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랑 백두대간

제8차, 부항령~삼도봉~우두령

객꾼 2011. 5. 31. 11:53

 

일시 : 2009. 10. 23~ 10. 25(2박 3일)

    - 1일차 : 22:20 부항령 정자 도착. 1박

    - 2일차 : 07:23 부항령 출발 ~ 12:47 삼도봉 도착 중식, 21:09 우두령 도착, 석식 후 진주로 이동 24:00 진주 도착 1박

    - 3일차 : 농장 체험학습

 

택배조 :  조은산님, 철우님

 

 

 

 

입을 다물줄 모르는 마누라를 뒤로 하고 출발하니 서둔참인데도 20시가 훌쩍 넘었다

출발하자 아가들은 곧 잠든다

 

출발하고서 시간반이나 지나니 나제통문이다

차를 세우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있으니 아가들도 잠에서 깬다

그 옛날 신라와 백제의 경계에 있던 굴이라 하니 마냥 신기해 한다

 

이 굴을 경계로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이르는 동안 이쪽과 저쪽 사람들은 세상을 달리해 살아온 고로 그 문화와 생활습성이 확연히 다르다 한다

하지만 근간에 이르러 이 석문은 삼국시대부터 있어온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조성되었다는 주장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다


 

 

 

 

 

 

부항령 정자에 당도하니 22시 반쯤이다

텐트 두동을 설치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으려니 곧 뚜버기네 도착이다

텐트 칠 동안 딸내미들이 이것저것 잡아주고 알아서 끼워주고 하는 짓들을 보니 거진 준프로들이다


 

 

 

 

 

배고프다는 아가들 때문이 아니라 우리도 그냥 잘수가 있나

진주에서 가져온 장어를 구워 양호하게 막걸리 두되만 걸치고 자기로 한다
내일은 먼 길이라 자정이 넘자마자 아가들을 강제로 재운다

밖에서 살피니 혜인이는 무슨 재미있는 책이간데 한참이나 아니자고 책장을 넘기고 있다



 

 


 

03:30에 기상하여 늦어도 5시에는 출발하자는 것이 퍼뜩 깨어보니 05:45 이다

허리 접칠 여가도 없이 급히 일어나 뚜버기 깨워 장비 챙기랴

아가들 깨워 밥 먹이랴 부산하다

 

 

 

 

 

 

07:23 출발이다

계획보다 2시간 반이나 늦었다

도착시간도 그만큼 늦어질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만 뚜버기 긍정적으로 생각하잔다

 

일단 즐거운 맘으로 출발~

 

 

 

 

 

 

 

 

단풍이 한창이다

어찌 이리도 붉고 노랗고 파랄까 

 

 

 

 

 

 

오늘 희라는 자꾸만 뒤쳐진다

뭔 일일까

무슨 생각이 있는겐지 희라 오늘 아침부터 아침운동 나가더라

 

 

 

 

 

 

 

 

사그락 거리는 소리 왠종일 들으며 호젓한 산길을 아가들과 걸으니 참 좋다 



 

 

 

 



08:48 백수리산정에서 첫휴식이다

마음 같으면 국태민안하고 막걸리라도 한사발 하고 싶다만, 아가들만 간단히 요기시키고 길을 서둔다



 

 

 

 

 

 

삼도봉에 오르면 용(龍)이 있다

용보러 빨리 가자~

 

 

 

 

 

 

 

 

10:18, 1170봉 쯤에서 두번째 휴식이다

세시간쯤 걸은 참이니 허기가 지는 모양이라

 

 

 

 

 

 

 

어른들 걸음으로 세시간쯤이면 삼도봉에 능히 도착 했으련만 아직 오리무중이다

일기예보에서는 비 예보가 없었는데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태세다

아가들 비옷을 가져오지 않은 참인데 그야말로 비 내리면 낭패로다

 

 

 

 

 

 

 

예쁜짓도 하면서~

달음박질도 하면서 아직까지는 잘 나아간다

 

 

 

 

 

 

 

 

앞쪽으로 희미하게 삼도봉과 석기봉이 조망된다 

길 좋은 저곳을 그리도 늑장을 부리며 오를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뚜버기 나를 추월해 나아가며 왈,

"야~나는 도저히 못 꼬우겠다,,니가 좀 데리고 온나~"

이번에는 희한하게도 작은 놈들이 개기데

 

아니 날도 좋아~

단풍도 좋아~

다른 때 보다 힘든 여건도 없었는데....


 

 

 

 

 

 

 

큰것들도 지치기는.....

 

 

 

 

 


 

기다리면서 협박도 해 보고 애원도 해 보다가..

"어이~희라,,너희들 그렇게 걷다가는 한창 밤 된다이~"

희라 똑 소리나게 되받는다

"아! 아빠~ 13시간이나 걷는다면서 밤 되는거는 기본 아니가~"

졌다~ 


 

 

 

 

 


12:47 겨우 삼도봉정에 이르렀다

용이 없었다면 참말로 난리날 뻔 했다


 

 

 

 

 

 

 

 

석기봉, 민주지산 방면

 

 

 


 

 

 

삼도봉에서 점심을 먹는다

날씨도 차갑지 않아 국을 끊이지도 않고 서둘러 먹는다고 해도 1시간이나 지체한다

 

아가들도 이때부터 힘들었지만 우리도 후회를 많이 했다

한사람앞에 30kg만 메고 느긋이 걸어 이쯤에서 1박하며 일몰 따위를 즐겼으면 좋았을 것을 구간이 어중간하여 하루에 다 내달리기로 한게 잘못됐다

 

앞으로 정말 아가들 입장에서 생각하자고 몇번이나 다짐한 산행이었다만...

뚜버기랑 나랑은 갈 때 마다 아가들 입장에서 생각하자고 다짐을 한다

어쨌거나 앞으로 이런 무리한 산행은 안하기로~~~~


 

 

 

 

 

 


밥을 먹었는데도 사기가 이 정도라면 큰일이다 


 

 

 

 

 


 

그나마 김천시에서 마련한 스템프 찍기 놀이로 분위기 약간 호전시킨다


 

 

 

 


 

 

아직 반도 걷지 못했는데 벌시로 시간이 14시다

한 22시나 되어야 도착 할 모양이다 하니 뚜버기 설마 그리까지야 되겠냐는 표정이다


 

 

 

 


 

뚜버기 장난끼가 동했는지,

"야~가만 놔 둬 봐라 어디로 가는지...."

좌회로 지점에 마련된 운동기구를 갖고서 한참이나 놀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간길로 접어들지 않고 그냥 생각없이 계단을 따라 내려간다


 

 

 

 

 


 

참나무에 달라붙은...


 

 

 

 

 

 

오후 세시쯤이다

아마도 1123봉으로 추정되는 지점이다만 힘들이 많이 빠졌다

물도 좀 부족한 듯 하여 이때부터 뚜버기랑은 마시지 말고 참고 가자한다


 

 

 

 

 


아가들은 아가들이다

힘들어도 할 짓은 다 하더라

낙엽미끄럼 타기


 

 

 

 

 

 


15:21 밀목령이다

지도의 예상시간 보다 너무 빨리 당도한 듯 하여 잘못 표시된 줄 알았다

하지만 이 구간의 지도 자체가 많이 틀리더라

 

 

 

 

 

 

 

 

큰구슬붕이 오랫만에 본다

아가들 구경시키고 싶지만 뒤에서 보니 꽃으로 관심을 뺏지는 못하겠더라

 

 

 

 

 

 

오후 네시가 가깝다

어차피 밤길을 걸을 작정이었으므로 그 준비는 단단히 하고 왔다

이제껏 먹거리를 조금씩 남겨서 날머리에 당도 했는데 이번 산행은 탈탈 털어 먹었다

넉넉히 준비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아가들 탈진 시킬 뻔 했다


 

 

 

 

 

 

밤이 가까워 지자 날씨가 차거워 진다

저번주 나는 지리산에서 추위에 떨었고, 뚜버기는 오대산에서 개고생을 했단다

그런 연유로 아가들 복장은 야무지게 준비해 왔다

 

 


 

 

 

 도봉(道峯)

                                        -박두진


산새도 날아와  
우짖지 않고,

구름도 떠 가곤
오지 않는다.

인적(人跡) 끊인 곳
홀로 앉은
가을 산의 어스름

호오이 호오이 소리 높여
나는 누구도 없이 불러 보나.

울림은 헛되이
먼 골 골을 되돌아 올 뿐.

산 그늘 길게 늘이며
붉게 해는 넘어가고

황혼과 함께
이어 별과 밤은 오리니

삶은 오직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그대 위하여 나는 이제도 이
긴 밤과 슬픔을 갖거니와.

이 밤을 그대는, 나도 모르는
어느 마을에서 쉬느뇨.


 

 

 

 

 

 

1172봉에 이르니 18시가 넘었다

이제 본격적인 야간 산행 채비를 하고 출발이다

그저 약간의 여명을 이용해 사진은 밝게 찍어 보았다만...


 

 

 

 



 

참 신기한 놈들~

이때부터 또 즐거워 한다



 

 

 

 

 

위험구간

앞에서 혜지가 자기 아빠에게 인도되어 고생스럽게 내려가는 걸 걱정스럽게 보고 있던 희인과 혜인,

막상 로프를 잡고 내려가면서는 억수로 즐거워 한다


 

 

 

 

 


 

아가들이라도 몇살 차이는 표가 난다

로프를 잡게 하고 내가 밑에서 받치며 내려가는데 홀로 위쪽에 동떨어짐이 무서운양 숱제 자기 등판을 내 가슴에다 얹히고 내려온다


 

 

 

 

 

 

희라 울더라

나는 힘들어 우는 줄 알았는데 울면서도 할말은 다 하는걸 자세히 들어보니,

밤이면 짐승이 나타날 것이고 그러면 아빠가 싸워야 하는데, 짐승하고 싸우다 아빠가 다치는게 무서워서 울더라  

 

이때 뚜버기와 둘이서 아가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아가들도 그 마음을 받아 들였는지 이후 별다른 투정은 없었다

 


 

 

 

 

 

 

19:27 이제 석교산정이다

앞으로 몇시간을 더 나아가야 된다는 말인고


 

 

 

 

 

 

 

 

 

앞으로 앞으로~

 

 

 

 


20:30

저 저쪽 산에서 조은산님 특유의 함성 신호가 온다

아마도 걱정이 되어 마중을 나오신 택이리라

 

보니 슬리퍼 신고

뒷짐지고 나타나시더라

 

오늘 황악기맥을 마무리 하시고 마침 철우형과 연통이 닿아 날머리에서 기다리신 참이라 한다


 

 

 

 

21:09

드디어 우두령 도착이다

부항령에서 14시간쯤 걸린 모양이다 

딸내미들 미안하다

앞으로는 이런일이 없도록 노력 하겠다

 

 

 

 

 

 

밥집 아저씨가 이번에도 그 소임을 훌륭히 하신다

아가들 배고플 것을 미리 예상하고 날머리에 텐트를 치고 돼지고기 굽고 밥해 놓으셨다

아가들 밥뚜껑을 열더니 합창으로 함성을 지른다

"야아~흰밥이다~~~"

 

 

 

 

 

 

 

항차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타가 그냥 모두들 진주로 가기로 한다

저 타이밍에 저 장소에서의 소주 한잔이 을매나 달콤할 것인디 운전을 해야하니 입맛만 다시고 만다

부항령으로 가 차량을 회수하여 진주 농장에 이르니 마악 자정이다 

한잔 소주를 정답게 기울이다가 느긋이 잠자리를 찾아 든다

 

 

 

 

  

 

죽을 만들려면 쌀이 있어야 되고,

그 쌀은 무엇하는 물건이고,

된장은 어디로 부터 나와 어떻게 하여 된장이 되었는지 모르는 아가들~

 

잠시 농장 체험학습을 한다

ㅋㅋ..

체험한다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보리떼 모자에 장아를 찾아 신는다

 

 

 

 

 

 

 

 

감은 말이다

그 겉과 속이 같아 지조있다 하여 예로부터 제사상에 올랐느니라 운운.. 

 

 

 

 

 

 

 

고구마는 말이다

옛날에는 대표적인 구황작물로써 잎은 지상에 있으되 그 열매는 땅속에 있느니라 운운..

그러다가 하루해가 저물고 서울로 부산으로 구미로 뿔뿔이 흩어진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