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랑 백두대간

제23차, 고치령~마구령

객꾼 2011. 6. 1. 23:35

일시 : 2011. 3. 25 ~ 3. 27(2박 3일)

    - 1일차 : 20:00 진주출발, 23:20  오전 오토캠핑장 야영

    - 2일차 : 05:00 기상,  08:25 고치령 산행시작, 09:20 유턴, 11:10 마구령, 12:50 조우, 14:30 마구령 산행종료

    - 3일차 : 03:40 기상, 산행포기 결정

 

동행 : 두루님, 용또산님 

 

 

 

 

20:00

학원앞에서 희인이 찾으니 저쪽 건물안 유리 너머에 서 있다

길가로 다가가 손을 흔들며 오라고 손짓을 하니 눈 만 똥그랗게 뜨고 이쪽을 건네만 본다

저 놈이 산에 가기 싫나~ 카고 있는데, 원 여학생이 옆으로 다가 오더만 툭 치면서 '아빠 뭐해~'한다

보니 희인이다

남의 딸내미 보고 손흔들며 산에 가자고 하고 있었는 갑다 

 

21:30

중앙고속도로 군위쯤을 달리고 있으려니 어느 한순간 소름이 확 돋는다

뭐여?

속도 100 정도로 낮추고 조금 진행하려니 마대 같은게 몇개 도로상에 떨어져 있다

나도 모르게 어어어? 하면서 지그재그로 피해 가는데 1차선에 승용차 한대가 중앙분리대에 머리를 기댄 체 이쪽으로 향하고 서 있다

경황중에도 그 사람 안전이 걱정 되는데 이번엔 갓길과 2차선 중간쯤에 또 한대의 승용차가 이상한 자세로 정차되어 있다

아마도 도로상에 떨어진 낙하물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서로 추돌한 모양이다

 

119에 사고 신고를 하니 고속도로 순찰대에 연락을 취할거라 한다

10분쯤 달려가니 시멘트 포대를 가득실은 대형 화물차 한대가 적재함 포장을 펄럭이며 앞만보고 달리고 있다

범인은 이 친구로구나

막무가내로 달리는 차를 멈추게 할 방도가 없어 걱정만 안고 지나칠 수 밖에... 

 

22:30

풍기아이씨를 빠져 전화를 넣어보니 두루성님 마악 풍기역에 도착한 참이라 한다

태우고 오전리로 향하다

오전리 오토캠핑장을 이리저리 배회타가 마침 적당한 곳을 골라 2박 3일의 베이스 캠프로 삼기로 한다

 

이후 새로 한시가 가까울 무렵 뚜버기 얼굴이 벌게져 당도한다

캠핑장을 제대로 못찾아 헤멘것이야 그렇다 치고, 연료게이지에 빨간불을 달고 돌아 댕기느라 더 벌게진 모양이다

그리고 뇌성같은 또산이 행님 목소리가 적지않은 작용을 하였을 게라 다만 짐작할 뿐이다

 

막걸리 한사발 기울이다가 두시쯤에 잠 들다

 

 

 

 

 

  

 

<오토캠핑장 취사장 전경>

 

 

 

 

 

 


 

05시에 맞춘 알람 소리가 꿈결처럼 들린다

여차저차 후 채비하고 길을 나서다

용또산 성님은 베이스 캠프를 지키라 하고, 두루 성님 기사로 선발하여 고치령으로 나아가다

 

전일 눈이 20센티쯤 내렸기로 고개로 오를수록 적설량은 심해진다

고치령 200m 못미쳐서는 종래 노면이 얼어 붙었다

급히 체인을 장착하고 겨우 올랐다 

 

 

 

 

 

 

 

장구를 갖추고 산행에 즈음하니 8시 20분이 훌쩍 지난다

이때, 희라 말짱하자너~

 

 

 

 

  

 

 

 

<고치령 출발즈음>

 



 

 

 

두루 성님 내려가 베이스 캠프에서 또산 행님을 태워 늦은목이에 차를 두고 우리를 마중 나오기로 하다 

나이가 드니 따지는(?) 게 많아요

저번 산행때 제법 고생한 거 치고, 산행기에 사진이 두장밖에 안 나왔더라고 주정(?)을 하시데 

 

자주 등장시켜야 다음번에 또 오실거고, 맛난것도 많이 가져 오시겠지

하도 많이 싸 오시니 경제적으로 상당히 도움이 되요 험험~

 

 

 

 

 

 

 

날씨는 그리 춥지 않으니 되얏고,

적설량이 걱정이다만 일단 힘차게 출발~

 

 

 

 


 

 

눈이 떡눈이라

꼭 쌀가루에 물을 흠뻑 부어놓은 형국이데

발목 잡고 늘어지기,끈적끈적 달라붙기, 미끄럽기도 한량없어요

 

 

 

 

 

 


 

 헬기장에 올라 먼산 조망하다

 

 

 

 

  

뚜버기 허벅지에 철심 제거한지 10여일 밖에 아니되었기로 나는 앞에서 러쎌한다고 처음엔 몰랐지

희라가 자꾸 배가 아프다고 했나 봐

비로소 낌세를 채고 옆에 붙어 배를 만져 주었지

난 그러고 나면 아프다던 배가 싹 나을 줄 알았어

 

그런데 배 만지다가 실언을 하고 말았자너

"혹시 맹장 아니가?"

마침 근간에 제 사촌중에 맹장 수술한 딸이 있어요

엄살이었는지 뭐였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처음엔 신경성 복통이랬다가 나중엔 거진 맹장염이 되데

지가 무슨 신경쓸 일이 있어 신경성 복통이라는 것도 우습지만 배를 잡고 굴러 삐는데,,,참~나~ 

 

뚜버기 앞세워 딸내미들 보내고 뒤에서 살살 꼬우며 진행하는데,

하도 리얼해서 나조차도 '이러다 정말 맹장염이면 큰일나겠다' 싶어지데

 

 


 

 

 

돌아가기로 결정하고는 '희라야~ 그래도 사진이라도 한장 찍고 돌아가자' 하니 울면서도 폼은 잡아요

산행 한시간쯤에 유턴~

두루성님 전화 넣으니 거진 오토캠핑장에 당도한 참이라 한다

할 수 있나~빠...꾸,,,,

 

 

 

 

어찌보면 엄살도 같은데, 희라가 없는 엄살을 저리 오래한 적은 없었거덩

그래도 앞서서 속도를 내어 빼니 졸졸졸 잘만 따라오데

자기는 신경성 복통이 있는데 그럴때는 우루사를 먹으면 낫는데나~

 

우루사가 무슨 약인지 내가 아나

두루성님 보고 오시는 길에 하나 사오라 했지

우루사 약통에 커다랗에 노란색으로 S 자가 쓰여 있어야 한다네

 

전화도 잘 안 통하는 산중에서,

두루 성님은 약방에서  약사를 곁에 두고, 나는 희라를 곁에 두고 통역한다꼬 제법 애 먹었네   

 

 

 


이때쯤 되니 거진 꾀 부렸데

부릴라고 그런게 아닐 수도 있었는데 괜히 맹장 이야기를 꺼내 가지고 말야

산신령각에 붙어서서 한참이나 주변을 돌며 고찰하더라

 

그런데 우루사 그 약,

그거 진짜로 만병통치약이데

나중에 두루 성님이 건네니 희라 냄세만 한번 맡아 보더만 배 안아프다며 가방에 그대로 넣어 버리데

 

 

 

 

 

 

 

한편, 대간조는 계속 진행이다

희라 돌아간다는 말 듣고 자기들도 불평이 많았는 모양이라

겨우 꼬드겨 진행 했단다

 

 

 

 

 

 

 

 

눈 땜시로 정말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단다

더군다나 마루금으로는 바람에 밀려 더 많이 쌓여 있는게 이치라

 

 

 

 

 

 

 

 

뚜버기가 시원찮은 다리로 러쎌한다꼬 정말 욕 봤겠다

그게 걱정되어 마구령에 차를 두자마자 맞이하러 출발했다만....

 

 

 

 

 

고치령에서 차를 기다리다 하도 아니 오길레 길따라 내려오니 어느 지점에서 멈춰 있다

전화도 불통이고 체인도 끊어져 있다

겨우 차를 돌려 마구령으로 올랐다

다행히 마구령은 양지쪽이라 노면이 그나마 양호했다

 

마구령 고개만디에서도 억수로 고생하며 차를 돌리는데 성공했다

희라와 두루 성님은 고개만디에 두고 짐을 가볍게 메고 마중 나가다

 

 

 

 


 

 

이 눈밭을 헤쳐 올 아가들이 걱정되어 힘을 다해 오르막 1.5km 쳐 올리니 비로소 능선이다

눈이 솜이래야 되나 떡이래야 되나

 

 

 

 


 

 

1시간 20분쯤 급히 진행하니 비로소 아가들 목소리가 들린다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러쎌된 길을 따라...

 

 

 

 

 

 

 

 

힘차게 올라 옵니다

 

 

 

 

 


 

마구령 1.7km 지점 헬기장,

여기서 부터 산길은 계속 내리막이다

 

 

 

 

 

 


 

단체 산행팀들을 지나쳐 내려오니 마구령에 두루성님 기다리고 계시다

4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니 지겨웠을 법도 하다 

 

 

 

 

 

 

 


 아프다던 놈이 삽질을 해~

 

 

 

 


 

이날 계획은 마구령에서 점심 먹고 늦은목이에서 마쳐 베이스 캠프로 돌아가 야영하고,

다음날 다시 늦은목이에서 도래기재까지 진행할 계획이었다

고치령에서 마구령까지 3,4시간 계획한 길이 6시간도 넘었으니 늦은목이 도착도 종잡을 수 없겠다

일단 이날 산행은 여기서 스톱~

다음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멀리 돌아~

 

 

 

 

 

 

 

오전리 오토캠핑장 취사장으로 돌아오니 15시 30분쯤이다

등산화며 장비를 햇볕에 말리고 늦은 점심을 준비하다

 

 

 

 

 

 

 

성님들이 아가들 먹일라꼬 맛난것을 많이도 챙겨 오셨다

오리고기는 역쒸 생고기여~ 

 

 

 

 

 

이후, 양껏 먹이고 20시쯤 강제로 잠재우다

우리도 막걸리 열병넘게 마시고 21시쯤 잠들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깨어보니 또산 행님이 4시도 멀었는데 밥하고 계신다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침낭을 말아 넣고 밖으로 나서니 산행하기에 날씨는 참 좋다

숲으로 들어가 소변을 보는데 눈이 아직 그대로다

 

이 지점에서 눈이 이 정도라면 산중의 눈은 더 심하리라

오르막 500m가 넘는 선달산을 생각만해도 막막하다

이러다 큰 고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취사장으로 들어가니 뚜버기 엉거추춤 일어나 앉아 있다

어제밤 보니 앉을때 다리를 쭉 펴지도 못하던데, 나도 예전에 다쳐 보아 그 곤란을 안다

'어이~ 이번 산행은 여기서 접는게 어떠냐~'하니 자기는 내 생각대로 하겠단다

 

이미 깨어난 딸내미들 다시 재우고, 난데없이 새벽부터 막걸리 타임이다

이후 다시 잠들었다가 또산 행님 성화에 깨어 아침밥 먹고, 풍기온천을 들린 후 각자 집으로 향하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그날 산행을 그 시점에서 멈춘 게 잘한 일이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