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가을이 간다

객꾼 2016. 11. 7. 10:48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를 자주 본다

어느날도 무심히 보고 있노라니 역시나 된장국을 끊인다

그걸 모고 있으니 문득 '나도 오늘 된장국이나 끓여볼까?' 하는 생각이 인다

칼을 들고 닭장쪽으로 나가 보았다

서리를 맞아 시들은 가지나무에 채 거두지 않은 가지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상하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 시들은 가지 중에 하나 골라 땄다

옆으로 보니 고추나무에도 시들은 빨갛고 파란 고추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색깔을 섞어 몇갠가 땄다

몇년전에 우째 되는지 보자 하는 심정으로 산부추를 심어 놓았던 긴데 파랗게 잘 나 있다

그것도 한웅큼 베어냈다

저리로 보니 벌써 냉이들이 많이도 나 있다

열뿌리쯤 캤다

닭장 하우스 지붕으로 가니 호박들이 많다

그 중 파란놈 하나 골라 따 담았다

그리곤 멸치 듬뿍 넣고, 된장 한숟가락 반 뜨 넣어 된장국을 끓였다

너무나 맛이 기찼다

 

올 겨울에는 된장국으로 나가자 싶다

 파랗고 노란 호박 세덩이 따다가 정성스레 깍아서 곱게 잘랐다

그리곤 정자 아래 대나무 하나 가로질러 걸어 놓으니 아주 멋스럽다

 오늘 만져보니 꼬들꼬들 부드럽게도 말라 간다

 

 

 

은행은 노랗게 물들었다

그 아래로 열매들이 많이도 떨어져 있다

예전에는 그 열매들 쓸어담아 한해에 두세말도 수확을 하곤 하였다

이제는 귀찮은지 아무도 은행 따자는 소리를 안한다

그래서 우리논 미생물들은 그 비싼 은행 빨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란다

힘을 길러 내년에 모 심었을제 나쁜 병균들이나 죽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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