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산청 전지훈련(?)

객꾼 2016. 9. 19. 16:57

추석 연휴에 지리산 들어가서 한밤 자고 오자고 한달전부터 마눌이 조르기로 그리 하자 되었다

건데 3일 연속 비 예보다

나 혼자 계획이었으면 비가 오나마나 들어 갔을 것인디, 마누라 바로 꼬리 내린다

비가 오더라도 자전거는 타자고 약속 했는데 막상 아침에 가자니 또 꼬리 내린다

이른 아침부터 산청으로 차를 몰았다


8시도 못되어 나타나 바깥에서 이것저것 챙긴다 분주한 내 기척을 느꼈는지 내다본 곰돌 눈이 동그래진다

같이 자전거나 한판 타자하니 자기는 참깨 수확해야 한단다

밖에 장대같이 비 내리는데 한놈은 자전거 타러 나가고, 한놈은 깨 찌러 나간다

서로가 서로를 한심한 듯이 물끄러비 쳐다보다 각자 길을 나섰다


마천까지 가서 오도재로 올라 마야고나 만나고 돌아올까 싶었다

헌데 나 산청 간다는 말에 몸이 건질거렸는지 건우도 온다는 연락이다

함양 지곡마을에서 턴했다

무언가 좀 부족한 듯 하여 오늘 길에 전구형왕릉으로 잠깐 빠져 보았다

건데 그 길이 그렇게 오르막이었나

오르막이야 쳐 오르면 될 일이고, 갑자기 비 오는데 무덤 찾아가기가 겁이 난다


다시 되돌아와 한방촌까지 5km 오르막 재미나게 쳐 올렸다

귀여운 딸내미가 눈이 동그래가 내다보고 있기로 사진 한장 부탁하다

그리곤 자전거를 세워두고 이쪽저쪽 비 쳐 맞으며 미친놈처럼 달리기 연습했다






내가 학교농장에 딱 조성하고 싶은 안대로 각종 약초들의 화분이 비 맞으며 싱싱하게 서 있다

한참이나 이리저리 구경 잘했다






아무말 안하고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 이곳에도 미친놈이 하나 있구나

잡초밭인지 참깨 밭인지, 여하튼 또 웃기는건 저 잡초 위 아니면 베어낸 참깨를 둘 곳도 없겠더라

인기척을 느꼈는지 나를 보고 화들짝 놀란다

낫 들고 하도 요란하게 놀라기로 나는 어데 부상이나 당할까 더 놀랬다 






건우랑 일심이가 왔다

경호강가 특미 메기찜 먹으러 갔다

이건 제법 먹을만 하다






곰돌이는 참깨 1/10밖에 못 쪘단다

판이 이렇게 시작되고 나면 참깨고 나발이고 없다

내일 건우랑 같이 쪄 줄테니 오늘 우리랑 술이나 먹자고 꼬드기니 좋아라 한다






모처럼 만에 경호강에 물이 넘친다

술잔도 넘친다






이 술은 간에 좋단다

자라 쓸개주다

한병에 만원 뒷주머니에 꽂아줘야 겨우 이거 한병 남았다며 유세를 있는대로 떨고 준다






집으로 와서 객꾼표 전어구이로 또 판은 이어진다

일심이는 대구로 가고 건우는 예정에도 없이 같이 자고 간단다

그려~

일심이 내일 데리러 오는길에 일심표 국수 네그릇만 말아오라 하다






다음날 아침 기상을 서둘렀다

일꾼들 아침은 먹여야지

내는 취기가 심해 운전기사로 동이 불렀다

당초 한판 같이 뛰어주는 조건이었는데, 터미널에서 만나자마자 부어라 마셔라 막초병이 어지럽다






그렇게 오전일은 시작 되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참 일하다 보니 동이랑 나만 일하고 있더라

곰돌이한테 또 당했다

서른일곱번째다






우쨋거나 무사히 참께 다 수확하고 단까지 묶어 놓고 집으로 오니 일심표 국수가 기다린다

아주 맛나요






동이가 운전하고 나는 만취가 되어 집으로 왔다

우리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가는 것 까지는 기억난다

다섯시간쯤 자고 일어나니 꽃병에 뭣이 꽃혀져 있다

아까 산청에서 곰돌이가 챙겨준 야관문이다

마눌은 그것이 꽃인줄 알고 화분에 꽃아 두었다






술 담가야 된다는 핑계꺼리로 나가서 또 막걸리 한되 사왔다

대충 담가 놓았는데, 예전에 한번 마셔본 바 이건 정말 끝내 주더만

나한테는 맞는 거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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