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함박골로 올라 화개재로 내려오다

객꾼 2022. 6. 27. 10:47

산으로님이 어디로 가신단다

덩달아 마누라도 따라 붙는단다

우리가 함박골로 올랐다는데 나는 그 길도 열번쯤 오르내린것 같다

그런데 그런 길 간다는 것도 잘 들리지 않고 더군다나 다녀오고서도 어디로 다녀온 건지 별스레 남는 기억이 었다

 

 

다만 그 이야기는 기억에 남아 있더라

점심공양 중에 하신 오늘 불 안달아도 되겠다는 산으로님의 말씀~

마눌은 그 말 듣고 날이 이렇게 밝은데 불이 왜 필요합니까 묻는다

산에는 몇가지 필수가 있다

라이터, 렌턴, 우비다

랜턴은 꼭 두개씩 챙겨 다니는데 최근에 하나가 접촉 불량이 생겨 전기기사인 마도님께 고쳐 쓰라고 저번에 건넸다 

 

그리곤 하산해서 이번에 산행기 상이랍시고 지리 99에서 받은 충전식 렌턴을 꺼내 보았다

분명히 충전식이라고 했는데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충전기 꽂는 구멍이 없다

기계치 표 안낼라고 정말 꼼꼼하게 반복해서 기계를 뒤집었다 헥셨다 구멍을 찾았으나 없다

기계를 분리해야 되는 모양이다 싶어 분리해 보려해도 그 또한 방법이 없다

남은 방법은 하나다

해영이 형님께 전화를 넣었다

행님 그 기계 구멍이 어데 있노?

뚜껑을 열어라

뚜껑은 어데 있노?

그리하여 겨우 구멍을 찾을 수 있었다

충전 하고나니 낮에 켜도 눈이 부실 정도로 밝데^^ 

 

 

나는 대체적으로 지리산길은 다 처음가는 길이다

이 길 내가 인솔자가 되어 사람들을 몇번인가 안내했던 기억도 있는데 그 길이 원래 이랬었나 싶다

좋게 생각하면 그 많은 기억들 다 헤아리자면 머리가 터질 일이라 일부러 기억에서 지운다 해 놓자

 

나는 마누라가 인터넷을 하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맨날 음악만 듣는줄 알았다

오기전에 이 길을 검색해 보았단다

제법 험하겠구나 여겼지만 따라 붙어 보았단다

다른 건 몰라도 신발 하나 사 주어야 겠다

뽀때형도 저런 신발 신켜 지리산에 데리고 다닌다고 예전에 뭐라고 했단다

이 자리에서 미끄러워 안되겠다고 내려 가 버린다

나는 진짜로 내려가 버린 줄 알고 애타고 불렀더니 바위 아래 숨어 있더라

 

그 바람에 처음오는 이끼폭포에서 사진도 못 찍었네

누가 같이 가는지도 몰랐는데 담비부부도 왔더라

김사장은 나랑 뜻이 맞다

술을 아주 좋아하거던^^

담비는 보니 많이 똑똑하더라

내가 배낭에 무얼 꺼내려 갔다가 무얼 가지러 간지 기억이 안나 배낭 자크를 열었다 닫았다 하고 있으니 객꾼님 뭐 가지러 간지 잊었지요

그거 챙겨 오세요 하는 거 보니~^^

 

건데 이끼폭포가 예전과 다르더라

저렇게 빈약했었나 싶데

산으로님 말씀이 수량이 부족해서 그런 모양이란다

 

이끼폭포부터는 계곡길이 아니라 산길이라고 겨우 꼬드겨 동참시켰다

하긴 자기혼자 내려 갈래도 길을 알아야 내려가지

그리하여 묘향암까지의 된비알을 또 쳐 올려야 했다

 

풍문에 효림스님 안 계신다더니 멀쩡하더만

강아지도 없다는 소문이더니 같이 있더라

산으로님이 나중에 퇴직하면 외국에 일하러 가지말고 화엄사에 손을 쓰서 이 암자를 인수하라더만 물건너 갔다

그 이야기를 스님한테 전하니 시큰둥하더만

그래도 우리한테 호의적인 것은 시주를 제법 정성껏 했거던

예전에 계시던 처사님은 몸이 안좋아 병원에 계시다 한다

암자 마당에 텐트 쳐 놓고 염불하던 때가 좋았는데~^^

 

 

묘향암 샘터는 내 기억과 다르다

스님께 이 샘이 진묵스님 계실때의 그 샘이 맞냐하니 그대로 란다

지리산에서 손꼽힐 샘이다

 

등로로 나오기 전에 폭포수길 빠지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당초 계획은 그 길로 내려올 참이었는데 마누라 헤메는 모양을 보고 산으로님 길을 수정 하신다

시방도 마누라는 길을 다르게 내려온 것도 모른다

삼도봉 모처럼이구나

 

화개재에서 뱀사골 본류의 길은 거진 20년 만이다

이곳에서 그때 부산山사람들 합동으로 박도 하였는데 산장이 원래 이렇게 작았었나

내 기억에 예전에는 이곳에서 운영하는 텐트장도 있었는데 그때와 다른 산장일까

뜯고 다시 지었을까?

 

뱀사골에는 참으로 커다란 소가 많다

지리산길에서는 단연 최장의 계곡길 아닐까

더 깊은 곳이 있나

가을날 단풍이 우거진날 다시 오기로 약조하다

당연히 박으로~^^

 

알탕을 하러 가는 길에 만난 일월비비추 오랫만이라 정겹다

이날 24.85km의 산길을 걸었단다

우리 저거매가 대단하다

 

인월로 나와 김사장이 흑돼지 한자리 맛있게 쏜다

나오는 길에 산으로님은 찌게꺼리를 또 한봉지씩 건네신다

지리산 계곡 알탕후에 마시는 막걸리 한잔은 더욱 맛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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