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1. 2. 17 ~ 2. 19(2박 3일)
- 1일차 : 23:30 저수령 뚜버기네 합류, 내차로 대강리로 이동 팬션 1박
- 2일차 : 06:40 기상, 8:50 죽령 산행시작, 15:00 도솔봉 도착, 헬기장 야영
- 3일차 : 04:40 기상, 7:40 조은산님 인솔 딸내미들 출발, 8:05 짐꾼조 출발, 12:50 흑목 직전 중식, 14:20 흑목 정상, 하산
○ 동행 : 조은산님
20:00
학원앞에 대기하다 수업 끝난 희인 태우고 바로 33번 국도로 접어들다
동고령 ic에서 내려 성산면 사무소 인근으로 가니 조은산님도 마악 도착해 짐정리 하고 계신다
내 차로 짐을 옮겨 다시 동고령 ic로 접어들자마자 옆에서 무릎을 치며 법석을 떠신다
형수님의 회심의 작품, 오뎅 국물탕을 차에 두고 오셨단다
딸들의 채근도 심한지라 8km쯤 가다 차를 돌려 오뎅 챙겨서 다시 저수령으로 나아가다
예천군쪽에서 올라가니 저수령 가까울수록 길이 제법 얼어 있다
23:30
칼바람 치는 저수령에 이르니 뚜버기차가 미등을 켜고 정차 해 있다
지난 12월에 저수령에 오고 2월에 오니 1월엔 뭐 했나
이번 겨울이 오죽 추웠겠소
그래서 1월은 쉬고 2월에 이어가는 참이겠다
혜지와 혜인 차 속에서 자고 있다
급히 짐을 옮기고 아가들 채근하여 뒷자리에 태운다
허참~
단양군쪽으로 내려 가는데 정말 시컵했네 그랴
차가 뱅글뱅글 돌데
그나마 차에 로우 기능을 반쯤이나 숙지한 참이라 덜 돌았지 까딱했으마~.
뒷날 산행 끝나고 희라 혜지보고 속삭인다
'어제 차 타고 내려올 때 속으로 사실은 재밌더라~ 꼭 놀이공원 기분이데~'
끄응~ 저가배는 속을 다 태웠구마는....
00:30
애초 별 생각없이 계획하기론 죽령 오름길 모텔에서 숙박하리라 하였는데 깊은 밤에 그곳까지 애써 갈 필요가 있나 한다
대강면 대강리에 대강생긴 팬션이 마침 나타나기로 큰소리로 주인을 불러 늦은 시각 스며 들다
고성 하이 막걸리 서너병 비우고 잠들다
06:40
아침,
일어나니 이미 밥과 국을 올려 놓았다
대충 챙겨 먹이고 짐 꾸려 출발하니 마침 8시다
걱정보다 로면 상태가 나쁘지 않아 무사히 죽령에 올랐다
딸내미들 동계장구 갖춰주랴 배낭쟁기랴 하다보니 20분이 훌쩍 지난다
다행히 날씨가 그리 차지않다
죽령주막을 오랫만에 지나는 구나
옛 사람들의 애환이 제법 묻어 있을 법하다
예전에 이 집을 통채로 빌려 하룻밤 유하며 음주가무한 일들이 새록하다
죽령 옛길 들머리로는 그새 멋드러진 정자 하나 들어서 있다
따뜻한 날이면 비박도 가하겠다
딸내미들과 옛길로 들어서다
눈 덮힌 낙엽송길을 러쎌하며 나아가다
이번 산행은 구간을 역진행 하기로 한다
아무래도 겨울산을 지나자면 오르막 보다는 내리막이 수월치 않겠나 하여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힘들기는 매 한가지 였다만, 도솔봉에서의 야영이 압권이었으니 탁월한 선택 이었다
그리고 뚜버기와 나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냥 출발에 즈음하여 불안한 마음이 많았다
그 상황에서 조은산님이 같이 걸어 주신다니 뭐랄까
봄비는 달마라 했었나
가만히 있어줌으로 뭍 사물을 존재케 하는~
조은산님이 아무말 없이 곁에 가만히 있어만 주는 것으로도 천군만마 였다
내 마음이 그리 편안하니 그 마음이 아가들한테 전달 아니될 턱이 있나
아가들도 내도록 편안해 한 산행이었다
그래도 저 짐을 지고 나아가니 힘은 많이 들데
내가 무슨 항우장사도 아니고,
예전에 54kg이나 나가는 그 도솔봉 정상석은 우째 지고 이 길을 나아 갔을꼬~
눈 속으로 발이 얼마나 빠지나 확인 한단다
눈꽃도 많이 피었고,
하늘 화창하고 날씨 포근 했던 날
도솔봉
도솔봉에 올라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계획 지키다가는 배고파 쓰러지겠다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눈을 퍼담아 라면을 끊인다
눈이 다 녹아 흙탕물이 보이면 딸내미들이 라면을 안 먹겠다고 할 수도 있는 일,
스프를 찢어 눈 위에 휘휘 뿌려서는 젓가락으로 뺑뺑 돌린다
아가들이야 그 영문을 아나
눈으로 끊인 라면을 신기해 하며 맛나게들 먹어요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조은산님이 인솔해 간 큰 딸들은 이미 도솔봉에 올라 정상에서 우리를 불러 제킨다
뚜버기 몇번이나 '어찌 이 길로 돌을 지고 올랐냐?' 한다
도솔봉 막바지로 접어든다
이 곳만 오면 네발로 기어요
음...
막걸리병~
<2005년 2월, 그때도 네발로 오르다>
6시간 10분이나 걸렸고나
오랫만에, 그것도 딸들과 함께 도솔봉에 이르니 기쁨이 몇배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정상석도 훼손이 거진 없다
사방팔방이 훤히 조망되는 도솔봉에 이르렀으니 백두산 신령님과 이나라 모든산 신령님께 국태민안과 우리의 안녕을 빌자
기념 샷~
도솔봉에 이르니 15시다
멈추기도 나아가기도 어중간한 시간이다
어차피 나아가 보아야 한시간쯤이다
한시간 나아갈 것이라면 야영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므로 예서 멈추는게 좋지 않을가 한다
이 순간 조은산님이 아니 계셨으면 뚜버기 성격에 틀림없이 진행하였을 게다
뒷날 진행하면서,
어제 이곳에서 멈춘게 얼마나 탁월한 선택이었냐며 몇번이고 가슴을 쓸어 내렸었다
올 겨울날 강추위에 몇번이고 산속에서 떨어본 바,
소백산 겨울 칼바람에 몇번이고 지독하게 당해본 바,
도솔봉 날씨가 이렇게 포근하고 바람 고요한 적이 있었던가 몇번이고 되뇌이며 감사해 하다
준비해간 휴대용 히터에 숯을 피워 딸내미들 젖은 등산화를 말리게 하고 저녁밥 맛나게 먹이다
딸들이 배를 채우고 침낭안으로 스며든 즈음 비로소 뚜버기와 한잔 소주를 나누며 밤하늘을 원껏 올려다 보다
04:40
간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또한 별로 깨지 않고 푹 잤던 참이라 더 이상 못 자겠구나
오한을 떨치고 일어나 침낭 쟈크를 열어 넓게 펴고는 아가들 침낭 우로 덮어 주고 밖으로 나섰다
텐트안으로 결로가 심해 조금만 건드려도 성애 날린다
하루 지난 보름달은 이 새벽까지도 동그랗다
여명이 어찌나 밝은지 랜턴 없이도 사물이 손쉽게 분간된다
버너를 켜고 꽁꽁 얼은 음식물들을 올린다
남은 도야지 괴기 굽고,
남은 오뎅탕 끊이고,
새로 밥을 지어서는 아가들 깨워 플래밍 선셋 텐트안으로 돌도름히 둘러 앉아 이른 아침밥을 먹다
이날 아침은 오지기 춥다
올 겨울날에 어울리는 날씨답다
더군다나 바람'백'자 값을 하느라고 소백산 칼바람 마져 불어 제친다
대충 아침밥을 먹고,
아가들 옷가지 챙겨 입히고,
밖으로 내몰아 히터 주변으로 모여있게 하고 텐트를 걷고 있으려니 아침해가 뜬다
07:40
뚜버기 자슥~
그 조은 생각을 왜그리 늦게 말하나
한참이나 밖에서 아가들 추위에 오들오들 떨게 하다가 때늦게 이르기로,
"조은 행님이 아가들 데리고 먼저 출발하세요~"
그들 출발 할 즈음 소백산 연봉이 이랬었나 보다
조은산님과 딸내미들 보내고 30여분이나 지나 우리도 겨우 장비 챙겨 따라 나섰다
비로소 여유가 생겨 먼산을 보니 소백산과 태백산 연봉이 겨울 찬공기 속에 선명히 선을 긋고 있다
딸내미들이 걷고 있을 묘적봉 지나 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 추위가 느껴지는 장면이고나
대단한 딸내미들이네요
조은산님이 뒤쳐지는 작은 딸내미들 챙기고 계셨던 모양,
그 사이 큰놈들이 앞서가며 러쎌을 했구먼
힘든건 둘째치고, 저 싸구려 등산화 금방 젖는디.....
한시간 넘게 따라가 겨우 뒤꽁무니 잡았네
행님이 노구(?)를 이끌고 러쎌하신다 욕 보시는구먼요
언능 추월해 러쎌할 생각은 안하고 말이야~
저수령까지 9km 밖에 안 남았다
힘 내자~
눈이 딱 등산로 위로 1m쯤 쌓여 있다
옆으로 돌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등산로로 추정되는 길을 따르자니 예사로 푹푹 빠지니 진행이 몇배로 힘들다
현재까지는 뚜버기 에너지가 제일 많이 남은 듯 하니 러쎌조로 세우고...
두뇌 플레이를 잘못해 가지고 식수가 부족해
마침 고드럼이 중간중간 많이 달려 있기로 그걸 떼내어 갈증을 달래보지만 희한해요
눈하고 얼음은 아무리 먹어도 갈증해소가 안돼~
오늘 저수령까지 가다가는 아무래도 여럿 죽겠다
일단 점심을 먹고 남은 두뇌를 쓰 보리라 하고....
그나마 눈 없고 바람 안부는 곳 겨우 찾았네 그려~
점심공양 후 못봉을 오르다
경사 제법 심한거는 그렇다 치고 오르막에 러쎌이 안된 눈밭이니 두걸음 오르면 반보쯤 미끄러 지데
오르는 중에 마침 위에서 내려오는 부부 대간꾼을 만난다
이틀만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뚜버기를 보고는 잘 모르더니 뒤따라 오는 딸내미들은 냉큼 알아본다
홀산카페 회원인 모양인지 뚜버기랑 반갑게 인사하더라
나는 못 들었는데 그 분이 이후 저수령 가는 동안 이보다 길고 심한 오름길이 세군데쯤 있다 하더란다
못봉에 오르다
멀리로 도솔봉이 제법 선명히 조망된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니 이정표가 서 있다
임도 0.7km 이리 되어 있다
오호 빠지는 샛길이 있다는 이야기 겠다
저수령까지는 5.5km라 하고 도면상 소요 시간은 3시간으로 표시되어 있다
아녀~
3시간 좋아하네
이때가 14시 20분쯤이었으니 이 눈길에 20시까지 당도해도 빨리가는 거여
약간 미련을 갖는 뚜버기와 이렇다 저렇다 말씀없는 조은산님에 맞서(?) 과감히 중도 탈출을 주장하다
딸내미들 눈치 안채게 대화 하다가 드뎌 '그만'을 합의하고 조은산님이 아가들 모아놓고 연극을 하신다
(동영상 안 찍어 놓은 거 정말 후회 돼요)
"에~또,,,우리는 여기서 그만하기로 하고 이 아래길로 내려갈 계획이다. 너희들 중에 혹시 미련이 남아 계속 대간길을 갈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라~"
딸내미들 표정을 보니 그 말을 50% 이해한 놈이 아무도 없더라
다들 눈만 똥그래 굴리고 섰다가 비로소 알아 듣고 한바탕 쑈를 한다
중도탈출 기념 샷~
못봉 탈출 축하 쑈쑈쑈~
임도로 빠져 도로변 마을까지도 2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한다
딸내미들 혹시 마음 놓을까봐 단단히 각오 시키니 내려가는 2시간은 길도 아니라며 룰루랄라다
임도로 부터 마을까지도 한시간 반쯤 소요된단다
여기서 GPS 대왕 조은산님은 직선 산길을 택해 어디로 내려가신 모양이다
우리는 구불구불 갈지짜 산길을 타고 하염없이 돌았다
저 산 이름이 가재봉이었나 뭐랬나~
예천군 상리면 두성리 새별마을이란다
먼저 내려가신 조은산님이 택시를 불러 우리쪽으로 올려 보내 배낭과 뚜버기를 태워 먼저 보내고 농땡이 치며 내려오고 있다
이후 뚜버기 차로 다시 저수령으로 올라 대강면을 지나 죽령에 이르러 내차를 회수해 풍기읍으로 가다
몇번이나 간적이 있는 풍기 온천에서 목간하고, 풍기읍내 한방 삼계탕인가 에서 저녁 묵고 진주로 서울로 헤어져 나아가다
오다가 성산면사무소에 조은산님 내려 드리고 진주에 이르니 새로 한시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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