 주고 비벼 주었다
그러니깐 4번을 볶은 셈이다
이 놈을 그늘에 두고 말린단다
얼매나 말려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연후가 중요하단다
충분히 말린 후 한번 더 덖어 주는데(무슨 용어가 있었는데...) 그게 중요 하단다
덖다가 보면 일순 향기가 확 풍기는 시점이 있단다
그 순간에 중지하고 종이에 싸서 시시로 시음하면 된다 하였다
느낌에 그 말이 무슨 말인고 알겠다
평소 녹차 내음세는 많이 맡아 보았으니,
코를 대고 덖다가 내가 이제껏 맡아본 중에 제일 비싼 녹차향이 올라올때 중지하면 되겠다
4년전 심은 느티나무가 비로소 그늘을 드리운다
평상을 두니 그 느낌이 너무 좋아 맥주를 한잔 마시고 싶어져 찻잎 다 따고 한잔 하였다
꽃피는 오월과 녹음진 유월에는 저곳에서 쌍추쌈을 놓고 점심을 자주 때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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