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國旅行, 山行

2009 북알프스 5

객꾼 2012. 2. 20. 16:12

다섯째날,

 

텐트를 때리는 빗소리 장하여 깨다가 잠들다가를 반복한다

텐트안에서 그 소리를 들으면 어찌그리 정답고 좋은지 모르겠다

뇨의를 느낀지 오랜데 그 비바람에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내겠다
 

퍼뜩,,뇌리를 스치는 생각하나~

더듬어 보니 어떤 물건이 손에 잡힌다

요강으로 쓰기 딱 알맞고나

오랫만에 요강쉬야를 하고나니 기분 참 가볍더라

다만 그날 아침에 그 물건은 내 밥그릇이 되어 있었을 따름이다

 

동녘이 밝으니 비가 잠깐 그친다

서둘러 모여앉아 아침밥을 해결하며 오늘의 일정에 대하여 토의를 해 본다

그러다가 비가내려 다시 각자의 텐트속으로...

 

더 진행을 할지 좀 짧은 거리로 돌아가 하산할지 갈피를 못 잡겠다

일단 가는데 까지 가 보자는 홍도의 강력한 의견이 있어 비가 소강한 틈을 노려 텐트를 쟁긴다

호연이성은 동작 꾸물거리다가 배낭 꾸리는 중에 비 홀딱 맞는다

 

미쯔마따 산장앞에 서서 하시바산정을 향하여 나아가니 이미 시간은 10시 20분이다

그 산정은 강원도에 있는 애고개 같다

저곳이 정상이려니 하고 오르면 저 멀리 또 하나가 있다

그곳으로 오르면 또 그 뒤에 그렇다

그 짓을 다섯번쯤 하고나니 나도 모르게 벌러덩이다  

 

산정에 당도하니 46분 걸렸다

몇번이고 느꼈지만 일본의 산행지도에 있는 소요시각은 거진 맞다

내기가 문제가 아니라 산정에 당도하여 일행을 기다리자니 추워 돌아가시겠다

10분쯤 뒤에 홍도가 당도하고 후미팀은 20여분을 기다려도 인기척이 없다


 

 

 

 

 
하시바 산정이다

너무 아쉬워 소지한 책자에서 찍어 올린다

이곳에 이런 연못이 있었다는걸 전날 알았었다면 주저없이 올라 왔을 터이다

 

그랬다면 그날의 조망과 그 일몰이 얼마나 황홀했겠는가

물론 우리가 갔을때엔 연못에 거의 가득 물이 채워져 있었을 터이다 


 


 

 

 

산정에서 더 기다리자니 도저히 못 견디겠다

홀로 하시바 산정을 내려 오는데 비바람이 얼마나 심한지 가급적 오른쪽에다 날려갈 공간을 마련해 두고 몸을 바람부는 쪽으로 약간 기울여 진행하니 딱 맞다

 

여성 산악인 고미영씨도 순간적인 강풍에 날려 사고를 당했다는게 정설이란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바람부는 사면에서 반대편 낭떠러지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이 마치 영화 적벽대전에서 조조군사들이 촉나라 진영을 향하여 화살을 날리는 장면과 스크랩되면서 멋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면에는 어데 바람 피할만한 곳도 없다

혼자 이렇게 나아가서 될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비바람속에서 도저히 못 기다겠다

와리모 산정으로 오르는 중에 마침 오목한 바위틈이 있어 그예서 일행을 기다린다

 


 

 

 

 


 

 

간혹씩 흰꽃도 있다는데 욕심같으면 그것도 보고싶다

 


 

 

 

 


 

 

 

주변에 식물들을 찍으며 일행을 기다린다

 

 


 

 

 

 

 


 

한참을 이리저리 일부러 서성이며 기다리고 있으려니 일행이 당도한다

저 사람들도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하는데, 구름이 걷힌 일순간 잽싸게 찍었다  

 


 

  

 

와리모다케를 하산하는 사면에 고산식물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특히나 암매가 많은 곳이었다

 

와리모 산정을 거진 다 내려갈쯤 미쯔마다 산장에서 하시바다케를 거치지 않고 좌측으로 돌아오는 우회로를 만난다

도면상 표시대로라면 우리가 온 길이 2시간 20분 소요되고 우회로는 1시간 30분 소요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만 그 출발지점에 길이 위험함을 감수하고 가라는 경고판이 있었긴 하다 


 

 

 

 


 

하쿠산이찌게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못해 초원같은 곳을 지나고 있는데 눈앞에 북알의 단골 뇌조(라이쵸우)가 있다

살금살금 다가가 사진을 찍어도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원래 이 새가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 하드라만 그래도 명색히 사람이 옆에 있는데 기분 나빠진다

 

홍도가 살째기 스틱으로 대가리를 건드리며, "저리가~세끼야.." 하니

아주 무슨일이 있느냐는 듯 어슬렁거리며 일어나 저쪽으로 걸어 가는데,

참말로 귀여운 병아리 한마리 품속에서 튀어 나오드만 제딴엔 전속력으로 저쪽으로 내뺀다


 

 

 

 


미쯔마따 산장에서 스이쇼우 산장까지 3.5km......2시간 40분 소요

 

水晶산장에 당도하니 한시가 넘었다

바깥으로 얼마나 비바람이 심한지 니시다케 산장처럼 사람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문을 살째기 밀고 들어가니 참으로 친절하기 그지없다

 

일단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지만 이 비바람속에서 텐트 칠 일이 걱정이다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는 젊은 처자가 있는데,

우리가 일단 밥먹고 가다가 대충 어느 지점에서 텐트박을 할거라 하니 장비가 있냐는 둥, 이 비바람에 되겠냐는 둥, 이런저런 걱정을 해 주는데 통상의 일본 사람 답지 않다

 

점심을 끝내고 짐을 챙겨 출발에 즈음하는데,

예의 그 처자가 문을 밀고 내다보며 그냥 산장박을 하면 어떻겠냐는 눈빛을 보낸다

누군들 이 비바람에 텐트치고 싶을까

다만 쩐이 문제일 따름이지

둘러서서 각자 남은 비상금을 모아보니 대충 한박 때릴수도 있겠다

 

참말로,,,

그날밤 더 진행하지 않았음을 얼마나 다행으로 여기며 서로를 위안했는지,

비바람이 날이 어두울수록 더 심해져요


 

 

 

 

  

난로가에서 카메라 따위도 말리고 젖은 물건은 건조실에 넣어두기도 하며 시간을 소일한다

그 산장에도 책이 제법 있다

이것저것 읽어보니 이 水晶岳 근방으로 북알에서 제일 쎈바람이 분단다

순간 풍속 70m까지도 분다는데 이 스이쇼우 산장의 건립내력을 보니 짓는 도중에 두번이나 강풍에 날려가고 말았단다

그것도 두번째는 다 지어 놓고 날려 보냈단다

 

어떤책은 너무 재미가 있어 사람들 자는 동안에도 헤드렌튼 걸고 한참이나 읽다가 잤다

꿀꺽~

그 책 참 탐나데


 

 

 

 

 여섯째날,


아침 4시 30분에는 출발하자는 것이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그 여파로 날마져 제대로 밝지 않으니 다들 사기가 떨어져 출발할 엄두를 못낸다

이리저리 대기하다가 6시가 가까워서야 비바람속으로 문을 열고 출입문을 나선다

산장의 직원들이 걱정스러운 듯이 배웅을 하는데, 그런데 그거 뭐 일단 나서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더만

 

어느 얕은산(?) 하나를 치고 넘으니 2년전 미쯔마따 직원들이 스이쇼우 산장에 순찰차 헬기로 오다가 추락한 곳에 이른다

하늘에서 떨어진게 아니고 어데 착륙하다가 쳐박힌 모양이다

열명중에 두명쯤 죽고 나머지 생존자들은 걸어서 산장까지 가서 구조를 기다렸다 하니 말이다

 

빙하가 형성한 대표적인 사면이다

어제 내쳐 왔으면 여기쯤 텐트를 치고 말았으리라

하지만 가다가 보니 이 길에 진짜로 좋은 텐트장 많더라

산장 아가들은 산행을 아니하니 그런 정보를 몰라요


 

 

 

 

 

 

어따~ 이노머 비와 바람,

이날 산행은 두시간쯤 가면 있는 다께무라 신도로 우틀하여 오마따 온천방면으로 하산을 하리라 협의한 바다

일정보다 하루 빨리 산행을 종료하는 택이다

 

"오른쪽에 날릴 공간을 최대한 확보 해 놓고 걸으시시오~" 하니 모두들 그 악조건에서도 키득거린다

별사람이 죽나

저런데 떨어지면 죽는게지


 

 

 

 

 

 

 

아침밥도 못드시고 욕 봅니다요

그래도 바람에 안날라 가는 것만으로도 고맙지요


 

 

 

 

 

 

 

그래도 한번씩은 구름이 홱 걷히며 지나온 길을 보여주고 그런다

자고로 산행이란 조망 양호함이 압권 아니겠는가


 

 

 

 

  

배가고파 도저히 못가겠단다

여기서 무슨 이상한 걸 꺼내서 그것도 맛있다고 사이좋게 나눠 먹었었는데.....

아하~ 안주할라꼬 가져간 땅콩이구나

뭐, 생라면도 좀 남았고 생쌀도 있고하니~~~


 

 

 

 

 


 

오늘 우틀하여 나아갈 미나미마사고다케와 오마따다케 능선이 잠시 조망된다

그땐 별로 기대도 안했는데 나아갈수록 날이 좋아지는 거 같다

하쿠산이찌게와 시나노낑바이 꽃밭


 

 

 

 

 


 

꽃이란~


 

 

 

 

 

 


 없는것보다야 있는게 열배쯤 좋은 물건이다


 

 

 

 

 


 

드뎌 하산길로 우회하는 마사고다케 6부능선 쯤이다

마사고산정은 표고 2847m이고 미나미마사고다케 2713m, 오마따다케 2379m, 그리고 하산지점은 1500m이다

내려갈수록 점점 고산대에서 아고산대, 저산대로 옮겨가는 형국이다

당근 식생하는 식물도 그 차이를 확연히 드러낸다 


 

 

 

 

 

 

 

 

우회로에 서서 뒤따라오는 두 노친네를 기다리니 한참지나 저쪽 산마루에 모습을 드러낸다 

비는 간간히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산정에 바람이 얼마나 쎄면 땅에 붙어 자라는 눈잣나무가 넘어갈까

하이마츠 그렇게 죽어 있는데 그 곁에 핀 하늘매발톱 태평스럽다 


 

 

 

 

 

 

 

 

암벽에 붙은 시코탄소우(色丹草)가 멋스럽다


 

 

 

 

 


 

 

 

사스레나무가 눈에 띄기 시작하는걸 보니 표고가 2500m에 접근하는 모양이다

마사고다케를 되돌아 보며~


 

 

 

 

 

 

 

비만 그쳐주면 소원이 없겠다하니 그 말을 산신령이 들었나

차츰씩 하늘이 걷혀준다

야리가 구름목도리 두르고 있다


 

 

 

 

 
 

치시마기쿄우(千島桔梗),

고산대의 바위지대나 사토지, 바위틈 등에 자라는 다년초이다

꽃봉우리안에 길다란 흰색털이 자라 있는점이 비슷한 종인 이와기쿄우와의 차이점이다

 

음,,,

이놈이 치시마인이 이와인지 확실치 않다는 이야기군


 

 

 

 

 


 

水晶岳에서 마사고다케로 뻗어있는 능선,

점점 재수가 좋아지려 하고 있다 


 

 

 

 

 

비가 그쳤기로 적당한 곳을 골라 아침으로 라면을 끊여 먹었다

야리가 구름에 덮였다걷혔다 하는 모습이 제법 장관이더라 

  

꽃은 물기를 머금고 있으면 더 예쁘다

아가들 세수하고 나서 보면 더 귀엽듯이 말이다


 

 

 

 

 


미나미마사고다케 산정이다

등로는 이 산정 50m 못미쳐서 좌틀하여 이어간다

일부러 올라와 보았는데, 호연이성은 그렇게 불렀는데도 맛이 간 카메라 들고 조물락 거리느라 등로따라 가 버렸다

지나온 산길이 제법 맑아졌다


 

 

 

 

 


  

 

어제는 비바람속을 지나오느라 저런 멋드러진 곳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하시바다케와 와리모다케 산정

저 하시바 산정에 그토록 꿈같은 연못이 있더란 말이지


 

 

 

 

 


 

구름은 거진 걷혔는데 박무로 인하여 조망은 그리 좋지는 않다

무슨 욕심을 더 낼까

야리와 유황산


 

 

 

 

 

 


미나미마사고다케에서 한참이나 서성거리다 안부로 내려와 호연이성을 만난다

캬~

지나온 산길이 윽수로 멋져졌다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30분간 휴식이다


 

 

 

 

 


호연이성이 맛간 카메라 들고 입맛을 쩍쩍 다시드니만 수첩을 꺼내 앞산을 보며 열심히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다

크큭...

산을 그리고 있다

경찰아저씨가 재주도 많아요

어째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더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100점~~) 

 



 

 

 

 

 

고산대에서 아고산대로 접어 들었다는 걸 확연히 알겠다

지난 겨울날 눈속에 파 묻혀 고생한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자라고 있다

 

 

 

 

 

 

 


물기를 머금고 섰는 스가자쿠라가 참말 이쁘다 

꽃이 벚꽃을 닮았긴 하다


 

 

 

 

 


 

사태골

실제로 보면 훨씬 위태롭다


 

 

 

 

 

 

 

 

마사고산정과 그 뒤로는 일본 3백명산에 속하는 野口五郞岳이다

당초의 일정대로 라면 저곳을 훨씬 지나야 하는데...

뭐 아쉽다는 말은 아니고,, 


 

 

 

 

 


 

 

야리와 유황산


 

 

 

 

 

 

 

해발 2350m 쯤이다

이건 가문비나무 일까? 

지리산에 있는 이런 종류의 나무를 어떤 사람은 주목으로 알고 어떤 사람은 구상나무로 아는데,

사실은 가문비나무가 많다 


 

 

 

 

 

 

 

 

 

요쯔바시오가마(天拘平) 


 

 

 

 

 

 

조망이 아주 좋은곳에서...  

홀라당 벗고 제대로 거풍했다

혹여 지나가는 산객이 있었다면 십겁했을 기다만 그 길에서 사람구경 할라마~


 

 

 

 

 

 

 


거풍소를 떠나며... 


 

 

 

 

 


 

 

풍경


 

 

 

 

 

 

 

오마따다케를 마지막으로 본격적으로 하산길이 시작된다

북알을 갈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이런 종류의 수림을 지나 내려올때는 뭔가가 허전하더라

그게 미련일까

또 한해가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은겐가


 

 

 

 

 


 

녹음지다 

시기가 언제인데 이제야 싹이 터요


 

 

 

 

 


 

표고 1600m쯤 이다

융기와 침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북알프스 히다산맥인데 이곳에 서니 참으로 실감난다


 

 

 

  


  

 

서쪽능선지나 오오뗀죠우다케이다

大天井岳도 이 방면에서 올려다 보니 참말로 웅장하더라


 

 

 

 

 

 

 

 

1550m쯤..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제법 절경이더라

저 아래로 속세의 다리가 보인다


 

 

 

 

 
 

다카세강이 만나는 지점에 오마따 산장이 있다

휴업중인 산장이나 사람은 산다

길을 묻는 우리에게 친절히 가르쳐주며 공짜 온천도 있으니 즐기고 가라한다

 

담그고 들어 앉았으려니 산속에서의 피로가 일시에 풀리는 듯 하다

물이 참 따시더라


 

 


 

강쪽으로 노천탕이 또 하나 있다

그쪽도 공짜이니^^~

찬물도 흐르길레 냉수탕도 하다가 암만해도 조금 덜 차거워 같이 저 둑을 넘어 다카세 강에 퐁당했다

그런데 조금만 잘못 쓸리면 아무리 수영에 자신이 있다해도 시체 찻기도 힘들겠더라

물 하나는 마음에 들게 차갑다


 

 

 

 

 


 

수염 밀고나니 홍도가 보드니 5년은 젊어 보인단다

장비 늘어놓고 한가한 시간 보낸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민생고도 해결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