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마근담 길에 유하다

객꾼 2022. 5. 26. 13:43

친구 강대령이 난데없이 불수사도북길을 걷잔다

나는 이전에 두번을 했고 1번 실패한 줄 알았더니, 부산 살적에 부산팀들하고도 한번 종주를 했다한다

오랫만에 친구가 불러 갔다기 보다,

이번에는 기어코 무음주로 20시간 안에 끝내 보자고 약조한 바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내 경우 48시간 이상 술 마시지 않는 경우는 잘 없다

술꾼들 모여들까 일부러 소문도 안내고 갔던긴데,

금요일 저녁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예전 지리산에서 나에게 너무 고마웠다며 예비역 모 중령이 이미 대기하고 있다

지리산 종주하는 그들 세석에서 기다려 수육 삶아주고 압력밥솥에 밥해 준게 이세상 둘도 없는 추억이었다며,

5산 종주 갈때마다 나타나서 방해(?)를 한다

이틀 금주 도로아미타불, 정성이 고마워^^ 3명이서 막걸리 딱 3병 마셨다 

그리고는 48km라는 그 산길을 둘이서 하염없이 걸었다

서울산에도 아침 일출이 있다는게 촌놈 문득 신기하더만

금요일 저녁에 가서 하루종일 걷고서, 막걸리 한잔 나누고 토요일 심야버스로 내려오는 산행도 나름 재밌더라

요는,

강대령과 약조하기로 앞으로 살아서는 불수사도북 길 걷지말자 하였다

 

 

산으로 형님과 중봉에서 하루 유하고 오자는 약속이 상봉 야영때 있었다

둘이만 가기가 약간 심심한듯하여 친구 초암에게 권하니 흔쾌히 동의한다

출발전야에 산으로 행님께 사단이 생겨 못가시게 되었다

약조한 시각 초암을 만날적에, 이미 중봉은 내 마음에서 떠나 있었다

그 전 서울 5산종주의 피로가 안풀린 바도 있고, 그 피로를 풀려 몇일 과음한 탓도 있었다

친구야 그냥 조용한 숲속에 가서 힐링이나 하고 올만한 곳 없냐

나도 알고있는 길인데 그 임도의 시작과 끝을 몰라 차로써는 혼자 못올 길이었다

자기는 홀로 두어번 자고 간적이 있다 한다

그 산길 정말 꼬불꼬불하더만

도착하자마자 집짓고 아침겸 점심을 먹고나니 할일이 아무것도 없다

더구나 술은 피쳐맥주 딱 한병 가지고 온바라 밤에 마시기로 하였으니 더 할일이 없다

눈뜨고 텐트안에서 다섯시간을 뒹굴다 점심겸 저녁을 먹기로 한다

 

 

아직 해는 중천에 남아 있는데 피쳐 한병도 바닦이다

뭐하지?

책이나 읽을까?

차를 뒤져보니 마침 예전에 읽다가 만 한권이 있다 

 

오후부터 새벽까지 책을 읽고 있으려니 초암은 많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건데 그 재미있는 책을 왜 읽다가 그만두고 읽기를 잊어버리고 있었을까

집에 와서도 읽고 있으니 왜 또 갑자기 책을 읽냐고 마누라마져 신기해 한다

이 곳은 여름지절에 가면 딱 어울릴 곳이다

다만 날벌레가 많아 대형 모기장 하나 챙겨가야 겠더라

 

구월이 이야기는 그동안 이방 저방에 수십번은 올렸지 싶다

그래서 소식은 전해줘야 겠다

진주팀 권배사가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1주일 아프고 죽자던데,

정말 건강하게 오래 살았다

강아지때부터 묶어 키운적이 없다

우리 딸들이 많이 서운해 한다

아침에 가보니 두 앞발 가지런히 모우고 그 위에 턱을 얹어 아주 편안한 표정이길레 불러보니 숨을 안쉰다

녀석이,

죽기전에 이틀간 농장 곳곳을 비틀거리며 확인하러 다니더란다

 

그날이 권농일 행사날인데 험한꼴 안보이고 잘 갔다

아주 좋은 땅 깊이파서 잘 묻어 주었다

버드와이저도 한병 부어 주었다

꼭 농사철 시작되기 전에 민폐될까 꽃길건너 저나라로 간듯하더라

많이 보고싶기는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