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랑 백두대간

딸내미랑 백두대간(제32차, 진고개~동대산~두로봉~두로령~상원사 주차장)

객꾼 2012. 4. 19. 11:18

일시 : 2012.  4. 13 ~  4. 15(2박 3일)

    - 1일차 : 19:40 진주출발, 23:50  구룡령 오대산방 팬션,  00:20  구룡령 뚜버기차 파킹  

    - 2일차 : 04:30 기상,  05:30 진고개로 출발,  06:57  진고개 산행시작, 08:08 동대산, 11:30 차돌배기, 16:37  구로봉, 18:08 구로령, 20:00 상원사 주차장, 23:50 팬션   

    - 3일차 : 10:10 아침밥 먹고  집으로

 

지원조 : 두루 성님, 동생 영관

 

 

 

 

지난 3월에 시컵을 한 참이라 산행을 결정하는데 많이 신중했다

마침 진고개 아래 오대산국립공원 관리소에 지인이 근무하고 있어 몇번이나 산행 가능여부를 조회하고서야 어렵게 나선 길이었다

결과적으로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공원사무소에 앉아서는 산속 사정을 반에반도 알 수 없다는 것인데 가능하다는 말을 믿어야지 별 수가 있나

 

학교 야간자습을 조퇴받고 돌아온 희인이 태워 진주를 출발하니 그예 20시가 가깝다

남해고속도로, 구마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따라가다 국도로 접어들어서도 한시간 넘게 달리니 홍천군 내면 명계리 팬션에 닿는다

딸들과 영관을 내려두고 다시 뚜버기차를 구룡령에 세워 두고 돌아오니 자정이 20분이 지났다

 

두루성님 1년만에 지원하신 참이라는데 그냥 잘 수 있나

소주 서너병 비우고 두시쯤 잠들다

아빠들이 정답게 돌아가며 코를 곯아주어 아가들이 아주 잘(?) 잤다한다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두었는데 제때 일어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밍그적거리다 벌떡 일어나니 4시 58분이다

아침밥은 동대산에 올라 먹기로 하였으니 급히 짐을 챙겨 차에 올라타니 5시 30분이다

 

진고개까지는 73km나 된다

6시 반쯤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하였는 듯 하고 스패츠를 갖추고 출발하니 7시쯤이다

 

 

 

 

 

뚜버기랑 몇번이고 의논하다가 오대산사무소 지인의 조언과 기상청의 예보를 토대로 '이번에 산행하지 않으면 필시 속세에서 후회하고 앉았을 것이다'

그런 결론을 내리고 나선 길인데 일단 등로 정갈하고 날씨 화창함에 오후에 이를수록 더 따뜻해지리라 하니 기분좋은 출발이다

다만, 음지에는 그저 약간의 눈이 흔적만을 남기고 있을 것이리라

 

 

 

 

 

동대산 오름길은 의외로 잘 정비해 놓았다

먼저 금지구간부터 정해 목책으로 막고 플래카드로 협박이나 하는 국립공단이 한 일로 여기자니 의아하다

산림청에서 시행한 공사인가?

 

 

 

 

 

 

예상시간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무난히 동대산에 올라 널리 국태민안하다

요즘 우리가 눈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국태민안을 잠시 게을리 한 결과다 하며 독려 하였난데 딸들은 흉내만 내었고나

 

 

 

 

 

 

기념 샷~

잠시후 닥쳐올 일도 예견하지 못하고 그저 이 순간이 즐거운 소박한 중생들이로구나

 

 

 

 

 

아침밥은 미리 집에서 준비해 왔더라

아부지들의 관심은 오로지 오늘 막걸리를 몇병 가져왔니

남겨둔 두병도 마저 지고 오는 게 맞았다는 둥, 소주를 별도로 두어병 넣어 왔어야 좋았다는 둥 하다

그런 차제에 누가 이 자리에서는 막걸리를 두병만 마시자 하였다가 엄청 구박을 받았다

 

 

 

 

아침밥을 먹고 동대산 북사면을 따라 내려가니 오호 통재라

우째 이런일이~

남쪽 오름길은 거진 완전히 눈이 녹았는데 북사면은 눈이 그대로다

그것도 지난 세월에 몇번 낭패를 당한 떡눈이다

현장이 그대로 전달되는 동영상이다

 

 

 

 

 

 

 

딸들은 뒤로 세우고 아빠들이 앞에서 눈을 다지며 나아간다

속도를 낼 수 없으니 딸들은 신났더라

 

 

 

 

 

살살 어루만지며 걷는다고 걷는데 한번 푹 빠지면 또 처갓집 동네까지다

요즘 그 동네 손님 많이 받는구나

지난 3월보다 더 떡눈이라 가끔씩 아가들도 푹푹 빠진다

빠지면 혼자서는 못 빠져 나오기로 다가가 들어주곤 해야한다

 

 

 

  

 

그 상황에서도 이벤트는 안 빠지는구나

인솔자가 많고 기온은 따뜻하므로 설령 조난을 당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별다른 걱정은 없더라

조난 이야기 말인데, 실제로 러쎌안된 눈이 천지로 덮여 있으니 길 잃을 소지는 항상 있데

그것도 주변 조망이 없는 밤이라면 누군들 장담 못할 상황일 게다

 

 

 

 

 

 

어느 조망 트이는 곳에서 되돌아 보니,

지난번 우리가 그렇게 애를 먹었던 소황병산과 나아가고자 했던 노인봉이 또렷하고나

저 곳 역시 이 날도 같은 상황이겠지

 

 

 

 

 

 

저 멀리로 이 다음 목표지점 두로봉의 앞봉이 보인다

저 까지 우째 가누~

저 곳에서도 10km를 더 가야 하는데......

 

 

 

 

 

 

출발 4시간 30분만에 겨우 차돌배기에 닿았다

계획대로라면 이 시각이면 적어도 두로봉에는 서 있어야 될 시간이다

그런데 저런 돌은 홀로 이 산에 어찌 있누~

 

 

 

막막하다

두살짜리 아가 걸음도 이 보다 빠르겠다

이때쯤 뒤 따라 오던 딸들이 두루성님 보고 살째기 묻드란다

"아저씨~ 우리 중간에 어디로 빠질거죠?"

"모르겠는데......," 성님 시치미 뚝 떼었단다

"아니야 틀림없이 중간에 빠져~ 그렇지 않고서야 아빠들이, 특히 객꾼이 아저씨가 이렇게 느긋하게 진행할 리가 없어~"

 

그러다가 또 묻더란다

"그럼 가다가 탈출할 만한 곳은 있어요?"

순진한 행님이 당했다. 아주 순진하게 굳이 빠질라면 두로봉에 가면 탈출할 만한 곳이 있다 하였단다

"아하~ 그럼 두로봉에서 빠지겠구나~"

그리 저네들끼리 결론 내리더니 행님이 아무리 아니라고 변명해도 들을라고 생각도 안 하더란다

딸들이 여시 다 됐다

 

사실 우리는 느긋하게 걸은 게 아니라 그 이상 빨리 진행을 할 수가 없었다

이번 산행은 어른들은 무척 힘든 산행이었고 딸들은 참 편한 길이었다

 

 

 

 

오후 한시, 목적지의 반도 못 가 점심상을 폈다

좋은 신발 나쁜 신발도 없이 모두 물신이 되었다

흠뻑젖은 양말 벗어 물을 짜 말리고 점심을 준비하며 뚜버기와 신중히 의논했다

 

이미 구룡령은 100% 틀렸고, 두로봉까지라도 가느냐 여기서 밥 먹고 되돌아 가느냐다

되돌아 가는 길도 장난이 아닐 터 일단 두로봉까지는 어떻게 해서라도 가자는 뚜버기 의견이다

옳은 판단이다

 

 

 

 

한시간 넘게 점심을 먹고 출발이다

국립공원에서 표지기를 다 떼어버려 눈 덮힌 길을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저 앞산이 두로봉 전위봉이니 일단 이리로 나아가는 게 맞다 싶은 곳으로 나아갔다만, 내려가 보니 이 길은 왼쪽으로 많이 벗어나 있는 길이다

뒤따라 오던 뚜버기, 국립공단의 표지기 떼어내는 행위는 살인미수죄에 이르는 짓이다며 분연히 중얼거린다 

 

길이 틀렸다는 걸 알고서 급히 우측사면으로 쳐 올랐다

그나마 낮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이고~

그래 인생은 세옹지마라 하지 않았던가

길 잃지 않았다면 우째 우리가 복수초를 구경할 행운을 얻었겠는가

한두송이가 아니라 그 일대가 군락지더라

 

 

 

 

복수초를 사진에 담으려 뒤쳐져 있는데 앞쪽에서 무슨 흰꽃들이 즐비하다 고함을 친다

처음엔 꿩의바람꽃으로 알았는데 노루귀 군락이더라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사진 담기에 여념 없는데 그런 우리를 보고 딸들이 한심하다는 듯이 한마디 던진다

'여기 아름다운 꽃이 네송이나 있는데 무슨 꽃을 찍는다 저러실꼬~'

 

잠시 노루귀 자태 구경 하시라

 

 

 

 

 

 

다시 마루금으로 붙었다

오름길 오르던 희인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큰소리로 항변한다

"아빠!!  이것(대간) 때문에 장딴지가 허벅지 보다 두꺼워 졌다~ 봐라 장딴지 옆으로 근육이 튀어 나온다 아니가~"

덩달아 혜인이도 옳다며 맞장구를 친다

 

내 달리 할말은 없고,

"희인아 괜찮다~ 장딴지에 근육붙은 거 좋아하는 남자도 있을끼다~"

희인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게 아니고 교복 치마를 못 입게 생겼다는 말이다~~~~"

내 보고 우쩌라꼬~

 

 

 

 

두로봉정에 이르니 등산감시 초소라는 게 있다

뭐야~

흉물스럽거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저런 불법 건물이나 지어 썪혀가며 경관을 훼손시키고 말이야

 

여기서 20m 쯤 가면 정상인데 그곳까지 딸들 꼬드긴다고 욕 봤다

 

 

 

 

 

 

딸들을 어서오라 채근하며 산하를 둘러보니 지나온 길이 그리 길지도 않구나

그럼에도 예까지 오는데 9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제일 뒷쪽은 소황병산

 

 

 

 

 

 

시간은 벌써 16시 40분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어른도 아이들도 걱정이 없다

 

 

 

 

 

 

설령 시간이 아주 많이 남았다 하더라도 도저히 못 갈 길이더라

일부러 내려가 길 찾아 보았는데 여긴 더 심하다

저 아래쪽으로는 배꼽까지도 예사로 빠지겠더라

 

 

 

 

 

 

두로봉에서 아빠들은 남은 술,

딸들은 남은 과자 다 먹어 치우느라 아주 푹 쉬었다

동영상 마지막이 참 귀엽다 

 

 

 

 

 

 

 

 

50분을 쉬고,

 

 

 

 

 

 

 

다시 50분을 내려가니,

 

 

 

 

 

백두대간 두로령이다

여긴 엄밀히 말하자면 대간 마루금은 아니다

다만 이리로 붙어 백두대간을 시작하는 경우라면 백두대간이 아닌 것도 아니리라

 

 

 

 

 

두로령에서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6km 쯤이련가

임도는 음지라 눈이 제법 쌓여있고 또한 질척거려 걷기에 그리 한가하지는 않더라

내려 오는길에 암자앞에서 만난 북대사미륵암 보살님께서 아직 잔설이 많이 남았더라며 조심히 내려가시라 걱정한다

 

 

 

두로봉에서 상원사 주차장까지는 3시간 남짓 걸리더라

이건 뭐 그리 권장할 탈출로도 아니다

더구나 다음 구간에 또 이어가야 하니 말이다

 

도착하니 20시, 미리 불러 둔 택시는 10여분이나 있으면 도착하리라 한다

딸들만 태우고 내 차를 회수하러 진고개로 향하다

어른들은 추워서 걸어 내려오고 있을게라 한다

 

진고개까지 30분, 다시 되돌아 오는데 30분, 내려오는 사람들 태워 구룡령 팬션으로 되돌아 오니 12시가 가깝다

모두 내려주고 뚜버기 차 회수해 오다

 

 

 

이 지역에 계곡이 깊더라

전날밤 택시 타고오며 들은 이야긴데, 어느 마을사람이 보니 젊은 외지인들이 허락도 없이 냇가에서 고기를 잡고 있더란다

그래서 즉시 신고 했단다

나중에 누가 잡혔나 하고 가 보니 자기 아들이더란다

 

아들이 자기 학교 친구들 데리고 와 고기잡다가 당한 경우란다

내 그말 듣고, 저거 아부지가 고발했으니 그 아들 벌금 내는 데는 아무 애로가 없겠네 하였더니 운전수가 박장대소터라

참으로 고소,고발 좋아하는 이 새겨 들을 만 하다

 

 

 

 

팬션 주인이 부탁하기로 뚜버기 약조한 사항이란다

팬션 소개 좀 해 주란다

홍천군 내면 명계리 오대산방팬션으로, 연락처는 011-740-5812다

아저씨 아줌마가 사람 좋으시다

내 한번 더 이집에서 자야 된다꼬 하는 말이 아님

 

 

 

우리는 아침 일찍 출발하리라 하였난데 전날 늦게까지 과음했음에 여의치 않더라

세상에 공부 못하게 하는 아빠는 나 밖에 없다하는 것도 그렇지만, 공부가 하고싶어 우는 딸내미도 그리 흔하지 않을게라

여하튼 내 미안하다 했다 

 

뺑뺑돌아 진주에 이르니 오후 4시더라

산신령님~

5월에 우리 나아갈때 비 뿌리기 있기 없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