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 너무 좋다
곡식에 물 들어 가는 소리가 예까지 들리는 듯 하다
물론 이 사진 찍을적에사 비님은 언제 오시나 였다
나는 이 풍경이 참 좋다
이 풍경 속에서 일하고 놀고 곡차 한잔 마시며 사는게 참 좋다
요즘은 산행기 쓰기가 너무 어렵다
도통 글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 일없이 우리나라 문학선들을 펴서는 두어시간 읽고 있다
혹시 그러다 글 쓰고 싶은 생각이 날까보아~
나는 문학이 좋다
문학하는 친구도 좋고,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도 좋다
내가 하는 말들이 전문 작가들이나 하는 소리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는 진정으로 글에 대하여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고 아직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국어 선생이었다
예전부터 도장골 와룡폭포에서 한번 자 보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의 일정은 항시 그곳이 점심시간이었었다
이번에는 짧게 걸어도 산으로 즐거운 사람들만 모았다
물론 형이야 길든 짧든 신경도 아니쓰는 사람이다만
두어시간이면 오를 길을 다섯번인가 멈추며 갔다
09시에 출발이면 폭포에서 점심 먹으면 딱 맞지 않겠나
자꾸자꾸 쉬었다
일부러 점심도 도착하기 전에 해 먹기로 한다
이교수님은 근간에 무릎이 좋지 않다고 하며 한사코 쉬운길로만 가잔다
앞세웠더니 자기가 알아서 (길을 모르니) 계곡치기를 계속하더라
호박이는 내가 아는 여성 산꾼중에 산욕심이 제일 많고 추진력도 있다
허나 오금 저리다의 뜻을 최근에 알아 버렸다 보다
자기가 아픈곳이 오금이라고 어느 아지매가 무심코 일러 주었는 모양이다
식자우환까지야 나설일이 아니고,
그 단어를 안 순간부터 자기는 오금이 아파 많이 걷지 못한다며 자꾸 뒤로 빼기만 한다
이 자리 이 장면은 개인적으로 도장골 계곡치기 중에 제일 뷰티풀한 곳이다
구월이가 꽃길 지나 저 세상으로 가니 우리 싸돌이가 풀이 너무 죽었다
아마도 구월이가 자기를 버렸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보고 있는 마음이 너무 안되었더라
오늘 비님으로 인하여 일찍 하산한 김에 진주시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렀다
뒷자리에 작은딸과 마누라가 타고 있었는데, 참으로 대행사고 날 뻔했다
나는 그걸 막아준게 그곳에 가 있는 구월이였나 그런 생각도 든다
강아지 두마리 더 데리고 와서 싸돌이 대장 시켜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시방은 유기소내에 전염병이 감돌아 분양 중지라 한다
무릎이 안좋다는 이교수님은 앞에만 세우면 꽁무니도 아니 보인다
뒷사람을 챙겨 자기 페이스를 정하면 될 것인데, 어데 사진이나 한장 박아주려 해도 사람이 보여야 말이지
저래 융통성 없는 사람이 교수가 아니 되었으면 뭘하고 있으꼬 물으니,
경란 답하길 폐지나 줍고 있겄지 하는 말이 내도록 그럴듯 하여 종종 술자리의 안주가 되고 있다^^
폭포까지 이르는데 다섯시간 십분이나 걸렸더라
그런데 그런 산행도 의외로 잼나더만
시도때도 없이 쉬면서 곡차 한잔 마시고 나뭇잎 이야기 하고 숨 한번 길게 내쉬고~
우리형은 겁이 너무 없다
그래서 가끔씩 겁난다
평생 배만 탄 사람인데, 작년 봄에 갑자기 이제부터 배 안탈거란다
부모님 혼자(?) 모시기 버겁해 사실 안 말렸다
일없는 김에 작년 8월 화대종주 산악마라톤에 첫 출전 시켰더니 세상에나~
그 나이에 전체 9등을 해버리데
나야 상대도 안되는 건 고사하고 진주 마라톤클럽, 철인클럽 10여명 같이 출전 했던긴데 그들조차 꽁무니도 못 잡았더라
사람 보는 눈은 같은 모양이다
그들 먼저 도착해서 둘러 본 바 이곳이 제일 그럴싸한 장면이더라며 잇따라 나에게 사진찍기를 권한다
예전에도 몇번 찍은 장면인데, 시방 새삼보니 설악산 곡백운 계곡에 그 폭포(이름이 생각 안남)의 한 장면 같다
일단 한숨 자자며~
서로가 마음에 드는 곳에 각자의 집부터 짓기로 한다
나는 굴러 떨어져도 물에 빠지고만 말 이곳에 집 지었다
저번날 경선이가 물에 빠진 그곳에서 알탕도 한판했다
그리곤 꿀같이 단 잠을 아주 잠시 잤다
그러고 나니 쓰리던 속도 더 이상 쓰리지 않더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적당한 음식,
적당한 수면,
그리고 적당한 말이라 한다
항상 이 화두안에서 바삐 움직이고져 합니다만,
결론은 항상 이에 대하여 전혀 고민하지도 않은 사람들보다 뒤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하나 남은 이야기,
사람은 제 먹고 싶은것 먹고, 제 하고 싶은것 하고 사는게 무엇으로 사느냐의 한 답일지도 모릅니다
형이 나에게 묻습디다
나한테 준 후라이팬 포장지 안에 초가 왜 들어있냐?
나도 모르겠으니 일단 촛불을 켜고 생각해 봅시다
그리곤 비가 오는 아침이었는지라 바위 위에 남은 촛농을 치우지 못하고 내려 왔네요
화두 한 장면 같습니다
그리곤 새벽 2시 28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 하더만요
혹시나 큰비되어 계곡물 불어날까 1시간 가량 빗소리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어 버렸습니다
비 온다고 알려준 이교수님은 코골고 잔지 이미 오십오분도 전이었고요
제 기억에 2004년 가을무렵에 비가 12주 연속 내렸습니다
왜 그걸 기억하냐면 그해 첫 백두대간을 6월에 끝내고서 조은산님이랑 지리산에 연속해서 박산행을 갔거던요
그게 열정이었는지 무엇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하고 우리 일정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었지요
참 재미나고 좋은 시절이었는데 그 영감은 시방 어디서 무얼하고 계시는지 몰라
아재님이 주신 침낭카바 정말 물에 빠져도 물이 안 들어온다던 말이 맞더만요
마치 하우스속에서 빗소리 듣고있는 마냥 좋더만요
카바속에서 옷 갈아 입기도 처음입니다
그리곤 바위틈으로 숨어들어 똘똘말아 배낭속에 쑤셔 넣으니 마침 맞더만요
이 틈도 여차하면 하루밤 유하기에는 별 손색이 없습디다
비님 오신다
비쳐 맞은 새앙쥐 꼬라지 되다
저는 적어도 전자의 마음으로 너무 행복하게 잘 내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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