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12. 3. 09 ~ 3. 11(2박 3일)
- 1일차 : 19:20 진주출발, 23:50 강릉 피크닉 모텔
- 2일차 : 04:00 기상, 06:30 대관령 산행시작, 08:50 선자령, 11:10 중식, 12:40 일출 전망대, 16:25 매봉, 17:00 소황병산 1km 앞 턴 결정, 20:20 전망대 택시 탑승
- 3일차 : 12:00 강풍 주의보 속을 뚫고 집으로
○ 지원조 : 윤일영 성님
★봄갈이(春耕) , 이우당 조태채
茶煙乍歇牛鷄鳴(다연사헐우계명)-차 끓이는 연기 나른하고 낮닭이 울어
睡罷閒窓霽景明(수파한창제경명)-깨어보니 한가한 창에 말끔히 비개인 경치
野外春耕知不晩(야외춘경지불만)-들 밖엔 봄갈이가 늦지 않았는데도
隔籬時聽叱牛聲(격리시청질우성)-울타리 밖에는 소를 꾸짖는 소리
들판을 보며 생각하다
'진주가 봄이라고 강원도도 그렇거니 생각했다간 큰코 다치리라'
진주서 강릉까지가 450km 쯤이다
4시간 30분 만에 닿았으니 천천히 간 셈이구나
오랫만에 일영 형님도 만나 정답게 정을 나누다가 옆방에 딸내미들 이제부터 누워자라 하고 잠든 시각이 1시 20분쯤,
4시에 어김없이 기상하여 밥하랴 국 끊이랴 부산하니 뚜버기 4시 반쯤 일어나더니 옆방에 딸들 깨우러 간다
잠시 후 옆방에 난리가 났다
들어보니 그 시간까지 딸내미들이 잠자지 않았다 한다
하이고~
연상되는 생각들로 하늘이 노랗다
그 아침 딸내미들은 백두대간 시작하고서 제일 험악한 말을 들었으리라
뚜버기 말이 한편 우습다
'가다가 졸린다는 말을 하면 머리고 팔이고 닥치는 대로 때려 죽여 부릴께로 마음 단단히 먹고 걸어!!'
ㅎㅎ 자식이 화내니 전라도 발음이 그대로 나온다
대관령 오름길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를만 하다
그 시간에도 제설차들은 쉴세없이 왔다갔다 하니, 서울 구청에 청소계장 뚜버기 '강원도 제설체계는 서울보다 훨 잘 되어 있다'며 한마디 한다
일영 형님이 계시니 시간이 훨씬 절약된다
형님은 진고개에 차를 두고 역으로 마중 오시기로 한다
이놈들 잠도 안자고 25.8km나 되는 눈 쌓인 산길을 걸을 수 있으려나
제발 등로가 러쎌이라도 되어 있어야 될 터인데....
임도로 갈까
대간길로 갈까 혼자 중얼거리더만 화장실 들어간 뚜버기 뒤에 두고 아는 길로 걸었다
'희인아~, 오늘 길 정말 힘들게다. 모범을 좀 보여다오 부탁한다~'
어따~
그때부터 희인이 내빼는데 뚜버기는 선자령까지 잡지 못했고, 나는 땀을 바가지로 흘리며 뒤따라 간다고 큰욕 보았네
희인이가 속도를 내니 자연스레 대열이 길어진다
뚜버기 이 자식은 저거 딸들이 길이라도 잃으면 우쩔라꼬 이래도 꾸물거리나
앞을 보았다
뒤를 챙겼다
걱정이 되어 전화로 확인하니 아직 자기딸들 꽁무니도 못 잡았단다
이 지점에서 되돌아 보니 대관령이 보인다
잠깐 딸들 세우고 대관령과 영동지방, 영서지방에 대하여 아는대로 설명하니 가만히들 듣고 있는다
희라는 아직 모르는 거 같고 희인이는 수업시간에 배웠다 한다
강사랑님 산행기에서 읽으니,
예전에 대관령길이 사람 하나 겨우 지나다닐 정도 였는데 조선 중종때 고형산이라는 양반이 자비를 들여 넓게 해 놓았단다
나중에 병자호란때 오랑캐가 주문진에 상륙하여 대관령을 쉽게 넘은일이 있어, 적을 이롭게 하였다 하여 묘를 파내 육시의 형을 내렸다 한다
고형산이란 분도 아연할 일이거니와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어이조차 없는 일이다
출발한지 두시간만에 선자령에 닿았다
일기예보로는 이날 오전 9시까지 눈이 오고 대체로 맑을 것이라 했다
시계는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바람이 없고 생각보다 따뜻하여 산길 걷는데 대체적으로 무난한 때였다
하지만,
이 지역에 유독 풍력발전기 시설이 많다는걸 염두에 두어야 했었다
자~
잘 했어요
잠쉬 쉬면서 무얼 좀 먹고가자
우리 막걸리 몇잔 더 마시는 동안에 딸들 보고 추워지기 전에 먼저 출발하라 했다
마침 소황병산까지 간다는 팀이 있어 그 사람들 뒤따라 가라 하고보니,
퍼뜩 저번 고적대일도 생각나고 해서 아이들 출발하자 급히 서둘러 따라 내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대관령쪽으로 가고 있는 아가들 뒷꽁무니 겨우 찾아 급히 불러 돌아오게 했다
너희들은 표지기도 안보냐 하니 아빠가 그 아저씨들 따라 가라며 한다
매봉쪽은 어젯밤 눈이 러쎌이 안되었다
하지만 이 길은 평소에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이라 그 속은 단단하니 별 힘든것도 없다
아이들도 신났다
제각기 짝을 지어 수다를 떨며 신나게들 진행한다
날씨가 차츰씩 좋아지는구나 하며 낙관했다
동영상
곤신봉 오름길이 정겹더라
오르는 그 그림들이 어띠끼나 마음안에 들어 오는지~
멋지구나
동영상으로 남기는 장면
우리 딸들은 눈 볼일 없으니 더 즐거워 한다
나중에 그 일이 터지고 내가 희라보고 살째기 물었다
'희라 눈 좋나?'
'지겨워' 그 대답이 일언지하다
그래
즐길 순간은 즐기는 사람으로 살아라
아직 무너지지도 않은 하늘 걱정하며 살 필요가 있겠느냐
5월쯤이면 이 일대가 더 넓은 초원일텐데...
눈 쌓인 풀밭도 나름 멋은 있다
시각은 11시에 가까워 진다
여기까지는 대체적으로 무난한 진행이다
기념사진도 한방씩 찍어가면서...
4시반이나 되어 그 야단을 맞아가며 아침밥을 먹었으니 밥맛이나 있었겠나
자꾸만 배 고프다 노래를 부르기로 아직 12시도 한참이나 멀었는데 적당한 곳에 전을 편다
이때쯤 우리 러쎌 자국을 뒤에서만 계속 따라오는 좀 나이 지긋하신 3명의 대간팀들이 있었고, 우리 밥 먹는 중에 스키를 신고 소황병산까지 간다는 3명이 지나친다
결과론이지만 그 스키팀들만 없었다면 진행을 더 빨리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밥도 좀 싸 다니자
꼴랑 라면 한사발 먹이고 데려다니니 허기가 빨리지지
동영상
라면이나 따나 점심 먹고 나더니 기운들이 넘친다
12시가 가까워지니 때 아니게 함박눈이 많이도 내리더라
가끔씩 누가 치워줘야 이런 모습이 되겠지
목장에서 하나
행정 관청에서 하나
이때쯤 되니 아이젠이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벗고나니 훨씬 수월하더라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는데 이때도 눈은 허벌나게 많이 내리고 있다
1차적으로 여기서 잠깐 생각을 해 보아야 했다
어차피 일영 형님은 진고개에서 공단 직원들에게 제지되어 출발도 못했단다
결과적으로 그것도 우리를 살린거 중에 하나다
형님이 마주오고 있었다면 어찌됐던 만나야 하니 끝까지 진행했을거 아니겠나
이때는 별 생각없이 지났기로 나중에 이곳까지 택시 올라온거 보고 놀랬다
예까지 택시 못 올라 왔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목장관리소까지 걸어서는 두시간 걸린단다
그런데 그쪽 동네에는 서예하는 분이 귀하시나
필체가 우째 저렇노
정오쯤부터 오후 3시까지는 온통 안개속이었다
덮였다 걷혔다 하는 그런 안개가 아니라 5m 앞도 제대로 아니 보이는 그런 안개다
그라모 2차적으로 한번 더 생각을 해 보아야 될 거 아니겠나
전망대에서 매봉까지는 50여분이면 충분할 터인데 2시간도 훌쩍 넘었더라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같은 길을 3번이나 왔다 갔다 한 곳도 있다
판단을 못 하겠더라
그러면 돌아갈 생각을 해야지 어차피 고생인거 날머리까지 가자고 계속 진행이다
아마도 그때 우리는 마루금에서 벗어나 목장부지안에서 우왕자왕하고 있었나 보다
우리 희인이 갑자기, '아빠 이거 화이트 아웃 아냐?' 한다
그게 뭐냐니 남극 지방 같은데서 갑자기 온 세상이 하얗게 되어버려 방향감각을 잃어 버리는 것이라 한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제대로 알고 있다
500m 쯤의 길을 앞서간 스키자국을 따라가다가는 아니다 싶어 돌아오고, 또 그길이 맞는갑다 싶으며 되돌아 가고...
내 아가들 안 듣는데서 뚜버기 귀에 살째기 말했다
'혹시 나중에 조난 당하더라도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당황하는 모습 보이면 안된다'
뚜버기 별다른 말없이 '그렇지 그렇지'만 연발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같은 길을 세번째 되돌아 가고 있을때 안개가 순식간에 걷혀뿐다
황병산 군사시설이 보이고, 뚜버기 기쁨에 겨워 스틱으로 가리키며 '됐다~ 저기가 소황병산이다' 한다
우리가 죽었다면 그 순간이 죽음의 전조였을 게다
안개가 걷히니 대략 마루금이 보인다
그리로 사선을 그으며 치고 올랐다
역시나 우리는 남의 목장땅 안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었더라
가끔씩 표지기도 나타나고 우리것도 하나 달고 그랬다
그런데 러쎌이 하나도 안 되어 있다는데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도상거리로 여기서 진고개까지는 3시간, 넉넉잡아 4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걷도 있는지도 한시간이 넘었다
야이 이 문디세끼들아~
시각이 16시가 훌쩍 넘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아직도 소황병산은 저만치구나
이 목장부지안은 러쎌이 안되어 있더라도 그럭저럭 지나갈 수 있다
사실 조금 이상하긴 했다
여긴 왜 눈이 얼마 안 쌓여 있을까 싶었는데 밤이되니 알겠데
그리 바람이 쳐 불어 제치는데 눈이 산으로 다 날려가지 들판에 쌓이나
어따~ 미련한 놈들
눈이 무릎까지 빠지는 건 정말 고맙고, 처갓집 동네를 넘어 배꼽까지 빠지면서도 앞뒤를 바꿔가며 계속 진행이다
사람이 정말 딱 한가지만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작전회의 하는것도 아니다
앉아서 휴식할 수는 없고 서서 잠시 쉬는게다
지금 보아도 어디인지 정확히 알수없고, 아마도 소황병산 전위봉 1172봉 언저리인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가들은 몸무게가 가벼워 그런지 잘 안빠지데
쩝~
정말 무식한 놈들이다
저러면서 소황병산은 우째 오를거라고, 그런 간단한 생각은 왜 못할꼬
갈수록 태산이던데 말여
저 정도는 심한편도 아니다
내 가슴까지 쏙 들어가 버리는 곳도 있데
내 이제껏 눈 쌓인 산 적게 다닌것도 아니고 강원도에서 군생활도 했는데, 참말로 사람이 눈에 빠져 죽을수도 있겠구나 처음으로 실감했다
이야~
사진으로 보고 있으니 더 바보들 같네
이때도 되돌아갈 생각은 하나도 안하고 있었어요
눈이 엉덩이를 덮으면 러쎌이 안된다
눈이 깊어서 그런것도 있지만 그냥 그 안에서 수영하고 있는 꼴이 되데
되돌아오기로 결정하기 전 1분 동안 뚜버기와 내가 무슨말을 하고 있었을까
참 들을만 할게다
저 멀리로 보이는 소황병산까지 마루금을 돌지말고 사면을 치잔다
그랬으면 죽었다
갑자기 뚜버기 '야~ 돌아갈까?'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
'그래~ 그러면 최소한 아가들 목숨은 살릴 수 있겠다' 그 말이 자연스레 튀어 나온다
그때가 정확히 17시였다
어디로 언제까지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딸내미들한테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돌아가는데 무척 힘든 시간이 될 것이다. 절대로 짜증부리지 말고 서로에게 힘이되는 좋은말만 하면서 가자'
날씨가 계속 이 조건이었으면 그리 큰 문제는 없었을 게다
이 순간,
솔직히 산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저 멀리로 구름치마 두른 산도 참 멋있더라
우리나라 일기예보가 참 잘 맞히는게 기온에 관한게다
오후부터 추워질거라 하더만 정말이데
서서히 기온이 내려가기 시작하며 바람이 일기 시작하는데....
그 일대에 왜 풍력발전기가 많나
바람이 많기 때문이겠지
우리 몇시간전에 지나온 길도 거진 덮혀 버렸어요
거진 짐작으로 찾아 나아갔지
바람에 말여
진눈께비가 날려 오는데 어찌나 아픈지, '나도 이렇게 아픈데 딸들은 얼마나 아플꼬?' 싶어
나도 배고프고 힘든데 딸들은 얼마나 그럴까 싶어요
희인이는 아예 눈을 감고 걷다가 가끔씩 제대로 가고 있나 눈 떠 확인하고 그랬다네
이미 완전히 어두워 지고,
희라가 보기에 아빠가 길도 없는 눈길을 쭉쭉 나아가거던
그래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라
'아빠, 가는 곳은 확실히 알고 가나?' 아주 자신있게 '그으럼~'
그때 날이 어두워질 무렵 내가 희인이 보고 헤드렌턴을 달자고 했더니
'아~ 눈(雪)이 있는데 무슨 필요야~' 그래
나중에 집에 와서 피씩 웃으며 그러데
'아빠~, 그런데 눈이 온통 천지인데도 완전히 깜깜해져 버리데'
'그럼~, 눈이 무슨 발광물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히히~ 나는 형설지공이란 말이 있길레 저절로 밝은 줄 알았지~'
이미 3시간 가까이 되돌아 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 하는데 말은 안한다
그나마 적다 싶은곳에 바람을 등지고 눈밭에 주저앉아 아가들을 가슴에 품고 잠시 쉬었다
뚜버기 뒤쳐져 여기저기 전화하느라 바쁘다
마치 어미새가 새끼새들 품고 있드키 둥그렇게 앉아 있는곳에 이르더니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느것부터 들을래?'
아가들이 입이 얼어 아무도 말을 안하니, '안 좋은 소식은 아저씨가 아직 저녁밥을 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전망대까지 차가 올라 온다는 것이다'
뚜버기가 자찬하기로 백두대간 시작하고서 두번째로 자기가 잘한 일이 택시를 불러 올린 것이라 한다
인정한다
이 상황에서 두시간을 더 걸어 내려 갔다면 한놈 정도는 저체온증 왔을게다
전망대 밑에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둘씩 모여서서 수다를 떤다
그런데 이 상황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세상 이야기다
참말로 신기한 놈들이다
4륜구동이 올라올 줄 알았는데 그냥 일반택시라 한번 놀라고, 스노우체인 아니래서 두번 놀래고, 그 아저씨 운전솜씨에 세번 놀랬다
횡계휴게소서 일영 형님을 반갑게 만나 어제밤 잤던 그 모텔로 다시 갔다
형님이 아니 계셨다면 천상 진고개에 차를 두고 대관령으로 왔을 거 아니겠나
그럼 더 무리를 해서 진고개까지 가려했지 않았을까
그날밤 뚜버기는 소주 한병에 나가 떨어지고, 아가들은 열두시가 되도록 잠도 안자고 잘 놀더라
다음날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너무나 조망이 좋아 백두대간 마루금이 확연하다
휴~
까딱했으면 저 어드뫼에서 딸내미들 잡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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