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천왕봉 지나다

객꾼 2022. 6. 14. 16:00

백지점장이 벌써 정년을 했단다

스무살때 나는 장발로 자기는 파마머리로 만난지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몇 있는데 천왕봉에 한번 올려 주란다

그 중에 한분은 산을 아주 좋아해서 이산저산 많이 다니시는데 아직 천왕봉은 못가보았다 한다

약간 고개 갸우뚱 하기는 한 사연이다 

물론 제일 쉬운 부탁중에 하나이긴 하다

요즘 천왕봉 안내산행 자주한다

정년하고 이걸로 아르바이트나 할까

외국으로는, 나보고 안내만 해주면 사람들은 자기가 모아 주겠다는 약간 엉뚱하면서도 마당발이 있기는 하다

 

 

여하튼 그들 BMW 타고 서울서 내려 왔더라

촌놈 BMW 타고 지리산 처음 가 봤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 남쪽으로 오면 왜 내려온다는 표현을 쓸까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약 10여년전에 대구철인 호연성님이랑 인천 아라뱃길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한적이 있다

총알같이 달려 서울 지나 충주호 상류에 이르렀는데 누가 그 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더만

혼자 중얼거렸지

'저 인간들 서울 사람들 똥물 다 받으며 뭐하는 짓이고?'

호연성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묻네

'얌마~ 한강이 어디서 어디로 흐르노?'

'아! 행님 우에서 밑으로 흘러 온다 아니가~'

나는 그때까지 한강이 서울에서 남쪽 충주쪽으로 흐르는 줄 알았다

백두대간 그때 3번 했을때고, 한강기맥, 영월기맥도 끝마친 때였다

산자분수령이라 했는데 산을 걸으며 한번이라도 생각을 해 보았다면 그런 우는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리산에 처음 오른다는 분, 36년 만에 오른다는 분, 그래도 친구는 아주 까마득한 예전이지만 4번째라더라

거북이 식당에서 막걸리 두되 마시고 올랐다

물론 배낭에 4병 따로 넣고~

한분 행님빼고 그들은 겁이나 막걸리를 입에도 대지 않더라

호연지기가 생기니 지나가는 미군도 검문해지더만

술이 한잔되면 영어도 잘돼요

물론 더 어려운 대화는 준이라는 갑장이 해 주었지만^^

 

그 인연 참~

사라수님이 성삼재에서 시작해 세석에서 자고 천왕봉 지난다는 말은 내 산행기 답글에서 알고는 있었다

건데 홀산 카페에서 안지는 15년쯤 되었지만 아직 만난적이 없다

사진으로야 몇번 보았지만 사람치가 있는 객꾼이 지나는 사람을 어찌 퍼뜩 알아보나

언뜻 지나치는 사람이 있어 혹시 사라수님? 하니 바로 맞네

처음 만났지만 그 정은 딱 15년지기더만

반가웠소이다 누님~

 

 

근간에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비님이 오셔 천왕샘도 간만에 목을 축이고 있다

그런데 천왕샘 앞에 저 경계줄은 왜 쳐 놓았을까

사람들 보고 물도 마시지 말고 목말라 죽으라는 이야기는 아닐테고~

혹시 그 줄 없어지면 제가 끊어서 가지고 내려 왔다는 생각은 마시길^^

 

참 리얼하고 처절한 장면이다

그래도 나름 백지점장은 오전마다 북한산으로 오르는 연습을 제법 하는 듯 하더만

다른 분들도 아마 그랬을 거야

 

눈은 안풀렸군^^

나름 개인의 역사들에 있어서는 장엄한 순간이다

왼쪽 저 행님은 지리산 두번 도전했다가 실패한 이야기를 몇번이나 하시던거 같은데 그때마다 막걸리를 마시고 있어서리~

 

당초는 장터목에 가서 라면이나 끓여 먹을라 했는데 올라 오는데 시간 다 쓰 버렸다

마침 점심시간이고 하여 정상에서 10여미터만 돌았다

정상에서 라면 끓여먹은 일이 신기한지 또 그날밤 안주가 되고 그러더만

 

이날 날이 온통 안개빗속이었는데 그에 대하여 아쉬워 하는 분들은 아무도 없더만

그냥 지리산 정상에 올라왔다 이것만으로 100% 만족이데

다만 나는 보여 주는김에 더 멀리까지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내도록 있었다

 

 

이 자리는 단연코 겨울이다

그것도 눈이 아주 많이 내린날의 맑은 뒷날

 

이곳에서 향적대로 지나는 그 길 이벤트 한번 해줄까 싶은 마음이 있었다

헌데 자신이 없데

나는 열번 간 길 오륙스를 켜고 걸어도 알바하는게 예사자너

 

장터목 정상부까지도 이제 녹음은 다 덮었다

곧 무성하다가,

곧 떨어지겠지

그렇게 또 일년이 지나가는 거야

 

유암폭포에서 처음으로 자기들 사진기로 찍기놀이 하더라

그러곤 그날밤 여기서부터 날머리까지 아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이구동성이더만

산은,

마음을 놓으면 안됨

어느 지인이 차소리 들리고 날머리까지 6시간 걸리더란 경험을 이야기 했을 때 난 이심전심이었지

 

이분들이 모두 서울 농협지점장 출신들이란다

예전부터 느꼈는데 농협은 의리가 좀 있데

그날 진주에서 몇몇이 모여 환영회를 해 주는데, 난 말 그대로 객꾼아닌가

공짜 술이라고 얼마나 마셨으면 그 자리에 산거북이성 같이 있는 것도 잊어 먹었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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