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니 충분히들 잤겠다
아직 날이 밝으려면 한참인데도 여기저기서 뒤척이는 기척이 들린다
시계를 보니 03:30, 텐트를 열고 그만자고 일어나자 방송했다
이날은 계획상으로 산행만 12시간이다
13명 대군이 움직이려니 자연 지연시간이 많다
아침밥을 죠우넨다케 산장에 가서 먹을 계획이어서 짐만 챙겨 출발하는데도 1시간이 훌쩍 지난다
배낭을 꾸리고 꿈뜨게 짐 챙기는 이들을 기다리고 섰으려니 한기마져 든다
죠우넨다케를 배경으로 여명이 밝아온다
북알프스의 시각은 아침이 우리나라보다 조금 빠르고, 당연 저녁 어둠이 빨리 찾아온다
동녘하늘엔 이미 해가 뜬듯하나 구름에 가려 그 일출은 보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라
04:50분경 출발
<나가노현 나가노市의 아침하늘. 찍사 통샘>
야영지에서 꽃밭을 지나 죠우넨다케 맞은편 산등성이에 서서 바라보노라면 저쪽 정상까지는 삼십분이면 족하리라 싶다
빨리간 나도 1시간 20분이나 소요됐다
경험없이 북알프스를 등반할제 만약 그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때라면 산행에 심각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점이다
북알프스는 육안으로 짐작되는 거리로 선입견을 가져서는 아니된다
산행지도 따위나 선답자의 소요시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작년에 역주행 하면서 비박한 곳이다
그때 참으로 바람차고 거세었다
1년여만에 그 자리에 이르니 감회가 새롭다
죠우넨다케 오름길 5부능선에서 되돌아 한참을 기다려도 일행들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아마도 작년 우리의 야영지 쯤에서 중간휴식을 하는 모양이다
홀로 하릴없이 앉았는데 간간이 일본산객들이 내려온다
남자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모두 콧물을 훌쩍이고 있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왜 그다지도 못 생겼는지
작년에 여대생인 조카를 데리고 후쿠오카 시내를 한바퀴 돌고나서 쿠슈대학에 간 일이 있었는데,
다 돌고 나서 조카 왈,
"우와~ 앞으로 내 남자친구들 한테 잘해줘야 되겠다~"한다
평소 별스럽게 잘나게 보지 않았던 자기 친구들이 일본에서는 억수로 미남축에 든다는 이야기다
내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 일행중에 누군가가,
"일본에서 잘 생긴 사람들은 텔레비젼에 나오는 사람들 뿐이라며?" 칸다
뭐 그렇기야 하겠냐만~
사실 일본에 그렇게 많이 다녀보진 않았지만, 일본종족들은 크게 토종 아이누족을 비롯하여 4종족으로 구분된다
자세히 말하면 비왜교적 언사가 나올것 같고,
그 중에 혼슈를 중심으로 퍼져있는 종족은 확실히 우리와 닮았다
그래서 그런지 당연 미남미녀도 많다
그 나머지 3종족은?
때로는 수박 겉햟기로 살아야 할 순간도 있다는 것만~
마악 일어나 다시 오려려는데 먼산봤다 얼굴봤다 할만한 여대생 3명이 지나간다
그런데 그 꽁지로 참으로 복스런 아가씨가 마주온다
어찌그리 말도 귀엽고 보조개도 귀여운지 한참이나 마주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진다
사람은 일단 잘생기고 볼 일이고, 개는 일단 말을 잘듣고 볼 일이다(무슨말이여??)
죠우넨 정상에 올라 한참이나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산이름에 시비를 건다
죠우넨..常念이라
이 산엔 두번째 올랐는데 오를때마다 기상이 좋지 못하여 사통팔달이라는 그 조망은 맛보지 못했다
아마도 시계 좋은날 이산에 서 있으면 저도 모르게 어떤 생각에 잠기게 되는 모양이리라
산정에 같이 있던 노부부에게 이 꽃이름을 물으니 '뭐시라뭐시라' 칸다
다만 일본 고산에 피는 한종류 꽃이리라
죠우넨다케 북방으로 마에죠우넨(前常念)다케가 있다
죠우넨다케 정상부에서 죠우넨산장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우측으로 갈라지는 산길이 있다
그 길을 따라 쭈욱가면 마에죠우넨 지나 미쯔마따(三服)에서 시작되는 산행들머리를 만난다
이 코스 또한 일본의 인기있는 산행로 중 하나인 모양이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으려니 꽁지로 이교수님이 올라온다
이때가지야 별 걱정 아니했다
평소 이 분의 산행능력을 몇번이고 경험한 터였기 때문이다
그럼 잠시 고산병에 대하여 고찰해 보고 지나가자
사전에서는 이렇게 풀이해 놓았다
<해발고도 2,500~3,000m 이상의 산에 올랐을 때 볼 수 있는 병적 증세.> |
마지막에 나타나는 병적증세는 한마디로 산소결핍에 따른 여러가지 골때리는 증세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자칭 고산병 증세를 호소한 이가 이교수님과 삼규다(둘 다 이氏네~) 우리의 동행 주치의는 주관적 진단에 의한 병, 즉 '꾀병'이라 하였다만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평소에 그들은 무거운 짐을 메고 산다닐 일이 별로 없었기에, 그 중량을 몸이 견뎌내지 못하여 오는 증세~
예전에 곰돌이와 도솔봉 정상석 져 올릴적에 처음 겪은 정상이 그랬다 54kg을 지고 올라 가려니 무게는 차치하고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터억 막히는데 이거 죽겠고나 싶었다 다행히 저나나나 어릴적 무거운 짐을 져나르던 경험이 많아 곧 그 무게에 몸이 적응하였지만,
숨을 못 쉬겠다 호흡의 60% 밖에 가동이 안된다 한발한발 나아가기가 이를 악물어야 할 지경이다 이 모든 정상들은 제 몸이 견뎌내는 것 보다 무거운 짐을 졌을때 오는 증상이다
|
그러므로.... |
|
죠우넨 정상에서 30여분을 치고 내리면 죠우넨산장이다
요꼬도오시다케(橫通岳)와 죠우넨의 안부에 위치한 80여년이 된 산장이다(찍사. 통샘)
먼저 도착하여 5리터 수낭을 들고 산장으로 들어가니 한찬 베드민턴 경기를 하고 있다
찰라간에 보니 누가 금메달을 땄다는지 헷갈린다
착하게 생긴 산장 총각에게 물으니 자기도 자세히 보지 않아 모른다 하는데
그 전경이 한시의 한구절을 연상시킨다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에서 아이에게 물었더니,
言師採藥去 스승님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한다.
只在此山中 다만 이 산 안에 계시기는 하지만
雲深不知處 구름이 짙어서 그 계신 곳을 모른다 하네.
5리터 수낭을 가득 채우고 나니 그가 다가와 묻기를 "2리터냐?" 한다
아하~ 참으로 이 양심이란 놈은~
"3리터다" 답한다(ㅋㅋ..)
일행이 운집한 곳으로 돌아와 아침식사에 필요한 물들을 배분하고 식사하고 나니 한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구구야 한가롭겠지만 우리는 그리 여유로울 지경이 아닌데 너무 한가하지나 않나 싶으다
09시,
점심을 먹을 계획인 오오뗀죠우(大天井)다케를 향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요꼬도오시다케(橫通岳),
말로야 옆으로 돌아가는 산이지만, 그 옆으로 도는 지점까지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30여분만 쳐 올리면 앞으로 다섯시간 가량은 룰루랄라다
일본명 하이마츠는 글자 그대로는 높은곳에 자라는 소나무인데,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눈잣나무다
눈잣나무 숲길이 끝도없이 이어진다
되돌아본 길,
요꼬도오시다케 뒤쪽으로 죠우넨다케가 구름속에 있다
잔설이 덩어리져 남아있는 곳에 이르니 주변이 고산식물 지천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에 담았다
이름은 모르겠으돼 모두 재작년 올랐을 적에 본 것 들이다
등로는 우측으로 감아친다
이제 본격적인 오오뗀죠우다케 능선으로 접어드는 길이다
잔설위에서 더불어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쉬다가 오오뗀죠우를 향해 출발이다(찍사 통샘)
작년에 갔을적에도 궁금했었는데 어떤 용도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살생흇데와 마찬가지로 사냥꾼이 살았었을 확률이 제일 크다
흔적안에 비석 같은게 두개 있었는데, 그건 비석이 아니라 불단따위의 기둥으로 추측된다
일본인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집안에 불단 따위를 따로 조성해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 카츠노의 홈페이지에 사진을 보내 정확히 물어보아야 겠다(찍사 통샘)
안개 자욱한 저 위에 마에호다카가 장엄한데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초행자들이야 무조건 좋다 하드라만,
아마도 북쪽 능선인 모양이다
그나마 나가노市 쪽으로는 제법 맑은 하늘이다
눈잣나무속에 피어난 식물하나가 이채롭다
이것도 북알프스 특산종이라 하는 듯~
오오뗀소우(大天莊)다
지나온 휴식소 중에 유일하게 산장이라는 명칭을 쓴다
원래는 이 산장에서 조망을 즐기며 중식을 할 계획이었으나 보다시피 무엇이 보여야 말이지
또한 예상보다 한시간쯤 빨리 도착했기로 2,30분 내려가면 있는 오오뗀죠우흇데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참으로 아쉽다
이 지점에서의 사방팔방 조망이 그야말로 죽여주는데 말이다
날씨가 맑으면 북알프스 대종주의 시발점 시로우마다케 방면이 멋드러지게 조망되는 오오뗀죠우흇데(산장)다
다음에 쓸일이 있을듯하여 야영장이 있는지 유심히 살폈으나 없다
사실 하룻밤이면 괜찮겠는데 산행내내 산장을 이용하기엔 금전적으로 부담이 너무 크다
한사람당 1박2식에 대략 9만원이면, 부부가 간다면 감당이 힘들터이다
물론 편하기야 그보다 더할게 있겠냐만~
예상보다 진행이 빠르다
아침 출발때 너무 재촉이 심하였는지 학봉이 넌지시 묻기를
"행님~ 추워서 안되겠으니 국물로 라면을 좀 끊이면 안되겠오"한다
아마도 간편식으로 먹자 하였기로 햇반을 그대로 먹고 가자는 줄로 알았던 모양이다
이집 주인은 참으로 친절하다
부슬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중이라 안으로 들어와서 식사준비를 해도 된다는 말이 고맙기 그지없다
1시간쯤 지체타가 니시다케를 향하여 출발한다
약 이십분쯤 가니 빗꾸리다이라가 있다
'감짝놀라는 평전'이라는데 무슨말인지 이해가 간다
반대쪽 8부능선을 조망에 가려 진행해 오다가 어느 순간 쑥 올라서는데 갑자기 눈앞에 야리가다케가 터억 나타나는기라
깜작 놀라지 안놀라나~
하지만 조망이 아니 되는데야 놀래고 자시고 할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니시다케까지는 앞으로 두시간,
일본에서 일곱번째로 높은 아카이이시다케(赤石岳)인데 산의 모양이 별다른 고도감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진행중에 난데없는 소나기다
모두들 급히 우의로 갈아입으랴 배낭커버를 쒸우랴 부산하다
상의만 입고 진행하니 안되겠다
하의마져 입고 다시 나아가길 아주잠시 비는 거짓말처럼 그쳐 내린적도 없는냥 한다
다시 한자리에 멈춰 우의 벗기에 바쁘다
이것도 북알프스 특산종이라 한다
처음엔 우리나라 할미꽃처럼 그 꽃이 피고져 남은 머시기인줄 알았다
이 모습이 꽃이 만개했을 적의 모양이라 한다
역시 한국에는 없는 종이라 한다
이전에도 많이 본 꽃이다
아마도 이 산정이 아카이이시다케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의 황토산처럼 온통 붉은돌 천지인 줄 알았는데..
그나마 작년에 이 길을 꺼꾸로 지날적에는 폭풍우에 길찾아 가기에도 바빴었다
9월에 이 길을 지날적에,
정말 제철에 오면 야생화가 지천일곳이다 하였었는데
조금 철이 지난 시점에도 이 모양이니 7월중순~말쯤 지나가면 얼매나 흐드러지게 핀 꽃들일지~
이 놈은 우리나라에도 있는 미역취라 했던가
지나온 죠우넨다케가 구름사이로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참으로 웃기는 것이 사진기를 꺼내면 이내 구름속으로 숨으며 비를 뿌리는가 하면
다시 사진기 비에 젖으랴 급히 배낭속 비니루포대로 돌돌 말아 넣으면 훤하게 걷히기를 두세번을 반복하드라
두세번에 그런 마음이 들었는데, 그게 대여섯번 반복되었다면 산신령이 일부러 나를 놀리는게로구나 싶었을 것이다
별로 반갑지 않은 니시다케다
사람들이 그냥 보고 나쁜놈이다 그러지만, 저 주인은 정말 이런 고산에서 산장을 운연해서는 안될 인간이다
우리가 먼저 당도하여 오오야리산장까지 가야되니 말아야 되니 할제,
그 인간이 아주 자신있는 목소리로 비는 곧 그친다며 어서 가라고 했다
나는 그때 자기는 통신매체가 운영되는 산장에 있는 사람이므로 당연히 일기예보를 듣고 그리 권하는줄 알았다
맥주하나 팔때는 웃고 마실때는 나가서 마시라며 찌뿌린다고,
문밖 처마끝에도 서 있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화장실에 갈때 돈을 넣는가 마는가 역부러 감시 한데서 나쁜놈이 아니다
산꾼들을 자기 개인의 이해관계를 따져 조금 귀찮다거나 하는 이유로 위험속으로 내몰아제치니 나쁜 놈이다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그 인간은 그럴 놈이다
북알에서는 의례히 한두놈 떨어져 죽는게 다반사라고
그가 가라고 한다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계획대로 계속 진행하고 싶었다
시방 내리는 비가 내일 아침에 아니 내린다는 보장도 없고, 더구나 어떤 느낌이 있었다
이런 굿은날 다음의 아침은 조망이 죽여 줄 것이라는, 그 조망을 꼭 오오야리에서 맞보고 싶었다
저 안개위에 야리가 있는데...(찍사 통샘)
그런데...
뒤늦게 당도한 이교수님의 눈빛을 보니 마음이 싹 변한다
아예 돌아갔다
아무 말없이 산장으로 들어가 야영장을 예약해야 했다
텐트를 칠 즈음 억수같은 소낙비다
30초만 제대로 맞으면 흠뻑 젖어버리는 그런 소나기 말이다
아무도 피해갈 수 없이 다들 흠뻑 젖어야 했다
비 다맞고 나니 또 활짝 개인다
이런저런 모양으로 사진찍기에 다들 바쁘다만,
또 비다
저녁밥은 각자가 알아서 하기로 한다
비바람이 심하다
순찰도 돌겸 완전무장으로 나섰다
다들 텐트안에 갇혀 꼼짝마라다
"맥주 한캔 사다 주는데 심부름값 한캔~"
간단히 두캔 벌었다
호연행님 꼬드겨 산장으로 들어가 맥주 한잔 하자는 판이다
좀 뒤늦게 쪼차가니 아주 숙박인 마냥 신발벗고 저 안에 앉아 있다
에라 나도 들어가자
어젯밤 텐트를 날려버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표정지어 겨우 자리하나 얻은 달문성 이렇게 셋이 둘러 앉았다
맥주 두어캔 마시며 끝까지 개겨 겨우 한시간이나 앉았다가 결국 쫒겨났다
참고로 다른 산장은 절대 쫒아내는 일 없다
텐트로 돌아와 버너를 피우니 훈훈하다
젖은 물건들 좀 마르라고 일부러 오랫동안 불을 피워 두었다
그사이 경묵성이 맥주를 사와 다시 두어캔 마시고 밥도 대충 해결했다
자리에 들었다가 10시 반쯤 바같으로 나오니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기 그지 없다
오호라 내일은 정녕 맑을 참이로구나
밤하늘을 사진으로 그대로 찍을 수 있다면 한장 박아두고 싶은 순간이었다
'外國旅行, 山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 북알프스 1 (카미코지~야리~스고로꾸~미츠마따~하시바~오마따 온천) (0) | 2012.02.20 |
---|---|
2008 북알프스 3 (0) | 2012.02.20 |
2008 북알프스 1 (나고야~히라유~카미코지~죠우넨~니시호다카~야리~스고로꾸~신호다카 온천) (0) | 2012.02.20 |
2007 북알프스(카미코지~잔다르크~호다카다케~다이키레트~야리~니시호다카~오오덴죠우~조우넨~카미코지) (0) | 2012.02.20 |
2007년 소보산 (0) | 2012.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