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산돼지는 돼지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객꾼 2012. 1. 11. 16:15

지난 12월 31일,

소위 지리99 진주팀들 거제도에서 모여 잘 놀았다

 

 

 

 

 

1월 1일,

아마도 경란이도 남았던 듯 하고,

술이 아주 쎈 심마니님이 앞에 서 있다고 지각된 시각은 2시 30분쯤이었다

 

 

 

 

"행님 고마 잡시다~"

"시방 자모 뭐 할끼고~ 고마 날 새자~"

그래도 어찌어찌 꼬드겨서 3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8시나 되어 깼나

바깥은 떡국을 끊인다고 부산하더라

그 참에 섞여서 또 해장술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뚜버기에게 운전대를 맡겨 진주로 돌아왔다

 

 

 

 

그냥 헤어지기 서운하여 우리 이웃에 있는 돼지국밥집으로 가 밥이나 한그릇 먹이고 뚜버기와 그 딸들을 서울로 보내고자 하였다

자연스레 막걸리 두어병 반주 삼았다

이미 반술이나 되어 뚜버기네를 서울로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한잔 더 했는지는 기억에 없다

 

 

 

 

 

 

1월 1일 오후 4시나 되어 선잠이 들었다

그런데.....

 

 

 

 

너무나 선명한 꿈이었다

내가 어느 산길을 걸어 내려오고 있는데.....

큰 어미돼지, 그러니깐 산돼지다. 산돼지의 정확한 명칭이 멧돼지? 묏돼지? 여하튼 산돼지라 하자

 

그 길이 차량이 다니는 아스팔트 길이었는데,

그 중간쯤에 어미돼지 한마리가 사지를 뒤틀며 이른바 로드킬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꿈에서 조차 왜 그런 생각부터 일었는지 모를 일이다

'엇? 분명히 저 도야지는 새끼를 거느리고 있을 터인데 새끼들은 어디있지?'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맞구나

가드레일 아래, 아주 잔디가 이쁘게 자라 있는 곳에 새끼 도야지 여섯마리가 옹긍옹글 모여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손가락을 새끼들쪽으로 내밀어 보았다

젖을 빠는 놈들이면 필시 내 손가락을 마주 빨리라

예상은 그대로 였다

그 중 두마리가 어찌나 귀엽게 내 손가락을 깊이 빠는지, 꿈 속에서조차 '이놈들 아직 이빨이 없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돼지는 날때부터 이빨이 있다)

 

 

 

 

 

새끼들을 거두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뭐 그런 일이 있나

다기를 정리해 두면 딱 좋을 그런 헝겊 보자기가 마침 곁에 있다

 

 

 

 

 

그 안에 새끼 여섯마리를 넣었다

신기하게도 아무도 반항없이 다소곳히 싸이더라

 

 

 

 

 

 

새끼들을 보자기에 싸서 다시 그 어미돼지 곁으로 갔다

그때 그 어미돼지가 나한테 눈을 맞췄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생각하니 그랬던 듯 하다

 

 

 

 

 

 

내가 그랬다

'네 새끼들은 걱정마라~ 내가 분유를 먹여 잘 키우마~'

 

 

 

 

 

 

그러다가 꿈이 약간 이상해지고...

그러다가 꿈이 깨었다

 

 

 

 

 

잠이 깨고서 약 1초간 비몽사몽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내 사유가 그렇게 빨리 다른 상황으로 전환되는지 그때 알았다

 

'뭐야 이거~ 돼지꿈이잖아..그것도 오늘 1월 1일 이잖아~'

 

 

 

 

 

 

퍼뜩 시계를 보앗다

저녁 7시 40분, 앗싸~ 복권집 문 열어 두었겠구나

 

 

 

 

 

한편,

그때 우리 마누라와 딸들의 입장이 되어 보자

1월 1일부터 반술이 되어 3시간 가량 잘 자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아무말도 없이 밖으로 나가는 거라

'아이구 저 양반이 저래 술을 마셔 삿터니 드디어 몽유병이라도 도졌는 갑다'

최소한 이랬겠지

 

내 자다가 일어나 아무말 없이 현관으로 급히 나서니...

우리 마누라 질겁을 하며 뒤따라와 허리끈을 잡는다

내가 힘이 보통힘이가

가차없이 팔을 휘둘러 한방에 떼어 버리고 대문을 나선기라 

 

 

 

 

 

복권집에 출입문을 여니...

이상하게 '연금복권'이 눈에 확 뜨이데

일단 아무 내색없이 로또 2만원어치 샀제

그러고나니 주인 여자가 요즘 연금복권도 인기 있다며 권하기로, 내 못 이기는 체 하고....

음~

도야지 세끼가 여섯마리 였으니, 연금복권도 여섯개 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복권집에 아이스크림을 판다

하나 사서 물고 집으로 돌아왔다

 

 

 

 

캬~

사람들이 그때 우리집 거실에 앉아있던 세 모녀의 눈빛을 봐야 한다

최불암씨 보고 그렇게 연기 하래도 어려울 게다

 

나를 동시에 쳐다보는 그 눈빛들~

'우리 아빠 미쳤는 갑다'

'저 양반이 실성을 했나'

뭐 그 비스무레한 상황이라고 할까

 

 

 

 

 

 

내 시치미 뚝 뗐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아도 이건 정말 대박나는 꿈인기라

 

 

 

 

일주일이 행복하려면 복권을 사라 했던가

이건 그런것하고 조차 차원이 다른 경우이리라

마누라한테 당첨 사실을 말 해 줘야 하나

말 하더라도 얼마를 줘야 하나

 

 

 

 

화요일은 일부러 민가집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이미 반술이 되었던긴데 한상 더 차려오라 캐가 그 자리에서 이랬다

'민가야~ 내 어쩌면 사표 쓸지도 모르겠다' 

 

 

 

 

 

캬~

그토록 가고 싶었던 캐나다와 알래스카는 꼭 가야지

그러나,

가급적 그런 표시를 내지 않고 일주일을 보내려 윽수로 노력했다

 

 

 

 

 

지난 토요일,

당첨의 순간에도 나는 산에 있었다

그라모 일요일에는 내려와야지

그 길로 경란내외를 데리고 민가집으로 또 갔다

 

월요일 밤,

희인을 보고 내 차에 가서 서류가방을 좀 가져오라 했다

희인은 영문도 모르고 가방을 가져다 주더라

 

먼저,

로또부터 맞춰 보았다

2만원어치면 숫자가 20줄에 160개가?

흠...

160개 중에 딱 하나 맞더라

 

뭐~

내 목적과 느낌은 연금복권이었지

연금복권을 맞춰 보았다

 

흠...

천원짜리 하나 당첨되었나 우쨌나

 

우리는 이런 결론을 낼 수 있다

'산돼지는 학실히 돼지가 아니다'

이건 정말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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