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09. 11. 06~ 11. 08(2박 3일)
- 1일차 : 21:20 빼재 정자 정자 도착. 1박
- 2일차 : 08:35 빼재 출발 ~ 09:00 곤도라 탑승~09:20 설천봉 도착 산행시작,18:30 빼재 도착, 무심별장으로 이동 1박
- 3일차 : 비내리는 무심별장서 소일
벗 정박사의 콩실험 포장에 녹비작물 택으로 호밀을 파종한다
그 친구는 포장의 사사로운 일까지 자기가 직접 현장에서 챙기니 보기 좋다
로타리 치기엔 바람이 심한 날이더라
금번 대간길은 변동이 많았다
우선 산행일자를 맞추느라 애 먹었다
당초 셋째주에 모이기로 하였는데 무슨 아가들이 기말시험이 보름이나 남았는데도 공부해야 되기 때문에 어렵단다
궁여의 책으로 그냥 손이 빈 첫주에 모이기로 한다
그러다보니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비소식이다
애초 우두령~추풍령 구간을 이틀에 걸쳐 걸으리라 하였는데 코스 급변경이다
겨울날 산행 한바리하고 다음날 스키나 타려 남겨 두었던 향적봉~빼재 구간을 하고 일요일은 무심별장으로 가 소일키로 한다
나중에 이 이야기를 들은 산꾼들이 우려하기로,
'그 구간이 은근히 사람 죽이는데 하루 걷고 또 다음날 하루를 어찌 스키를 탈 수 있다는 말인고' 한다
밤 아홉시 지나 빼재에 당도하여 서둘러 텐트를 친다
희인의 눈썰미는 나보다 좋은갑다
텐트 치는데 이것저것 지적 하는데 사실 도움이 되더라
달빛 밝은데 연인들이 차를 멈추어 불꽃놀이를 한다
곁에서 지켜보던 나로서는 '저치들이 무슨 달밤에 체조 하는가' 싶다
뚜버기네 당도하려면 3시간은 기다려야 겠다
아가들은 침낭속에 넣고 나는 아나고 구워 소초나 한잔 하려는데 문득 조용하여 보니 또 공부중이다
요즘 세상이 좋은긴지 나쁜긴지, 핸드폰으로 학원 선생님과 영어 토킹하고 있다
분위기에 젖어 나도 소주잔 기울이면서 현진건의 단편작들을 오랫만에 다시 읽어본다
몇편의 단편을 읽어 제치고 있으려니 뚜버기네 도착이다
사실 요즘 시절이 하도 수상하여 어린 여아들을 데리고 고요한 산정에 홀로 기다리려니 내심 불안 하였난데 반갑기 그지없다
내일은 느긋이 출발하는 일정이니 제법 늦도록 뚜버기와 잔 기울이다
그 신선한 공기를 그대로 느끼고자 하며 텐트도 치지 않고 정자 바닦에 침구를 깔고 잤다
일곱시쯤 느긋이 기상이다
아가들 깨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방부터 다섯말 셀 동안 안 일어나는 놈들은 뽀뽀해 버린다 다섯~, 넷~, 셋~' 하면 후다닥 일어나 침낭에서 빠져 나온다
낙엽송이 알맞게 물들었다
그 뒤로 펼쳐진 아침 햇살을 받은 산들이 아름답다
자~
밥 맛있게 많이 먹고 출발하자
뚜버기 차량을 이곳에 두고 내 차로 무주리조트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에 이르러 향적봉 지나 백암봉에서 대간길을 이어야 하리
서두르지 않아도 되니 아가들이 더 좋아한다
곤도라 첫 운행이 9시 30분이라 하여 삼십분전에 도착하여 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탑승권과 함께 사과를 챙겨준다
스키도 공짜로 타고 이런것도 거저 이용할 수 있으니 참 좋다
제일 앞줄에 서서 대기하니 의외로 아홉시부터 운행을 해 준단다
우리야 십분이라도 빨리 출발하면 좋지
설천봉에 이르니 기대하지도 않았던 눈이 있다
아가들은 장난친다고 정신이 없다
복장들을 보니 이제야 비로소 산꾼의 티가 나타나고 뚜버기와 내가 제일 후줄근 하더라
뚜버기 몇번을 지나쳐도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다는 상제루로 따라 올랐다
제법 장한 시간이 흘렸는데도 아가들은 출발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아예 엉덩이로 미끄럼까지 타더라
갈길은 가야제~
또다시 향적봉이다
아가들도 저번에 어떤일로 와 본 산이란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중봉에서 이리저리 산들을 바라보며 오지않는 막내팀과 뚜버기를 기다린다
사람들 틈에서 불현듯 손 하나가 나타 나더니 아는 체를 한다
보니 오늘밤 집으로 찾아가기로 한 무심이님이다
우리의 일정이 오픈되지 않았으니 알고는 일부러 찾아오지 않았을터,
연유를 물으니 덕유지맥을 타고자 곤도라로 올라 백암봉으로 가는 중이라 한다
그러니깐 우연히 마주친 사연인데 사연치고는 기이한 인연이다
언니팀들은 앞에서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이러고서 놀며 오는 모양이다
덕유능선
자~ 가자
저 앞 백암봉에서 쉬었다 가자~
대간길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백암산정에 이르니 11시가 훌쩍 넘었다
이날은 뚜버기와 내가 더 태평이다
아가들 먼저 앞세워 보내고도 남은 막걸리 느긋이 마시고 간다
조릿대 사이로~
되돌아본 중봉과 백암봉 능선
이날은 참 따뜻한 날씨다
아가들도 더운지 밥먹자 하니 그늘부터 찾아 스며든다
겨우 꼬드겨 그나마 햇살반이나마 비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 식탁을 차린다
秋夜雨中
秋風唯苦吟 가을 바람에 애써 읊어도
世路少知音 세상에 내 마음 아는 이 없어.
窓外三更雨 창밖엔 삼경 밤비 내리고
燈前萬里心 등잔 앞에서 나는 고향 그리네.
자고 가자고 생떼 쓰는 걸 억지로 나아가게 하니 졸면서 간다
잠은 나조차도 쏟아지더라만 차츰 갈 길이 멀다 느껴지는 판이니 마팍에 불달기 전에 날머리에 당도해야 되지 않겠나
희라는 왜 나무에 기어 올랐나
지봉 헬기장에서 걸어온 길을 조망하니 결코 짧지만은 않다
비가 올려나 걱정도 되는 참에 따로 비옷을 가져오지 않았다하니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비 옷 안가져 온 것으로 인하여 작년에 빼빼로데이, 화이트데이, 부처님 오신날 등등에 선물 안한거 까지 따진다
올해는 반드시 하라는 것을,
엊그제가 빼빼로 데이 였다는 모양인데 선물을 못해 이틀째 딲이고 있다
그그참~
그런것들은 뭐하는 족속들이 만들어 가지고....
아가들하고 산행을 할때 우선적으로 신경을 쓰야 되는 게 옷인상 싶다
수시로 입혔다가 벗겨 배낭에 넣었다가 하는 것을 귀찮게 생각해서는 안되겠더라
땅바닦에 앉히는 것도 저렇게 맨땅에 앉혔어야 안될 일이겠다
여자들은 어려서부터 하체를 따뜻히 하여야 한다는데...
대봉과 갈미봉이 아직 저 앞인데 시각은 15시를 훌쩍 넘긴다
이젠 쪼차도 안간다
대봉산정
참 녀석들~
그리도 힘빠지게 걷더니만 장난꺼리 발견하자 마자 너나 없이 미끄럼이다
자작나무 껍질에 편지를 쓰 보내면 사랑이 이루어 진다 하니 큰놈들은 볼때마다 벗겨내느라 바쁘다
제법 몇장씩 배낭에 챙겨 넣던데 어디다가 편지를 쓰 보낼려나
벌시로 하는 짓들은 사춘기인 듯 한데 제발 조용히 넘어가면 좋겠다
할 수없이 불을 밝히며 내려와야 했다
희인은 머리 스타일 구겨진다고 렌턴도 없이 눈에 불을 밝히고 가리라 한다
그러다 제대로 넘어져 자칫 다칠 뻔 했다
호되게 나무라니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 툭툭 털더니 '하나도 안 다쳤거등요'하며 또 불도 없이 나아간다
그럭저럭 18시 30분경 빼재 날머리다
일곱시간이나 걸릴까 예상해는데 아홉 시간도 넘게 걸렸다
아가들이 꾸물거린 것도 있지만 그리 호락호락한 구간도 아니더라
무주리조트 텅빈 주차장으로 가 차를 회수하여 옥종면 안계리 무심이님 별장에 이르니 20시 반쯤이다
호남정맥 추령구간을 하시고 오신 해리님 부부,
금남호남정맥 감상굴재에 이르런 대명성님,
한강기맥을 끝마치고 영산기맥에 첫발을 내디딘 조은산행님이 와 계시고,
파키라는 시방 몇년째 대간을 걷고 있나
오년이 넘었제
월요일부터 대관령길 이어간다고 술부터 한잔 마시러 와 있다
이러저러히 계획도 없이 만나게 되었으니 일요일 내린다는 비가 한편 좋기도 하다
참나~
예전에는 비 따위 개의치도 않았었는데 다들 요령이 늘었어
무심이님 이번에 구입한 별장에서 일요일 아침을 맞이한다
아가들은 또 공부인지 숙제인지 모를 것들을 꺼내 끄적거리고 있고
우리는 어서 둘러 앉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렇게 비가 내렸고,
그렇게 수곡도가 아저씨 다녀 갔고,
그러다 다들 눈이 풀어져 헤어지던 순간은 기억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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