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09. 9. 11~ 9. 13(2박 3일)
- 1일차 : 22:30 빼재 정자 도착. 1박
- 2일차 : 07:37 빼재 출발 ~ 12:30 소사고개 정자, 중식 ~ 18: 57 덕산재 도착, 김천학생야영장 1박
- 3일차 : 09:00 덕산재 출발 ~ 12:35 부항령 도착
○ 택배조 : 철우님, 영관
한달에 한번씩 2박 3일의 휴가를 받는 저거매는 신났다
희인이 학원 마치고 오기도 전에 예전에 이웃살던 아지매들 만나러 부산으로 출동한다
학원 다녀온 희인이 밥먹이고 출발하니 거진 아홉시가 가깝다
빼재 정자에 도착하니 철우형이 홀로 기다리고 있다
뚜버기네는 아마도 새로 한시나 되어야 도착하리라 하며 한잔 소주를 나눗고 있는데 23시가 마악 지나자 도착이다
20시에 출발 한다드니 서울에서 빼재가 그리도 가깝나
잠시간 서로를 반가워 한다
내일 강행군을 시키자면 일찍 재워야 한다
빼재의 밤공기는 이미 찰만큼 차다
침구를 아예 동계용으로 준비하길 새삼 잘했다
빼재의 밤바람이 그리도 싱그러운데 조침을 할 수 있나
밖으로 전을 옮겨 내일 산행에 대한 심도있는 대화다
철우형이 산행에 동참 한다는걸 택배조는 택배의 본분을 지켜 밥이나 하고 택배나 하라했다
뚜버기 살째기 속삭이기로,
"야~ 밥이나 하고 그러면 딱 어울리는 분위기거마는 워째 노조위원장을 하고 있을꼬 그쟈~"
참으로 조합원 십수만의 위원장을 일순간에 밥집아저씨로 전략시켜 버리는 파워의 백두대간팀이다
뚜버기는 대충 앉았던 자리에 침낭을 깔고 나는 짐칸에 자리를 잡았다
새벽쯤에 비도 내리는 듯 하였난데 하룻밤 유하기에 과시 모자람이 없었다
딸 둘과 산행을 떠나려 짐을 꾸리고 있노라면 어데 희말라야 원정이라도 가는냥 많다
06:00 기상알람이 울린다
아가들을 깨워 껍질 벗기듯이 억지로 침낭을 벗겨서는 아니 먹으려는 밥 또한 반강제로 먹인다
하늘이 꾸무리한게 비 내릴까 우려된다만 일단 기분좋게 출발~
옛날 이 고개에 산적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잡아먹은 짐승의 뼈와 간혹씩 사람도 죽이고 하여 사람뼈 등이 흔하게 널려 있었드란다
그리하여 이름이 뼈재였는데 너무 흉하다 하여 신풍령으로 고쳐 불러 온다고 뚜버기 아가들에게 설명한다
밥집 아저씨에게 잔정리를 맡기고 출발하니 한결 수월하다
또한 점심시간에 맞춰 소사고개에서 밥해 놓고 기다리기로 하였으니 짐도 가볍다
빼재 들머리다
처음 대간을 걸을제 동생이 여기까지 태워다 준긴데,
보니 늦겨울 새벽 4시에 계단도 없는 눈내린 비탈 사면을 홀로 치고 올라가는 내가 안쓰러웠던지 날 밝으면 가라며 산등성이에 다 오를때까지 지켜보고 있드라
그 비탈진 사면에 이렇게 양호하게 계단을 설치해 주었으니 국립공단은 단속에만 열올리지 말고
산림청 하는것도 좀 보고 배워야 한다
오르는 길에 마침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같이 꽃을 피우고 있다
아가들을 세워 아는대로 그 구별법을 설명해 준다
나중에 집에와 비디오를 보다가 희인이가 대뜸 쑥부쟁이를 보고 쑥부쟁이라 하니 제엄마가 마냥 신기해 하드라
"봐라~ 구절초는 꽃대 하나에 하얀색 꽃 하나만 피우고, 하나의 꽃대에 여러개의 보라색 꽃을 피우는 놈은 쑥부쟁이라 한다 운운.."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絶交다!" 안도현 시인의 詩 '무식한놈'
또 오르다 보니 둥글레 군락이 있다
"자~ 둥글레가 이렇게 많으니 하나쯤은 파 보아도 될게다,,,뭐가 나오는지 한번 파 보아라~"
삼봉산 9부능선 쯤에 조망 좋은 곳이 있다
아가들의 투정도 시작되고 하여 산행 시작한지 두시간 만에 쉬어 가기로 한다
국태민안~
희인이의 블로그를 보니 하라고 해서 멋모르고 한단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바꿔 주세요 하고 빌었단다
희라는 비가 오면 걱정이라 비가 오지 말아 주세요 하고 빌었단다
절 잘하고~
과자도 실컷 먹고~
한참을 쉬다가 희인이와 혜인이는 자기들끼리 먼저 가면서 이야기 할 것이라며 출발한다
십분은 못 되었고 오분은 넘었다
갑자기 그 자리로 돌아온다
"어? 너희들 뭐하러 도로 와?"
희인이 한마디,
"어? 먼저와서 쉬고 있는거 아냐?"
하는거 보니 희인이는 내 딸 맞는갑다
꾸물거리는 뚜버기 놔 두고 아가들 앞세워 나아간다
돌아 왔음직한 자리에 서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니 그런데~ 소사고개가 저쪽으로 가리키잖아~,,아빠도 봐라..저쪽은 벼랑이자너~"
"그렇군 벼랑이군~,,그건 그렇고 왜 되돌아 왔냐고~"
무얼 한참이나 횡설수설 하는데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다
그 다음부터는 아가들 아니 보이면 불러 제친다고 바빴다
아가들은 아주 엉뚱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생각대로 행동할 수 있다는 교훈이었다
삼봉산 정상부~
희라 저 가수나 폼 잡는거 봐라
재롱잔치
급비탈의 삼봉산 내림길을 타고 내려오니 채소밭이다
희인이는 이 정경이 감동스러웠는지 '사회책에서만 보던 고냉지 채소밭을 실제로 보았다' 하고 블로그에 쓰 놓았더라
나중에 매봉산 고랭지 밭을 보면 더 실감 할거여
그 해 김장배추 값을 가늠하자면 이쪽저쪽 산꾼들 몇명한테 전화해 보면 대략 알수있다
그 지역 고냉지 밭들의 작황만 대충 들어도 거진 추측이 가능하다
올해 배추농사 지으신 농꾼들은 별로 재미를 못볼 거 같다
밥집 아저씨가 기다리는 소사마을 정자를 향하여~
참 편하다
막걸리에 계란에 아가들은 마술놀이에 출발 할 생각을 안하니 철우 형이 보고 있드니,
내 너희들 산행 시간이 그리 긴것을 오늘 곁에서 보니 알겠다 한다
마을에서 들머리까지 돌기가 귀찮아 그냥 밭을 가로질러 올랐다
마루금을 만나기 약 10분간 제법 가시길에 고생했다
쯥,,
다음부턴 조금 돌드라도 길따라 가자
오후엔 삼도봉 빡쎈 오르막과 대덕산을 넘어야 하니 만만치 않은 길이다
희인이의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다
"언니, 언니는 어떤 집을 갖고 싶어?"
"음, 난 일단 빨간 2층 집에 다가 아주 큰 거실에다가 수영장이 있고 내가 버튼을 누르면 바닥이 열려 계곡이 되고.
온 바닥이 하얀 대리석에 다가. 내가 걷기싫으면 나를 순간이동 하게 해주고. 냉장고에는 인터넷이 달려 있고.
그림 같은 정원이 있고.......
가만보면 희인이의 정신세계도 100은 아닌 듯 하다
왜 냉장고에 인터넷이 달려 있어야 할까
2시간 20여분을 쳐 오른다
맞은편 삼봉산을 마주보나 참으로 긴 오르막이다
별다른 투정없이 잘들 오르니 대견할 따름이다
삼도봉 직전에 조망 좋은 무덤이 있다
2시간 넘게 잘도 올랐으니 푹 쉬자
삼도봉에서~
대덕산 오름길,
뒤돌아 한번씩 삼도봉을 조망하면서 걸어 오르는 맛도 일품이다
덕유삼봉산과 지나온 마루금이 뚜렷하다
예전에 삼봉산 정상부에 걸려 있던 시 하나 찾아볼까
진달래 밭에서
너만 생각하였다.
연초록 새순이 돋아나면
온 몸에 전율이 인다는
眞眞이...
이제 너만 그리워하기로
사나이 눈감고 맹세를 하고
죽어서도 못 잊을
저 그리운 대간의 품속으로
우리는 간다.
끊어 괴로운 인연이라면
구태여 끊어 무엇하랴.
온 산에 불이 났네
진달래는 왜 이리
지천으로 피어서
지천으로 피어서....
대덕산 오르막,
이 장면에서 희라의 블로그에 쓰 있는 글(참으로 야시스럽다)
저 인제 화가 났어요,
아빠들 모두 조금만 가면 됀다고 했으면서 엄청 많이 갔거든요.
그래도 이미지를 관리해야하니까...
이모들~!~! 이건 이뻐지고 싶은 여자들이 겪어야 할 고통맞죠~
대덕산정에서~
대덕산정에 당도하니 시간은 벌써 17시 반이다
이러다 마팍에 불 달아야 되겠다
아주 정색을 하고 아가들을 채근하여 조심스레 내려갔다
얼음폭포,
나는 아가들 재촉하느라 지난 줄도 몰랐는데 할일 다 하는 뚜버기는 들렀던 모양이다
이벤트로 아가들 물이나 한잔씩 마시게 할 걸~
산행 끝무렵엔 투정도 하고 그러는데 내가 장난아닌 얼굴을 하니 희인이 조차 찍 소리않고 날래게 내려온다
마침 중간에 동생도 마중을 나왔다
날 밝을 때 도로가 보이니 이제 안심이 된다
거진 12시간의 산행이었다
당초 계획은 부항령 정자에서 비박할 여산이었다
철우형이 살짜기 다가와 귓속말로 저 아래 김천 학생야영장에 가서 묵어도 되는데 의향이 어떠냐 한다
역시나 뚜버기 귀에 대고 어쩔 것인가를 의논하니 학생야영장으로 가잔다
100% 실행하지 않을 일은 아가들이 알아서는 투정만 한다
그리 결정하고서야 아가들한테 침대도 있고 목욕탕도 있는 곳으로 간다 하니 좋아라 한다
동생차를 철우형에게 줘 아가들 태우고 먼저 야영장에 가 있으라 하고 우리는 빼재까지 차를 가지러 간다
야영장으로 다시 돌아오니 1시간 40분이나 걸렸다 한다
야영장으로 돌아와 보니 아가들은 샤워도 깨끗이 하고 공부중이다
참말로 우리 어릴 때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리 짜 맞춘것도 아닌데 책은 어떤 맘으로 가져들 왔을까
나중에 꿈이 의사인 희라는 공부 다 해 놓았단다
일명 '도토리 몸 돌리기' 놀이란다
이리로 오기 참 잘했다
앞으로 어른들 생각만 할게 아니라 아가들 입장에서 생각하자고 뚜버기와 뜻은 맞췄다만....
오늘 산행은 대략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아침에 차 두대를 부항령에 두고 왔다
이날은 밥집 아저씨도 밥할 일이 없으니 같이 산행을 하기로 한다
09시쯤 산행을 시작하고 조금 나아가니 이런게 있다
우리나라에선 원만해선 없던 일인데 어데 일본에서 배워왔나~
김천시에서 쌈박한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잠시나마 이것으로 인해 즐거워 할 수 있었다
한시간도 못 가 중참이다
아가들이 과자를 먹고 싶어한 것인지 우리가 막걸리 내음세를 더 못참고 있어 그런지~
철우형이 아이구 아이구 할 때 까지 쉬었다
운치있는 낙엽송 수림
또 뭘 들여다 보고 있는지~
무슨 끼끼기끼 하고 우는 벌레를 발견했다 한다
12:22 산행 종료다
이틀간 딱 알맞은 코스였다
김천시에서 멋드러지게 안내 지도도 걸어 두었다
우리가 지나온 코스를 설명하다
산림청에서 표지석도 큼지막하게 세워 두었다
산림청의 백두대간 정비사업이 국립공원의 반대없이 계획대로 차질없이 진행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어린 아가들과 같이 가는 길이니 그 염원은 더 절실하다
국가기관 산림청이 있는데 따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필요한 것일까
나중 10월 대간 때 1박 할 부항령 정자이다
그땐 단풍도 곱게 물들어 사뭇 고즈녁한 비박이 될 게다
김천으로 내려와 그 마을에서 맛있는 집이라는 곳에 들러 흑도야지 꾸붜 묵었다
그리곤 인근 숲으로 가 뚜버기와 나는 숙면을 잠시 취한 후 차를 몰아 가고자 하였다
헐~
그곳에서도 희인이와 혜인은 돗자리를 펴 공부를 하더라
2박 3일 택배해 주시고 밥해 주시고, 더군다나 멋드러진 야영장까지 무료로 이용하게 해주신 철우형께 감사한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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