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내미랑 백두대간

딸내미랑 백두대간(제34-2차, 희인이 설악산 땜빵)

객꾼 2012. 7. 24. 17:25

일시 : 2012.  7. 20 ~  7. 22(2박 3일)

    - 1일차 : 20:00 서울 출발, 22:30  한계령 도착, 비박    

    - 2일차 : 05:20 기상,  06:20 산행시작, 08:30 1460봉 조식, 10:15 대청봉, 11:50 희운각 중식, 14:10 1275봉, 16:15  마등령 야영   

    - 3일차 : 05:30  기상, 07:10 산행시작, 09:50  금강암, 11:00  신흥사, 16:00  서울, 23:40 진주 도착

   

지원조 : 뚜버기, 파키라

 

 

 

희인이랑 둘만의 산행이다

당초 계획은 부산 노포동터미널에서 속초행 심야버스를 타고 가다가 양양에서 내려 택시로 한계령으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양양 개인택시 기사아저씨도 오랫만에 만나면 참 반가워 할 것인데 말여

뚜버기가 무조건 서울로 오란다

나 모르게 파키라도 불러 놓았다

짐꾼이 한명 더 늘었으니 택배에 대한 부담도 훨 줄어들고 술도 한맛 더 나겠다 싶다

 

서울에 이르러 뚜버기와 키라를 차례로  조우하야 우선 뚜버기네로 갔다

운전할 놈이사 모르겠고, 4홉들이 소주 한병을 배낭에서 꺼내어 반주 겻들여 맛나게 저녁밥을 먹었다

휴가가 시작되는 시점이라 차가 많이 막히리라 하였난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한계령에 닿았다

 

텐트를 쳐 희인이를 재우고 우리끼리는 바깥에 멍석을 깔아 한시까지나 막걸리잔 기울였나 

4시에 일어나 곧바로 희인과 나는 산행을 시작하리라 하였는데 알람소리를 아무도 못 들었다

잠중에 시계를 보니 5시 20분이다

 벌떡 일어나 일단 우리부터 들머리로 태워주라 하다

 

 

 

 

 

 

택배조들은 신흥사쪽으로 이동하여 반대쪽에서 올라와 마등령에 텐트를 설치 해 놓고 우리와 조우하기로 약조했다

저거 엄마가 아빠랑 대화 많이 하며 즐거운 시간 가지라 하였는데 글쎄다

이리저리 기념사진 몇장 찍고 산행을 시작함에 6시 20분 쯤이다

 

 

 

 

 

일단 귀때기봉 분기점 삼거리에서 아침밥을 먹을 예정으로 치고 올랐다

희인이가 꾀 부리지 않고 잘 걸어줘야 될텐데...

 

 

 

허나 건 기우였다

명색이 내가 철인 아닌가

더군다나 2주전에 경기가 끝난 참이라 컨디션이 아주 좋은 시점이었는데 말이여

 

내 이번에 희인이 따라 간다고 정말 힘들었다

조금 천천히 가자고 하면 혹시나 변덕을 부릴까 그 말도 못하고 꽁무니 잡기 바빴다

어쩌다가는 아이 모습도 놓치고 그랬다

내가 늦은게 아니라 희인이가 정말 빨랐다

 

 

 

귀때기봉 분기점 삼거리에 도착하는데 1시간 10분 남짓이더라

배 고프다는 말도 안하기로 그냥 뒤따라 갔다

희인이 오늘 참 잘 걷는다 하니 '한창 때 아니가~' 하며 당연하다는 소리를 한다

 

우리 나이쯤 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자기 나이 든 줄을 잘 모른다

내가 희인이하고 100m 뛰기에서 뒤쳐진게 중2 때 쯤이다

우리 나이 대부분이 중고등학생 자기 딸보다 자기가 빠른 줄 안다 

 

 

2시간 만에 1460봉이다

저번달 저네 엄마하고 갔을 적에는 3시간도 넘게 걸렸는데 말이다

아침밥 먹자는 핑계로 겨우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아침에 둘이서 상 펴 놓고 웃고 말았다

김치 몇조각, 깻잎 몇개, 멸치 볶음, 막장에 풋고추와 생마늘 뿐이다

도대체 희인이는 뭘로 반찬하라고 그렇게 챙겨 주었나 저거매야

 

반찬도 없이 찬밥을 쪼그리고 앉아 먹더니 급체를 만났다

내 이제부터 손가락 따는 거 좀 배우고 다녀야 겠다

배 아프다 난리를 떠는 아이 어쩔수도 없고 그저 달래며 뒤따르다가 뭐라도 해야 되겠다 싶어 소변을 보라하니 신기하데

소변보고 나더니 배가 안 아프다네 

 

 

 

 

끝청에 이르러 봉정암의 유래 핑계되며 한참이나 시간을 끌 수 있었다

듣고 있더니 갑자기 묻는다

'부처님 뼈를 뭐 한다고 가져와?'

아이와 대화 중 말문이 막힐 때 예전부터 사용하던 수법이 있다

'옛날엔 그랬어~'

 

 

 

 

 

대청에 이르니 10시쯤이다

중간에 배 안 아팠고, 내가 꾀를 부리지 않았다면 3시간만에 올 수도 있겠더라

목책에 배낭을 기대놓고 대청봉으로 올랐다

 

 

 

 

 

바람꽃이 한창이다

설악산에만 있는 꽃이라 설악바람꽃이라 한다는데 글쎄다

건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지 싶다

분위기가 일본 알프스에 허드러지게 피는 하쿠산이찌게(白山一花)와 꽤 닮았다

 

 

 

 

 

마침내 희인이도 대청봉에 섰다

백두대간 시작한지 3년 4개월 만인가

이 사진을 뚜버기에게 카톡으로 보냈더니 자기들은 아직 설악동 어름이라며 자칫 자기들이 더 늦을 수도 있겠다며 급히 서둘렀다 한다

 

 

 

 

 

 

내려다 보이는 공룡능선으로 구름 난무한다

 

 

 

 

깜짝 이벤트로 희인이 모르게 얼음과자 얼려 갔더니 놀라는 체는 한다

나중에 솔직한 심경을 말하기로 조금 닝닝했고, 마치 우유에 설탕 타서 마시는 기분이었단다

아빠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는 체 하였다나 우쨌다나

 

얼음과자는 모르겠고 캔맥주는 거진 환상이데

딱 좋았어요

우리 희인이 눈 좀 키워줘야 되겠네

 

 

 

 

 

어따~

이름이 생각 안나서 갑갑해 돌아가실 뻔 했네

마침 지나는 사람에게 물으니 둥근이질풀 이란다

체증이 확 뚫리는 느낌이었어

 

 

 

 

동자꽃도 여기저기 예쁘게 피었더라

동자스님과 관련된 이야기로 그리 이름 한다는데 오세암 이야기와 관련이 있나?

그리하여 오세암 전설을 희인에게 장황하게 이야기 한 후,

'그런데 나중에 그 동자스님이 살아 있었는지 죽었는지 그건 잘 기억이 안난다' 하니

희인 어이가 없다는 듯이,

'아빠~ 이 이야기에서 그게 제일 중요한 사항 아냐?' 한다 

 

 

 

 

 

 

희운각 내려오는 길에 공룡능선

 

 

 

 

 

 

희운각 산장,

요즘은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관계로 대청봉에서 희운각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은 거진 흔적을 찾기 힘들다

나야 예전에 그 길로 희운각에 이르렀으니 아쉬움도 없다

 

 

 

 

 

 

희운각의 돼지다람쥐~

사진을 찍으며 무심코 혼자소리로,

'쩝~ 잡으면 두 사람은 넉넉히 먹겠다' 하니 희인 어이가 없는지 다만 백안시 하더라

 

 

 

 

 

 

12시쯤 점심을 마치고 희운각을 나섰으니 저번달 보다 3시간 남짓 진행이 빠른 샘이다

까딱하면 우리가 먼저 마등령에 도착할 수 있으니 천천히 가자고 꼬드겼다  

 

 

 

 

 

신선대인가

내가 예전에 어떻게 이 암벽을 타고 꼭대기에 올랐다 왔지?

그때 조은산님 나이가 딱 시방의 내 나이쯤이니 밑에서 올려다 보며 걱정으로 화를 낼만도 하였겠군

 

 

 

 

 

 

촬영 포인트인 모양이라

찍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더라

 

 

 

 

 

 

 

1275봉과 범봉과 기타 등등~

 

 

 

 

 

 

'아빠~ 진짜로 도마뱀 꼬리를 잘라도 안 죽어?' 하길레,

실제로 보여줄라꼬 잽싸게 덮쳤는데도 나보다 더 잽싸데

 

 

 

 

 

 

 

곳곳에 슬링~

 

 

 

 

지능적인(?) 보법으로 머리를 굴리며 진행하는데 뒤에서 갑갑했던 모양이야

'아빠~ 내가 앞에 설께~'

그래 놓고 1275봉 그 긴 오르막을 앞에서 내빼는데.....

희인이는 이미 꽁무니도 안 보이고 쌔빠지게 정상에 도착하니 자기는 아주 느긋이 쉬고 있더만

오르막치기 내 전공이었는데 말이야

 

 

 

 

 

바람꽃,

그때 이 자리에 꿩의바람꽃 군락이 있었지 싶은데....

난쟁이붓꽃이었나?

 

 

 

 

 

 

1275봉에서 30분도 넘게 쉬었네

캔맥주 하나 남은 거 마시고 있으니 지나는 사람들이 억수로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거라

시치미 뚝 떼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홀랑 마셔 부렸지

 

 

 

  

되돌아 본 1275봉

아하~

이번에 내가 1275봉 이름 하나 지었다

지리산에는 필봉이 있으니 이건 붓봉으로 하면 되겠다 싶었지

자~

우리끼리의 약속입니다

앞으로 1275봉은 선창의 원칙에 의거하여 붓봉입니다

 

 

 

  

 

 

내리고

 

 

 

 

 

 

오르고

 

 

 

 

 

 

어따~ 잘 타데

 

 

 

 

 

 

 

세존봉 방면

 

 

 

 

 

 

 

뒤로 대청과 중청

 

 

 

 

 

 

 

귀때기청봉과 서북능선

 

 

 

 

 

 

오후 4시 10분경 마등령에 당도하다

막판에 요령을 제법 피웠는데 한계령에서 10시간도 안 걸렸군

착한 총각이 부탁도 안했는데 찍어준 사진~

 

 

 

 

아직 택배조는 도착하지 않은 줄 알고 조망대에서 한참이나 놀았네

마침 비선대쪽으로 하산하는 팀들이 있어 그쪽에 대고 우리 마등령에 당도해 있으니 큰 배낭 진 사람들 빨리 오라고 전해달라 했지

그 소란한 목소리를 알아 듣고 뚜버기 아래쪽에서 우릴 부르더만

자기는 우리가 빨리 와도 오후 6시쯤이리라 생각하고 있었더란다

 

일단 막걸리부터 한사발 들이키고...

차례로 계곡으로 내려가 알탕을 하였는데, 어따 정말 그 계곡물 차겁더만

나도 어지간히 겨울에 얼음을 깨고 들어가 알탕하는 사람인데 손을 못 담그겠데

참아내며 알탕하고 나니 어찌나 개운하고 좋은지

희인이도 날비명을 질러가며 알탕을 해 내데

 

 

 

 

 

우리 알탕하고 오니 타트를 쳐 놓았데

대충 정리하고 저녁을 해 먹는데, 이번에 김치찌게랑 된장찌게는 왜 그렇게 맛있는 거야

정말 대간하면서 먹은 김치와 된장 중 이번이 제일 으뜸이데

뚜버기가 조사계장으로 가더만 요리법을 조사하고 왔나

 

 

 

 

 

 

 

즐거운 한밤을 보내고 아침밥을 해 먹고 출발한 아침~

붓봉으로 구름 깔려 있다

 

 

 

 

 

 

 

대간길 황철봉 구간은 생략하고 그냥 세존봉을 돌아 비선대 방면으로 하산하기로 애초부터 계획하였다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세존봉에서 공룡의 준봉들 보다

 

 

 

 

 

 

 

저 뾰족봉 이름을 잊었다

 

 

 

 

  

 

 

설악의 비릉들~

잘 찾아보면 암벽하는 사람들 있다

 

 

 

 

 

뚜버기 말하기로 금강굴엔 다녀오지 않으면 필시 후회가 있을 것이라 한단다

그럼 가 보아야지

정말 가 보지 않았다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

 

 

 

 

 

 

중간 전망대에서

천불동 능선이 구름속에 가려 있음이 다만 작은 아쉬움이라

 

 

 

 

 

 

 

설악의 비릉

 

 

 

 

 

 

적벽,

저 기슭에도 암벽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금강굴 오름

항차 누가 이 동굴을 발견했다 치고, 그곳까지 기어 올라 갈 생각은 우째 하였을꼬

짚신 신고 올라가기에 만만찮은 길이던데

 

 

 

 

 

여지없이 우리의 원효대사님이 축지법으로 다녀가신 곳 중에 한 곳이다

참으로 대단한 불심이여

그리고 강력한 파워의 불사지다

웬간하면 국립공단파에 쫏겨 놨음직 한데 꿋꿋이 목탁치며 상주하시는 스님조차 계시니...

 

 

 

 

샘터 하나 기막히게 조성해 놓았구나

그럼 밥 해 먹는데는 문제없다 치고, 이 암주는 뒷간일은 어찌 해결하시누?

 

삼배하고 휘 둘러보니 스님이 아니 보이기로 출타중인 갑다 여겼지

그렇다면 목탁이나 한번 쳐 보자 하여 목탁 잡고 한줄 뽑는 사이에 바로 땅속에서 스님의 제지 신호가 오데

 

 

 

 

 

 

 

누구든지 한번은 꼭 찾아 볼만한 금강굴 금강암

 

 

 

 

 

 

쩝~

아무리 봐도 애초 오른 사람이 대단하단 말야

 

 

 

 

 

 

 

 

장군봉 형제봉 적벽

 

 

 

 

 

고즈녁한 하산길

이 길 꼭 20년 만에 걸었네

신기한 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저 반바지 그때도 입었었어

 

 

 

 

 

 

저 소나무를 보니,

'근래 오십년간 큰 물난리가 없었나?' 싶데

 

 

 

 

 

 

신흥사 통일대불

돈 엄청나게 쏟아 부었겠더만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그 신흥사

불력으로 유명해서가 아니라 입장료를 주니 못 주니 하는 일로~

 

 

 

예상보다 길이 빨리 막혀 서울에 당도하니 16시데

우리는 캔맥도 마시고 잠도 때리며 왔지만, 뚜버기 운전한다고 고생 많았네

술 마시다 앉은 자리에서 잠드는 거 보고 욕 좀 봤구나 싶었지

키라 아우도 짐꾼으로 출동해 주어 고맙네

대명성은 1차, 2차 술 사줘서 고맙고,

희인이는 특히 잘 했어~

 

 

 

 

진주가 사람살기 참 좋아요

서울서 오는 차도 많고~

저 보소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50선도 있는 도시잖소

촉석루(진주성)는 특히 밤 경치가 좋고, 아침에 조깅하기에는 더 좋다는 사실~