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0. 5. 7 ~ 5. 9(2박 3일)
- 1일차 : 23:50 피앗재 산장 도착, 01:00 취침
- 2일차 : 04:00 기상, 05:12 피앗재 산장 출발, 05:50 피앗재 도착, 11:50 신선대 휴게소 점심, 16:50 밤티재 산행종료,
피앗재 산장으로 이동 1박
- 3일차 : 04:50 기상, 06:40 비재 산행시작, 11:10 피앗재 도착, 12:00 피앗재 산장으로 하산, 점심 후 위치로
○ 동행 : 호연님, 달아네님
저녁 먹고 일찌감치 출발했음에도 남해고속도로와 대구시내 진입도로가 너무 막힌다
아마도 다음날이 어버이 날이라 그러한 모양이다
다음엔 대구를 통과할 양이면 애초 미천면에서 합천을 경유하는 국도를 이용해야 겠다
성서ic에서 호연성을 태워 속리산 천왕봉 아래 만수동 피앗재 산장에 이르니 자정이 가깝다
주인장 다정님과 뚜버기 한상을 펼쳐 앉았고, 그 곁에 하늘재 아지매도 합석해 있다
하늘재 아짐은 애초 산행을 같이하려 하였난데 손가락을 다쳐 밧줄을 잡을 수 없는고로 오늘 얼굴이나 보러 일부러 찾아온 셈이란다
아직 몸살 기운이 심하여 나는 한잔도 못 거들겠다
그들은 둘러앉아 순배를 하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냥을 보니 숱제 날밤 세겠다
새로 한시쯤 호연성을 채근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알람이 울려 일어나니 4시다
뚜버기가 떡국을 끊이고 있나 싶어 빼꼼히 내다보니 시간 가는줄도 모르는냥 그때까지 술자리를 잇고 있다
떡국거리를 주섬주섬 챙겨 부엌에서 소요하니 다정형수님이 일어나 일을 챙기신다
아가들 억지로 깨워 떡국 한그릇씩 먹이고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 갈 길이 장하므로 5시에는 산장을 나서야 할 일이다
대충 계획대로는 되었다
5시 12분 대문밖에 모여 뒤돌아 산길 접어들기 전에 타임체크용 사진 한방~
어른 걸음으로 산장에서 산마루금까지는 40분이 소요된다 하였으니 우리는 그보다 조금 더 걸렸으리라
피앗재에 마악 당도할 무렵 뒷쪽에 인기척이 있어 돌아보니 달아네 아우님이 그새 따라 붙었다
문경서 피앗재 산장이 지척인데 의외로 시간이 많이 소요 되더란다
오늘 사진작가 한명 붙었으니 사진 이쁘겠다니 손사래를 친다
아니나 다를까
내 사진은 부끄러워 가져다 붙이지 못하겠다
하여 대부분을 아우님의 사진을 빌려 산행기를 꾸린다
피앗재에서 잠시 쉬었다가 본격적으로 대간길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이 은근히 걱정된다
부디 안전사고가 없어야 될 터이고 국립공파가 길을 막는 경우에 직면하지 말아야 될 일이다
삼라만상 자연엔 푸르럼이 있고 꽃들은 덩달아 피어나랴 부산하다
내 청소년 시절에 한번은,
남자가 꼴랑 잠자기 위하여 허리를 구부릴 수 있냐는 친구놈의 억지땜에 늦은밤 서울 거리를 같이 헤메 다니다가...
여차저차하여 25시간을 용산경찰서 유치장에 갇혀 보낸적이 있다
쩝~
요즘은 꽃한송이만 보여도 아이구 행님이다
각시붓꽃
속리산 천왕봉과 문장대로 이어지는 암릉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노랑제비꽃
아직 7시쯤이라 그런지 이날 날씨가 생각보다 차다
산길은 천왕봉까지 꾸준한 오르막이다
667봉 지나 어느 지점에 이르니 조망이 트인다
멀리로 구병산이 멋지게 늘어서 있다
해맑다
소녀의 기도
- 릴케
그 언젠가 그대가 나를 보았을 때엔
나는 너무도 어렸습니다.
그래서 보리수의 옆가지처럼 그저 잠잠히
그대에게 꽃피어 들어갔지요.
너무도 어리어 나에겐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나에게 말하기까지
나는 그리움에 살았었지요.
온갖 이름을 붙이기에는 내가 너무나 큰 것이라고.
이에 나는 느낍니다.
내가 전설과 오월과 그리고 바다와 하나인 것을,
그리고 포도주 향기처럼
그대의 영혼 속에선 내가 풍성한 것을...
저번 구간때 지나온 윤지미산, 봉황산 방면
애초 천왕봉에 11시쯤 오를 수 있으려나 하였는데 막상 오르니 9시 40분이다
백두대간이 한방에 그 꼭대기를 주는 게 아니라며 저기 보이는 산 뒤에 진짜 천왕봉이 있다며 아가들을 독려했는데 너무나 깔끔하게 꼭대기를 주신다
아가들도 기분이 좋은지 바위에 뛰어 올라 연방 엉덩이를 흔들어 대며 춤을 추고 난리다
쩝~
그새 천황봉이 천왕봉이 되었네 그랴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겠지만 일제의 잔재 우짜고 저짜고 하는게 진짜 일재의 잔재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아닐지~
그 천황이 왜놈대장 그건지 우리 조상들이 옛날부터 부르던 어떤 대상인지 어찌 아누
알면 말고~
천왕봉에서 바라본,
비로봉, 입석대, 신선대, 문수봉, 문장대, 관음봉 쭈악~
멋드러진 암릉길
개별꽃
큰딸들이 이제껏 입이 툭 튀어 나와 있더만 이제 정상으로 돌아오는 모양이라
지속적인 오르막이 끝난거 같거던
어느 안내판에서 아가들 멈춰서,
"아빠~어느 길로 가야 돼?"
보니 두 길이 같이 또렷한데 하나는 그냥 밋밋하게 앞으로 뻗어가고 하나는 출입금지 표지판 뒤로 이어진다
이건 오랜 대간꾼들의 병이다
셋다 일말의 주저없이 출입금지 방향을 가리키며
"이쪽이다~"
마침 낭떠러지로 막힌 길이었기에 망정이지.....
아이의 소원
'우리 아부지 술 좀 적게 마시게 하시고요~ 엄마아빠 사이좋게 살게 하시고요~ 우리 언니 성질 좀 줄이게 하시고요~...'
그래 장난으로 빌면 들어 주겠나
신선대를 향하여~
현호색
고목 아래로~
바위틈에 산괴불주머니
비로봉과 천왕봉
저곳이 입석대인가?
자세히 보며 끼워 맞춰보면 사람의 형상을 닮은 바위다
그럴듯한 이름이 명명되지 않는 걸 보면 우리만의 생각인가
족도리풀
통상 족도리가 낙엽 따위에 묻혀있어 살째기 파 내야만 보이는데 그대로 들어나 있으니 더 이쁘다
우린 이곳이 입석대라 하였는데 아무래도 앞에 사진의 장소가 맞는 듯 하다
신선대휴게소는 아직 영업중이다
어째 이곳은 국립공파의 압력으로부터 무사 했을까?
당귀 막걸리가 겁나게 맛나겠더만 이놈의 몸살이 술한잔도 허용을 안해요
평소 즐기던 쌈밥도 제대로 맛을 모르겠데
ㅋㅋ..
카네이션~
지나온 속리능선
문수봉
지나온 능선들
문장대 휴게소는 깔끔히 철거되어 문장휴게소지에 가마니만 깔렸더라
내 언뜻 어느 자료에서 읽은 기억으로 1900년대 초반에도 이곳에 움막이 있었다는 듯 하였난데...
보은군 방면
속리 서북능선
나는 아직 걸어보지 못했는데 많이 찾는 산길이란다
이제 이 앞쪽 능선을 따라 대간은 이어진다
여기서부터는 출입금지 구간이다
문장대에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올라서 있고, 더군다나 문장대 바로 아래 공터에는 공단직원 3명이 점심밥을 먹고 있더라
꼭대기에 서니 불현듯 저들이 밥 다 먹으면 그보다 큰일은 없겠다 싶으다
급히 일행을 재촉하여 올라서자 곧 내려온다
아가들은 영문도 모르고 쫒으니 따라는 내려온다
지나며 오른쪽으로 흘깃보니 이미 밥은 다 먹었고 종이컵을 들고 홀짝이는게 식후 커피 따위를 마시는 모양이다
일각이 여삼추라
벗어놓은 배낭들을 급히 메워 손가락을 입에 대고 쉬쉬하며 호연행님 따라 아가들을 뒤따르게 한다
그 완전히 오픈된 헬기장,
여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유산객들이야 보든말든 공단직원들 일어서기 전에 통과해야 된다
왼쪽으로 고개 돌리지 말고 헬기장을 일렬로 빠른 걸음으로 관통한다
희인은 그 경중에도 돌아 보았던지 몇몇 사람이 손가락질을 하더란다
헬기장을 통과하고서도 아직 완전히 은폐되지 않았다
뒤에서 호각소리 들릴까 뒷대가리 억수로 뜨겁데
상황 설명도 없이 뒤에서 내몬 참이니 200여m를 그리 걷고서야 힘든지 씩씩거린다
출입금지면 안가야지 왜 가냐는 희라의 항의가 거센 순간이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슬립을 즐겨 볼까
어른들이 고생이지
아가들은 술술술 잘만 빠져 나가던 틈새길
흠...
인솔자들이 정신이 없구마
이때까지도 스틱을 거둬 들이지 않았다니
스틱을 접고서 본격적으로~
저쪽 루트를 공략하라
안가르쳐 줘도 스스로들 잘해요
계속 이런길만 나왔으면 좋겠단다
혹시나 공포증으로 끙끙거릴 놈 있으려나 걱정 했더니~
자기들이 끙끙거리며 지나온 길을 그냥 바위위로 걸어 내려오니 억울한 갑다
하지만 사진으로는 이렇지 실제로는 어른들도 바위타고 바로 걸어내려 오는 사람도 드물게다
오늘의 제일 난구간,
하지만 희인이는 꼭 놀이공원에 놀러 간 아이마냥 즐거워 한다
아가들이 하나같이 겁대가리가 없어요
아~희라,,
스스로 내려갈 수 있는데 아저씨가 재미없거로 어깨 위에 얹어 내리네요
이 장소만은 어른들 도움없이는 안되겠데
전렬을 가다듬고 다시 출발~
아주 고급스런 삼각클라이밍 기술을 선보이고 있네요
암릉
자~
이제 위험한 코스는 거진 지났으니 남은 힘으로 이 바위나 한번 들어보고 가자
엇쌰~
길이 대략 완만해진 듯 하지만 아직 잔펀치는 몇곳 남았습니다요
개구멍 통과
슬립
여기서 개구멍으로 통과하면 더 쉽다
희인과 혜인은 바깥으로 돌다가 막판에 애 좀 먹더라
난구간 통과 완료
이제 한시간이나 남았나
이곳에 앉아 있으니 뚜버기가 맞은편까지 마중 나왔데
지나온 문장대 하산길
밤티재 도로길이 보인다
저 맞은편 산은 다음 구간 진행할 청화산 쯤이려나~
하산길
우산나물
봄에 잎이 우산같이 퍼지면서 나오는 새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다 한다
좀 늦은감이 없지 않았지만 산행 내도록 각시붓꽃이 함께 한다
산행금지구간이라고 목책을 쳐 놓았다
뺑 돌아 밤티재에 이르렀다
11시간 40분만에 날머리에 무사히 당도 하였다
안전사고 없었음이 무엇보다 다행스럽고 국립공파에 제지되지 않았음이 못지않게 다행스럽다
이날 산행에 동참하여 멋진 사진 많이 찍어주고 아가들 안전하게 인솔해준 달아네 아우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다시 피앗재산장으로 돌아왔다
산장지기표 숯불 돼지구이와 표고버섯요리로 맛난 저녁이었다
다만 나는 이날 종일토록 긴장타가 마음을 놓았는지 몸살과 두통으로 제대로 밥도 못 먹고 밤새도록 끙끙거렸다 한다
철인이 몸살 감기가 왠말이냐 철인도 아니다가 아니라
그 몸으로 산으로 가는 그 정신이 철인 아니겠나 흠흠..
여하튼 그날밤 제대로 열났네 그랴~
다음날,
4시가 지나니 잠이 깬다
끙끙 앓았거나 어쨋거나 밤새도록 잤으니 몸은 제법 개운하다
다감님이 차려주시는 아침밥을 발우공양으로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으로 향한다
피앗재 산장앞
06:40
차에서 잠든 아가들 억지로 깨워 산길로 접어든다
예전,
속세에는 태풍 매미가 전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데 구청 농업재해 담당자는 이틀째 산길을 걷고 있었다
온 구청에서 담당자 찾아 난리가 나고....
여차저차 비재 이곳에서 200m쯤 올라가다 되돌아 왔기에 망정이지 까딱했으면 울릉도 동사무소로 쫒겨 갈뻔 했다
오늘 구간은 어제와 바꿔서 하는 택이다
거리상 탁월한 선택이다
더군다나 일요일엔 문장대에서의 감시가 훨씬 심하단다
오른쪽으로 언뜻보니 두리산과 대궐터산 능선이 멋드러지게 뻗어있다
오늘 구간은 5시간쯤 소요되리라
그 중 형제봉에만 오르면 힘든 산행은 대충 끝나겠다
비재에서 510봉으로 치고 오르는 능선이 얼매나 빡센지, 더구나 몸살로 호흡이 제대로 트이지 않으니 아가들 따라 가기가 그리 벅찰 수 없다
아가들은 별시리 힘들어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형제봉이 보인다
나만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꽁무니에 붙어간다
형제봉이다
처음 이곳에 올랐을제 우리나라 말에 왜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생겼는지 실감이 갔다
이날은 시계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양호한 날이면 정말 산이 스무겹도 넘게 첩첩이 이루어져 있다
나비 한마리 한가로이 참꽃 우에서 노닐다
기념사진~
왜 코를 막고 있냐고?
코피 터져서 휴지 끼우고 있거던
어제 넘은 천왕봉
뚜버기 갑갑했던지, 근력 키우려는지 또 마중나왔다
저번참에 술을 너무 마신다고 눈치를 많이 주었디마 이번에 아주 양호했다
다만, 아직 뼈다구가 다 붙지도 않았는데 이래 돌아다녀도 되나?
비재에서 4시간 30분만에 피앗재에 당도했으니 나름 잘 걸었다
이번 산행은 아주 만족된 산행이었으며, 또한 오지기 고생한 산행이었다
다행히 이날은 산행을 종료해도 두통은 오지 않더라
산장으로 내려 오는 길
도회지 아이들에겐 매냥 신기한것 투성인갑다
서울 아가들은 진주를 시골이라고 말하데~ ㅎㅎ
산장에 다다른 길,
조팝나무 너머로 녹음 짙푸르다
서울간 다정님이 일부러 샤워실 문은 열어 두었다
돌아가며 샤워하고, 나는 마당에서 찬물 뒤집어 썼다
그리곤 뚜버기 어디서 찾아온 막걸리 한병 호연성과 나누고 라면 끓여 밥 말아 먹고 서로 헤어져 돌아왔다
이번에 물심양면 신경 써 주신 피앗재 산장 다정님과 다감 사모님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딸내미랑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6차, 버리미기재~희양산~배너미기재(1박)~이화령 (0) | 2011.06.01 |
---|---|
제15차, 밤티재~청화산~대야산~버리미기재 (0) | 2011.06.01 |
제13차, 신의터재~화령재~비재 (0) | 2011.06.01 |
제12차, 큰재~개머리재~신의터재 (0) | 2011.06.01 |
제11차, 추풍령~작점고개~큰재 (0) | 2011.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