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아재님이 올해 일흔하나시다
재작년 약조하기로, 1년후 칠순잔치를 천왕봉에서 하자고 했는데 집에서 꼼짝도 안하신다
특히 천지로 돌아다니는 객꾼이 가자하면 더 손사레 치신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게 사리신 아재님은 코로나 한번 걸리셨는데, 나는 세번인가 확진자들 하고 잤는데도 멀쩡하더라
1년 지났지만 더 늦기전에 가시자 했다
어쩌면 아재님의 마지막 상봉박이 될 수도 있으니 마음 오지게 먹고 약한소리 마시라 했다
예전에 천왕봉 올라갈때 이 길로 지난거 같은데 하도 세월이 지나 확실치가 않구먼
그렇게 하기로 해 놓고도 집에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신이 없는갑다
너희들에게 민폐가 되니 우짜니 하시기로, 고마 딴생각 말고 50리터 배낭에 침낭이랑 텐트만 넣어오시라 했다
강하게 밀어 붙이면 안되는 법이 없는법, 혼자 이틀간 특훈을 하신 모양이더라
차를 순두류에 파킹시켜 놓고 오르면 여러가지로 편하다
헌데 아재님이 생각보다 잘 걸으시더만
나는 그 배낭 내가 메고 행님을 뒤에서 밀고갈 각오까지 했는데 말이다
한라산은 뒤에서 밀어 올라 한밤 자고온 적이 있기는 하다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해 먹고 간다
오르는 중에 공단직원 두명이 우리를 추월하고 간다
나는 보아하니 구급약통 채우러 온거 같더니만, 아재님이 물어보니 순찰 나왔단다
아재님 경험에 의하면 저놈들은 상봉정상에서 빨리 내려가도 17시는 되어야 한단다
그리하여 어디로 숨어들어 그들 내려 갈때까지 기다려야 된단다
하여 오랫만에 옛길 개선문으로 접어들어 보았다
여기 이 자리에서 저 자세로 그들 내려갈때까지 기다리잔다
딱 5분을 못 견디겠더라
통나무님이 배낭을 메고 척후를 나서보기로 했다
다행히 매트가 배낭안에 파킹되어 있더라
아재님의 약간의 반대를 잠재우고 척후로 출발한지 30m 만에 구급약통 채우고 내려오는 직원들과 조우하는 소리가 예까지 들린다
참으로 재수좋은 순간이었다
그때가 15시도 아니된 시각인데 하릴없이 벌레랑 놀고 있을 뻔 했다
천왕샘 물은 콸콸 넘친다
여기서부터 이 시각 이후 우리세상이란다
돌아가며 등물도 쳤다
산신령님께 절할일이 있어 상봉으로 올랐다
내가 소주 따르고 정성껏 4배를 드리니 아재님도 잔을 비우고 새로 채워 재배를 하신다
그리곤 합장하고 아주 오랫동안 무언가 축원을 하시더만
나이든 사람 절하여 축원할 일이 무어겠나
자식들 잘되고 손주들 잘되라는게지
아재님은 2년반 만에 상봉에 오셨단다
나는별 감흥도 없더만 저 광경을 보고 빨리 찍으라고 난리법석을 뜨시기로 찍어야 했다
나는 한군데 더 들를 곳이 있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 올때마다 술이나 한잔 올릴거 같아도 이 앞전 두번은 빼 먹었다
나는 제법 최근까지 저 봉우리가 상봉인 줄 았았다
그리하여 사진찍은 이 자리에 박지가 좋은곳이 있음에도 치지 못했다
역시나 돌탑은 무너져 있더라
9층은 너무 어렵다
7층에 만족하기로 하고 제법 오랫동안 버티라고 정성들여 쌓았는데도 내 돌아오기 전에 무너지더만
이곳엔 2배하고 산신령님께는 4배가 맞을게다
두분은 텐트를 가져 오셨고 통나무님이랑 나는 또 배낭커버다
자리 비좁을 걱정 없어 좋기는 하다
산으로 행님이 오시면 항시 생선은 기본 준비물이다
가운데 놈은 다금바리다
참고로 이 후라이팬이 억수로 큰 것이다
통나무 행님 이 자리에서 일몰 찍다가 안되겠다며 정상으로 올라 가신다
나는 상봉에서 일몰, 일출 안본지 꽤 되었지 싶다
올해만 해도 이 자리에서 다섯번도 넘게 잤음직 한데 말이다
정상에서 반야봉
정상석도 이렇게 보니 참 멋나다
일몰 전경
이날도 속세는 폭염이었다
아따 어찌나 춥든지, 나는 반바지 하나 차림이었는데 아재님 긴바지 여분 아니었으면 취침시간이 달라졌을 게다
판쵸이 쓴 님은 여유롭다^^
여름에 얼어죽는 사람들 많다고 내가 남들한테 그리 이야기 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준비도 없다
매번 배낭이 바뀌니 옷 옮기기도 귀찮은 모양이다
두분은 술을 아니 드신다
아재님 출발할때 중병 둘, 피쳐 하나 건네신다
그리고 내꺼는 따로 챙기지 않으면 윽수로 시달린다
이런밤에는 술이 있어야 한재미 더하기는 하다
자다가 눈이부셔 카바를 쟂혀보니 달빛 휘황하다
이날이 달이 윽수로 크고 밝은 날이란다
돌탑 있는곳으로 일출은 보러갔다
그리곤 두손모아 빌었다
산신령님께 빌고, 조은산님께 빌고, 햇님에게 비니, 그 정성을 알았는지 좋은일이 있더라
되돌아 보니 반야봉쪽으로 달님도 남았다
촛대봉이 햇살 받으니 이채롭더만 사진이 안찍히네
통나무님 말대로 매장에 가서 기계 바꿔주라 해야되나
남은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 하산이다
천왕샘 하단이라는 곳에서 남해바다쪽
주능쪽
상봉
구상나무 사이로~
적당한 곳 스며들어 시원하게 알탕 한판이다
5분 정도 물속에 있다 나오면 정말 피로가 싹 풀리는 듯 하다
그리곤 원지로 나와 아재님 민물고기 거하게 한상 쏘신다
아재님 또 가입시더
친손주가 아니더라도 우째저리 귀엽고 이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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