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3일
- 산행시간 : 08:10~16:20(8시간 10분)
- 산행거리 :10km 내외
- 기상상황 : 하루종일 비바람
마츠모토전철역에서 나와 입구로 나서니 어젯밤 약속된 개인택시기사가 반갑게 손을 흔든다
등산객을 많이 태우고 다니는 냥 트렁크에 들어가지도 않는 배낭들을 요령껏 고무밴드로 고정한다
산행들머리 가미코지의 해발은 1,500m, 1시간여가 소요되는 거리이다
들머리로 가까워질수록 고산으로 스며드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앞자리에 앉아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녁 7시면 문을 닫아 익일 아침 5시에 개방한다는 釜터널 앞에 당도한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말문이 터억 막힌다
사진은 남기지 못했지만 이 입구의 풍경은 언젠가 한국의 서물에서 본 적이 있다
이 굴(당시에는 수레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굴이었다)을 뚫을 당시..
조선에서 끌려온 노역자들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혹독한 노동환경에서 많이 죽었었다
택시기사가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쉬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조차 정신대 문제처럼 공론화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버스터미널에서 하차 후 아침밥을 해 먹고 나머지를 점심밥으로 준비한다
마츠모토에서는 화창했던 날씨가 점점 꾸무리해 지더니 마침내 빗방울를 뿌리기 시작한다
이제 가 볼까~
강물이 참으로 맑다
푸르게 보이는 것은 맑아서라기 보단 차거워서 일 게다
알탕이라도 한판 할 수 있어야 할 터인데..
산행 들머리 갓빠다리다
갓빠가 좋다는 말 우리도 아직까지 하자너
그럴때 사용하는 갓빠라고 다리위에서 만난 아지매가 그런다
가야할 길이 안개속이다
출발할 때 부터 참 많이 아쉽다
아무리 재수가 좋아지더라도 금방 걷힐 안개가 아니란 느낌은 확 받았기에 말이다
눈이 녹아 흐르는 강이라 물은 얼음만큼 차겁다
천지보다야 쪼~~~매,,,따뜻하지만..
갓빠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걸으면 참 좋은 길이 있다
주목나무 따위가 낮설지 만은 아닌 길이다
늪지에서의 느낌도 참 좋다
일본인들은 그런거 같다
산을 좋아한다고 하여도 우리처럼 정상까지 걸어 오르거나 능선을 종주하거나 그런 개념보다도,
그냥 산속이나 기슭에서 정주하는 데서 어떤 즐거움을 누리는 거 같다
일본원숭이 무리들을 마침 만났다
자기들이 우리를 무서워 하는 거 보다
갑자기 이놈들이 달려들어 물고 늘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앞섰을 정도다
길 좋다고 무심히 직진하다가는 어느 강기슭에서 망연하겠더군
나무 널빤지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지도를 유심히 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
다께자와 코스를 택할려면 이 길 뿐이다
일본의 산은 금지구간도 없는 대신 별다른 샛길도 없는 듯 하다
갈라지는 지점에서 왼쪽길을 택한다
좀 묘한 느낌이 이는 나무다
이런 나무에는 혼이 있어... 그걸 귀신이라고도 하나~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빌었다
점점 안개인지 구름인지의 경계에 닿아 가는기라
몇일간 저 안에서 숨 막힐 생각을 하니 생각만으로 벌써 숨이 가파져 온다
정말 저 속에는 그렇게 꽃이 많았다
날씨마져 쾌청하기를 바란다면 나중에 생각하니 그건 욕심이었다
일본명으로 고젠다찌바나라고 한다는데..
사실 앞으로도 꽃사진이 많이 올라 오겠지만 그 이름을 알려 한다는게 우리처럼의 아마추어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냥 일본의 고산식물 중 그 산마루에 피는 야생화의 하나라고만 알아두는 것도 별 무리는 없을 듯 하다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부산산사 -山과 야생화-방에서 이삼규님이 해석한 내용을 참조하실 것
우리의 이질풀과 많이 닮았지만 아니라 한다
가녀린 처녀애의 속살에 비치는 실핏줄 같다
우엉잎파리에 또 다른 여린 꽃 하나가 기생하는 거 같다
먹을 수 있다한다
눈의 영향을 참 많이 받고 있는듯한 지형이란 느낌을 받았다
이 근방의 나무들은 전부 그 줄기가 활처럼 휘어 있더군
계곡의 돌들도 융해에 의해 쓸려 내려가다 만 느낌이다
카미코지 주변
이 모습을 마지막으로 3일 동안 인간세상은 볼 수도 없데
딱 10미터만 더 보였으면 하고 몇번이나 바랬는지...
다케자와흇데
일본산에는 흇데와 산장(산소우)과 소옥(고야)이 있는데 그 의미가 조금씩 다른 거 같다
뭐라고 간단히 물어는 봤는데 잘 못 알아 듣겠더라
다만, 그런것들은 그 운영상의 차이인 듯 하고 어디든 공히 산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곳이라고만 알아둬도 별 무리는 없을게다
지난 겨울 폭설에 내려 앉았다 한다
하긴 눈이 많긴 많은 곳인가 보다
아직도 깊은곳은 10m 이상의 잔설이 남아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서호다카 코스이고 우리는 오른쪽으로 접어 들었다
한국 같았으면 그 길로 접어든다고 난리도 아녔을 거라
그런데 정작 우리가 오른 길이 평범한 코스고, 왼쪽 서호다카 코스는 거진 죽음이란다
정말 멋졌다
안개속으로 들어갈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았기에 지금도 조망에 대한 아쉬움은 그렇게 없는지 모른다
순식간에, 정말 순식간에 안개가 왼쪽으로 휙 비껴간다
마치 적군을 향해 방아쇠 당기드키 셔트를 눌렀다
저 안쪽에 눈이 녹아 흘러 내리는 폭포가 사진보다는 장관이었다
일본의 산에는 저런 폭포가 참 많았다
이런 종류는 처음보는지라 실제로는 참 신기하였다
아마 우리나라의 우천 허만수쯤 되는 사람인 모양이라
중타로우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이 길을 새로 개척했다 한다
그는 정말 현대 일본등산의 새 길을 연 사람인 듯 싶다
등산로 이름이 중타로우新道 이길레 최근에 닦은 길인상 싶어 밑에서 물어보니 50여년 전쯤에 그 양반이 새로 열었다 한다
육안으로는 저 사람들이 잘 보이지도 않았는데 의외로 사진은 맑게 나왔다
우리가 산 속에서 2박 3일 나아가면서도 등산객은 이틀째 오후쯤 딱 2명 본게 전부이다
그들은 이런식의 등산은 잘 안하는 모양일까
이 길은 제법 험하더라
오금까지는 저리지 않았는데 아무나는 못 다니겠다
헌데 나중에 보니 준비체조도 아닌기라
그렇게 내리던 비가 딱 멈춰 점심은 먹인다
이 꽃이 정말 천지에 널렸다
우리의 바람꽃인상 싶은데 뭐 아네모네라고 해 둬도 이상은 없을 게다
저렇듯이 어느 하나의 돌을 믿고 잡아 늘어지지를 못하겠더라니깐
어느 순간 뿌리채 쑤욱 뽑혀 버리니~
잡았다가 뽑혀져 나뒹구는 사람이야 그렇다 치고 밑에 따라오는 사람이 걱정이다
웬만한 머리로 저걸 맞고 버텨지겠나
낙석조심~낙석조심~이카면서 나아갔다
하쿠산이찌게
나는 꽃에 취해 그것들을 담는데 여념이 없는데 저들은 비와 바람에 맞서 나아가느라 여념이 없다
이건 초반전 이야기고 얼마나 비바람이 심한지 나중에는 꽃도 관심밖이고,
뒤집어쓴 우의 모자위로 때리는 빗방울 소리때매 귀가 다 아파질 지경이다
이 풀꽃도 내내 비를 머금고 서 있었다
참 청아하다
일단 30미터 이상은 육안으로는 안 보였다
이 길은 등산로를 10미터쯤 벗어난 다른 사면인데 정말 꽃 천지였다
앞서간 이들도 내가 한참이나 아니 따라오니 비 맞고 걱정스레 서 있다
이건 우리나라에도 많은 처녀치마인데, 이 붉은처녀치마는 잘 아니보인 다 한다
후라시 켜고~
후라시 끄고~
산행하기엔 악조건이다
눈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이건 다음날에 비하면 평지다
일본애들은 왜 등산로를 정비하지 않는지 몰라
어찌보면 그들이 맞는것도 같고..
우리의 지리종주로 치면 여긴 반야봉으로 빠지는 곳~
당초에는 마에호다카산으로 갔다가(왕복 1시간) 올랬는데 악천후도 악천후지만 뭐가 보여야 말이지
해발 3,100m쯤..
여긴 정말 위험한 곳이다
사진으로 보기보단 훨 경사가 심하다(스키전문가 동만성 말로는 48도쯤 된다네)
한 이십여미터를 가로질러가면 되는 잔설구간인데, 이 잔설의 길이가 끝이 없는듯 하다
그나마 이삼십미터 아래는 안개때매 아니보이길레 공포감이 덜하지~
스키 전문가는 그날 밤 말씀하시데
배낭을 멘채로 뒤집어 지면 베낭의 무게땜시로 사람이 두어바퀴 구르다가 브레이크가 잡힌다네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게 사진으로 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자기가 직접 건너보고도 그리 말하다니
그 언쟁의 결론은 이렇게 났다
홍도왈~
"객꾼성님과 나는 기술이 없어 이백이고 삼백이고 굴러 내려가다 죽으니,
기술 좋은 행님이 내일 그런곳을 만나면 함 시범을 보여주소~"
이후 안성마춤의 몇 곳을 만났는데 동만은 끝내 시범을 보이지 않데
비바람도 너무 맞으니 지치더군
내가 그랬다
"저기다 굴 파고 들어 앉아도 될까?"
홍도가 대뜸 그런데
"못 할 것도 없잖수"
셋이서 잠시 의논하다 휴대용 칼로 눈을 도리고 코펠로서 파내면 되겠다고 결론 내린 후,
1시간 정도의 예정으로 그리하기로 했는데 이 놈의 비는 다그치지 바람은 불어 제치지 칼을 찾을 수 있나
결과론이지만 그 날 칼 못찾기 다행이었다
칼 찾았으면 아마도~~
호다카산장
일본의 유명산악인 중타로우가 80여년전에 최초로 세운 산장
그런데 그 카운타아가씨 명랑하다
문열고 들어가니 첫마디가 "캠프데스까?"(야영 할 깁니까)
야영하고 싶은 마음이사 꿀떡같은데...그 비바람속에서~
참으로 친절하다
간섭도 안 하고, 밥도 난로가에서 그대로 해 먹어도 된다카고, 배낭에서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도 싫은 내색도 없고..
고생끝에 낙, 그 이상의 표현은 있을 수도 바래지도 않아~
물은 직짐 알아서 떠 가시고, 돈도 돈통에 알아서~
숙박하는 사람은 공짜~
눈 녹은 물이기 때매 식수로는 부적하므로 미네랄식수를 사서 마시시고, (부득이한 경우는 끊여 드십시오)
1박 2식에 8,800엔, 1박 3식 9,600엔, 잠만 잘 때는 6,000엔..........
산장에 건조실이 있는줄도 모르고 난로가에서 젖은 물건들 말린다꼬 욕 보았음..
'外國旅行, 山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6 북알프스 4 (산행 전,후기) (0) | 2012.02.20 |
---|---|
2006 북알프스 3 (0) | 2012.02.20 |
2006 북알프스 2 (0) | 2012.02.20 |
2011년 일본 남알프스 산행기 1 (부산~히로가와하라) (0) | 2011.10.11 |
2011년 남알프스 산행 경비 정산 (0) | 2011.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