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바깥에는 여전히 비바람이 쎄다
5시가 넘으니 다들 일어나는 분위기다
산장의 아침밥은 6시도 아니되어 제공하는 모양이다
우리도 일어나 산장내 테이블위에서 아침밥을 해 먹는다
아침을 먹고나서도 산객들이 갈 생각이 없는 듯 티브이만 보고 있다
아마도 비가 그치거나 바람이 약해지길 기다리자는 심산인 게다
우리도 별스레 가고싶은 마음이사 없지만 그렇다고 하릴없이 죽치고 있을수도 없는 노릇,
8시쯤 산장 문을 열고 나서니 그 바람 한번 매섭다
어제 야영장에 있던 텐트는 벌써 걷어 출발했다
<살생흇대에서 야리 오름길 0.8km...32분 소요>
야리가다케 산장에 들어가니 바깥은 비바람인데 안은 아늑하기 그지없다
정상에 오를 것인지를 의논하니 홍도는 이 비바람에 갈 일이 없다며 배낭이나 지키고 있을거라 한다
노고지리 성님이 초행이니 동행할 밖에~
그 오르는 길에 비바람이 어찌나 쎈지 앞서 오르며 혹시 뒷사람 날려 갔는가 몇번이나 뒤돌아 보며 확인한다
정상엔 서 있기조차 힘들만치 바람이 쎄더라
<야라가다케 산장에서 정상까지 0.8km...왕복 26분 소요>
산장으로 들어오니 09시 10분쯤이다
이제 스고로꾸를 향하여 서쪽능선을 타고 출발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생각이 확 바뀐다
"호연이 성~,, 우리 고마 이 산장에서 멈추고 날이 좋아지기를 기다립시다"
호연님이 그리도 좋아할 줄이야
자기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내 성질 땜시로 입밖에도 못내고 있었더란다
오늘 여기서 멈추자니 홍도는 말문이 막혀 눈만 똥그래 하고 노고지리 성님은 좋아서 입을 다물 줄 모른다
10시쯤에도 방을 내어주니 참 좋다
더군다나 시설은 좋으면서 어제 살생흇대보다 300엔이 싸다
맥주 한캔씩을 느긋이 뽑아 마시고 방을 배정받아 물건들부터 정리하고 젖은 물건은 건조실에 넣어 둔다
하루종일 뭐했을까?
이번 북알프스행은 산장에서 유난스레 책을 많이 읽었다
더군다나 야리가다케 산장은 시설이 너무 훌륭하다
휴게실은 약 5평 가량의 다다미 방으로 훈훈하기 그지없고 많은 북알프스 관련 책자와 사진집들이 꽂혀있다
낮시간엔 주로 책을 읽거나 산행코스를 자세히 짜기도 하며 소일했다
밤엔 작업을 좀 했다
동갑내기 친구를 한명 사궜는데 전화가 올라나 모르겠다
북알프스에 자주 온다던데 그런 사람 한명 사궈 놓으면 많은 도움이 될께다
다음날 아침,
그런 광명이 있을 수 있나
거짓말처럼 비는 그치고 하늘엔 붉은 여명이 가득하다
정말 야리산정에서의 일출은 생각도 안했는데....
오오바미다케에서 남알프스 끼타다케(北岳)까지가 저리도 가깝나
저 구름속에 다이키레트를 포함한 야리호다카 연봉들이 다 들어 있다는 말인가
카사가다케가 웅장하고 스고로쿠다케는 구름모자를 쓰고 있다
쯥,,,,
일출장면의 사진을 억수로 기대 했는데 무슨 설정을 잘못했는지 여영 기대 이하다
좌측에 뾰족한 봉은 두번쯤 지나간 죠우넨다케(常念岳)이다
나는 당초 죠우넨다케가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것과 연관이 있는 줄 알았다
우리의 중광스님과 비슷한 괴승이 있었는데 그가 유독 죠우넨다케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한다
그 스님의 이름이 죠우넨이라 산 이름이 자연스레 그리되었다 한다
우중간 산그리매 맨 뒤로 또렷히 솟은 봉우리는 후지산이다
혹시 또 비내릴라
아침밥을 가다가 해 먹기로 하고 비내리지 않는 산을 조금 더 보자며 재촉해 나서니 05:40이다
야리정상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한 아침이다
이번 산행구간인 서쪽능선 지나 미쯔마다다케, 스이쇼우다케 방면이다
조망도 좋은데 잠시 북알프스 공부나 하고 지나가자
좀 신기한 일이지만 약 70만년 전에는 북알프스 일대가 평원이었단다
길게 잡아도 100만년이나 50만년전 사이에 어떤 지질변화가 나타났는데, 북알프스를 이루는 각종 암석들은 수억년전에 형성된 것들인데 반해 그 형상은 극히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는 게다
알다시피 일본에는 지진이 많다
일본에 영향을 주는 플래트는 유라시아 플래트, 북아메리카 플래트, 태평양 플래트, 필리핀해 플래트인데 이것들이 사방에서 일본을 조이는 형국이다
그 중 북알프스 형성과 관계된 것은 서쪽으로 유라시아 플래트와 동쪽으로 북아메리카 플래트인 것인데, 이 두 대륙판이 동서에서 밀어부치니 지형이 융기된, 즉 솟아오르게 되었다는 게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북알프스 형성에는 융기와 침식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즉, 솟을 부분은 솟고 그에 반해 침식이 같이 일어나는데 이곳에서는 융기보다도 침식작용이 더 활발하단다
그래서 높은 봉우리와 깊은 계곡이 생성되었고 그 작용들은 지금도 진형행이라는 것이다
이런 플래트의 충돌과 동시에 화산활동이나 물과 눈과 빙하에 의한 침식들이 더해져 시방의 북알의 모습을 이루고 있다한다
노고지리님도 어느 한곳에 서서 맞은편 산을 보며 '산이 한참 만들어지고 있구나' 하였는데 그 말 그대로 시방도 북알프스는 만들어지고 있단다
산은 아는만큼 보인다고 일본의 어느 책자에 쓰여 있더라
우리나라의 산들을 돌아 다니면서도 느꼈는데 그 산을 이루는 암석들이 참 궁금했다
학교적에는 전공필수 과목으로 토양학을 배웠는데 알다시피 토양은 암석으로 부터 나온 것이다
암석을 알면 흙을 알고 산을 알고 그 역사를 알지 싶으다
그리하여 새삼 토양학을 세세히 공부해 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야리를 내려오며>
유황산 너머로 이어지는 북알프스 종주로의 연봉들
가능한 한 고산식물을 대강이라도 알아보자
아는 만큼 재미있는 산이 된다하니...
고께모모(仙涯嶺),
아고산대에서 고산대에 걸쳐 수풀이나 바위틈, 풀숲에 자라는 작은상록수이다(쯥,,,나무래요)
일본에서도 발견하기 쉽지않은 고산식물로서 가을에 직경 7미리 정도의 둥글고 붉은 열매를 맺는데 생식할 수 있고,
과일주나 잼 등으로 가공할 수 있다 한다
그러고 보니 이 식물은 잘 아니 보이더만
서쪽능선과 스고로꾸다케
북알프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저놈은 아마도 6월부터 피어 9월까지도 갈거여~
하쿠산이찌게(白山一花),
일본의 특산종으로 고산대의 초지나 바위틈에 주로 군락을 이루어 피어난다
꽃이 지고나서 검은 열매를 단다
찾기 귀찮고....
다카네스미레(高嶺菫),
고산대의 바위지대나 사토지에 자라는 다년초이다
일본의 특산종이라 하니 우리나라에는 없는 종인 모양이다만 꽃이름에 제비꽃이라는 말이 들어가니 그 일종이지 싶다
유황산 그 뒤로 마사고다케
북알의 고산식물의 이름에는 이와, 즉 바위라는 말이 참 많이 들어간다
이와쓰메쿠사(巖爪草),
고산대의 바위지대나 사토지에 자라는 다년초이다
일본의 특산종으로 오오이와쓰메쿠사라 하여 꽃이 좀 큰 닮은종이 있다
이것과 비스무레한 것 중에는 고마쿠사라 하는것이 있는데...
어느산이라 더라?
2km에 걸쳐 그것만 피어 있다고 하던디,,,외웠다가 까 먹었네
요츠바시오가마(四葉鹽?),
고산대의 초원이나 초지에 자라는 다년초이다
일본의 특산종으로 홍자색이지만 그 짙기는 여러가지이고 간혹씩 흰꽃도 있다 한다
우리나라에는 그리도 귀하다는 나무가 북알에는 참말로 지천이더만
저번에 한라산 다큐멘타리 하는데 딱 두어그루 나오고 말데
이와루매(巖梅,돌매화나무),
고산대의 바위틈이나 암벽에 자라는 작은 상록수로서 오밀조밀 밀생한다
황록색을 띤 백색의 꽃은 매화를 닮았으며 간혹씩 염홍색의 꽃이 눈에 띠며 베니바나이와우매라 불린다
제각기 등산로를 가리키는지 그냥 그런 연못이 있다고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왼쪽으로는 하산길이 있는데 신호다카 온천으로 거리는 12km에 소요시간은 약 5시간 쯤이다
저 뾰족한 암릉은 아마도 '유황의 머리' 라는 곳이지 싶다
좋아요~
시코탄소우(色丹草),
고산대의 바위지대, 마사토, 바위틈등에 자라는 다년초이다
잘 분지하고 잎을 밀생하여 살아간다
꽃잎은 황색을 띤 백색으로 황색과 홍색의 작은 반점이 있다
유황의 머리 끝자락에서~
날이 차차로 더 맑아지는 중이었다
동쪽 하늘이 파래지는 모습이 얼마나 안심되고 좋던지...
<뒤로는 미쯔마따다케>
이와오우기(巖黃耆),
고산대의 초지나 바위지대에 피는 다년초로서 꽃이 지고나서 콩과의 열매가 맺힌다
일본에는 없는 중국에서 자라는 약초인 황기와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우리나라에도 황기가 있다함)
고이와카가미, 하쿠산이찌게, 돌매화나무(巖梅)가 어우러진 사면
오오바미다케와 호다카 연봉들~
맨 뒤쪽으로는 일본에서 두번째로 높은 남알프스 북악(3,193m)
유황산
이와히게(巖?),('바위수염'이라는 의미?)
고산대의 바위지대나 바위틈에 자라는 작은 상록수이다
북알프스의 특징 중 하나는 어느 종주로에서도 야리가다케 산정이 조망된다는 것이다
고이와카가미(小巖鏡),
아고산대에서 고산대에 걸쳐 초지나 바위지대, 수풀속에서 자라는 상록의 다년초다
북알프스 지역에 고루 분포해 있으며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산식물 중 하나다
이 꽃은 지고나면 우리의 할미꽃 같이 먼지털이 비스무레 해 진다
작년에 8월에 갔을적에는 꽃이 지고나서 할미꽃처럼 된 것이 많았다
우리는 그때 그것을 전혀 별개의 다른꽃 인 줄 알았었다
칭구루마(稚兒車),
고산대의 습기많은 초지나 바위틈, 잔설지 주변등에 자라는 작은 낙엽수로서 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꽃은 매화를 닮았고 황색을 띤 백색으로 가지끝에 하나씩 핀다
꽃이 지고나서 열리는 열매가 장난감 풍차를 닮았다고 하여 얻어진 이름이다
산너머는 스고로꾸다케
시나노낑바이(信濃金梅)를 배경으로 야리가다케
조화
하쿠산고자쿠라(白山小櫻),
고산대의 잔설지 주변이나 습기가 있는 초지에 자라는 다년초로서 대군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닮은종이 많다는데 우리의 앵초와 분위기는 흡사하나 꽃잎이 너무 많다
하이마츠 숲 사이로...
쓰마토리소우(端取草),
아고산대에서 고산대에 걸쳐 수림이나 초지에서 자라는 다년초이다
妻取草라고도 쓴다는데 꽃이 너무 이뻐서 마누라를 빼앗아 간다는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우리의 개별꽃과 아주 흡사하다
야리
카사가다케...
계곡의 끝은 작년 우리가 하산했던 신호다카 온천이다
맞은편은 北岳(몇년 지나서 보니 북악이 아니라 운다케?)
맞은편 끝쪽 산마루는 스바쿠라다케(燕岳)이다
북알의 대표적인 산행코스로써 오오뗀죠우, 니시다케 지나 야리로 올라 다이키레트를 타고 끼타호다카다케에서 곧바로 야리사와로 하산하는 코스도 일품일 것이다
야리사와는 북알프스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각광 받는다
이 이후부터 약 한시간 동안은 이날 조망의 백미였다
정말 티없고 물기없는 창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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