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國旅行, 山行

2007년 소보산

객꾼 2012. 2. 20. 15:34

소보산 (祖母山 1,756.4m)



2007. 5.18~5.21 (3박4일)

산길 : 尾平~祖母山~大障子岩~尾平

거리 : 14.3 km

사람 : 조은산 객꾼 (일본친구 8명)





尾平~祖母山 : 6.5km / 05:00:48

祖母山~大障子岩 : 4.8km / 02:40:43

大障子岩~尾平 : 3..0km / 01:24:16


Cartographic Length = 14.3km / 09:05:39

(大障子岩~健男社 5.5km : 미진행)





지형도(트랙)

 


 

 




국내 조은산 놔두고 이름도 생소한 소보산에 가게된 거는 순전히 객꾼 때문이다. 갔다 온 지금이야 객꾼 덕에 잘갔다온 산이 되었다만, 사실 생돈 써가매 일부러 갈만한 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소보산이 시시해서가 아니라, 국내에도 얼마든지 가볼만한 산, 특히 눈코뜰새 없이(!) 산줄기 잇기에 바쁜 이 몸으로써, 한주일 빼먹고 휴가하루에 웃돈 얹어가매 가기에는 거석하다는,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다.


좌우튼, 객꾼덕분에 일본산 구경 잘하고 왔다.

일본말에 유창한 객꾼이 인터넷을 통해 사귄 일본친구들. 객꾼은 이미 그들과 한차례의 만남과 산행도 있었고, 흘러가는 말로 “이 담에 소보산에 한번...” 했던 것이 그대로 성사가 된 것이다. 그들이 모든걸 제공해준 덕분에 딸랑 20만원 - 순전히 배 값만 치루고- 으로, 3박4일의 산행이 마무리 되었다. 수년전 북알프스 산행 때 80여만원, 작년 키나바루 산행때도 100만원이 더 쓰인걸 비교하면 그야말로 거저먹은 셈이다.


달리 소문도 안내고 둘이만 가게된 것도, 그들의 차량 좌석에 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산행 마치고도 목욕탕에 잠깐 들르고는 그게 끝이다. 우리들처럼 이제가면 언제보나~, 부어라 마셔라~, 하는 뒷풀이도 없다. 부두 터미널에서, 다시 그 자리로 원위치 되는 문전택배가 제공되다보니, 차비는 1원 한푼 안들고, 대부분의 식사도 가져온 재료로 해 먹고보니, 배 시간이 안맞아 후쿠오카에서 하루 더 유한 여관비가 웃돈의 전부라 하겠다.


해외여행시 경비의 대부분은 차비가 차지하는데, 특히 일본은 차비와 자는 돈이 비싸다. 먹거리는 싸갖고 갈 수 있고, 잠자리도 우리야 공원 같은데서 비박도 가능하다. 후쿠오카에서의 여관도, 일본 친구가 미리 예약을 해놓은 바람에 들었는데, 사실은 비박하기로 작정이 되어 있던 터였다.


갔다와서 생각 해 보니, 요즘같이 카페나 블로그가 늘려있는 인터넷 세상에서 국가별로 친구들을 사귀어놓고 서로가 교차방문하는 산행을 하면 그야말로 돈 안들이고 외국산 구경을 쉽게 할 수가 있겠다. 다만, 말이 통해야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자, 이제 일본친구들 지리산행을 기대해 볼 일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해준 이상으로 ‘간고쿠 도모다찌’의 감동적인 싸비쓰를 선물 할 일만 남았다.

 

 


 


 



 


 


소보산 (祖母山 1,756.4m)

일본은 섬나라이고, 위로부터 홋카이도, 혼슈, 큐슈 등 크게 세 개 군으로 나누어지는데, 소보산은 맨 아래쪽 섬인 큐슈지방의 지붕을 이루는 高峰으로 ‘일본 100명산‘에 포함되는 산이다. 특히 소보산 능선은 큐슈지방 제일의 바위로 이루어진 암릉코스로 알려져 있다.-구로가네(黑金)능선.


祖母는 우리말로 할머니인데 일본이나 우리나 쓰는 한자의 뜻은 비슷하다. 무슨 할머니인가 물어보니, 일본천황의 할머니라는것과, 큐슈지방 아래쪽에 있는 ‘韓國山’과 소보산 둘중 한곳이 천황의 태생과 관련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들의 깊지 않은 지식과 통역의 원할치 못함으로 알아듣는데 한계가 있었는데 일본에 한국산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韓國山’ 소리에 귀가 쫑긋해 재차 물어보니, 날 맑은날 한국이 보인다고 한국산이라... 는 흔히 들어본 그런 얘기만 한다. “아매도 천황이 백제사람이니, 산이름도 그렇게 지었을 끼라...” 우리끼리 의견일치를 봤다. 어쨌거나, 우리내의 정서상의 풍토 “천황산은 일본넘이 지은 이름...” 와 비교하면 놀라고도 남을 일이다. 만약에, 우리나라에 日本山 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있었다면,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벌써 문때고 지워지고도 남았을 일 아니겠나.

한국산(일본 표기는 韓國岳) => http://www.geocities.co.jp/Outdoors-Mountain/3563/kirisima.html#韓国岳

 


소보산은 오이타(大分), 미야자키(宮崎), 구마모토(熊本) 3개현(縣)에 걸쳐 있는 산으로 현재는 휴화산으로, 주변은 광물자원이 풍부하여 에도시대부터 쇼와(昭和)중기까지 채굴이 행해졌던 곳이다. 산행 들머리 오비라에는 광산의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다. 정상에 올라서면 남쪽으로 미야자키(宮崎), 구마모토(熊本)의 현경계의 산들과 서쪽으로 아소산(阿蘇山 1,592m), 북으로 구주산(久住山 1,787m), 동으로 가따무키산(傾山 1,602m)등이 바라다 보이는 멋진 전망과 북동으로 흘러내리는 奧岳川을 낀 川上溪谷은 울창한 수림으로 덮혀있다.




~~~~~~~~~~~~~~~~~~~~~~~~~~~~~~~~~~~~~~~

[준비물]

여권, 침낭, 침낭커버, 매트, 스틱, 해드랜튼, 버너(가스), 코펠, 상비약, 지도, 나침반, 지피에스, 보이스펜, 건전지, 고글, 양말, 수건, 치솔, 휴지, 물병, 보조색, 우모복, 윈드자켓(우의겸용)

빵, 햇반4, 라면4, 술, 과일 (오렌지. 사과), 황도통조림,

~~~~~~~~~~~~~~~~~~~~~~~~~~~~~~~~~~~~~~~

[식사]

5.19 (석) 선내 매식

5.20 (조) 선내 라면취사 (중) 이동중 도시락 (석) 산중 파티

5.21 (조) 산중 식사-라면 (중) 산행중 행동식 (석) 후쿠오카 매식

5.22 (조) 빵 통조림 (중) 터미널 매식

~~~~~~~~~~~~~~~~~~~~~~~~~~~~~~~~~~~~~~~








5.18(금)

부산항 국제여객부두 (카멜리아)

19시가 되서야 출국장 문이 열린다. 출국수속은 1시간에 걸쳐 완료가 되는데 정작 출항은 22:30 이다. 결국 승선하고도 2시간 넘게 출항이 지체가 되는데, 이는 출입국 관계기관(법무부 세관 기타)의 편의를 위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고려페리  : http://www.koreaferry.co.kr)


출항시간에 맞춰 수속을 한다면 더 늦게 나서도 될 일인데, 18시까지 입국장에 도착하라는 연락을 받고, 일과 끝내기 전에 미리 도망쳐 나왔기 때문이다. 저그들은 일찍 마치고 퇴근하니 좋고, 마침 저녁시간이라, 선박회사에서도 저녁밥 매상 올려 좋고... 그저, 손님은 봉인기라.



배삯으로 둘이서 왕복으로 304,000원(2등실)을 지불했으니 한사람에 15만원 안팎이다. 출국하는데도 세금이 붙고, 공항과 마찬가지로 터미널 이용료도 따라 댕긴다. 힘 조은 객꾼 친구덕분에 2등실 요금내고 1등실에 들었다.


배에 오르고부터 모든 요금은 엔화로 결제된다. 선내 데스크에서 환전을 했는데, 이쁜 아가씨 얼굴 쳐다보기 바빠, 주는대로 받고보니 환율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식당에서 저녁밥(김치찌개 800엔) 사먹고 나니 할 일이 없어 잘 생각뿐인데, 아직 술 배가 허전한 객꾼은 잠이 올 리가 만무다. 지 혼자 자판기 친구삼아 기린맥주 몇통 비운 모양이라...





5.19(토)


일본국 후쿠오카 (하카다항)

출항하기도 전에 잠이 들었나 보다. 요강 비우러 한번 일어났을 때는 이미 깜깜한 밤바다 한복판이다. 지리산 대피소 같은 2등실은 단체객들로 거의 시장판으로 나 같은 사람이야 지옥이겠지만, 술 껄떡이 객꾼은 단절된 1등실이 오히려 지옥이었을 끼다.


05:30쯤에 배가 붙었는데도 내려줄 낌새는 없어, 막간을 이용해 라면을 끓여 먹었다. 1등실 좋은게 이런거다. 선실에서 버너 피운거 들키면 바로 쫒겨 나겠지? 사실 출국 검사대에서도 X-Ray에 가스통이 보이면 뺏기는데, 정작 가스를 담은 내 배낭은 쳐다보도 않고, 어문 객꾼 배낭에 가스통이 보인다며 시비를 걸더라. 커다란 왕초 시에라컵으로 덮었더만 X-Ray도 몰라보는 기라.


글로벌화된 객꾼의 마당발 덕인지, 일본 친구 지 스스로 우리를 빨리 내루는게 편했든지, 좌우튼 본선에까지 조치가 취해져 맨 먼저 하선하는 특권을 누렸다. 공중도덕 제대로 지켜 하선했더라면 최소 한시간은 지체되었을 끼라.


07:30 몇백이나 되는 여행객을 따돌리고 선봉으로 입국장에 나서니 일본 친구가 기다린다. ‘카츠노 마사히꼬’ 라는 객꾼의 도모다찌다. 이후 차례로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되지만 일본에서 가장먼저, 그리고 가장 나중까지 우리를 도와준 친구다. 내 차와 비슷하게 생긴 도요다의 RV차 뒷자리에 우리를 싣고 가더만 후쿠오카 시내 어디선가 ‘사카네 아야’ 라는 생기발랄 여성동무가 앞자리에 오른다. 이 친구, 산행 내내 긴가 민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아줌마였다. “카츠노상, 아야상...” 그 다음 말이 되어야 불러나 보지. 헐~...


08:30 후쿠오카를 벗어나 시골길로 달린다. 7-eleven 가게에 들러 지네들 필요한 몇가지를 사고 다시 가는데 삼나무 우거진 산골의 좁은 2차선 아스팔트길을 잘도 달린다. 핸들이 우측이라 커브길에서는 연방 마주오는 차와 박을 것 같은 아찔함도 여러번 느낀다만, 요리조리 잘도 빠진다.


10:35 구주산 (久住山 1,787m)

출발 2시간이 지나 넓은 초원지대의 비탈을 한없이 오른다. 고도계는 1000m가 넘는다. 구주산과 소보산 가운데로 뚫린, 구주산의 어깨쯤 되는 442번 지방도로다. 넓은 초원은 ‘久住高原’이고, 고갯마루에 ‘久住山莊’이라는 목조건물과 젖소그림이 그려진 [ふれあい(후레아이)牧場] 간판도 있다만 소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멀리 남쪽 끝 구름에 쌓인 희미한 봉우리가 소보산이란다.


여기서 새로운 도모다찌들을 만난다. 빨강색 승용차를 몰고 온 젊은이 우라다 마사유키와 60이 더 된 세마다 요코(여)와 유일하게 와다시 도모다찌인 골초파 65세의 마츠우라 료우, 그리고 후쿠오카 시청에 근무하는 ‘덴짱’으로 불리는 카와키타 히데아키 네 사람이다. 이로써 우리 둘에 여섯의 일본 식구가 불었다.



까딱했으면 건너뛸 뻔한 점심

11:20 도로가의 작은 편의점 앞에 차를 세우더니 아무 말도 없이 우루루 들어간다. 또 뭐 빠진걸 보충하나보다 하며 지도책을 뒤적거리다가 “머 하는데 이래 오래 걸리노?” 싶어 안으로 들어가 보니 뭘 하나씩 잡숫고 계시는 거라. 그제서 물어보니 점심 먹고 있단다.


산행중에도 여러번 느꼈지만, 이 사람들-일본인-은 먹는걸 가지고 옆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지꺼 지 묵기”인 셈이다. 어찌보면 엄청난 결례 -순 우리말로 “행팬읍는 넘들~” 일 수도 있으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아주 합리적인 행동일 수도 있다는 거다. 어쨌거나 먹는 시간임을 알려주기는 해야 할꺼 아닌가 말이다. 차에 앉은 채 점잔만 계속 떨었다면, 대한국인으로써 배고프다며 쪽을 팔수 없는 우리는 쫄쫄 굶고 말았지 싶다. 겨우 도시락 두개를 사고(450엔/1ea) 달리는 차 뒷자리에 앉은 채 부지런히 퍼 넣었다.


12:00 오비라(尾平 O-bira 640m)

넓은 주차장. 관리소나 매표소도 없이 초라한 [國定公園 尾平 / 祖母山 登山口] 팻말이 우리네 국립공원쯤 됨을 알려주고, ‘유료 주차장’ 간판 위에는 주차비를 넣는 돈통이 있다. ‘1日 500엔’이라 해놨는데, 그리 자율적이지 않은 우리는 관심이 없다.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느티나무 아래에 짐들을 내려놓는데, 집안 살림을 다 들고 왔는지, 어떻게 지고 올라갈는지 도무지 계산이 안된다. 최근 지맥산행에 약아진(?) 나는 그나마 큰맘먹고 40±10 짜리를 지고 왔는데 이 양반들 배낭은 70이 더 되보인다. 어쨌던 꾸역꾸역 집어넣고, 일본주 술병 두개가 남아도는데 암만해도 눈치가 보여 내가 접수한다. 덤으로 카쯔노상의 삼겹살 주머니까지 보태 얹으니 제법 뻐근하다.


차 한대를 -어딘지 모르지만- 날머리에 갖다놓고 오는데 한 20분 걸린다. (이 역시 도중에 ‘그만~’ 하는 바람에 날머리가 달라졌다) 느긋하게 꽁무니나 따라가자 싶었는데, “도죠~” 하면서 양보를 하는데 얼떨결에 선두그룹이 된다. 이 양반들이 사람은 알아보는구마...


산행계획은, 오비라 주차장에서 서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소보산과 소지다께(障子岳 1,703m)의 중간부분인 덴쿠바위로 오르고, 우측으로 틀어 소보산, 그리고 산장 아래에서 1박한 다음, 북동으로 뻗는 능선을 끝까지 이어 中村의 健男社(자세히는 몰라도 천황의 유래와 관련이 있다)로 하산하는 제법 빡씬 코스를 잡았는데, 어디서나 그렇듯이 돌발변수 -혹은 미리 계산된 건지 모르지만-로 인해 도중에 오소지이와(大障子岩 1,451m) 직전 안부에서 끊고 오비라로 하산했다.


12:45 산행 출발

삼나무 천지다. 오는 도중에도 느꼈지만 보이는 산마다 울창한 삼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다. 쭉쭉 뻗은 삼나무는 누가봐도 탐이 난다. 일본은 재선충으로 인해 소나무가 씨가 말랐다고 하지만 어찌보면 오히려 돈 안되는(!) 소나무 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는 면도 있다. 아마도 일본은 나무는 수입없이 충분히 자급자족이 되지않나 싶다.


오비라 주차장에서 서쪽, 奧岳川의 상류 川上溪谷으로 들어간다. 멀리 바라보이는 능선중에 유달리 울퉁불퉁한 바위가 ‘덴쿠(天狗) 바우’라는데, 바로 저 덴쿠바위 바로 옆으로 오르게 된다. 尾平이니 川上이니 하는걸 바로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일본말은 그렇지 않다. 같은 한자를 써놓고도 경우에 따라 달리 읽는다. ‘大’자가 ‘오’가 되었다가 ‘다이’가 되기도 하듯이, 어떻게 읽는지 일일이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데, 매 글자 하나하나 물어보기도 거석하다.


계곡 물에 산천어가 살고 있다더니 실제로 제법 굵직한 놈이 헤엄치는걸 볼 수 있다. 1급수라는 얘기다. 들은대로 씨가 마른줄 알았던 소나무도 드물게 나타난다. 들머리 들자말자 처음 만나는 [표고 600m] 이 팻말은 정상까지 매 100m 마다 이어진다. 계곡을 건너는 출렁다리도 있고, [보안림, 조수보호구, 소보산학술보호림, 다께다(竹田)영림서] 등등의 팻말이 걸려있다. 물소리가 요란스럽다


13:19 [표고 700m] 팻말 갈림길.

직진은 川上本谷 이고, 우측이 소보산 가는 길이다. 계곡을 벗어나 비탈길이 시작된다. 매 100m 마다 설치된 표고 팻말은 진행정도를 가늠하게 해준다. 800m 넘으니 좌우 계곡이 아래로 쳐지면서 한 경치씩 나온다. 너른 공터가 나오면 배낭 내리고 제대로 자세잡고 쉰다. 이 사람들 각기 배낭에서 뭘 꺼내 먹는데, 바로 옆에 서 있어도 눈길도 안준다. 우리 스타일로는 누군가 뭘 꺼낼 때는 그냥 기다리면 되는데, -따로 꺼내봤자 팔리지도 않는다- 암만 기다려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가져온게 있나. 굶을 수 밖에...


15:40 주능선 (1,570m)

산죽밭 공터 갈림길 사거리. 오비라 출발 딱 세시간이다. 덴쿠바위(天狗岩) 바로 북쪽 아래이고 이정표가 있다[←古祖母山 →祖母山] 조모산은 소보, 고조모산은 후루소보(야마)로 읽는다. 왼쪽 덴쿠바위 뒤쪽으로 난 길을 따르면 쇼지다께(障子岳 1703), 후루소보(古祖母山 1633), 本谷山(1642), 笠松山(1522)을 지나 가따무끼야마(傾山 1,602m)로 이어지는데, 그들의 지도상에 표시된 시간으로 9시간 거리다. 오비라 입구 훨씬 아래, 中村의 健男社(緖方町)를 깃점으로 우리 산행계획 코스와 연계하면 크게 C자 형태로 원점회귀 코스가 되는데, 소보산장에서 1박여정으로 달려볼 만한 -입맛 땡기는- 코스다.


올라선 공터의 이정표 바로 뒤쪽에 전망대가 있다. 우리 출발지점 오비라도 내려다보이고, 북으로 올려다 보이는 소보산은 물론이고 남쪽으로 장쾌하게 뻗어나가는 가따무끼코스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가따무끼라... 갖다묵기? 산이름 참 거석한데, 展望所를 ‘전보~대’로 읽는 것 도 마찬가지다. 소보산 우측으로 내일 우리가 진행할 능선이라며 손으로 짚어준다.


이제 방향은 北이 된다. 나름대로 GPS에 Waypoint를 찍으며, 나침반도 한번씩 딜다보는데, 이 친구들은 나침반 하나 가진 사람이 없다. 물론 잘 아는 길이겠지만 해발 1700을 오르며 나침반 하나 없다는 것 또한 거석하다. 잠깐 내림질을 한 후, 다시 소보산정의 마지막 오름길에 붙는다. 지리산 주능선처럼 산죽밭 사이로 폭 2m 정도로 널찍하게 등로가 확보되어 있다.


간간히 남아있는 철쭉이 보이는데 ‘아께보노’라 하며, 아까부터 이들의 관심사가 이거였다.

한사람이 “아께보노~!!” 하니까

다른 사람들, “우와~,,,” “혼또~!”

나는, “이 양반들이 철쭉 첨보나... 바래봉에 델고 가모, 기절해 삐것네~”

싶었는데, 일본에도 바래봉 같은 곳이 있단다. 자생지에 따라, 종류에 따라 달리 귀하게 보인다는 그 높은 뜻을 내가 미쳐 헤아리지 못함이었다.

아케보노츠츠지(アケボノツツジ, 철쭉의 일종)이 가장 볼만한 5월3일에는 소보산 정상제가 열려 많은 사람이 일년의 안전 등산을 기원한다.


[표고 1700m] 지점에는 암벽에 사다리를 설치한 곳도 있고, 짧지만 로프가 걸린 곳도 있다만 큰 어려움은 없다. 소보산 코 밑에 이르러니 안개가 온 산을 휘감는다. 우리가 구름속으로 올라선 것이라.


16:55 소보산 (祖母山 1,756.4m)

정상에는 健男社를 모셨다는 높이 1m 정도되는 사당형상의 석물과, 역시 그만한 높이의 첨성대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다. 사당형상의 지붕에 뭔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만, 확실한 글자도 못 알아보는 주제에 닳아 희미해진 일본 글자를 내가 우째 알아 보겠노. 보는 눈도 있어 그냥 관심있게 살피는 척만 한다. 1등삼각점(일본의 삼각점은 받침 없이, 대리석 기둥만 있다)과 [祖母山頂] 팻말을 단 알미늄 기둥이 있다. 높은산 산정은 의례 그렇듯이 구름속이라 아무런 조망이 없다. 대충 둘러보고, 몇장 박고 내려간다.


북알프스의 산봉우리들에도, 작은 사당형상의 물건들이 올려져 있는걸 봤는데, 높은산을 숭상하는 마음은 우리들과 큰 다름이 없다. 국내산에서 곳곳마다 ‘국태민안~’을 기원하던 객꾼은 유달시리 조용하다. 하기사 일본산신에게 우리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기원할 일은 아니다.


산죽밭 사이로 움푹파진 골이 등산로이고, [九合目 小屋]을 가리키는 팻말을 따라가니 금새 산장이 나온다. 높은 기둥에 풍력발전기 바람개비가 돌아가고, 태양열 수집판을 가득 얹은 지붕의 산장이다. 나이는 그리 많아뵈지 않는, 허연 머리에 청바지를 입은 산장지기가 인사를 건낸다. 1박에 3000엔이라.(흐억~!)


산장 안을 잠깐 들다보니 우리네 산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보산도 분명 국립공원(일본은 國定公園)인데, 야영이나 비박에 대해 전혀 간섭이 없다. 지 알아서 할 일이라는데, 그 간단한 문제가 왜 우리나라에서는 적용이 안될까...


야영

산장에서 잠깐 더 내려가니 넓은 터가 나오고, 먼저 올라와 작은 텐트 쳐놓고 기다리는 친구와 합류한다. '밋치'라는 예명의 미츠야스 고이치로. 눈이 굵다란 젊은 친구다. 텐트대신 대형 후라이 2장을 잇대어 걸치고 그 아래에 자리를 펴니 산죽 숲으로 둘러싸인 공터라 아늑함마저 있다. 물주머니를 모두 걷길래 기꺼이 물당번으로 자청해 산장아래 샘터(水場)로 가 물을 길러오니, 그 동안에 멋진 야영자리가 다 잡혔다.


모두들 보따리 풀어헤치고 먹거리를 쏟아내는데, 어디가 끝인지 짐작이 안된다. 후라이팬에 고기를 굽고, 처음보는 휴대용 석쇠에는 버섯과 고추를 굽고, 갖은 양념 병이 다 나온다. 온갖 술병이 나오는데 단연 객꾼이 내놓은 시원 미사일 병이 굵기로 치면 최고다.


저쪽 산죽밭에서 또 한사람 나타난다. 덴짱이라는 카와키타 히데아키. 이 양반은 후쿠오카 시청에 근무하는 나와 같은 정부미다. 언뜻 나이를 맞춰보고 동갑이라고 악수까지 했는데, 알고보니 일본 나이는 우리와 달리 만으로 얘기한다. 나보다 한살 위인 것이다.


술 권하는 문화가 다르다. 우선 나처럼 술 안먹는다 또는 못한다고 얘기하면, 이후로는 권하는 법이 없다. “그래도 한잔만..., 딱 한잔만..., 음복이라도...” 집요하게 공격해 기어코 먹이고 마는 우리네 정서(?)와는 전혀 다르다. 덕분에 술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대신, 원두커피(물을 부어 내려먹는)를 큰잔으로 두잔이나 받아 먹힘을 당하고, 잠 못 이루는 고통이 따랐다는...


술을 받아먹는 기법(?)도 우리와 다르다. 술을 권하면 먹던 잔을 비운다음 권하는 사람의 술병에 잔을 갖다 대는게 우리식인데, 이들은 누가 술병으로 술을 권하면, 술이 남은 잔을 그대로(비우지 않고) 갖다댄다. 그러면 그대로 술을 따르는데 -우리식으로는 첨잔이 된다- 그것도 모르고 술잔을 다 비우고 갖다대다 보니, 초장에 골로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 로마에 가려면 로마법을 알고 가야 하느니.


꿉고 디비기에도 바쁘고, 뭔지도 모른 채 이것저것 집어먹다보니 밥은 할 생각도, 필요도 못느낀다. 한사람 눕고 잠시 후, 또 한사람 눕는걸 보고 나도 슬며시 일어나 한쪽 구석에 잠자리를 폈다. 고산지대임을 꼼꼼히 염두에 두지 않고 얇은 홋껍데기 침낭과 침낭커버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다행히 얇긴 하지만 우모복을 걸치니 그런대로 잠은 자겠다만, 연짱으로 받아 마신 커피 탓인지 좀처럼 잠이 들지 않는다. 1700급 고산에서 비박시는 한여름에도 최소 800그람(오리털) 이상의 침낭이 필요하다.





5.20 (일)


희끄무레 밝아질 즈음 침낭을 덮은 채 앉아 있다가, 언뜻 나무사이로 붉어지는 하늘을 보고 동쪽으로 달려갔지만, 일출을 조망할 만한 터는 없고, 나뭇가지 사이로 솟는 해를 본다. (05:20)


프라이(천막) 위에는 이슬이 잔뜩 내려있어 한쪽을 들어 올리면 물이 줄줄 흐른다. 아침밥 역시 ‘공동’의 개념은 없다. 지꺼 지알아서 채워야 된다. “이거 좀 먹어라” 권하거나 “밥 안먹을 거냐...?” 묻는것도 없다. 남이야 먹든 말든, “내배는 내가 채운다” 식이다. 그나마 분위기 파악이라도 빨라야 그들과 보조를 맞추지, 지리산에서처럼, “다 해놓고 부르겠지...” 했다가는, “저 사람은 밥을 싫어하나 보다~”로 간주될 뿐이다.


그들의 보조에 뒤질새라 얼른퍼뜩 삼양라면 두개 끓이고 햇반하나 터뜨려, 허겁지겁 둘이서 갈라먹었다. 술병 두개와, 고기박스가 내려지니 배낭이 가쁜하다. 오늘 8시간짜리라며 은근히 “할 수 있겠냐~?”는 눈치들인데, “요시, 이끼마시다~!” 지도를 살펴보니 8시간 나올 거리가 아닌기라...



06:55 출발

잠깐 산죽밭을 빠져나오니 날등으로 이어진다. 지도에 우마노세(馬の背)라 표기된 바위지대다. 두어군데 잠깐의 공룡능선 같은 날등이 나오긴 한다만 전체적으로는 순탄한 내림길이다. 곳곳에 나오는 전보~대(조망대)에서 둘러보는 절경에 눈이 즐겁다. 우측 건너 후루소보에서 가따무끼로 이어지는 능선은 볼수록 생각이 동한다.


07:27 미야노하루(宮原) [표고 1400m]

삼거리 갈림길. 우측으로 [→尾平] 팻말 표시가 어제 우리가 출발한 오비라로 가는 길인데, 오비라에서 이쪽으로 오르고, 소보산 정상찍고 덴쿠바위에서 우리가 오른 코스로 내려가는, 바로 이 코스가 일반적으로 알려진(관광상품화 된) 소보산 등산코스다.


잠시 쉬었다가 직진한다. 우리 계획은 이 능선의 끝까지 간다는 것이고, 어제 날머리라고 차를 갖다 놓은 곳도 이 능선의 끝점인 健男社이다. 대충 지도상 눈대중으로 12km되는 능선인데 한 2km정도 왔으니 1/6쯤 이고, 그 난이도야 알 수 없는 바이지만 시간상으로는 충분하다.


‘아야상’ 이 친구 참, 여자치고 먹기도 많이 먹는다. 쉴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꺼내 먹는데 살찌는게 겁안나냐 물었더니 지가 생각해도 살 안찌는게 신기할 정도란다. 지 살이야 찌든 말든, 내 살도 아니니 간섭할 바는 없고, 옆에 있는 사람한테 권하기나 해보지~, 혹시나 싶어 옆에 얼쩡거려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지는 입이고 내 입은 입도 아이가...”


08:16 池原 (△1,432.7m)

숲속의 공터봉이다 [池原 展望所] 팻말이 나무에 걸려있고, 우리 관심사인 삼각점이 있는데, 역시 받침부는 없고 대신 흰색 나무 말뚝에 ‘等三角点’이라 적혀있다.


새들도 요란스레 재잘거리는데, 이 넘들도 일본말로 지껄여대니 뭔 말인지 알아듣질 못하겠다. 지리산에 사는 새와 억양이 완전히 다른기라. 대열의 중간에 끼니 앞뒤로 저거끼리 요란스레 떠들어 대는데 알아듣질 못하니, 이런걸 두고 군중속의 고독 이라했나. 객꾸이는 마냥 즐겁다. 아침 눈뜨기 무섭게 니혼슈(일본의 전통술) 한잔 거하게 걸친지라,

Everything, What a beautiful world~ 일끼라.


칼날 능선 좌측으로 멀리 마을이 보이는데, 나 혼자 竹田市쯤 되것거니 짐작 해본다. 얼라들처럼 일일이 쎄를 대기도 거석해 나 혼자 북치고 장구까지 치고 만다. 전방 절벽을 피해 우측으로 내려서는데, 이몸은 또 전망대를 지나칠 수 없다. 끝으로 나아가니, 멀리 유달시리 볼록솟은 봉이 보이는데 저게바로 이 능선의 중앙부에 위치한 ‘오소지이와(大障子岩)’라는 봉이다.


‘하나모끼’라는 꽃나무를 보고 연신 카메라를 갖다 댄다만, 내가 보기엔 그리 귀한 물건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 친구들 가만 보니, 누군가 뭘 보고 “야~, 이거 거석이다” 하면 모두가 “혼또~!” 우리말로 ‘진짜네~’, 또는 ‘정말~’ 등으로 맞장구를 쳐 준다. 대단한 무엇이 아니더라도, 친구의 얘기에 호응해 주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09:05 八丁越 (1,290m)

갈림길이 있는 공터가 나오니 여지없이 배낭을 내린다. 4거리 갈림길이다 나무에 걸린 팻말에는, 북으로는 神原-白水, 동으로는 大障子岩, 남으로는 尾平이다. 그런데 배낭을 내려놓고 퍼져 앉는 폼이 다르다. 객꾼이 통역하기를 “한 사람이 무릎이 안좋아 여기서 그만~” 한단다.


혹, 내가 말을 못알아 들으니, 객꾼 지가 오히려 그들을 부추긴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만 가자고... 야영지 출발 4.3km지점에 두시간 남짓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되니 안되니 할 입장도 아니고, 속절없이 배낭을 내리니 아야상이, 바로 앞에 봉우리가 있으니 같이 가보잔다.


바로 앞이 아니라 제법 멀다. 암봉을 우측으로 휘돌아 오르는데 오늘 용은 여기서 다쓴 것 같다. 이만한 오름도 여지껏 없었다는 얘기다. 25분 걸려 봉우리 뒤쪽으로 돌아 올랐다.


09:35 오소지이와 (大障子岩 △1,451m)

카츠노상, 아야상과 함께 넷만 올랐다. 굵다란 삼각점 말뚝과 [大障子岩] 팻말이 꽂혀있다. 동쪽만 빼고 조망이 훤해 지나온 능선과 건너 능선이 다 보인다. 지도를 펴놓고, 가따무끼 능선상에 표기된 봉우리 이름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이름을 들었다. 障子岳(소지다께), 古祖母山(후루소보), 本谷山(까묵었고), 傾山(가따무끼)...



다시 갈림길로 내려오니 이거는 완전히 산중 파티가 벌어졌다. 프라이팬에 뭔가를 굽고 있는데, 이거 참 가지를 굽는거, 또 처음본다. 씨커먼 뭘 꺼내길래 바나나가 좀 농했다보다 싶었는데, 바나나가 아니라 가지였다. 다른 사람의 배낭에서는 옥수수가 나온다. 생옥수수다. 이거 역시 억지로 썰어 프라이팬에 얹는다. 아직 한뭉치 남은 삼겹살에, 소세지, 감자, 옥수수, 방울토마토... 별걸 다 튀기는것도 그렇지만 산에 갖고 오는 메뉴치고 참으로 다양하다.


하산하는 시각에 배낭에서 캔맥주 6개 묶음이 그대로 나왔다 하면 이들의 짐이 얼마만한지 대충 짐작이 갈래나...? 평소에 늘 이런건지, 우리를 위한 특별메뉴인지는 몰라도, 저들의 스타일로 볼 때 평소에도 충분히 그럴 사람들이다.


11:20 오비라(尾平)로 하산

여기 앉은 채 거진 2시간동안 찌지고 볶고 놀았다. 그 시간만큼 비례해 혈중 알콜농도가 올라감은 당연하다. 음주산행 단속을 했다면 필시 서너사람은 면허가 취소되고도 남았을 터이라, 그것을 아는지 카츠노상이 나보고 선두 맛키따라 먼저 내려가란다.


맛키를 따라 둘이서 앞장서 내려가는데, 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나중에 알았지만 객꾼이 비탈길에 한바쿠 구불링을 했단다. 그 사단으로 발목이 접쳐 귀국길은 쩔뚝거리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런데 맛키 이 친구는 차량회수 임무를 받은 터이라 나를 챙기지도 않고 구불 듯이 내려가 버린다.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하산을 하게 되지만, 처음 들머리로 곧장 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도로에 내려섰을 때, 위쪽인지 아래쪽인지 판단이 곤란해진다. 도중에 맛키도 길을 놓칠만큼, 뚜렷하지 않는 길이다. 특히 돌길은 더욱 그렇다.


맛키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음주로 흐느적거리는 후미 기다리기도 그렇고 혼자서 터덜터덜 가는데 GPS가 한몫한다. “GoTo" 로 출발지점을 목표로 잡으니 바로 진행방향 190˚, 남은거리 1.61km 임을 나타낸다. 길이 없어질 때는 GPS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가면 다시 길이 나온다.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하는구나. 참으로 기특한 놈이다.


1000m대 아래는 다시 울창한 삼나무 숲이다. 분위기가 스산해지며 일말의 무서움도 생긴다만, 별로 게의치는 않는다. 일본산에는 우리나라 산에서 보이는 리본, 시그널 표지기가 전혀 없다. 빨강색의 좁은 접착테프를 나뭇가지에 감아 놓은게 전부다. 그나마 띄엄띄엄 있어 거기에 의존할 수도 없다. 실폭을 몇 개 지나고 산판도로(尾平林道)가 나오더니, 임도 왼쪽으로 거대한 폭포가 보이는데 마치 치밭목의 무제치기폭포와 흡사하다.


12:40 산행 끝

아스팔트 도로가에 맛키의 배낭이 있다. 차빼러 간 모양이라. 내려 온 쪽으로 [大障子岩 登山路] 팻말은 있는데 그리 많이 다니지는 않는거 같다. 꽤 높은 별개의 봉우리 인데 어째서 岩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30여분 기다리니 객꾼을 포함한 후미조까지 하산이 완료된다.


알탕

맛키와 둘이서 후미조 기다리며, 개울에 씻으러 간다니까 못하게 말린다. 손가락으로 가위표를 해대며 뭐라하는게, 금지된 사항...으로 들리길래 애써 참고 앉았는데, 객꾼이 내려오니 상황이 달라진다. 객꾼이 누군가?, 백두산 천지에서도 알탕한 친구 아닌가. 감히 용서가 안된다. 오히려 점잖한 일본친구까지 꼬드겨 데리고 물로 내려간다. 홀랑 벗어 던지고 뛰어 들었는데, 지리산 물 만큼은 못하다. 지금의 지리산 물에는 느긋하게 들앉아 있지도 못할 온도겠지만, 차갑기가 그에 못 미친다.


구마모도(熊本)로,

들어왔던 곳으로 내려가지 않고 반대로 산 위로 올라간다. 차선도 없는 좁은 산판도로(아스팔트)를 한참을 감아 돌리면서 올라가다가, 터널입구(尾平터널)에 멎는다. 아침에 건너편 능선에서 바라봤던 바로 그 가따무끼 능선의 9부쯤 되는데 후루소보(古祖母山)와 本谷山의 중간지점이고, 오이타(大分)와 미야자키(宮崎)의 현(縣) 경계가 된다.


소보산에서 오소지이와(大障子岩)로 이어지는, 우리가 진행했던 능선과 하산했던 골짜기가 훤하게 보인다. 이런데서 잠깐 멈춰 주는것도 다 우리를 위한 배려로 보인다. 산행을 마칠 즈음, 인근의 벳부온천으로 가자는 제의가 있었으나 객꾼이나 나나 그런 관광에는 별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므로 반대편 길인 이쪽으로 돌아감을 통빡으로 읽을 수 있었다 (대화가 원할치 않으므로 눈치로 때려잡는다)


고갯길을 다 내려가니 다이카치오(高千穗町)다. 町(마찌)은 우리로 치면 면(面)쯤 되는 모양이라. [天岩戶溫泉] 간판이 걸린 자그만 목욕탕인데, 탕은 작아도 주위의 부대시설은 넓다. 온천지구내의 탕이다. 요금표에는 ‘고등학생이상 300엔’이라 되 있는데, 솔직히 우리네 정서로는 객지에서 온 친구 둘이 해봐야 600엔인데, 까짓꺼 함께 계산하고 말일 이다만 이 양반들은 마치 대신 내주기라도 하면 오히려 우리가 -무시한다고- 화라도 낼줄 아는 모양이다. 철저히 “지꺼는, 지가 알아서~” 이다.


어찌보면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어뵌다. 한 6000엔 정도 되믄사, 먼산도 쳐다보고 신발끈도 새로 고치고, 전화기도 열어보고 -Original Korean Style- 하겠지만 딸랑 600엔 갖고, 너무 꼴짭한 행동 아이가 말이다. 목욕 마치고 옆에 딸린 식당에서 우동(450엔), 캔맥주(300엔)... 역시 주문한 사람마다  일일이 걷어 낸다. 이런게 문화적 차이다.


덴짱과 다카는 여기서 작별하고 다시 가는데, 길가에 [소보산 등산로] 안내판이 보이는걸 보니, 뒤쪽에서 오르는 등산로도 있는가 보다. 현무산(玄武山) 터널을 지나니 아래로 넓은 도시가 내려다보이는데 바로 구마모도(熊本) 縣이다. 북쪽으로 유별나게 울퉁불퉁한 능선을 가리키며 아소산 이란다.


아소산(阿蘇山  1,592m) 전망대

아소산은 현재도 활동중인 활화산이다. 화구(火口)를 보러 올라가는 관광코스가 유명하다. 케이블카로 오르기도 하고,  화구 근처에는 구름처럼 유황가스가 뿜어져 나오는데 맞바람이 불게되면 바로 대피소로 피해야 된단다. 그런 관광코스야 우리체질이 아니고, 산을 제대로 볼려면 산에서 벗어나야 하는 법이라. 먼발치에서 아소산群 전체를 조망한다. 조망 그림판도 설치되 있는 아소산 전망대로 우리를 안내한다.


아소5악이 펼쳐지는데 좌에서 우로, 기지마다케, 에보시다케, 나까다케(中岳), 하까다케(高岳), 네꼬다케(根子岳). 그리고 그 우측 너머로 (그림판에) 소보산이 있다. 5악중 최고봉은 하까다케로 1,592m이다.


17:50 고속도로

구마모도에서 후쿠오카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도로폭은 우리보다 훨씬 좁아 보인다. 도중 휴게소에서 빨강색차의 맛치팀과 작별을 고하고, 카츠노, 아야상과 넷이 되고, 후쿠오카 시내로 들어와 다시 아야상과도 작별한다.


몽베루 매장

어차피 우리는 내일 배를 타야하고, 저녁에 별시리 할일도 없다. 계모임 약속이 되어 있다는 카츠노상이 무리를 해서 우리를 몽벨매장까지 안내를 해준다. 우리끼리 찾아 갈테니 그만 가보시라 해도, 후쿠오카의 몽벨매장은 시내에서 다소 벗어나 있어 말하자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촌놈들에게는 무리라(카츠노상의 생각) 자신의 약속을 미루면서까지 함께간다.


국내 판매가격에 비하면 2/3~1/2 수준이지만, 짜달시리 구입할 물건도 없다. 카츠노상, 몽벨제품은 침낭과 상의 정도가 쓸만하고, 다른거는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스마일 호텔

카츠노상은 예약해 놓은 호텔까지 우리를 인계한 후에야 돌아선다. 내일 아침에 다시보자는 말을 남기고. 간판은 호텔이다만 국내의 장급 여관이다 (4,980엔). 우리끼리 라면야 해변가 어디 적당한데가서 한데잠도 충분히 자겠지만, 예약까지 해놓은걸 취소할 수도 없고 -쪽 팔리게- 말이나따나 고맙다 할 수 밖에. 둘이서 식당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24시간 편의점처럼 생긴 식당에 들어 제육볶음밥 비스무리한, 500엔짜리 하나씩 먹는데 김치 하나 달라하니 이것도 80엔이던가, 별도 계산이다.



5.21(월)


하카다항의 출국수속은 11:00. 느지막하니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걸어갔다. 카츠노상은 택시를 타고가라 했지만 멀쩡한 두 다리 놔두고 돈 쓸일 머있노. 부둣가로 가니 우리가 탈 카멜리아가 보인다. 카멜리아는 한대가 부산과 하카다를 왔다갔다하는 모양이라. 대합실 귀퉁이에 있는 매점에서 도시락 밥으로 아침겸 점심을 먹고, 잔돈(동전)은 환전이 안되므로 모두 소진했는데, 예상못한 터미널 이용료(500엔)에 연료세인가 뭔가 300엔을 더 내란다. 부랴부랴 구내 신한은행에서 다시 환전을 하고, 새로 생긴 동전은 결국 객꾼의 맥주값으로 자판기에 다 들어갔다. 12:30 하카다를 출발 한 배는  16:00쯤 대마도 북단을 스쳐, 17:30 부산항에 들어왔다. (하카다~부산 : 215km, 항속 43.5km)


 

 

소보산 사진-1.......(부산~후쿠오카~소보산)

소보산 사진-2.......(소보산 ~ 야영...)

소보산 사진-3.......(오쇼지이와 ~ 하산 ...후쿠오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