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랑 백두대간

제2차, 복성이재~무룡고개

객꾼 2011. 5. 31. 11:27

0 일짜 : 2009. 4. 4 ~ 4. 5(1박 2일)

0 구간

   - 1일차 : 12:30 복성이재~ 영취산 ~ 19:30 중재 - 무령고개 두버기차 파킹 - 22:00 민가네 집 숙식

   - 2일차 : 09:00 중재 산행시작 ~ 12:00 백운산 ~ 14:10 영취산 ~ 14:20 무령고개

 

 

 

 

4월은 그냥 넘어가야 될 줄 알았다

곁에서 보면 요즘 아가들 정말 불쌍하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우리 어릴적 보다 나은거라곤 잘 먹는다는 거 하나밖에 없는상 싶다

 

학교마치자 마자 학원가랴

느즈막이 집에 와서는 밥먹고 또 숙제하랴

그기다 시험이 다가오면 보름전부터 잡고 공부를 시켜요

 

서울 아가들과 겨우 일정을 맞춰 첫주에 모이기로 하고 체험학습 신청을 하니  이게 또 논문 작성 수준이다

그예다 결과보고는 사진도 첨부해야 한단다

 

우쨌거나 떠나는 기분은 좋다 

백운마을에서 만나 중기마을로 들어가 적당한 곳에 내 차를 두고 복성이재로 이동이다

혜인이와 희인이는 서로 반가운지 손을 마주잡고 뱅글뱅글 돈다

희라와 혜지는 아직 서먹하다만 금새 친구가 될것은 뻔하다

 

당초에는 산행하다가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그냥 퍼질러 앉았다

김밥과 라면과 햄버거에 막초 3병을 곁들이고 나니 시간은 정오가 훌쩍 넘는다   

 

 

 

 

 


 

12:30 산행 시작이다

저 봐라

희라와 혜지는 서로 벌써 꼭 붙어 다니기 시작한다

아가들 표정과 눈빛이 끝까지 이렇게 초롱하고 밝아야 될 터인데,,흠흠..


 

 

 

 

 


 

뚜버기는 짐을 챙겨 출발하는 시간이 좀 거시기하다

그 점이 오히려 아가들하고 산행할적엔 도움이 된다

뒤에 남겨두고 아가들만 챙겨 느긋이 워밍업을 시키고 있노라면 5분쯤 뒤에 따라붙기 때문이다


 

 

 

 

 

 

가는길에 혜지가 뱀을 발견했다

좋은 교육(?)자료다

그런데 뱀이 너무어려 오히려 잡아드는데 조심하다 보니 한방 물렸다

뱀에 물리는 맛이 평소 좀 궁금했는데 아직 눈못뜬 갓난 강아지한테 물리는 기분이다

 

참 리얼한 사진이다

"이 뱀이란 동물은 말이다~ 씻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먹거리중 하나로써, 즉 다시말해 윽수로 깨끗한 동물이라는 말이다~ 한번씩 돌아가며 만져 보아라~"

아가들이 만졌을까?

혜인이만 만졌다


 

 

 

 

 

 

 

 

멀리로 봉화산이 조망되는 무명봉에 올라 잠시 옷가지를 정비한다

이 봉우리에서 봉화산까지의 산길에만도 치재 꼬부랑재 다리재가 있으니,

옛시절부터 남원 번암면과 아영면 사람들이 고개를 넘나들며 정을 돈돈히 하며 살아온 모양이다  


 

 

 

 

 

 

 

그나마 눈이 많이 오지않는 지역이라 다행이다

이 곳이 얼어 있었다면 이 시기엔 어지간히 뻘진창 이었으리라

산행 중 대부분은 이 두놈이 선두다

처음엔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는데 체력도 이놈들이 훨씬 낫다

 

 

 

 

 


대체적으로 후미조다

엄살도 심하고 땡깡도 잘 피우는 조다

뚜버기는 그런 눈치를 채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둘은 의도적으로 이 놈들을 안 맡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막내들을 인솔해 가면 애교도 많고 신바람도 나는데,,이놈들은 짜증이 아주 조금 나는 편이다


 

 

 

 

 

 

 

 

 

치재 내림길의 철쭉군락이다

참으로 때맞춰 지나면 그 감흥이 예사가 아니겠다

 

 

 

 

 

 

 

 

선두대장은 대체로 혜지다

희라의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뒤에 따라가며 분위기를 아주 잘 맞춘다(이건 집에와서 희라한테 들은 이야기다)


 

 

 

 

 

 

 

 

청명한 바람이 불어옴을 알제

내 그 마음이 곧 부처인줄 알겠드라

삼라만상의 아름다운 순간이야

 

 

 

 

 

 

 


 봉화산은 본시 봉수대가 있어 그리된 이름인줄 대개 짐작 하였으나,

이 산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넓은 봉수대가 있는 곳이라 한다

그 흔적을 대충 둘러보매 아니 보이는 것은 예가 통일신라 이후로 쓰임이 없어진 곳이라 한다 운운..

 

아가들은 산을 맛보고자 오르는 것인지

과자를 맛보고자 오르는 것인지...

 

 

 

 

 

 

 

 

쉬게 할때는 확실히 쉬게 한다

물론 혹자에 따라 오해할 소지는 상존하겠지만...절때로 우리가 막걸리 느긋이 마시자 오래 쉬는 것은 아니다

이리 말하고 나니 뒤가 좀 캥기긴 하구만^^~ 


 

 

 

 

 

 

 

멀리 백운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봉화산 능선은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산만디 중 하나로 제법 유명하다

 

 

 

 

 

 

 

 

 

 

억새 숲길이 잠시 정답다


 

 

 

 

할미꽃을 실제로 보는 게 처음이라며 마냥 신기해 한다

한참 그러고 있드니 자기들끼리 할미꽃의 전설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예전에 들어는 본 이야기 같으나 까마득이 잊고사는 전설이다

 

어느 깊은 산골에 딸 셋을 둔 할머니가 있었는데 어쩌고저쩌고...

첫째 둘째한테 구박받은 할머니가 막내딸을 찾아가다 가력이 다해 어느 산만디에서 얼어 죽었는데 나중에 그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 할머니를 닮았기로 할미꽃이라 하게 되었단다

 

네놈다 그 전설에 대하여 어디에선가 읽어 알고는 있다

그런데 정작 그 할미꽃을 오늘에야 처음으로 보게 되었으니, 매일 먹는 쌀이 나무에서 열린다 할만도 하다 

살아있는 지식이 중요한 예다


 

 

 

 

 

 

법정 스님은 산에 올라 <야호>라 외치는걸 은근히 못마땅해 하였난데 어쩔수 있나

너무나 탁 트였고 또한 은근한 곳이라 아가들 보고 실컷 함성이나 지르게 했다

경쟁하듯 외치는 야호소리에 내 마음마져 시원해진다

 

 

 

 

 

 

 

 

 


또한 탁 트인 한곳을 골라 마음껏 산아래 세상을 조망타 간다 


 

 

 

 

 

 

 

 

 

가야할 산길은 아직 많이도 남았다

바지런히 걷지 않으면 마팍에 불달아야 되겠다

 

 

 

 

 


 

 

 

봉화산에서 광대치 지나 중재까지의 길은 그리 험한 코스는 아니다

그러나 너무 가벼이 여겨서도 아니될 길이다


 

 

 

 

 

  

 

본시 등산이라 할제,

예를들어 지리산처럼 하나의 산을 목표로 줄곧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은 마루금 산행을 꽤나 힘들어 한다

하지만 요놈들은 아직 어떤 방식에 익숙치 않은바라 '왜이렇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 따위의 질문은 하지 않아 좋다


 

 

 

 

해는 차츰씩 서산으로 걸리기 시작한다

아주 진지하게 '요즘 산에는 호랑이는 없지만 늑대는 있을게다'며 밤되기 전에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그런데 그 말을 그대로 믿은 모양이라

 

봉화산에서 중재까지의 길은 정말 나조차도 지루하다

그냥 처음부터 산길이 아주 많이 남았다고 할걸 1시간 남았다는 말을 몇번씩이나 쓰 먹으니 아가들의 반란이 예사가 아니다

그기다가 뚜버기 눈치도 없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몇번이나 장난치다가 제대로 당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이들이다

마팍에 불달고 산길을 걸어보는 게 처음이니 한편으로는 그걸 꽤 즐기는 눈치다 


 

 

 

 

 

 

 

 

 

중재에 이르니 일곱시반쯤이다

길이 얼마 안 남았다고 거짓말(?) 치고 늑대가 나타났다며 놀렸다고 몇 놈 삐꼈다 

 

 

 

 

 

중재에서도 차량 파킹해 둔 곳까지 십여분이나 걸어 내려왔다

복성이재로 가 뚜버기 차를 픽업하여 무령고개에 가져다 두기로 한다

그 길이 예삿길이 아니다

 

뺑뺑돌아 무령고개에 차를 두고, 다시 대진고속도로를 타고 산청 민가네 집에 이르니 딱 10시다

민가가 혼자 손님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내장탕도 맛나게 끊여 놓았고 민어조림 솜씨도 예사가 아니다

 

참으로 자기자신도 하는 말이고 나도 그리 느끼지만 민가는 희한하게 산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워 그러는 겐지 적지도 않은 전답을 부산에서 오가며 농사 지으니 말이다

그 덕분에 사실 나도 내몰라라 할수 없으니 덩달아 그 농사 도운다고 고생이다   

 

아랫채 아궁이에 커다란 장작을 서너개 더 넣어놓고 아가들한테 밥부터 먹인다

또한 씻기고 재우자니 12시가 훌쩍 넘는다

그날밤 아궁이에 불을 너무 땐 모양이라

방바닦에 불나는 줄 알았다

 

 

 

 

 

 

 <둘쨋날>

 

방이 너무 뜨거워 몇번이나 깬 잠이지만 그래도 온돌방에서 자고나니 확실히 상쾌하다

게다가 전날밤 술도 적당히 마신참이라 속도 편하다

산청 산골동네 공기는 또 을매나 맑나

전신에 힘이 팍팍 느껴진다

 

그런데...

뚜버기가 슬며시 밀어주는 그 해장술의 유혹을 못 이기고 서너잔 하는 바람에...

 

간밤에 뚜버기차를 무령고개에 갖다 놓은 건 잘한일이다

산청에서 중재로 스며드니 차량으로 30분쯤 걸린다

끝까지 차를 타고 오르려 했는데 중간에 포크레인이 막고서서 산길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대충 길가에 차를 세우고 중재까지 걸어 올라 산행시작 시간을 보니 아홉시다

계획보다 1시간이나 늦지만 서두를 일도 없다 


 

 

 

 

 

저번의 예로보아 둘쨋날 분위기를 잘 잡아야 한다

참으로 여자의 마음이 갈대라 한 것을 우리 아가들하고 산행을 해 보면 제대로 알 수 있다

오름길에 헤헤 거리다가 별일도 없었는데 내름길에는 조동아리가 툭 튀어 나와 있다

 

이유를 들어보면,

아빠 배낭끈을 언니들한테 잽혀 끌고 왔다는 것이고, 먼저 가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 따위다

 

 

 

 

 


 

 

백운산 오름길은 어제오늘 산행 중 가장 난코스다

뚜버기하고 같이 올거라며 희라와 혜지가 우리를 앞서 가게 한다

일단 문제가 많은(?) 두 놈을 선두에 세워 먼저 오른다


 

 

 

 

 

결과적으로 실책이었다

아빠가 눈에 아니 보여 조금 불안하고 오르막이 예사 힘든길이 아닌데 자꾸만 사진을 찍자 했단다
참으며 올라 오다가 아빠가 시야에 보이니 바로 어리광 울음 시작이다

 

한참이나 안겨 우는데 뚜버기 또한 그 모습이 귀여운 바라

다가와 연신 사진을 찍으니 희라 울면서 아빠 귀에 대고 왈 "저 봐라~또 사진찍고 있다 아니가~"


 

 

 

 

 

 

잠시 쉬었다 대오를 정비하고 다시 출발이다

희라 언제 울었느냐는 듯 힘차게 차 오른다

백운산정까지 딱 3시간 걸렸다

 

 



 

 

 

  

허허~ 이건 또 무슨일이 있었더라

여하튼 네놈이 다같이 웃고 있을때가 귀해요

뭐 심각한거는 아니고, 5초 간격으로 삐꼈다 웃었다를 반복한다고 보면 된다


 

 

 

 


 

자아~정상에서 30분간 휴식,,

아가들을 잠시 재우니 희라는 자고 안자고는 자기 마음이라며 혼자 논다

산정에 사람이 너무 많다

올라 올적에 만난 사람들도 없었는데 이 사람들은 어느쪽으로 해서 올라왔나  


 

 

 

 

 

도면에 표시된데로 라면 영취산까지는 2시간 걸린다

우리는 넉넉히 3시간 잡고 바삐 서둘러도 네시쯤에나 무령고개에 당도 하겠구나 싶다

그런데도 점심을 준비해 오지 않았으니 낭패로다

 

뚜버기 한바퀴 돌아 떡이며 물 따위를 얻어와 아가들한테 먹이고 다시 출발이다

다음부터는 가령 12시에 산행이 종료될것 같드라도 점심밥을 준비해 와야 할 일이다 


 

 

 

 

 

 

 

 

분위기를 돋궈 아가들을 뛰게 하니 신나게들 달린다

다행히 코스가 내림길이고 등로 상태가 양호해 뛰어가기에 무난하다

 

 

 

 

 

 

 

 

암봉을 지나고 백운산에서 영취산까지의 딱 중간지점이다

1.7km 걸어 오는데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 일단 느낌은 좋다

 

 

 

 

 

 

 

 

엇쌰~

1066봉을 향하여 힘차게 돌진이다

이 갈대들이 분위기를 잘 맞춰주니 힘든줄도 모르는 모양이다 


 

 

 

 

  


 

 

갈대들과의 산행은 회유와 협박, 이간질(?)의 연속이다

순간순간 유효적절히 잘 사용하면 한결 수월하게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뚜버기 지도를 펴 놓고 얼마 안 남았다며 회유의 수법 사용중이다


 

 

 

영취산 오름길이다

길은 이곳에서 무령고개로 바로 빠지는 우회로가 있다

그런데 뚜버기 가지도 않을 거면서 뭐하러 이 길이 있다고 알려주나

 

선두조는 어느쪽으로 가도 상관이 없다며 마냥 신났다

후미조는 땡깡을 부리기 시작한다

뚜버기 희라와 혜지를 앞세우고 곧장 영취산으로 쳐 오르니 혜인이 그냥 우리는 무령고개로 바로 빠지자 한다

 

어쩔수 있나

배낭에 두놈 메달고 오른다

 

 

 

 

 

 


 

혜인이 오르다가 코피 터졌다

그게 다 뚜버기 때문이라며 희인이 마져 가세하여 거칠게 항의한다

참으로 매를 번 경우가 이 경우다

다음부터는 가지 않을 우회로에 대해서는 절대로 아가들한테 알려주지 않기로 합의한다


 

 

 

 

 


 

영취산정에서 다음번 진행할 육십령과 합미봉을 조망하며 느긋이 사진을 찍다가 무령고개로 하산이다

희인이와 혜진은 사진도 못찍게 외면한다

이번에 삐낌은 제법 오래갔다

한이십분 갔으니 말이다


 

 

 

 

 

 

백운산에서 무령고개까지 1시간 50분 남짓 걸렸다

그야말로 성공적인 산행이었다

고개의 샘물맛이 기똥차다

서울팀들은 엄마한테 주자며 물을 길어간다

 

 

 

 

 

 

무령에서 차를 회수해 중재로 향하던 중 늦은 점심을 먹는다

어느새 기분이 풀린 혜인이 문득 묻는다

"아빠~왜 자꾸 짜장면을 먹어?"

 

도리어 우리가 의아하다

"너거가 짜장면 먹자캤다 아니가?"

아가들 네명이 합창이나 하듯이 "오늘 우리 짜장면 먹자고 한사람 아무도 없는데?"

 

아,,,참,,,

쓸말도 별로 생각이 안나는데 글 채운다고 정말 욕봤다

산타는거 보다 다섯배는 더 힘드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