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0. 4. 9 ~ 4. 11(2박 3일)
- 1일차 : 22:30 화령재 도착, 정자 1박
- 2일차 : 05:00 기상, 07:02 신의터재 산행시작, 11:00 윤지미산 점심, 12:50 화령재 종료, 정자 1박
- 3일차 : 04:00 기상, 06:03 화령재 산행시작, 10:10 비재 산행 종료
진주서 출발하며 전화를 넣어보니 서울팀들은 빨라도 21:30이나 되어야 출발 하겠단다
게다가 술이 어쩌고 하길레 술 마신다고 늦는다는 말인 줄 알고 그 영감 놔두고 출발하라 짜증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리 맛난 막걸리 사 오느라 늦었다 한다
일영이 성님이 모처럼 만나는 술 좋아하는 동생 챙긴다꼬 늦은긴데 아주 조금 미안했다
남해고속도로가 정체되어 화령재에 도착하니 22시 반쯤이다
의외로 서울 팀들도 한이십분 있으면 도착 한단다
자기들은 두시간도 아니 걸리더란다
혼자 텐트치기도 일이라 잠시 차안에 있으니 곧 당도한다
정자안에는 아가들 텐트를 치고, 아래로 2인용 2동을 쳐 이틀간의 베이스로 삼기로 한다
이번 지원조는 연로(?)하신 일영이 성님과 예전 한강기맥때 몇번 지원을 해준 성철아우가 즐거이 왔다
성철아우를 보고 그들은 고철이라 하기로 내 그 연유를 들으니 한편 재미난다
이 친구가 인물도 반반하고 힘도 거시기 한데다가 별로 빠지는 데가 없다
그런데 맨날 과부들하고만 논단다
그래서 성철이 고철이 되었단다
고철아우, 내 들은대로 옮겨 적었을 뿐이네~
형님께서 일부러 사오신 막걸리 서되를 마시다 새로 한시에 잠들었다만...
이번에 내가 긴장했는갑다
뒷날 물떨어졌다고 뚜버기한테 괜히 신경질을 부린거 하며~
산에서 그런일 처음이다
꼬박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깨끗이 잠을 포기하고 5시쯤 텐트밖으로 나와 아침을 준비한다
5시 반쯤 아가들 깨워 떡 구워 먹이고 서둘러 신의터재로 이동이다
신의터재로 데려다 놓으니 "어? 아빠~ 여기 저번에 우리 왔던 곳이자너~" 한다
한번 와보고 아는 걸 보면 나보다 낫다
출발에 즈음하니 7시다
생각대로 일정이 맞아주니 마음 즐겁더라
오늘산행은 8시간을 예상하는데 아가들이 잘 따라 주어야 될 터인데....
오늘 우리가 가야할 길 공부...
안시켜도 이제 알아서 착착 하네
오늘 구간은 비교적 완만한 편이라 널널하다
일단 산으로 접어들고 나면 세상 걱정 없어지는 건 아가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짜증 한번 안내며 조잘거린다
무지개산 갈림길도 지나고 출발한지 정확히 한시간만에 휴식이다
일영형님이 이번에 신경 많이 쓰셨다
부침이에 더구나 도토리묵을 얼마나 많이 가져 오셨던지 복분자 막걸리 곁들이니 딱이다
ㅎㅎ...
참 나~
형님은 아들이 28살이고 딸이 26살 이라던가?
그라모 손녀들하고 노는기네
오늘은 윤지미산만 오르면 거진 끝이다
힘 내서 걷자~
희인이의 산행 구력은 36개월이 되기전에 이미 지리산 천왕봉을 일곱번쯤 올랐고 열밤쯤 잤다
그 아가를 데리고 산속에서 비박하는 아빠도 그리 흔치 않을게라
그래 아주 역마살이 제대로 들었다
희라 아빠를 보며 하소연 한다
"아빠~ 이빨이 신경쓰여 걸을 수가 없어~"
"그럼 뽑아뿌라~"
잠시 뒤,
"아빠~ 이빨 빠졌어~, 무슨 산에서 이빨이 빠지고 난리야~"
윤지미산 오르는 중에 희라 이빨 두개나 뽑더라
윤지미산정에 다다르니 11시가 마악 되어간다
오늘 예상이 8시간이었는데 여기까지가 4시간밖에 아니 걸렸으니 날머리까지는 5시간쯤이네
너무 빠르다
일단 여기서 푸욱 쉬면서....
그런데 왜 윤지미산일까
대충 알아보니 그럴싸한 설명을 찾기 힘들다
다만 어느 자료에 이렇게 써 놓았단다
사서삼경 대학에 “윤집걸중(允執乞中)”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그 뜻이 '인생 전반을 다안다' '세상을 포용한다' '세상을 두루 알아 맞추다' 라는 의미인데, 이곳 상주 사람들이 학식이 높아 이런 이름을 이곳에 붙였다 운운....
이 말 읽어보니 더 헷갈리자너
오랫만에 산신령님께 절이나 한판하자
아이고 힘들다~~아빠 그냥 이렇게 엎드리는 걸로 때우자~
힘들게 지고 왔는데 산속에서 먹고 가자
진수성찬이 따로 없구마
나중에 들으니 뚜버기는 혼자 밥맛이 없어 굶었다는데..
산행이 거진 끝나는 분위기인데 저 앞산을 넘어야 한다니 가기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가다보니 저 앞산은 아니 넘더라 마는~
어기적~어기적~
윤지미산에서 너무 흥을 내는 바람에 막판 분위기 조절에 실패했어
싫어 하는게 사진에서 팍팍 느껴지네
어따~
솜나물 오랫만에 본다야~
인제 한 10분만 더 가면 되겠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12:50 화령재로 다시 돌아왔다
예상보다 두시간이나 빨랐다
뚜버기 저 아래서 목발을 짚고 그야말로 뚜벅뚜벅 걸어 올라온다
나물 캐고 있었단다
뚜버기 말하길,
비재까지는 다섯시간 정도 예상하니 그냥 내처가고 내일은 다른곳으로 놀러 가자고 꼬운다
투표를 했는데 아가들은 다 반대고 어른들은 침묵이다
고철아우가 보고 있드니 자기도 반대란다
잘한 결정이다
덕분에 널널한 이틀을 즐길 수 있었던 게다
고철아우와 일영성님은 목욕도 싫다면서 눈을 붙일거라며 텐트로 스며든다
아가들을 태우고 인근 화서면소재지로 가 목간에 들렸다
면소재지 치고 제법 구색을 갖추고 있는 마을이다
느긋이 목욕을 마치고 케잌을 사러 갔다
내일이 희라 생일이거던~
다시 화령재에 돌아오니 관광버스가 1대 세워져 있고, 아저씨 몇몇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리더만 다가온다
인터넷에서 자주 보고 있다고 기념사진 한방 찍잔다
아가들하고 악수도 하고 마치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들 마냥 안부를 묻고 그런다
서산 아우리 산악회란다
내일 나아갈 봉황산 방면이다
목욕을 마치고 와도 아직 오후 세시다
아가들은 아가들대로 텐트속에서 놀고 우리는 둘러앉아 도야지 양념구이에 소주를 곁들인다
왔다갔다 하며 고기를 받아 먹더니 밥도 별 생각이 없는 듯 하다만 그래도 먹여야지
술도 한잔 알딸딸 하겠다
딸내미들 노는 거 보니 귀여워 죽겠는 갑다
밥 먹는데 꼭 붙어서 구경하니라 여념이 없다
흠...
귀여운 놈들~
여섯시쯤 강제로 재웠다
우리도 한잔 더 하다가 일곱시에 잠들었으니 아가들도 그때쯤 잔 모양이라
전날 잠자지 못했으므로 맑은 공기속에서 아주 곤하게 잘 잤다
생일날 산에 오는 딸내미도 없겠지만,
새벽 4시에 일어나 생일 케익 자르는 아가는 대한민국에 없을거라
하지만 아가들 생각은 다르데
꼬드겨서 일주일전에 생일파티를 하고 온 참인지라 산에서 케잌자르니 생일 두번 하는걸로 생각하데
빨리 마치고 내려가서 공부해야 된단다
그래 서둔참인데 그 과정에서 뚜버기 욕 좀 묵었다
꼬무락 거리는 걸 못참는 성격이라 시방 생각하면 아주 조금 심한감이 있었지 싶은데 이해하게
다시 출발대에 서니 여섯시가 마악 지난다
그 아침에 전화하는 시건은 또 뭘꼬~
경북 상주시 화서면소재지
박무로 인하여 시계는 그다지 좋지 않다
희미하게 봉황산이 보이고 460봉을 지나고 있는 모양이라
산중엔 생강나무와 이른 진달래 몇송이 외 아직 제대로 된 봄꽃을 구경할 수 없었다
5시간쯤 소요되리라 예상하고 점심밥도 준비해 오지 않았는데 나아가는 발걸음이 가뿐하다
칭얼거려 보았자 안 갈 산길이 아니란 걸 이미 알기에 잘들 걸어요
출발 1시간 40여분 만에 봉황산 전위봉 산불감시 초소에 올랐다
고철아우는 숙취가 심해 아주 힘들어 죽겠단다
이날은 인솔자가 아니라 인솔 당하는 자다
계절이 지날 때마다 글 - 용혜원
계절이 지날 때마다
그리움을 마구 풀어놓으면..
봄에는 꽃으로 피어나고
여름에는 비가 되어 쏟아져 내리고
가을에는 오색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겨울에는
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 내리면
내게로 오는 그대 그대 다시 만나면....
2시간 20분만에 한번 쉬고 봉황산에 올랐다
맨앞에 일영성님 앞서고 그 뒤로 딸내미들 군말없이 따르는데, 희라 궁댕이만 쳐다보고 따라오르는 내가 힘들 지경이라
정말 어찌 그리 그 오르막을 쉬지도 않고 쳐 오르는지,
일영형님 말마따나,
초등학교 적에는 책상도 커 보이고 철봉도 한없이 높아 보이드키,
산도 분명 우리 어른들이 보는것 하고는 확연이 그 차이가 다를 것인데 그걸 어찌 아무말 않고 오를 수 있냐는 게다
이제 지도에 표시된 대로라면 1시간 20분이면 날머리에 닿겠다
봉황산 아래 바람 약한 곳을 골라 원껏 쉬게 한다
물론 우리도 가져온 막걸리를 예서 다 마셔야 깨어 운전을 하지
비재까지는 쭈욱 내리막인 줄 알았디마 산 하나를 올려친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아가들한테 하지 않았으니 원래 그런 줄 알고 잘도 간다
저만치 도로가 보인다
자기들도 이제 알만큼 알아요
얼마쯤 더 걸으면 산행이 끝날지~폴짝폴짝 발걸음도 가볍다
굴참나무 둥치에 홈이 파여 샘이 되어 있으니 신기한 갑다
조만간 굴피집 체험을 한번 시켜줘야 될 터인데...
뛰어 내려가는 아가들 겨우 따라가 불러 세워 한장~
백두대간 열번쯤 출정하면 마루금을 대충 본다더만 진짜로 그런갑다
사진 찍자마자 보이지도 않는 뚜버기를 부르며 달려 내려간다
비재에 이르니 일단의 산행팀들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가 다들 눈이 동그래 진다
대간길을 뛰어 다니는 딸내미들이 나타나니 말이다
나중 뚜버기에게 들으니 그 팀들은 몇명 절룩거리며 나타나더란다
비재까지 4시간 조금 넘게 걸렸으니 거진 어중간한 어른들 보다 빨리 걸었다
참말로 장혀~
5월엔 두번을 이어 가리라 작정 하는데 그놈의 경방이 걱정이다
5월 15일에 해제되는 모양인데 우짜면 좋을꼬
더군다나 이제부터 대간길은 만만한 구간이 한군데도 없다
그야말로 진짜배기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곳이 비재 아닌가
정신무장도 더 단단히 시키고,
심리전도 더 고도화 하면서 무엇보다 국립공파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는 게 우선의 관건이다
화령재로 차량을 회수하러 가는길에 계곡을 만난다
이는 필시 속리산으로 부터 흘러 내려오는 물이리라
나는 별시리 마음이 없더만 고철아우 알탕 한판 하고 가잔다
등목 한판 치고나니 개운하기가 이를데 없데
화령재 정자에 이틀이나 신세졌다
말로만 고마움을 표시하고 화서면 소재지로 내려와 중국집에 들러 쟁반짜장면과 탕수육 한사발 맛나게 묵었다
서울사람들이 그집 맛이 너무 좋아 서울서 장사해도 돈 벌겠단다
안주삼아 빼갈 두어병 얼마나 마시고 싶던지 참는다 욕봤네 그랴
이번에 일영형님과 고철아우는 돈 많이 썼구마
복분자 막걸리 일곱되에 부침이, 도토리묵에, 아가들 용돈에다가 점심까지 샀으니...
그 고마움이 미안함에 이를 지경이우다
고마웠수~
사천 선진공원 왕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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