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불고가 상봉 동릉에 뭘 데포해 놓았다고 확인하러 가자한다
이왕 오르는 김에 천왕샘골로 오르자 하니 이번 산행은 물건 회수에 집중하잔다
칼바위 지나 상봉에 오르니 아홉시쯤이다
나중에 운전을 해야하니 이날 나는 술 절제다
대체적으로 하늘은 꾸무리 한 편이다
정상에 안 올라간다는 것을 할일도 없는데 올라보자 하니 그것도 짐이라고 배낭을 두고 오른다
남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기로 우리도 따라 해 보았다
올해는 유독 상봉 정상에서 사진을 많이 찍네
(사진이 안 돌아가네~)
까마귀라는 새 말이다
물건들을 귀신같이 찾아내 못쓰게 만드는 재주가 있더라
한무더기는 제법 큰 돌로 덮어 놓았던데 그것도 파헤쳤다
그리고 무슨 심뽀인지 병들을 다 쪼아 구멍을 내 놓았다
햇반도 아주 깔끔하게 먹어 치웠다
소주며 맥주는 김이 새 버려 마실게 못 되더라
그나마 매실이랑 작은 소주 한병은 병이 단단했는지 멀쩡하더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빗점골에 가 보잔다
이현상의 흔적을 갑자기 확인하고 싶은 것일까
저 곳은 의신마을 사람들 식수보급소 인데, 아마 지리산에서 제일 요란한 식수대일 게다
물가에 자리잡고 앉아 그들은 맥주며 막걸리에 군것질꺼리들을 비우고 있다
나는 이 근간에 음주문제가 있어 입에도 못대겠다
어쩐일로 이 날은 하산하고 집에와서까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지 못했는지~
이현상 시신안치 바위는 아무런 흔적이 없다
예전에는 페인트로 무슨 글자를 쓰 놓았었지 싶은데 세월이 그 흔적들을 다 지웠다
하긴 20년만에 갔나
그 길로 절터골을 올랐다
예전에 두세번 오른거 같은데 기억이 하나도 없더라
산으로님 왈 한달전에 와도 잘 모르겠던데 그 시절들을 어찌 기억하겠나 한다
이현상 비트는 아까 그 바위보다 더 흔적이 없다
이곳인가 저곳인가 한참이나 흔적들을 찾아 돌아 다녀봐도 그럼직한 잔재들은 없다
참으로 세월무상이로다
우리는 그냥 이 자리에 움막하나 짓고 좌우로 도망치기 좋은 곳에 자리잡았었나 보다 하고 말았다
절터골은 참 메리트가 없다
이현상 마지막 흔적 남은 곳이라는 거 빼면 더 무에 따질게 없다
계곡도 너무 아담하고~
계곡치기는 뺑뺑 돌지말고 그냥 신발이 장화려니 하며 밟고 지나면 제일 좋다
돌아봐야 구르는 돌 밟아 자빠지기나 할까
그리하여 아주 아담한 폭포가 있고,
텐트 한동쯤 칠수 있는 편평한 곳이 있어 점심공양이나 하고 올랐다
근간에 벽소령 대피소는 새로 고쳐 지었단다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았는데 뭐 별시리 달라진 것도 없는거 같더만
이 곳에서의 별과 달 구경이 좋다지만 나는 이곳보다 겨울 세석평원에 쌓인 눈을 보는게 더 땡긴다
굳이 대피소를 이용할 일이라면 세석을 권하고 싶다
아주 오랫만에 이런 산길 걸어보는 느낌이다
시간을 재어보니 1km에 13분 걸리던데 산으로님을 앞세우면 몇분 더 단축이다
그리하여 코재에 이르렀다
왜 코재지요
코 한번 풀고가라고 코재겠지 뭐
코를 땅에 박고 걸어올라야 할 정도로 길이 가파르다는 거 아닐까
내려 가면서 보니 그렇긴 하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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