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고 있으면서도 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 정도로 산이 부르는 날이다
그 내음세를 속세에서는 견디고 있을 수가 없다
너륵바위에 앉아 긴 점심공양을 가지다
고향 바다가 훤히 보인다
이날은 특히나 동쪽 하늘로 구름띠 아주 멋졌다
제법 산이 붉어져 있을터이라 여기고 갔는데 아직 파랗다
진주가 저리 환하게 보이는 날도 흔치 않으리라
참 기이한 인연이다
누가 아재님을 뒤따라 가면서 최근에 설악 다녀 왔는데 큰비가 내려 입산통제가 되더라는 둥 하길레,
별 생각도 없이 열흘전에 댕기 왔소? 하니 3주전이라 한다
그게 벌써 3주전의 일인가 혼잣소리를 하고 있는데 중청에서 잤다 한다
그때서야 좀 이상해서,
저번에 설악산 가니 진주에 산다는 사람 만났는데 혹시? 하니, 그 양반 뒤돌아 보는데 어따 저번 설악에서 만난 사람이로구나
진주산방에 요즘 신입도 귀한데 영입해야 겠다
바위 아래 보다야 이곳이 술 마시기 좋으제
난 이곳에다가 집 짓기로 하였다
이 자리에서 잔 날수를 합치면 30일도 넘을 터인데, 난 아주 최근까지도 저 바로 보이는 바위가 상봉 꼭대기 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 자리에 텐트치면 꼭대기에서 보이는 줄 알고 피해왔다
이 자리에서의 주능 조망은 제법 시원하다
더구나 구름이 능선을 넘는 날을 만나면, 그 광경보면서 마시는 한잔 막걸리 맛이 정말 기차다
상봉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내려다 보다
난 여태까지 꼭대기에서 이 장면인 줄 알았었다
아재님이 그만 내려 가자는 걸 더 있고 싶다며 거진 한시간이나 머물러 있었을 터이다
중봉 방면도 단풍이 들었거니 여기고 올랐는데 조금 더 있어야 될 모양이다
황금능선과 구름이 조화롭다
요즘 등산인구 줄어드니 지리산정 한가해 좋다
사진찍기 놀이
반야봉에 해 걸리고 날이 어둑해질 무렵에야 내려왔다
30년 전에는 오히려 저 자리 없었다
바위따라 10여미터 더 돌면 한 다섯동 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요즘에서야 그곳이 오히려 자리가 없어졌다
올라오는 길에 더덕 냄세가 진동을 하길레 두뿌리 캐어왔다
향이 얼마나 진한지 그냥 소주만 부어도 더덕주 즉석이더라
구워 먹으니 오히려 더덕향 없데
아차, 나한테 고추장 있었는데 발라서 구워볼걸
소주 한병과 캔맥주 한통을 들고 내 텐트로 옮겨 홀로 홀짝거리다 잠들었다
다시 일어나 보니 새벽 2시 반이다
남은 소주와 맥주로 홀로 음악 들으며 새벽을 맞이하다
해장술 많이 먹으니 내려 갈 일이 태산이더만
일부러 적당히 마신다고 마시는 중에, 에라 모르겠다
숨겨 놓은 거 좀 주시오 카니 캔맥과 소주 한병 수풀속에서 찾아와 건네신다
그리고 아침 일찍 동이가 출발하여 막걸리 세병 공수해 온다
다 마시고 내려가면 일이로다
내려 가면서 한병씩 비우다
내려 오는길에 호원성님 내외분 만났다
아재님 목소리가 얼마나 컸으면, 아직 모습도 보이기 전에 저 아래쪽에서, 아재님이다 하시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제법 오랫만에 만났구나
이후 진주에 이르러 난 2차를 더 했나 보다
참 산다니기 좋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