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골에 가서 이끼나 좀 보고 오자는 계획이었는데 진주에서 저녁 6시반에 모임 약속이 있다
아무래도 약속시간을 못 맞출듯 하여 머리 쓴다는게 취서암에나 들렀나 오자 되었다
나는 두세시간 올라 암자터에서 점심먹고 두어시간 이면 내려올 줄 알았다
산으로 형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 하셨단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곳으로 접어들어 제대로 빨치산 산행한 날이었다
예전 통일신라시대때 부터 있던 사찰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작금의 지곡사이다
예전 지곡사는 스님이 300분이나 계셨고 방앗간만 해도 12곳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의 사찰이었다 한다
경남 5대 선불교 사찰에 속했던 그런 절이 무슨 연유로 겨우 비석 몇개 흔적이나 남겨놓고 타 버렸을까
좀 더 나아가면 좌골과 본골로 나눠지는 합수부이다
왼쪽으로 접어 들기에 느낌이 약간 이상했는데 여하튼 아는 길도 아니니 따라 올랐다
나는 여지껏 웅석봉 자락에 있는 곰골이라는 곳이 험해보았자 뭐 그렇겠거니 하며 시시한 생각으로 와 볼 생각도 없었었다
그러던 차제에 취서암 암자터는 꼭 한번 보고싶었던 마음이 있었기로 접어든 택이었다
한 이십여분 오르더니 길을 잘못 들었단다
도로 내려갈까 잠깐 의논하다가 그냥 이길도 계곡이니 내쳐 오르고 취서암은 내려오는 길에 들러보자 되었다
건데 결과적으로 그때 내려 갔어야 했다
나는 크게 다칠뻔도 했는데 바지 확실하게 찢어지고 다치지는 않았다
뱅글 도는 돌 정말 조심해야 한다
곰골 좌골은 길이 없다
그냥 계곡따라 갈만한곳 찾으며 올라야 한다
산으로님은 오른쪽으로 올라가시더만 아예 한참이나 우리와 만나지 못한걸 보면 제대로 헤메이시다 탈출하신 모양이다
우린 계곡의 좌측을 타고 올랐다
길 없기는 매한가지다
건데 이 길이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 많다
일본 북알프스 일반산행로 중에서 제일 오금저리는 구간이 니시호다카에서 오쿠호다카까지의 구간인데,
어쩔때는 그곳보다 더 무서운 곳을 만나곤 했다
여긴 떨어지면 그냥 중상이라기보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 곳이다
잡을 곳이 하나도 없다
뒤따라 오는 호박이가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마져 들 정도였다
헤메이다 보니 이런 폭포가 나타 나더만
여기서는 어떻게 빠져 나왔는지 기억에 없네
저 폭포는 무슨 수를 쓰도 직등이 안되겠더라
사람들의 손을 타지않아 이끼가 자연 그대로다
나중에 인디언에게 카톡을 보내니 자기는 작년에 좌골 이 길로 한번 올랐다는데 이 길이 맞기는 할까
나는 가급적이면 계곡을 직등했다
그게 돌아 오르는 것 보다 오히려 수월하더라
생각보다 물이 흐르는 바닦이 미끄럽지가 않다
이날 땀을 얼마나 흘렸던지 뒷날 몸무게를 재어보니 거진 3키로 가까이 빠졌더만
코로나로 1주일 격리하면서 매일 술을 마신것도 땀이 많았던 한 이유이기도 하리라
코로나는 규칙적으로 술을 마셔주며 격리하면 제대로 낫는다는 건 내가 생체실험으로 입증한 결과다
좌골로 올라 능선 만나는데 딱 4시간 10분 걸렸다
아따 정말 힘들더만
산으로님도 어지간하면 길 힘들다 안하시는데 혀를 끌끌 차시더만
나중에 하산해서 넷다 말없이 마주보는데 눈만 동그랗게 뜨더라
능선 만나면 그곳이 웅석봉 지척인 줄 알았는데 그 무슨 릿지냐
여하튼 그 등로를 만나 또 한참이나 웅석봉 된비알을 쳐 올려야 했다
아마도 코로나가 아직 완쾌되지 않은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만 오랫만에 제대로 욕봤네그려
막걸리 챙겨오지 않은게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웅석봉 샘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으면 될것을 그것도 귀찮아 헬기장 뙤약볕에 앉아 먹었다
나는 샘으로 내려갈 여력도 없었는데 3인은 내려갔다 오더니 수량 넘치더라 한다
이놈들은 야생 다 되었다
사람들 무서워 하지도 않고 도망도 안 가더라
나도 염소 열마리 정도 키워본 적이 있지만 세상에 염소요리 보다 어려운 것도 별스레 없을거다
살과 살 사이에 하얗고 질긴 심줄들이 있는데 그거 일일히 다 제거해야 제대로 요리가 된다
취서암은 오륙스에 표시가 없다
대충 통밥으로 곰골로 생각되는 곳으로 내려쳤다
건데 우리가 접어든 길은 곰골이 아니란다
곰골을 가운데로 두고 우골택으로 하산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곰골 간다고 갔다가 정작 그곳은 못가고 좌골 우골로 헤멘 택이었다
이 길은 안정이 되지 않아 돌 엄청 구른다
정말 내려온다고 시컵했다
취서암은 찾을 수도 없어 포기하고 안다치고 내려오는데 온 신경을 쓰야할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물이없어 흙을 씻을 수 없으니 샌들이 발바닦에서 뱅글뱅글 돈다
어쩌다 보니 사진들이 다 날아가 내려올때 고생한 흔적들이 한장도 없구먼
뒤쳐져 내려오니 먼저 내려오신 산으로님이 선녀탕에 들어앉아 알탕을 하고 계신다
호박은 저쪽 폭포로 가서 하라하고 우리도 가보니 알탕하기 너무 좋다
하산을 마치니 20시가 넘었더라
진주팀 정기산행을 조개골로 하기로 했는데 이곳이 마음에 들어 바로 장소 바꿔서 다음날 집합했다
모두들 마음에 들어한다
이곳에 모여앉아 시간을 죽치고 있으니 일단의 박꾼들이 지나간다
문득보니 그 중에 목포 인디언도 끼여있다
언제 취서암 간다더니 그곳으로 오르는 모양이더라
계곡으로 갔으니 알탕은 해야지
아주 원껏 놀았네 그려
바닦에 선 것이 아니다
덕불고가 수심을 재어보더니 2미터 50은 되리라 한다
저건 생존수영 방식이다
밑에서 부지런히 발을 놀리고 있으면 상체가 뜬다
예전에 저거 5분 정도 버텼는데 시방은 10초도 버티기 힘들더라
사람이 살면서 수영은 꼭 배워 두어야 한다
그것도 가급적 어릴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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