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때성이 몸 컨디션이 안 좋다고, 일단 거림옛길로 올라 여차저차하다가 상태가 안 좋으면 되돌아 오자한다
산으로 성님 물끄러미 듣고 계시더만, 그쪽은 눈이 많을터이니 독바우쪽으로 가잔다
사실 운전대는 내가 잡았는데, 난 설이고 하니 그냥 착하게 천왕봉에나 올랐다 오면 싶었다
간밤에 숙취로 두가지 일이 안되니 운전대만 부지런히 잡았다
덕산에서 30여분 넘게 기다려 아침밥 사 먹고 새재에 이르렀다
아따 무슨 찬바람이 그렇게 부나
힐끔 눈치를 보며 뽀때성 아프다는 말 안하나 싶다
그 길로 그렇게 접어들더니 또 길도없는 숲속으로 들어간다
따라 댕기다 보면 다 갔던 길이고 다 처음가는 길이다
이곳에서 물을 길잔다
물 길며 일없이 보니 어느 나무가 얼음으로 쌓여있다
저게 왜 저러냐 하니 파이프가 터져 그 솟구친 물이 얼었지 싶단다
그럼 저게 다 고로쇠요 카니, 뽀때성도 말이 막히는 경우가 있더만
아침에 일어나서 별 생각도 없이 설옷(설에 입었던 옷)을 입었다
다녀와서 빨면 되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 바지 참~
발목이 고무줄로 되어있어 등산화속으로 쏙 들어가지더만
가다가 보니 아이젠도 두고왔다
아침에 집 나설때 내 머리위에 아무것도 없으니 저거매가 집어주던 이상한 마스크 없었으면 거진 조난 당했을뻔 했다
이 아래가 독바위 양지라는데, 아주 안 미끄러지려 용 쓴다고 눈길조차 안주고 지나쳤다
집에 배낭도 없어서 마누라 핸드백 배낭 얻어지고 왔구나
건디 저 속에 내 분량 코펠을 넣어 왔어야 되는데 그것도 잊어먹고 왔더라
그 사실도 아주 나중에야 알았다
그냥 찍은게 아니라 저 속으로 나아갔다
이제 산죽밭은 그만 헤메고 싶어
특히나 이런 습설이 얹힌 상태라면~
행님 애로사항 있으시모 언제든 말씀 하시이쇼~
니 오지랖이나 감당해라~
그 길이 사진찍을 정신도 없는 곳이더라만, 길도 없는 암릉지대가 너무 많더만
아이젠이 없으니 함부로 디딜수가 있나
을매나 버벅대었는지 산 내려와 손바닥 아픈것도 신기한 일일세
뽀때성은 장갑을 세개나 갈아끼더라
노친네들 러쎌해 놓은 길 따라가기 좀 미안할 지경이더만
난 (살아 있으모) 75세까지 박짐지고 다니는게 꿈이자 목표인데,
일단 산으로성님 나이까지 만이라도 짐지고 다니는게 1차 목표다^^
진주 독바위가 지천인 듯 한데, 형제 바위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 도저히 직진은 어렵다
크게 좌틀을 한다
나중에 올라가서 보니 오른쪽으로 돌아야 하는 모양이더라만
어디쯤 가니 산으로성님 앞서가는 뽀때성을 불러 세우며 그리로 가면 너무 크게 돈다고 한다
긴가민가 싶은 바위골이 하나 있다
잠시 궁리하다가 일단 그리로 올라 보기로 한다
근데 결과적으로 길이 있었다만 까딱했으면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할 길이더라
당일짐이었기에 망정이지
박짐으로 이 길을 만났다면 제법 큰 욕을 보며 올라왔어야 될 일이었다
필참 아이젠!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신열이 있는 상태에서 진통제 먹고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뿌더만
길 헤메이다 보니 감기몸살이 사라져 버렸단다
중봉 어럼
영랑대 어럼
뽀때성이 한 말 중에 제법 믿음이 가는 소리하나,
영화 같은데 보면 위급한 상황에서 전우야 분대장님 캐감서 자기가 대신죽고 그러는거 순전히 꽁이다
그런 순간에는 그런 거룩한 생각 따위 할 시간이 없다
오로지 내가 어떻게 죽지않고 살아 남을 것인가 그 생각뿐이다
나도 한 오년전에 파도치는 제주 바다속으로 잘못 뛰어들어 나오지를 못해 2시간 넘게 표류한 적이 있다
부모? 자식? 아무것도 생각 안난다
오로지 어떻게 살아날 것인가 머리속에는 온통 그 생각뿐이다
어느 소나무의 말씀 / 정호승
밥그릇을 먹지 말고 밥을 먹거라
돈은 평생 낙엽처럼 보거라
늘 들고 다니는
결코 내려놓지 않는
잣대는 내려놓고
가슴속에 한 가지 그리움을 품어라
마음 한번 잘 먹으면 북두칠성도 굽어보신다
봄이 오면 눈 녹은 물에 눈을 씻고
쑥과 쑥부쟁이라도 구분하고
가끔 친구들과 막걸리나 마시고
소나무 아래 잠들어라
미안하다
그동안 너무 그냥 지나쳤다
산으로님 또 러쎌조 동원이다
벗어난 자리에서 우리 보라고 그러는지 5분 넘게 바지가랑이를 털고 계시더만^^
내려 오는길에 계곡 아늑한 곳 찾아들어 산청흑돼지랑 거제 오징어 구워 먹고 내려왔다
기어이 생라면은 부숴 잡수지 않으시더만^^
진주 대평면 청동기 박물관 맞은편 늪지위에 정체를 알수없는 데크가 수십억원 들여 조성되어 있디
이 존재를 아는 진주시민은 천명에 한명도 안될터이다
셋이서 제방에 서서 아무리 궁리해 보아도 그 용도를 짐작조차 할 수 없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